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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에 띄는 노르딕 다이닝 세 곳을 다녀왔다.

겨울이 긴 나라로부터, 만가타

스웨덴의 추위는 전통적으로 고기를 아껴 쓰는 요리 문화를 만들어냈다. 미트볼은 그 전형적인 음식으로 질긴 부위나 자투리 고기를 활용할 수도 있고, 빵가루나 양파 등의 재료와 섞으면 양도 늘릴 수 있어 스웨덴 가정식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케아 매장에서 연간 수억 개가 팔린다는 미트볼이 한국에서도 인기인 것은 마찬가지. 국제갤러리 뒤편, 카페 블루보틀 삼청 바로 옆 고즈넉한 한옥에 자리한 만가타는 스웨덴어로 ‘호수에 반사된 달빛 줄기’를 뜻한다. 김도형 셰프가 이끄는 이곳에서도 클래식한 스웨디시 미트볼, 쉣불라르를 맛볼 수 있다. 캐러멜라이징한 양파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뭉쳐 미디엄 웰던으로 구워내며, 체리우드 칩으로 훈연해 폭신하고 부드러운 감자 폼을 곁들인다. 여기에 페르시아 오이와 링곤베리로 만든 두 가지 피클이 함께 나오는데, 미트볼과 감자 폼, 피클을 한국의 삼합 혹은 보쌈처럼 한입에 조합해 먹는 것이 스웨덴의 전통 방식이다. 또 다른 대표 메뉴인 앙카 오리 리조또는 봉화 오리를 사용하는데 겉면에 보리가루를 묻혀 구워 바삭한 껍질 식감을 살렸고, 오리 스테이크 아래 깔린 느타리버섯과 리조또는 오리 기름 덕분에 은은한 산미가 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허브가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끝까지 즐길 수 있다. 스뫼르고스보르드는 이름은 낯설지만 음식만큼은 익숙한 오픈 샌드위치 형태의 메뉴다. 오렌지에 염장한 연어, 스웨덴식 새우 샐러드인 스카겐뢰라, 김 퓨레와 새콤한 소스를 얹은 홍합까지 세 가지 요리가 제공되며, 이와 함께 나오는 호밀칩이나 빵에 올려 먹으면 된다. 한식, 중식, 양식으로 대표되는 외식 메뉴가 다소 지겹다면, 북유럽 식탁은 충분히 생경한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 INSTAGRAM @kdh_mangata 

스웨디시 미트볼과 스뫼르고스보르드.

앙카 오리 리조또.

북유럽의 발효, 솔른 서울

효창공원 인근에 자리한 솔른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더 페스카테리언, 마브앤벤 등에서 경험을 쌓은 황형선 셰프가 오픈한 노르딕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덴마크어로 ‘태양’을 뜻하는 솔른 Solen은 해외에서 ‘써니’라 불리던 셰프의 이름에서 따왔다. 겨울이 긴 북유럽의 식문화답게 발효와 피클링을 중심에 두고, 한국 식재료를 노르딕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런치 테이스팅 코스는 덴마크에서 선보인 감자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알감자와 콜리플라워로 만든 얇은 칩 위에 관자 세비체를 올린 관자로 시작한다. 가장 인상적인 메뉴는 시그니처인 단새우. 달마새우에 사과와 리치를 더하고, 사과 주스와 파슬리 오일 드레싱으로 맑고 산뜻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지는 오징어 요리는 조리 방식부터 눈길을 끈다. 오징어를 갈아 평평하게 성형한 뒤 수비드로 조리해 예상과 전혀 다른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오징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편이라 아쉬웠다. 속에는 파프리카 피클과 하리사를 채워 은은한 매콤함을 더했는데, 오징어 자체의 풍미보다는 피클과 향신료의 개성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다. 메인은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오리 뼈와 와인을 졸인 덕 주에 비트와 체리, 다크 초콜릿을 활용한 몰레 소스를 곁들였다. 조합은 흥미로웠지만 소스 맛이 꽤 진해 오리보다 존재감이 크게 느껴졌다. 디저트는 분위기를 산뜻하게 전환한다. 태양을 형상화한 튀일을 올린 타임은 솔른이라는 이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한 메뉴다. 아몬드 화이트 초콜릿 크림 위에 천도복숭아, 타임 소르베, 블러드피치 에스푸마를 더해 시원하게 마무리한다. 덴마크 전통 디저트인 에블레스키베와 플뢰드볼러도 함께 즐길 수 있어 현지 디저트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발효, 피클링, 절제된 조리법,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심에 둔 구성은 노르딕 다이닝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다만 전반적으로 산미가 꽤 강한 편이니 이 점 참고하고 방문하면 좋겠다. INSTAGRAM @solen_restaurant

단새우.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아늑한 북유럽 집으로의 초대, 헨릭

올해 초 성수동 한적한 골목에 문을 연 헨릭은 워싱턴 D.C. 주한미국 한국대사관 출신 최현민 셰프가 운영하는 스웨덴 레스토랑이다. 프렌치 요리를 전공한 그가 스웨덴 레스토랑을 열게 된 계기는 과거 호주에서 일하던 시절의 추억이 크기 때문. 당시 스웨덴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접한 북유럽 삶의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곳에서 느낀 분위기를 한국에 재현하고자 만든 곳이 지금의 헨릭이다. 주택을 개조한 건물의 안쪽으로 들어서면 따뜻한 우드 톤으로 꾸며진 공간이 손님을 맞는다. 곳곳에 배치된 아기자기한 북유럽 소품 덕분에 친구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도 든다. 주문한 메뉴는 그라브락스 카브링, 미트볼&매시와 디저트 클라드카카. 기대 이상으로 모든 메뉴가 만족스러웠다. 매일 직접 굽는 스웨덴식 호밀빵 카브링에다 허브에 절인 연어를 올린 그라브락스 카브링은 허브와 홀스래디시의 산미가 빵의 고소함과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가장 위에 곁들인 수란은 전체적인 맛을 한층 부드럽게 감싸주며 풍성함을 더했다. 그레이비 소스와 크랜베리 잼을 곁들여 내는 미트볼 & 매시도 인상적이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미트볼은 적당히 진한 그레이비 소스와도 잘 어울렸고, 새콤한 크랜베리 잼과 함께 먹으면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곁들여진 매시드 포테이토 역시 부드럽고 크리미해 자연스럽게 손이 계속 갔다. 디저트로 주문한 클라드카카는 스웨덴식 초콜릿 케이크인데, 꾸덕하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식감이 입안에 기분 좋게 남았다. 평소 단 음식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도 부담스럽지 않은 단맛과 진한 초콜릿 풍미 덕분에 자꾸만 손이 향했다. 요리와 함께 곁들인 크로난 하이볼 은은한 스모키함이 감도는 이국적인 맛이었는데, 역시 달지 않아 좋았다.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북유럽 요리는 다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맛본 음식들은 하나같이 편안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고 싶은 좋은 식당을 발견한 듯하다.

그라브락스 카브링과 미트볼&매시.
크로난 하이볼.

클라드카카.

EDITOR | 문혜준
EDITOR | 원하영
EDITOR | 박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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