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일상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이미지 속에 스민 욕망을 포착한 마틴 파의 세계.

특별한 사건보다 일상의 사소한 단면을 포착해온 사진가 마틴 파. 휴양지의 붐비는 해변, 접시 위 놓인 음식, 관광지에서 여행을 만끽하는 사람들. 너무 사소해 그냥 지나칠 법한 장면 속 순간에는 그 안에 숨겨진 삶의 이면과 한 시대의 생활방식이 녹아 있다. 마틴 파 특유의 강렬한 플래시와 짙은 색채, 인물과 사물을 빽빽하게 담아낸 어수선한 구도에는 계급 격차에서 비롯된 소비 습관과 취향의 차이가 은밀하게 담겼다. 그의 유머가 때로 냉소적으로 느껴졌다면, 이는 당신이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포착한 장면은 ‘나는 저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에서 타인을 비웃는 풍자라기보다, 자신 또한 같은 세계에 속해 있음을 인정하는 자기 성찰적 관찰에 가깝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만들어낸 무신경하고도 익숙한 풍경 속에서 그는 타인의 우스꽝스러움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는 작가 타계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 마련된 대규모 회고전이다. 초기 흑백사진부터 후기 작업까지 14개 주요 연작과 500여 점의 사진, 생전에 출간한 89권의 사진집을 함께 펼쳐 보인다. 1980년대 영국 해변의 여가 문화를 담은 <마지막 휴양지 The Last Resort>에서 세계 각지의 관광과 소비 풍경,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남북한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에 이르기까지, 전시는 특정 시대와 장소보다는 동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평생 지속한 ‘솔직하게 정면으로 마주하는 보기의 방식’에 초점을 맞춘 채.

마틴 파에겐 사진은 아름다운 장면을 선별하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보고도 보지 못하는지 묻는 방식이었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과장되어 보이지만, 그 모습은 소비하고 즐기며 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동시대인의 초상과 다르지 않다. 전시 제목의 ‘We’, 즉 ‘우리’는 사진 속 인물과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 사이의 거리를 지우는 말이다. 인공지능이 매끈하고 균질한 이미지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오늘날, 그의 사진은 오히려 우연과 결함, 과도할 만큼 많은 정보가 현실의 감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어쩌면 마틴 파가 남긴 것은 단순히 익살스러운 장면의 연속이 아닌,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불편하면서도 정확한 시선이 아닐까? 전시는 오는 10월 18일까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자료제공: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매그넘 포토스, 마틴 파 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