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단단한 유리 표면에 살아 숨쉬는 맥을 새겨넣는 이기훈 작가. 식물의 연한 잎맥을 닮은 가느다란 유리실이 푸른 생명력을 전한다.


한여름의 뙤약볕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는 유리 공방. 실내 온도가 40℃에 육박하는 가운데, 가마 안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말랑한 유리 덩어리가 이기훈 작가의 손길을 따라 순식간에 동그란 형태로 부풀어 오른다. 파이프 끝으로 후 불어넣는 블로잉 작업은 식기 전에 형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매 순간이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서서히 식어가며 단단하고 투명하게 굳은 유리 표면에는 가느다란 선들이 결을 이루며 얽혀 있다. 식물의 연한 잎맥을 닮은 그의 시그니처 ‘맥(脈) 시리즈’다. 뜨거운 액체일 때만 가질 수 있는 유리의 가장 유연하고 생생한 순간을 고스란히 가둬둔 것만 같다. 작품 표면을 수놓은 섬세한 스트라이프 패턴은 얇게 뽑아낸 색 유리실을 뜨거운 유리 표면에 감아 완성하는데, 이 문양은 단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다. 두께와 컬러, 깊이감이 저마다 달라서 볼 때마다 새로운 생동감을 뿜어낸다. 이 독창적인 패턴의 시작은 뜻밖에도 그의 아버지가 가꾸시던 인삼밭이었다. “아버지께서 인삼이 잘 자라도록 밭에 지푸라기를 덮어두곤 하셨어요. 봄이 되면 새싹이 단단한 지푸라기 틈을 비집고 이리저리 들춰내며 올라오는데, 그 장면에서 작은 생명이 가진 아주 강한 힘을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던 이미지를 시각화하기 위해 유리실을 지푸라기처럼 배열하기 시작했죠. 그 선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지금의 ‘맥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식물의 맥, 인간의 맥박, 그리고 보이지 않는 우주의 순환. 고요해 보이는 대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는 생명력을 그는 가장 역동적인 재료인 ‘유리’를 통해 붙잡아둔 셈이다.


유리는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 중 하나다. 찰나의 타이밍을 놓치거나 온도가 조금만 맞지 않아도 순식간에 깨져버린다. 이기훈 작가는 바로 그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야말로 유리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라 말한다. “유리는 제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재료가 아닙니다. 온도와 시간, 작업 환경과 중력까지 모든 조건이 함께 만들어가는 재료죠. 결국 재료를 억지로 꺾고 통제하기보다 그 흐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늘 ‘언제든지 망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품고 작업에 집중하려 합니다.” 혼자서는 결코 완성할 수 없는 블로잉 작업의 특성상 어시스턴트와의 완벽한 호흡도 필수적이다. 서로의 리듬을 읽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우연이 개입하고, 그 우연은 실패가 아닌 또 다른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으로 작품에 고스란히 각인된다.


현재 에이치픽스 도산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Trace of Flow>에서 그의 맥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1층 중앙을 장식한 푸른빛의 작품들은 무더운 여름날 시각적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가 의도한 것 역시 감상자가 이 푸른 유리 기물들 사이에서 ‘시원한 숨통’을 트는 것이다. “투명한 유리와 푸른 색감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통해, 마치 한여름 푸른 계곡물 앞에 섰을 때처럼 시원하고 편안함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작품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하나의 큰 흐름을 읽어봐주세요.” 그는 다가오는 9월, KCDF에서 동료 작가들과 함께하는 팀 ‘예열’의 단체전 <빛이 머무는 문>을 앞두고 있다. 이제 그의 유리는 단순한 기물을 넘어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고 사람의 움직임을 연결하는 공간과 건축의 영역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한여름 가마 앞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창작열로 무장한 이기훈 작가.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단단하고도 유연한 유리가 지친 일상에 고요한 쉼표와 든든한 생동감을 불어넣기 기대해본다.
SPECIAL GIFT

이기훈 작가에게 증정한 설화수의 수분 방어 솔루션. 강력한 5중 방어막으로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12시간 동안 보습을 지속하는 ‘상백선크림’, 자음단과 림파낙스 성분으로 노화 예방과 속건조 해결을 돕는 ‘윤조에센스 미스트’가 피부를 진정시킨다. 여기에 미세 주름을 잡아 수분 볼륨을 채워주는 ‘윤조립밤’을 더해 흐트러짐 없는 생기 있는 피부를 완성한다. 상백선크림 50mL 9만원, 윤조에센스 미스트 50mL 6만5천원, 윤조립밤 3g 4만5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