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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의 경계를 넘어 공간으로 확장된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인 철학. 재료와 실루엣, 움직임에 대한 브랜드의 오랜 탐구를 건축으로 풀어낸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 Naho Kubota.

이세이 미야케의 세계를 이야기할 때면 옷이 몸과 함께 작동하는 방식이 먼저 떠오른다. 주름과 접힘, 가벼운 소재와 구조적 실험은 브랜드가 오랫동안 다뤄온 언어다. 옷의 실루엣은 고정되는 대신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기술은 장식보다 형태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작동해왔다. 뉴욕 매디슨 애비뉴 45번지에 문을 연 이세이 미야케의 새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러한 브랜드의 지향점을 공간 차원으로 옮긴 장소다.

© Naho Kubota
© Naho Kubota
중심에 자리한 대형 유리 계단은 공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 Naho Kubota

매장은 매디슨 애비뉴와 26번가가 만나는 코너, 뉴욕 라이프 빌딩 1층에 자리한다. 캐스 길버트 Cass Gilbert가 설계한 보자르 양식의 역사적 건물 안에 들어선 이 공간은 약 1207m² 규모의 리테일 공간으로, 뉴욕 기반 건축사무소 솔리드 오브젝티브 Solid Objectives가 설계를 맡았다. 이들은 기존 건물의 구조와 장식과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는 동시에,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스틸 같은 현대적 재료를 더해 이세이 미야케가 지닌 기술적 감각과 연결했다. 공간 중심에는 대형 유리로 제작된 투명한 계단이 놓인다. 두 개 층을 연결하는 이 계단은 매장 동선을 조직하는 핵심 요소다. 정밀하게 제작된 유리는 빛을 통과시키고, 내부의 동선을 겹쳐 보이게 한다. 세 면을 따라 배치된 큰 창은 매디슨 스퀘어 파크와 주변 건축의 풍경을 매장 안으로 확장하며, 공간을 한층 더 열린 장소로 만든다.

 솔리드 오브젝티브가 산업용 알루미늄 압출재로 설계한 가구 피스.
한쪽에 놓인 프랭크 게리의 티타늄 패널이 시선을 끈다.

뉴욕 플래그십 매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건축 때문만은 아니다. 매장 내부에는 지난해 타계한 프랭크 게리 Frank Gehry와 이세이 미야케의 오랜 우정을 상징하는 티타늄 패널이 전시되어 있다. 최근 문을 닫은 트라이베카 매장의 유리 벽 패널은 액세서리와 접힌 제품을 위한 테이블로 다시 사용되었다. 재료를 한 번 쓰고 폐기하는 대신, 다른 쓰임으로 전환하는 브랜드의 순환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매장 한쪽에는 ‘MADO’라는 이름의 갤러리 공간 또한 마련됐다. 일본어로 ‘창’을 뜻하는 이 공간은 일본 외 지역의 매장에 처음으로 조성된 갤러리다. 순환 전시와 브랜드 협업, 특별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리테일 공간 안에 갤러리를 결합한 구성은 동시대 디자이너 커뮤니티 간의 거리를 좁히고, 매장에서 출발한 교류가 브랜드가 창작자들과 관계 맺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