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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파인다이닝 셰프들의
세컨 다이닝 공간 세 곳.

버터 먹물 카펠리니
브란지노
앤다이브 샐러드
한우 타르타르

생면의 즐거움, 도우룸 광화문
서래마을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아티잔 생면 파스타 레스토랑 도우룸이 지난 8월 광화문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세종대로를 따라 창 너머로 청와대와 세종대왕 동상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를 자랑하지만, 주말 낮에는 시위 행렬로 다소 복잡한 풍경이 펼쳐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메뉴 중 선택한 건 디너 쉐어 코스. 2인 기준 15만원으로 스타터 2개, 파스타 2개, 메인 1개에 티라미수와 커피까지 포함돼 있어 합리적이다. 몇몇 메뉴는 추가 금액이 붙지만, 단품보다 다양한 맛을 경험하기에 좋은 구성이다. 스타터는 앤다이브 샐러드. 샴페인 비네거로 버무린 앤다이브에 비건 캐슈넛 퓨레가 곁들여져 상큼하면서도 고소했다. 이어 나온 한우 홍두깨 타르타르는 신선했지만 마늘 향이 생각보다 강해 호불호가 갈릴 듯했다. 파스타에서는 도우룸의 진가가 드러난다. 시그니처인 버터 먹물 카펠리니는 버터와 오징어 먹물이 조화를 이루며, 얇은 면발이 담백하게 받쳐준다. 의외로 느끼하지 않고 깔끔해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반대로 부카티니 아마트리치아나는 두툼한 면발에 매콤한 소스가 더해져 느끼한 요리 사이에 훌륭한 리프레시가 됐다. 메인으로 맛본 농어 브란지노는 담백한 풍미가 살아 있어 화이트 와인과 특히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도우룸 광화문점은 한층 넓어진 공간에 프라이빗 다이닝룸을 갖추며 격을 높였지만, 본질은 여전히 ‘완숙한 생면 파스타의 정수’에 있다. 조금 한가로운 평일 낮,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캐주얼하게 즐기기 좋은 식사 공간으로 추천하고 싶다.
INSTAGRAM @doughroom_gwanghwamun

레몬버터 살시챠 & 노른자 파파델레
이베리코 스테이크

또 다른 진심, 에그앤플라워
해방촌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소울의 계단을 오르면 좀 더 캐주얼한 분위기의 에그앤플라워가 자리한다. 소울의 김희은, 윤대현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생면 파스타의 기본 재료인 달걀과 밀가루를 상호명으로 내건 자가 제면 파스타 레스토랑이다. 소울이 한식에서 출발한 정제된 요리를 선보인다면, 에그앤플라워는 한결 부담 없는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의 맛이나 품질이 부족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저녁 시간에 주문한 ‘디너 시그니처 2인 세트’에는 뵈브클리코 샴페인 2잔, 시저 샐러드와 부르스케타, 파스타 2종과 이베리코 스테이크가 포함되어 있다.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을 가진 시저 샐러드엔 곱창김의 풍미가 더해져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고,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를 올린 브루스게타 바게트는 선드라이 토마토와 좋은 조화를 이루었다. 파스타로는 홍새우&먹물 카펠리니와 레몬버터 살시챠 & 노른자 파파델레를 주문했다. 버터 소스를 베이스로 한 파파델레엔 레몬의 산미와 허브의 풍미가 가미되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주었다. 홍새우&먹물 카펠리니는 소스에서 배어나오는 갑각류의 눅진한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새우는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에서 눈 녹듯 사라졌다. 약간 단맛이 나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밸런스를 이루었다. 마지막으로 직접 만든 겨자씨 피클과 함께 서빙된 이베리코 스테이크까지 완벽한 맛을 갖추었다. 접객 또한 훌륭했다. 메뉴가 나오는 텀이 적당하다고 느꼈음에도, 카펠리니 파스타의 새우가 오버쿡되어 다시 준비해야 했다는 설명과 함께 트러플 프라이를 제공해주었다. 탁 트인 남산 타워 전망을 볼 수 있는 실내 테라스 자리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빠른 예약을 추천한다.
INSTAGRAM @eggnflour_pasta

몬타나라
라비올리

캐주얼한 이탤리언 한 접시, 파티나
지난겨울, 아라리오 공간 사옥에 페리지의 세컨 레스토랑 파티나가 문을 열었다. 파스타 면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페리지의 코스를 좀 더 가볍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이탤리언 단품 요리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먼저 통창 너머로 펼쳐진 창덕궁 뷰가 반긴다. 공간의 삼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전채 요리로는 나폴리식 튀긴 피자 몬타나라를 주문했다. 부드러운 스트라치텔라 치즈 위에 바삭하게 튀긴 조각이 올라가 있고, 속에는 리코타 치즈와 진한 토마토 소스가 들어 있다. 함께 나온 방울토마토와 바질을 곁들여 먹으면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생각보다 쫄깃한 식감과 부드러운 치즈가 조화로워 만족스러웠다. 메인 요리로는 라비올리와 스모크 링귀니를 추천해주었다. 초당 옥수수를 넣어 만든 라비올리 위에는 바질과 오이고추가 얹혀 있다. 씹으면 옥수수의 달콤한 식감과 부드러운 크림이 터져 나오는 맛있는 요리인데, 메인 요리라기보다는 디저트에 가까운 달콤함이 느껴졌다. 함께 주문한 스모크 링귀니는 훈연 레지아노 치즈가 사용되었고, 피시 소스와 라임으로 느끼함을 잡았다. 훈연 향은 크림과 함께 즐길 때 더욱 풍부하게 느껴지며, 쫄깃한 면뿐 아니라 크림까지 싹싹 비우게 만든다. 계절마다 다른 창덕궁 뷰처럼, 파티나의 또 다른 맛을 즐기기 위해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INSTAGRAM @patina.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