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을 아끼는 7인이 기억에 남은 최고의 휴가지를 소개했다. 행복했던 순간을 추억하며 보내온 경험담과 사진에 그때의 감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위스
대학생 때 캠핑 마스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남편의 제안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남편의 눈과 마음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캠핑카를 타고 천천히 여유롭게 이름도 모를 스위스의 산자락을 돌아다니며 정해진 숙소나 스케줄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캠핑카 여행을 즐겼다. 쉬고 싶으면 큰 나무 아래에 차를 대고 쉬고, 작은 마을의 카페에서 여유롭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이 캠핑카 여행의 일상이 되었다. 스위스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인터라켄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캠핑지인 마노팜 Manor Farm에서는 낮에는 툰 호수에서 카약이나 수영을, 저녁에는 알프스의 노을을 보며 하루를 낭만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폭포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맞이하는 캠핑장의 아침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가까운 알프스의 작은 마을 뮈렌 Muerren에서 남편과 함께했던 패러글라이딩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고스란히 눈과 마음에 새길 수 있었던 벅찬 순간은 지금도 얘기하곤 하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고생스러울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이 있다면 나처럼 여행의 처음과 끝을 호텔로 예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캠핑카를 반납한 독일 뮌헨에서는 호텔 베이에리셔 호프 Bayerischer Hof에서 묵으며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풀 수 있었다. 쥬트 대표 신유미

생 말로
프랑스 북쪽 브르타뉴 지방 해안가 도시 생 말로 Saint-malo. 생 말로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큰 긴 해변과 거센 바람, 하루에 서너 번씩 바뀌는 변화무쌍한 날씨가 특징이고 선 굵은 경관과 더불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움과 울적함이 공존하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생 말로 해변 끝에 있는 구시가지는 생 뱅상 성당 등의 관광지와 각종 상점, 레스토랑 등으로 빼곡한데 중세 도시의 모습과 현대 문명이 어우러져 있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생 말로는 크레페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크레페와는 시드르라는 사과 주스가 짝꿍인데 나는 스파클링 와인과 함께 먹곤 했다. 몽 생 미셸은 수도원으로 사용되었을 때 외부와 단절되어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수도사들이 바다로 투신 자살했다는 슬픈 관광지다. 그래서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양식이 어우러진 수도원에 다다르면 아름답고도 처연한 고독함이 느껴진다. 북쪽 바닷길 너머에 이렇게 아름다운 성당과 수도원이 있다는 느닷없음이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몽 생 미셸은 근처에서 방목하는 양들로 만든 양고기 요리가 유명하다. 여행 책에서 보고 찾아간 르 프레 살리 Le pre sale 라는 식당이 꽤 만족스러웠다. 생 말로는 한적했고, 그래서 최고의 휴가지였다. 지금도 그곳을 떠올리면 쓸데없이 해변을 어슬렁거리던 내 모습이 아직 그 장면 속에 있다. 스타일리스트 홍희수

이비자 섬
작년 메종&오브제 전시를 끝내고 서울로 바로 들어가자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근처의 작은 섬 이비자에 들렀다. 파리에서 라이언에어, 이지젯 등 유럽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2시간 만에 스페인의 이비자 섬에 도착한다. 20대의 클러버들이 북적대는 파티의 섬이자 유럽인들의 바캉스 선호도 1위를 자랑하는 힐링의 섬이다. 이비자 섬은 서울 면적과 비슷한 크기지만 13만 명의 적은 인구가 살기 때문에 낮에는 유독 평화롭다. 하지만 밤이 되면 클럽을 즐기는 이들로 시끌벅적한 풍경이 연출돼 이중적인 면모를 만끽할 수 있는 휴양지이다. 산 안토니 근처에는 칼라 콤테 Cala Compte, 칼라 타리다 Cala Tarida 등 지중해 최고의 해변이 있으며 이비자 섬 남부의 포멘테라 섬으로 이동하면 인적이 드문 해변에서 자유롭게 태닝을 할 수 있는 누드 비치가 즐비하다. 동양인이 많지는 않지만 최근 파차 Pacha, 암네시아 Amnesia와 같은 세계적인 클럽이 널리 알려지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암네시아 클럽의 거품 파티는 현란한 레이저쇼와 함께 머리까지 차오르는 거품으로 광란의 밤을 보낼 수 있는 파티다. 젊음과 열정,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이비자 섬. 유럽을 떠올리면 이제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디자이너 김승욱

안시
프랑스에서 머문 3년 내내 여름마다 찾았던 곳이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안시 Annecy다. 알프스 산맥에서부터 내려온 에메랄드빛의 안시 호수 앞에서 느긋하게 책도 보고, 바캉스를 온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행복했다. 유난히 바다를 싫어해서 여름에도 도시를 찾아 떠났던 나에게 끝없이 펼쳐지는 안시의 호수는 충격이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에메랄드빛의 깨끗한 물에서 처음 수영을 했던 경험도! 처음에는 수영하는 것도 모자라 보트를 타고 호수 중간까지 가서 다이빙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호수의 끝이라고 여겨지는 곳에 알프스 산맥이 있으니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물과 나를 친해지게 한 안시의 호수. 호수 곳곳에서 멋진 몸으로 신나게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호사까지 누릴 수 있었다. 밤에는 모두들 와인을 가지고 호수 근처로 나와 게릴라 파티를 하기도 하고, 별이 수없이 떠 있는 밤하늘을 보며 호수 옆에 누워 있기도 했다. 아침에 열리는 시장에서 프랑스 식재료를 탐방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어린아이처럼 매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시 호숫가로 향하는 하루가 계속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는 르 글라시에 데잘프 Le Glacier Des Alpes. 또 이곳에서 사랑을 약속하면 영원하다는 퐁 데 아무르 Pont des Amour는 한여름의 로맨틱한 감정을 절정에 이르게 한다. 플로리스트 박소희

유카탄 반도
칸쿤이 위치한 유카탄 반도는 정말 맑은 하늘의 색깔을 담은 해변을 따라 위치한 곳이다. 가로수는 대부분 오렌지나무와 레몬나무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습도도 높지 않아 날씨도 선선하고 쾌적한데다 곳곳에 마야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유적을 돌아다니는 코스도 다양하다. 유카탄 반도에는 밀림이나 세노테(해수 동굴)가 있어서 체험 프로그램도 많고, 신기한 체험 행사도 많아서 즐길 거리가 많다. 리조트에서 쉬다가 심심해지면 나와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여행 취향이 다른 이들이 함께 가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바다는 너무 차갑지도 않고, 스노쿨링이나 스쿠버다이빙을 할 만큼 산호초가 가득한 카리브 해가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먹거리도 풍성하다. 신선한 해물 요리와 더불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타코, 부리토, 퀘사디아를 비롯한 현지 음식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뜨거운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고 세비체와 같은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멋진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으로 눈이 즐거운 유카탄 반도. 물론 가기 위해서는 경유를 해야 하고 12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가보지 않으면 후회할 만한 곳이다. 큐레이터 변지혜

샌프란시스코
2007년 처음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고 이후 1~2년에 한 번씩은 꼭 찾아가고 있다. 작년에는 6개월의 긴 휴가를 보내기도 했던 곳이다. 1년 내내 따뜻하고 사람들은 날씨만큼이나 다정하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미션 디스트릭트와 가스트로 사이에 있는 돌로리스 파크 주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돌로리스 파크의 주말은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로 항상 붐비며 여행자도 금방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평화롭고 달콤한 분위기다. 돌로리스 파크 아래로 늘어선 나무와 예쁜 단독주택을 따라 걸으면 스타일리시한 카페와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발렌시아 스트리트가 나온다. 바이라이트 아이스크림, 핸드메이드 샌드위치와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바이라이트 마켓과 피자 델피나, 그리고 그중 단연 으뜸은 타르틴 베이커리다. 이곳의 초콜릿 크루아상은 허핑턴포스트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음식 25가지’에 뽑혔을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천국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벽화와 세련된 인테리어 숍이 즐비한 미션 디스트릭트와 길거리 노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발렌시아 스트리트. 올해에도 나는 샌프란시스코로 떠날 예정이다. 에이치픽스 홍보 팀장 김근화

미얀마
건축가이기 때문에 일에 의해 또는 일을 위한 여행을 많이 다니게 된다. 내겐 이런 여행이 휴가다. 미얀마는 오래전부터 불교의 나라고 그런 종교적인 색채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가장 자주 가는 곳은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에 있는 쉐다곤 파고다 Shwedagon Pagoda 주변이다. 아직도 미얀마 사람들은 태어나면 일생에 며칠간 수도승의 경험을 하고 집 근처의 크고 작은 파고다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 근엄하고 위엄 있는 불상이 아니라 다양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친근하게 다가온다. 쉐다곤 파고다는 거대한 금탑으로1540년대에 건립됐는데 가능한 한 높게 쌓으려고 많은 양의 흙을 퍼오다 보니 옆에 호수가 생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높이 120m. 가장 윗부분이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로 장식돼 화려하며 주위에 작은 파고다와 불상이 모여 있어 장관을 이룬다. 옛날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지만 최근 규제가 완화돼 높은 건물들이 마구 지어지고 있다. 저녁 해가 지기 전 쉐다곤 파고다에 가서 해가 지고 나서까지 몇 시간 동안 있으면 역사적인 문화의 깊이와 도시의 변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옛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특히 불교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경건한 휴가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주도 함께 돌아본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듯하다. 건축가 박창현 에디터 신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