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의 1인자 클라우디오 루티는 젤리스 패밀리를 선보이며 가볍고 견고한 플라스틱 소재의 테이블웨어를 당당히 식탁 위의 1인자로 등극시켰다. 소재의 한계를 초월한 화려함, 다른 소재와의 뛰어난 융화로 차려진 식탁을 만나러 그의 자택으로 들어갔다.
↑ 플라스틱 소재의 테이블웨어 젤리스 패밀리를 주인공으로 필립 스탁의 촛대 등 카르텔 제품으로꾸민 클라우디오 루티의 식탁.
인테리어는 꿈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요구한다. 명망 높은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삶으로 끌어오고 싶은 욕망과 통장 잔액이라는 대차대조표를 앞에 두고 갈림길에 서게 되니까. TV 채널 바꾸듯 쉽게 바꿀 수 없고 내 삶과 얼마간은 병립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고민과 고뇌 사이에서 갈등할 때 카르텔 Kartell은 과감한 대안이자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가라앉은 실내를 가볍게 띄우고 무채색의 밋밋한 공간을 생기로 채우기 위해 통장 잔고까지 고민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냐는 듯. 그 가운데 카르텔의 대표인 클라우디오 루티 Claudio Luti가 있다. 베르사체의 대표를 역임했던 그는 패션처럼 트렌드의 변화에 부응하면서 인테리어 아이템다운 내구성을 추구하겠다는 소명 아래 1988년부터 카르텔을 이끌어오고 있는데 최근 선보인 젤리스 패밀리 Jellies Family 라인을 통해 클래식과 고전의 무게감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아름답고 자유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가벼운 모임에서 연회까지 제 몫을 다할 젤리스 패밀리는 카르텔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테이블웨어로 2014 살로네 델 모빌레를 통해 예고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테이블웨어의 실질적인 쓰임새에 대해 직언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다비데 올다니 Davide Oldani, 크락코 Cracco, 안드레아 베르톤 Andrea Berton과 같은 스타 셰프 군단도 등용되었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이 프로젝트를 선두에서 지휘하며 아름다움과 섬세함, 견고함을 황금 비율로 녹여냈다.
“이건 한 발짝만 나아간 게 아닙니다.” 클라우디오 루티는 설명했다. “우리는 앞으로 더 나아갈 계획입니다.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셰프가 원하는 기능적인 측면을 한데 모아서 말이죠. 최고급 품질의 식탁을 창조해 나간다는 목표를 고수하면서요.” 젤리스 패밀리에 이미 새로운 디자인이 추가될 예정인데 특히 플레이팅에 열정을 쏟아붓는 셰프 다비데 올다니가 디자인한 식기 라인은 그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디오 D’O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젤리스 패밀리는 다양한 쓰임새로 오픈 파티가 됐건, 형형색색의 음식이 놓인 뷔페가 됐건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울린다. “이 식기들은 테이블 위의 주인공입니다. 2인자는 아니죠.” 특히 고급스러운 냅킨, 우아하게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커트러리, 금장 촛대와 함께 놓인다면 그날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카르텔 인 타볼라 Kartell In Tavola 라인의 젤리스 패밀리. 물컵, 와인잔, 각기 다른 크기의 그릇들은 네 가지 컬러로 구성되어 있다.
↑ 카르텔의 회장인 클라우디오 루티와 부인인 마리아 카스텔리 루티.
INTERVIEW 아름다운 융통성
카르텔에 대한 당신의 자부심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요? 1988년, 카르텔을 인수했을 때 저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회사와 만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술적인 노하우, 소재에 사용된 최첨단 과학, 디자인 프로젝트,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및 예술가와의 협업을 거듭해온 회사였죠. 그래서 카르텔의 잠재성만큼 브랜드 가치 또한 믿었습니다. 카르텔의 제품은 디자인, 과학, 혁신, 기능, 미적 우수함 등 이 다섯 가지의 조합으로 탄생됩니다. 전 제가 패션계에서 쌓은 경험을 고스란히 카르텔에 가지고 왔어요. 인테리어 디자인 제품은 견고하면서 기능적이어야 하지만 패션 아이템은 그 시즌만 잘 살아남으면 된다는 차이점을 인지하면서 말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행운이었던 필립 스탁, 안토니오 치테리오, 페루치오 라비아니, 피에로 리소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 덕분에 미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발전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합니다. 지난 25년에 걸친 연구 덕에 플라스틱은 공업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소재로 거듭났고 그 결과, 카르텔의 가격 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게 되었죠.
오랜 장인 정신과 미적인 완벽함 등을 근간으로 하는 이탈리아 브랜드가 많습니다. 카르텔이 여전히 건재한 이유도 이와 비슷한가요? 카르텔은 공업적인 제조 공정을 따릅니다. 첨단 소재에 대한 연구와 제작 공정을 진행함에 있어 미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당연합니다.
카르텔은 젊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적정한 가격에 말입니다. 이것은 당신의 철학이자 신념입니까? 우리의 철학은 소재에 대한 연구와 함께 제작 공정의 최적화, 기술혁신을 계속해 나가는 것입니다. 카르텔과 같은 회사 뒤에는 모험과 투자라는 요소가 잠재하기 마련입니다. 카르텔의 노하우와 디자인 덕택에 우리는 65년에 걸친 역사를 쓸 수 있었고 앞으로도 진정한 디자인 아이콘인 동시에 평생 쓸 수 있는 제품을 시장에 제안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새로이 선보인 젤리스 패밀리는 카르텔이 보여주었던 화려함을 극대화한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식 화려함의 절정이랄까요. 당신은 젤리스 패밀리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습니까? 젤리스 패밀리는 피크닉,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점심 식사, 격식을 차린 저녁 식사 등 어떤 다양한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만능 컬렉션입니다. 이 컬렉션에 사용된 메탈크릴 소재는 극도로 기능적이면서도 매우 화려하죠. 게다가 가볍고 세련된 색상이 다른 소재의 제품과 조화롭게 어울립니다. 심지어 전통적인 은 제품과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과감한 스타일링을 온전히 소비자의 자유에 맡긴다는 점 때문에 이 컬렉션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르텔은 2015 메종&오브제를 통해 홈 프래그런스 라인을 새로이 선보였습니다. 디퓨저, 향초 등 홈 프래그런스 제품의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시점이라 한국에서의 반응이 매우 기대됩니다. 가구, 소품 위주였던 카르텔에서 홈 프래그런스 라인을 선보이는 이유가 있을까요? 다른 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카르텔 프래그런시스 Kartell Fragrances가 성공을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향수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감성의 핵심을 찾아가는 디자인 프로젝트의 변형이므로 우리는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 속에는 개인의 기억과 감정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이러한 의미가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국적기업 가운데 한식을 위한 테이블웨어를 선보이는 브랜드도 있는데 혹시 그 나라의 식문화에 따라 디자인이 변용될 가능성도 있나요? 우리 제품은 시리즈로 제작되어 140여 국가에 공급하는 기성품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식문화만을 의식할 수는 없습니다. 단 카르텔 제품은 각기 다른 문화에서도 자유롭게 그 나름의 방식대로 해석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호환성 덕분에 카르텔 제품은 어떤 식문화에도 어울립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테이블과 그것을 완성시키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저는 생기 있고 우아한 테이블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 와이프는 항상 입이 떡 벌어지는 멋진 꽃꽂이로 테이블을 장식합니다. 저는 간단한 점심 테이블이라도 제대로 차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점심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일종의 미적인 경험이기 때문이죠.
글 편집장 노은아 · 마리나 모레티 Marina Moretti | 포토그래퍼 알레산드라 이얀니엘로 Alessandra Ianniello(리빙 인사이드 Living In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