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방에 둘 의자 구매에 빠져 있다. 3년 전 식탁 의자를 산 뒤로 의자를 구입한 기억이 없다.
그만큼 오래되고 신중한 고민이었다. 후보들은 많았다. 앉아서 일을 하려면 자세교정 의자를 사야 할까? 조금 불편해도 디자인이 한껏 강조된 의자를 살까? 그냥 등받이가 없는 스툴을 사서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쓸까?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마음을 확고하게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임스: 더 아키텍트 앤 더 페인터>라는 다큐멘터리였는데 찰스&레이 임스 부부와 그들이 미국 산업디자인에 끼친 영향을 다루고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찰스와 레이가 거의 동등한 입장에서 일을 진행했지만, 당시만 해도 여성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기에(특히 뛰어난 여성에 대해서는 더 가혹했다) 언제나 찰스가 주인공으로 비춰지곤 했다는 점이다. 그는 아내가 얼마나 뛰어난 화가이자 디자이너인지 늘 어필했지만 방송과 언론은 그저 ‘내조’로 치부했다. 하지만 외부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들 부부는 꽤 오랜 시간 행복하고 즐겁게 디자인 작업을 함께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나의 의자 후보 1순위는 ‘임스 사이드 셸 체어 Eames Side Shell Chair’가 됐다. 카피 제품이 정말 많기도 한 임스 사이드 셸 체어는 쌓아서 보관할 수도 있고 빈티지의 경우 최근 리프로덕트 제품에서 볼 수 없는 빛바랜 듯한 컬러가 일품이다. 작년 한남동 컬렉트에서 촬영한 사진을 주섬주섬 찾아보았다. 너무 흔하다는 생각에 후보에서 밀렸던 의자인데, 임스 부부의 디자인 스토리를 보고 나니 진품 빈티지 의자로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임스 하우스처럼 멋진 집을 짓고 싶다는 마음까지 담아 나의 의자로 낙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