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에서 양념의 역할이 중요하듯이 서양 음식에서도 허브와 스파이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은 한국 음식에서는 갖은양념으로 여러 다른 양념들의 맛이 서로 어우러지는데 비해 서양 음식의 허브와 스파이스는 하나하나의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급적 종류와 양을 지키는 게 좋다는 것. 허브와 스파이스는 식재료 중에서 주재료가 아닌 풍미(Flavour)와 향취(Scent)를 음식에 더하기 위해 사용하는 식물을 말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요리 라타투이(Ratatouile)를 요리할 때, 주재료 채소는 주키니, 가지, 당근, 양파 등이지만 이외에도 맛과 향을 더하기 위해 들어가는 오레가노나 마조람 등이 바로 스파이스다. 그럼 허브와 스파이스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그 식물에서 잎을 사용하나 오레가노, 타임 같은 것들은 허브, 커민이나 블랙 페퍼, 카다멈 같은 것들은 스파이스라고 한다. 또한 같은 식물에서 나와도 생잎 부분을 사용할 때는 ‘실란트로 Cilantro’라고 하지만 씨 부분을 코리앤더 ‘Coriander’라고 한다. 허브의 경우는 프레시한 잎을 쓰지만, 장기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스파이스로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활용도가 훨씬 높은 대표적인 스파이스에 대해 알아보자. 스파이스도 무한정 보관이 가능한 건 아니고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서 제대로 밀봉해서 보관하면 6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보관할 수 있다. 가루로 빻지 않은 ‘통스파이스 Whole Spice’는 냉동 보관하면 몇 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
딜 시드(Dill Seed)
빵, 감자, 생선, 조개 요리에 사용하는 스파이스로, 스칸디나비아에서 인기 있는 향신료이다. 프랑스인들이 특히 좋아하며 케이크나 페이스트리를 만들 때 사용한다. 또한 채소 피클을 만들 때나 생선, 치킨, 돼지고기를 마리네이드 할 때, 누에콩, 찐 렌즈콩 등 요리에 두루 사용한다
시나몬(Cinnamon)
서양 요리에서 3대 향신료의 하나인 시나몬(계피)은 스리랑카 원산 녹나무과에 속하는 계피 나무의 속 껍질을 말린 것으로 달콤하고 풍부한 향이 있고 생강과 함께 화채, 푸딩, 도넛, 빵, 콜라, 아이스크림 등에 사용한다. 양고기 타진과 같은 모로코 요리에도 쓰인다.
너트메그 Nutmeg
인도네시아 원산의 상록수 열매의 씨앗으로 달거나 매운 음식에 모두 잘 어울린다. 달걀 요리와 베이킹, 햄, 생선 요리, 심지어 에그노이아 멀링 와인 등의 음료를 만들 때에도 널리 쓰이니 요리에 관심 있는 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스파이스다. 서양에서는 귀중하게 여긴 향신료이며 동양에서는 ‘육두구’라 한약재로 사용한다. 육류, 생선의 비린내를 없어주고 닭고기, 버섯, 시금치, 수프 등의 요리에도 넣는다.
클로브 Clove
정향이라 부르는 클로브는 정향나무의 꽃봉오리를 말린 것으로 강한 향과 맛이 있어 소량씩 사용한다. 어니언 피케(Onion Pique)로 만들어 베샤멜 소스, 스톡에 쓰고 사슴이나 멧돼지와 같은 누린내가 나는 고기 요리에 많이 쓰인다. 베트남 쌀국수의 육수를 만들 때에도 넣는다
페퍼 Paper
‘스파이스의 황제’라 불리는 후추, 검은 후추는 덩굴에서 얻은 덜 익은 열매이고, 완전히, 익었을 때는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으로 통후추를 만든다. 통후추는 돼지고기조림, 소시지 등의 육가공 요리와 피클에 사용하고 분말인 후춧가루는 요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향신료이다. 완전히 익은 붉은색 열매를 말려 외피를 벗겨 만든 것이 흰 후추로, 검은 후추보다 덜 매워 생선 요리의 색을 살릴 때 사용한다. 요리를 할 때 흰 후추를 요긴하게 사용하면 한층 깔끔한 모양새를 낼 수 있다.
큐민 Cumin
미나리와 식물인 큐민의 씨를 이용해 만드는 스파이스, 양고기 요리에 주로 사용하며 밀을 부숴 찐 후 매운 고기와 채소, 이집트 콩과 건포도를 함께 먹는 북부 아프리카 음식 쿠스쿠스에 사용하는 중요한 재료이다. 또한 고기와 치즈의 향을 내는 데 사용한다. 스페인에서는 사프란, 시나몬과 함께 찜 요리에 사용하고 미국 텍사스에서는 칠리 콘 카르네에 사용한다.
터머릭 Turmeric
강황이라고도 하는 터머릭은 생강과 매우 비슷하게 뿌리에서 열린 열매를 얻는다. 갓 만든 터머릭은 꽤 향기가 있고 신선한 후추 향과 자극적인 맛을 가진다. 터머릭은 커리에 필수적인 재료이고 밥을 볶을 때에도 종종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