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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몽파르나스의 오래된 극장 자리에 새로운 판타지가 펼쳐진다. 무대처럼 연출한 공간과 곳곳에 숨겨진 극적인 디테일이 호텔을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완성한다.

예술과 서커스를 주제로 그린 대형 프로스코화가 있는 로비.

파리 14구 게테 거리에 디자이너 뱅상 다레 Vincent Darré의 손길을 거친 부티크 호텔 ‘호텔 르 마니피크 Hotel Le Magnifique’가 문을 열었다. 이 호텔은 파리의 여러 호스피탈리티 사업을 이끌어온 자크 블랑 Jacques Blanc의 구상으로 2024년 시작되었다.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넘어 좌안(Left Bank) 몽파르나스의 역사와 예술적 기운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예술적 실험실’을 표방한다. 20세기 초 파리 문화의 중심지였던 몽파르나스가 점차 우안(Right Bank)에 주도권을 내준 역사에 주목해, 이 지역의 정체성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되살리고자 한 것이다. 호텔이 들어선 자리는 1833년 설립되어 19세기와 20세기 초 몽파르나스의 명소로 자리 잡았던 극장 겸 연회장인 ‘레 밀 콜론 Les Mille Colonnes’이 있던 역사적인 장소다. 19세기부터는 대형 행사와 정치 집회가 열렸으며, 1907년부터 1930년까지는 영화관과 대중 공연장으로 활용되며 수천 명의 관객과 예술가가 모여들었다. 호텔 르 마니피크는 당시 이곳을 채우던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연극적인 공간 연출로 재해석해 곳곳에 담아냈다.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총괄한 뱅상 다레는 패션과 인테리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이너이자 대표적인 몽상가다. 스튜디오 베르소 졸업 후 펜디에서 칼 라거펠트의 보조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모스키노의 수석 디자이너와 엠마뉴엘 웅가로의 아트 디렉터를 거쳤다.

극적이고 활기찬 분위기로 꾸민 바 르 피카비아. 

2008년부터는 가구와 공간 디자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초현실주의와 바로크적 연출, 장 콕토 풍의 연극적 그래픽을 바탕으로 크리스찬 루부탱, 스키아파렐리 뷰티 살롱, 호텔 몽타나 등의 공간을 특유의 위트와 판타지로 완성해왔다. 호텔에 들어서면 입구홀에서부터 한 편의 연극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몽파르나스의 전설적인 브라스리 ‘라 쿠폴 La Coupole’을 오마주해 수작업으로 그린 대형 프레스코화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리셉션 데스크는 벼룩시장에서 수집한 빈티지 열쇠들로 장식되어 있다. 수영장은 그리스 궁전을 연상시키는 중정과 연결되고, 바닥에는 신화적 모티프의 모자이크 타일을 적용해 시각적 깊이감을 더했다. 바 이름은 20세기 아방가르드 미술을 대표하는 몽파르나스의 화가 프란시스 피카비아에서 따온 ‘르 피카비아 Le Picabia’다. 객실로 향하는 동선에도 이야기가 이어진다. 인어 모티프로 장식된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 다섯 개 층이 각각 ‘에덴동산’, ‘신화’, ‘심해’, ‘아르누보’, ‘은하수’를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총 62개 객실 내부에 들어간 가구, 조명, 세라믹 디테일은 모두 뱅상 다레가 이 호텔을 위해 직접 디자인한 요소들로 채워졌다. 프랑스 전통 장식미술의 섬세한 디테일에 다레 특유의 초현실적인 상상력을 더해, 몽파르나스가 간직한 역사적 기억을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ADD 20bis Rue de la Gaité, Paris WEB www.hotelmagnifiqueparis.com

그리스 궁전과 신화적 모티프를 담은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한 수영장.  
벽면을 드로잉으로 가득 채운 샹브르 프리빌레주 Chambre Privilè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