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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본연의 맛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법. ‘레스토랑 온’ 김준형 셰프는  화려한 기교 대신 절제를 선택하며, 매일 한 접시에 자신만의 프렌치를 담아낸다.

오븐에서 건조한 토마토와 자몽, 계절 과일과 채소로 완성한 시그니처 요리.

요리사 김준형. 2023년 미쉐린 영 셰프 어워드를 수상하고, 어느덧 9주년을 앞둔 레스토랑 온을 이끌고 있는 김준형 셰프의 이름 앞에 가장 자연스럽게 놓이는 수식어는 여전히 ‘요리사’다. 명함에도, 섭외를 위해 주고받은 이메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요리사란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잖아요. 제 본질적인 명칭에 대해 고민해봤을 때, 가장 담백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결국 이것이라 생각했어요.” 레스토랑 온은 그런 김준형 셰프의 담백함을 담았다. 화려한 수식보다 정확한 본질에 가까운 곳.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일에 집중하고, 재료가 지닌 맛을 가장 정직한 방식으로 전하는 클래식 프렌치를 기반으로 한 레스토랑이다.

2017년, 그가 20대 중반 나이로 시작한 이곳은 지난 3월 규모를 확장하며 새로운 터로 이전했다. 예전에는 작은 레스토랑이니 어느 정도 양해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부분들이 어느 순간 손님에게 전가되는 불편처럼 느껴졌다. 단골 손님의 피드백도 영향이 있었다. “한 고객이 ‘레스토랑 온을 좋아하는데, 접근성 때문에 지인과 함께 오기 망설여진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보통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움츠러들기 마련인데, 그때는 요리사로서 좋은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과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말씀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죠.” 그렇게 레스토랑 온은 새로운 공간에서 음식은 물론, 손님이 머무는 시간까지 한층 더 편안하게 완성해간다.

 ‘레스토랑 온’ 매장 전경.
레스토랑을 이끄는 김준형 셰프.

단정하게 정돈된 주방과 다이닝 공간.
 제철 아스파라거스, 비스크 소스를 곁들인 랍스터 요리.

이곳의 요리는 복잡한 장식이나 과도한 조합보다는 주재료의 맛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김준형 셰프의 요리가 지금의 방향을 갖게 된 데에는 재료 본연의 힘을 깨닫게 된 순간이 있었다. 미국 CIA를 졸업하고 ‘온지음’에서 실습하던 시절, 감자를 단순히 쪄서 낸 요리를 맛보고 그는 재료가 가진 힘을 새삼 실감했다. 이후 우리나라 1세대 프렌치 셰프, 서승호 셰프에게 칼질과 기본기를 2배우며 그 기준은 더욱 단단해졌다. 레스토랑 온의 접시는 넉넉한 양의 주재료를 중심에 두고, 이를 받쳐주는 제철 채소와 소스로 완성된다. 단순해 보이는 구성일수록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에 대한 판단은 더 선명해야 한다. 그 단순함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재료 상태를 읽고, 가장 적절한 조리법을 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늘의 수프’처럼 메뉴판에 특정 식재료를 고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료명을 명시하는 순간,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도 그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날 가장 좋은 재료를 가장 좋은 상태로 내기 위해 남겨둔 최소한의 여백인 셈이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는 수프다. 어린 시절 김준형 셰프가 할아버지를 따라 경양식 집에 다니며 맛본 양송이 수프에 대한 기억은 오래도록 남았다. 다이닝 코스에서 수프가 점점 낯선 요소가 된 지금도, 계절 주재료를 활용한 수프를 꾸준히 선보이는 이유다. 물론 레스토랑 온의 요리가 과거의 기억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깨 판나코타’에 들기름과 캐비아를 더하는 등, 클래식 프렌치 틀 안에 한국적인 재료를 조금씩 들이고 있다. 다만 그 기준은 분명하다.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이 아니라, 레스토랑의 결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 “예전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라인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깨나 깻잎 같은 한국적인 재료도 조금씩 써보려고 해요. 다만, 너무 작위적이지 않은 선에서요.” 프렌치 틀 안에서 한국의 재료를 억지로 드러내기보다는 필요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쓰는 것. 그 역시 김준형 셰프가 말하는 덜어냄의 방식에 가깝다.

‘캐비아를 올린 ‘깨 판나코타’.
 제철 자몽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 ‘패션후르츠 판나코타’.
 우유와 크림, 초당 옥수수로만 완성한 수프에 새우와 랍스터를 올렸다. 

레스토랑을 오래 지속하게 하는 힘에 대해 묻자 셰프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보람’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처음 요리를 시작할 무렵에는 쉽게 와닿지 않던 말이었는데, 9년 가까이 한 공간을 지켜오며 그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이전을 축하하며 와인을 건네는 손님, 좋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다시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과 식사를 마치고 다음 예약을 잡는 사람들. 그 작고 구체적인 순간이 2 3김준형 셰프를 다시 주방 앞으로 향하게 한다. 레스토랑 온의 SNS 게시물이 항상 ‘오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는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매일 되뇌는 주문이자, 손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해내겠다는 다짐이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최고라고 말하는 것도, 겸손하게만 말하는 것도 아닌 결국 최선을 다하는 일이더라고요.” ‘온(溫)’이라는 이름에는 따뜻한 공간이 되고자 하는 바람과 그 온기를 접시 위에 올리겠다(on)는 김준형 셰프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오픈 초반, 손님들이 남긴 ‘따뜻하다’, ‘편안하다’는 말에서 출발한 이름은 어느덧 그가 매일 스스로를 다잡는 기준이 되었다. 좋은 평가에 들뜨기보다 아쉬운 말 앞에서 다시 기준을 고치고, 익숙해질 법한 하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되새기는 일. 요리사 김준형이 지켜온 최선과 ‘온’이라는 이름이 품은 따뜻함은 그 담백한 반복 끝에 고요히 완성된다.

EDITOR | 문혜준
PHOTOGRAPHER |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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