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구옥의 구조는 살리고, 짙은 초콜릿 컬러와 부드러운 디테일을 더했다. 비하우스가 완성한 오조드파파 이수진 대표의 낭만적인 집.

오래된 집에는 그곳에서 보낸 시간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쌓인다. 이태원 우사단길에 위치한 40년 된 구옥도 그랬다. 이수진 대표의 남편이 어린 시절을 보낸 본가이자, 두 사람이 처음 함께 살던 신혼집. 오랫동안 시아버님이 홀로 지내시던 집에 올해 초 가족이 다시 돌아오면서, 126㎡ 남짓한 공간은 3대가 함께 생활하는 새로운 집이 되었다. 2012년 키즈 패션 브랜드 오조드파파를 론칭한 뒤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대표로 활동해온 이수진 대표. 그에겐 이 집이 공간을 직접 만지고 가꾸는 즐거움을 처음 알게 한 곳이기도 하다. “예전에도 직접 타일을 붙이고 바닥을 깔면서 셀프 공사를 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공간을 손수 만지고 다듬는 일에 흥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리노베이션은 이전 집에서도 함께 작업한 비하우스 김지영 대표와 다시 호흡을 맞췄다. 서로의 취향과 생활방식을 잘 아는지라 방향은 명확했다. 오래된 집의 뼈대에 이국적이고 빈티지한 무드를 더하는 것. 수많은 유럽 여행과 에어비앤비, 패션 화보 촬영을 통해 축적한 이수진 대표의 취향을 집 안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 중심에는 초콜릿 컬러가 있다. “오래된 집의 분위기나 구조를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떠올린 키 컬러가 초콜릿이었죠. 짙은 브라운이 이 집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김지영 대표가 말했다. 짙은 브라운은 하부 몰딩과 문 프레임, 계단까지 이어지며 공간 전체에 묵직한 중심을 만든다. 반원 몰딩을 더해 평범한 벽과 문에도 입체감을 주고, 도장 대신 선택한 도배는 천장까지 같은 마감으로 이어 공간의 경계를 흐렸다. 생활에 필요한 수납은 최대한 감춰 시각적인 복잡함도 덜어냈다.


이 집 분위기는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현관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와야 내부 공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독특한 구조와 높은 층고를 적극 활용해,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극적인 장면이 펼쳐지도록 했다. 초콜릿 컬러의 딥 브라운 카펫을 깔아 바닥부터 컬러를 이어가고, 현관 수납장은 초콜릿처럼 올록볼록한 입체감을 가진 문으로 디자인했다. 거울을 함께 배치해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집주인을 위한 작은 포토 스폿도 만들었다. 계단을 모두 오르면 별도로 제작한 중문과 유리블록 벽면이 이어진다. 금속 프레임의 중문 안쪽에는 리넨을 넣어 은은한 질감을 더하고, 옆 벽면에는 유리블록을 배치해 안쪽 공간이 살짝 비치도록 했다.




거실은 이 집의 초콜릿 컬러가 가장 진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짙은 브라운을 바탕으로 화이트 리넨 소재의 까사알렉시스 클라우드 소파와 크림 톤 대리석 테이블을 배치해 부드러운 온도를 더했다. 벽과 천장은 하나의 면처럼 연결되면서 공간은 한층 넓고 깊어 보인다. 거실에서 아치형 게이트를 지나면 주방이 이어진다. 다크 초콜릿의 거실과 달리 밀크 초콜릿처럼 부드러운 화이트와 버터 컬러로 한층 가볍게 풀었다. 바닥에는 작은 사각 타일을 더해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어가면서도 또 다른 표정을 만들었다. 깔끔한 외관과 달리 내부에는 대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모두 품을 수 있도록 수납을 촘촘하게 구성했다. 여기에 다이닝은 베르판 펜던트 조명과 플로티카 블랙 테이블, 웬지 컬러의 톤 체어처럼 짙은 톤의 가구를 더해 공간에 차분한 무게감을 더했다. 이처럼 오래된 집의 시간 위에 취향과 생활을 하나씩 덧입힌 곳에서, 이수진 대표는 매일의 일상마저 여행처럼 즐긴다. “매일 아침 거실로 들어서면 마치 유럽의 고즈넉한 에어비앤비로 여행 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굳이 밖으로 나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네요.” 40년 된 구옥은 그렇게 가족의 일상과 취향이 켜켜이 쌓이는, 이수진 대표만의 홈 스튜디오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