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토의 고장인 강원도 양구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부부 공예가 김덕호, 이인화 작가를 만났다.
순수함과 정직함을 상징하는 하얀 흙에 매료된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며 빚어낸 백자에는 직관적인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강원도 양구는 박수근 화백의 고향이자 조선 왕실 도자의 주요 재료인 백토의 고장으로 박수근미술관과 양구백자박물관 백자연구소가 위치해 있다. 김덕호, 이인화 공예가가 이곳 양구에 둥지를 튼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양구와 인연을 맺은 건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부부는 캠퍼스 커플이었다. 졸업 이후 여느 대학원생들처럼 서울에 작업실을 마련해 작업에 몰두하던 중 서울대학교와 MOU를 채결해 운영되고 있는 백자연구소를 알게 되었고 연구소의 연구원이자 레지던시 작가를 겸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두 지역을 오가는 생활을 약 5년간 이어갔다.
“사실 공예가들이 재료의 원상태를 보는 것은 극히 드물어요. 보통 비닐에 패킹한 정제된 흙을 접하기 마련인데, 연구소에서 자연 그대로의 백토를 가지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백토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된 것 같아요.” 부부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서울과 양구를 오가는 생활을 하던 부부가 양구에 직접 집을 짓고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몇 해 전 예술가들을 영입하기 위한 정책으로 양구군에서 박수근미술관 부지에 예술인촌 명목으로 부지를 조성했고,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작가를 대상으로 좋은 조건에 필지를 분양한 것.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기도 하거니와 저희는 젊은 작가에 속해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덜컥 통과한 거죠(웃음). 저희 옆집으로는 박수근 화백 후손들의 작업실이 있고, 위 부지에는 서예 작가님, 동양화 작가님, 조각가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살고 계세요.” 이인화 작가가 설명했다.
도심에서의 생활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환경에서 누구보다 작품에 몰두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따로 또 같이 각자의 특성을 살린 작업을 하고 있다. 이인화 작가는 백자만이 갖는 투광성을 극대화한 작업을 선보인다. 기물을 만든 다음 물레에 올려 기벽의 일부를 극도로 얇게 깎아 백자토의 투광성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잘못 두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예민한 과정이에요. 옛날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창가에 걸려 있는 조각보에 그림자가 지면서 더욱 진해지는 패턴을 표현했어요. 아침에는 해가 집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요. 그러면 백자 안에도 해가 담기거든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빛이 제 작업을 비추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루를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어요.”
이인화 작가가 외부 환경의 변화가 완성된 작품에 미치는 다채로움에 흥미로움을 느낀다면, 남편 김덕호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변화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그는 도예의 전통 기법 중 하나인 열리기법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서로 다른 색상의 점토를 마치 페이스트리를 층층이 쌓아올리듯 겹친 덩어리를 물레에서 돌리며 다양한 문양을 만들어낸다. 무수한 실험을 거쳐 특정 패턴을 만들어내지만, 우연적으로 탄생하는 부분도 있기에 그 재미가 쏠쏠하다. “작업 과정에 있어 변하고 흘러가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정말 흥미로워요.” 김덕호, 이인화 작가는 서로 사랑하며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의심의 여지 없이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동료다. 앞으로 이들 부부가 백자를 통해 전할 아름다움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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