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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조명과 전통 섬유 등 한지와 소미사로 만든 작품으로 채운 작업실 선반.

한지를 가늘게 잘라 실을 만들고, 물레로 꼬아 다시 공간을 엮는다. 20년 넘게 한지를 탐구해온 고소미 작가는 종이라는 매개 위에 지나간 시간과 잊힌 기억을 묵묵히 레이어해나간다. 장지에 채색을 가하던 초기를 지나 한지 고유의 결, 아련한 투명함, 그리고 닥나무 섬유가 품은 유연하면서도 끈질긴 물성에 매료된 작가는 오랜 시간 하나의 재료에 파묻혀 그 가능성과 한계를 저울질해왔다. 그러다 자신의 사유와 기억이 담긴 고유한 재료가 필요해졌고, 한지를 직접 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한지를 얇게 오려 물레로 자아낸 고유의 실 ‘소미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녀에겐 실 만드는 일이 시간을 한 땀 한 땀 쌓아올리는 행위와 닮았다. 종이에서 실로, 평면에서 입체로 이어지는 궤적 속에는 지나간 시간을 현재로 불러오는 작가적 사유가 짙게 배어 있다. “실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며 공간을 엮는 재료입니다. 그 흔적은 사라진 존재를 지금, 여기로 불러오는 매개가 되죠.” 물에 부드럽게 풀어지거나 옻칠과 스며드는 한지의 포용성은 메탈사, 철 프레임, 옻칠 등의 기법과 어우러지며 점차 대형 설치작업으로 확장됐다.

 작업에 사용하는 다양한 실이 빼곡하게 들어찬 벽장.
 할머니와 어머니가 실제로 사용하던 오래된 재봉틀.

한지에 이어 주목하는 것은 한국 곳곳에 남아 있는 전통 섬유다. 어릴 적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작업실 ‘소미당’은 한지와 지역의 전통 원단을 연구하고, 이를 요즘의 생활 방식에 맞는 형태로 재해석하는 공간이다. 안동 삼베와 전주 한지, 강화도 소창처럼 고유한 질감과 제작 방식을 가진 소재를 발굴해 현대적인 제품으로 선보이는 한편, 지역 생산자와 협업해 지속 가능한 판로를 만드는 데에도 힘을 쏟는다. 한때 기저귀 원단으로 쓰이던 강화 소창을 포근한 수건과 목욕가운으로 제작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우리 전통 원단이 참 많아요. 지켜야 할 것들은 너무 많은데 자꾸 사라져가죠.” 사라져가는 전통 소재를 박제된 유산으로 남기는 대신 지금의 일상에서 다시 쓰이게 하는 것. 소미당은 그 실험을 위한 장소이자, 한국 섬유 문화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작지만 단단한 플랫폼이다. 작품에서도 시간의 흐름은 중요한 축을 이룬다. 작가는 세월에 따라 형태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 변해가는 과정조차 작업의 일부로 담담히 받아들인다. “자연에서 오는 소재이니까 변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무너지는지, 어떻게 아름답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거죠.” 완성된 순간에 멈추지 않고 시간의 궤적을 끌어안는 태도는 개인의 기억을 넘어 삶과 존재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으로 깊어진다. 

미팅이 이루어지는 작업실 소미당 1층 공간. 한쪽에는 좌식 공간을 마련하고, 창문에는 조적 벽돌의 그리드를 연상시키는 가리개를 달았다. 
서로 다른 소재로 만든 조명을 계단 위에 걸어 연출했다. 
한지와 삼베, 모시 등 다양한 섬유 소재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고소미 작가.

스페이스톤에서 열린 개인전 <다양체 Multiplicity>에서는 들뢰즈의 ‘다양체’ 개념을 바탕으로 존재의 고유성을 공간에 풀어냈다면, 우란문화재단 단체전 <안식의 결 Texture of Rest>에서는 소미사로 지은 옷을 통해 배냇저고리에서 수의로 이어지는 삶의 순환을 보여준다. 소미사로 지은 옷 위로 붉은 선의 미디어 영상이 겹쳐지며 탄생에서 7소멸까지 이어지는 삶의 시간을 드러낸다. “관람객이 작품 안에서 자신이 지나온 흔적과 잊고 있던 존재, 기억을 조용히 떠올리기 바랍니다.” 한지가 쌓이며 만들어내는 결, 실 사이의 불완전한 틈에서 상실을 위로받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경험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한지와 실로 엮어낸 작가의 사유는 이제 국경을 넘어 더 넓은 경계로 뻗어나간다. 청주공예비엔날레 특별전으로 출발해 영국 맨체스터 휘트워스 미술관으로 이어진 <엮음과 짜임> 전시는 물론, 오는 9월 파리 메종 & 오브제 참가 등 해외 활동과 건축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종이를 찢고 실을 꼬아 공간을 엮어내는 그의 여정은, 어쩌면 사라져가는 기억과 부재한 존재를 향해 건네는 안부일지도 모른다. 시간의 흐름을 억지로 잡기보다 세월이 남긴 흔적까지 따뜻하게 끌어안는 그의 실타래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영국 맨체스터 휘트워스 미술관에서 선보인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엮음과 짜임> 중  ‘한 사람의 사람들, 연속’. 배냇저고리부터 수의까지 옷 35벌을 행거에 걸어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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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미 작가에게 증정한 설화수 자음생크림 리치 50mL 세트. 희귀 인삼 사포닌을 6천 배 농축한 진세노믹스™가 피부 속 콜라겐을 생성 복구해 피부 자생력을 강화해준다. 윤조에센스 15mL, 자음생캡슐세럼 8mL, 자음생클렌징폼 50mL 포함. 2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