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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에게 있어 자신의 집을 설계하는 일은 창의성의 한계를 시험하는 가장 자유롭고 대담한 실험이다. 1930년대 폐허를 색채와 소재의 유희로 채워낸 스튜디오 플루타르코의 유쾌한 실험실.

거실 천장은 광택 마감으로 빛을 한층 깊게 끌어들인다. 소파는 치니 보에리가 알플렉스를 위해 디자인한 ‘스트립’, 스텀프 커피 테이블은 헴, 옆에는 잉고 마우러의 ‘람팜페’ 램프를 두었다. 정면의 회화는 이반 프랑코의 <붉은 스웨터 아래>.
다양한 마감재가 어우러진 입구. 현관에는 크바드랏 패브릭으로 맞춤 제작한 캐비닛을 두고, 손잡이는 페트라 하드웨어를 적용했다.
스튜디오 플루타르코를 이끄는 아나 아라나와 엔리케 벤토사.

‘과감한 컬러 조합과 거침없는 재료의 변주’. 스페인 마드리드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건축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플루타르코 Studio Plutarco를 수식하는 문장이다. 엔리케 벤토사와 아나 아라나는 2015년 설립 이후 경계 없는 실험을 전개해왔고, 이번에는 그 실험의 무대를 아나의 사적인 집으로 옮겼다. 남편, 그리고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이 집은 건축가가 스스로를 클라이언트 삼아 2년간 몰두한 ‘거대한 실험실’이다. 복잡한 구조 보강과 평면의 재구성, 시공의 한계에 도전하는 대담한 자재 선택까지. 그들이 늘 꿈꿔온 해방된 창의성이 이 집의 뼈대를 이룬다.

회전식 칸막이로 공간을 구분한 다이닝 룸. 스튜디오 플루타르코에서 디자인한 다이닝 테이블과 체어 ‘에스코트’. 좌방석과 등받이는 크바드랏 패브릭으로 마감했다. 펜던트 조명은 플로스의 ‘루체 오리존탈레’.
복도 책장에는 딸 장난감부터 부부 취향이 담긴 소장품까지 켜켜이 쌓여 있다. 유연한 곡선의 라운지 체어는 테르예 에켈란의 ‘에크스트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집이 1934년에 지어졌다는 사실이었어요. 발견 당시엔 오랫동안 방치되어 바닥이 창문 높이까지 차오를 만큼 열악했죠. 하지만 우리는 이곳을 정체 모를 폐허가 아닌,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빈 캔버스’로 보았습니다.” 그들은 이 집이 태어난 시대를 되살리기 위해 1930년대 모더니즘 건축을 탐구했다. 프랑스 릴의 빌라 카브루아, 이탈리아 건축가 피에로 포르탈루피가 설계한 빌라 네키 캄필리오 등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에서 다양한 영감을 얻었고, 그곳에서 발견한 대리석 계단, 볼트형 천장, 원형 창문 장식을 집 안 곳곳에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현관문을 열면 핑크와 오렌지 컬러가 절묘하게 섞인 아치형 천장이 시선을 압도한다. 천장을 공간의 아이덴티티로 여기는 스튜디오의 철학에 따라, 빛을 극적으로 반사하는 고광택 마감으로 입체감을 더했다. 핑크빛 거실 중심에 놓인 알플렉스의 연하늘색 소파는 발랄한 생동감을 부여하고, 잉고 마우러의 조명과 이반 프랑코의 예술품이 동시대적인 터치를 더한다. 거실과 유연하게 연결된 다이닝 룸에는 스튜디오가 직접 디자인한 ‘에스코테 Escote’ 체어를 두어, 오랜 식사 시간 후에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 사교적인 온기를 불어넣었다.

다양한 마감과 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주방. 하부장은 붉은 톤의 체리나무, 왼쪽 캐비닛은 짙은 블루로 착색한 소나무로 제작했다. 테라조 아일랜드는 맞춤제작.
레드와 블루의 대비는 계단까지 이어진다. 대리석을 풍부하게 사용해 질감의 리듬을 더했다. 프라마의 의자 위에는 클라라 세브리안의 작품을 두었다.
차분한 색조로 정리한 서재. 모듈형 책상과 캐비닛은 USM.
 반복되는 원형 타공으로 리듬을 만든 아이 방의 옷장.
일본 신사에서 영감을 받아 사각 천장과 원목 마감으로 구성한 드레스룸.

유쾌한 소재 실험은 정원을 거쳐 수영장까지 이어진다. 스트라이프 타일 바닥과 초록 모자이크 수영장, 그리고 블루 타일로 마감한 바비큐 공간은 도심 속에서 찾기 힘든 이국적인 해방감을 준다. 사계절마다 붉고 푸르게 변하는 아메리카담쟁이덩굴 아래서 가족은 이웃을 초대하고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시간을 보낸다. 누구보다 대담한 실험을 즐기는 건축가에게도 결국 집의 본질은 환대와 사랑에 있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머무는 동화적인 거실과 친구들이 언제든 편히 들를 수 있는 열린 구조는, 화려한 색채보다 더 강력한 집의 중력이 된다. 스튜디오 플루타르코에는 이 집은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증명하는 쇼케이스인 동시에, 가장 사랑하는 이들이 제약 없이 행복을 실험할 수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놀이터다.

아이 침실은 동화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긴 패브릭을 드레이프해 천장과 벽을 하나의 장면처럼 연결했다.
부부 침실에는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짙은 파란색 아치형 천장을 적용해, 공간이 부드럽게 감싸는 인상을 준다. 천장에는 헤수스 콜메네로가 별자리를 직접 그려넣었다. 테이블 램프는 플로스의 ‘치아라’, 리넨 침대보는 자라 홈.
대리석, 강렬한 패턴 타일, 유리블록, 테라조, 스틸 등 다양한 소재의 조합이 욕실에서도 이어진다. 타일은 팔레트 컴퍼니.
복원된 1930년대 외관은 기존 모더니즘적 기하학은 그대로 유지하고, 붉은 울타리와 미니멀한 조경을 더해 새롭게 단장했다.
커다란 원형 천창으로 빛이 쏟아지는 계단실.
게스트를 위한 작은 다이닝 겸 작업 공간. 붉은 격자 타일과 테이블의 색을 맞췄다.
가족을 위한 시네마룸. 커튼을 치면 더욱 몰입감 있는 환경이 완성된다. 러그는 노르딕 노츠, 사빈 마르셀리스가 디자인한 ‘보아 푸프’는 헴, 스트라이프 패턴의 STV 소파는 스튜디오 플루타르코 디자인.
야외 마당에서도 붉은색 바닥 타일로 연출해 통일감을 줬다. 그레이 톤의 아웃도어 가구는 헤이의 팔리사드 컬렉션.
줄무늬 바닥과 분홍색 접이식 차양으로 구성한 야외 다이닝 공간. 도심 속 아늑한 휴식처가 된다.
작은 녹색 타일로 마감한 야외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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