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반영한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이를 기반으로 미래의 디자인을 탐색하는 덴마크 브랜드 구비를 만났다.
↑ 1 2014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마스쿨로 체어’와 ‘TS 테이블’. 2 ‘세미’ 조명과 ‘마스쿨로 체어’가 놓인 구비 본사.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는 북유럽 브랜드 중 하나인 구비 Gubi는 여타의 북유럽 브랜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풍긴다.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디자인이지만 무겁지 않다. 구비는 각종 가구 박람회장에서도 큰 부스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가구 브랜드다.
덴마크 브랜드인 구비는 미드센트리 시대인 1967년에 지금의 구비를 이끌고 있는 제이콥 구비의 부모인 구비 올슨과 리스베트 올슨에 의해 설립됐다. 처음에 올슨 부부는 그들이 디자인한 가구와 원단을 소매상에게 판매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 후 아들인 제이콥과 세바스찬은 그들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컨셉트 스토어를 열었는데 그곳에서 올슨의 아들들은 패션 아이템을 소개했다. 사실 프라다와 헬무트 랭을 덴마크에 처음 소개한 것도 이들이었다. 2001년 올슨은 구비를 가족 사업으로 전환했고, 아이콘적인 북유럽 작가들의 디자인 가구를 소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 1 황동 보디의 베스트라이트 조명. 2 ㄹ자 모양의 ‘마테고트 데달’ 선반.
↑ 1 상판이 떠 있는 듯한 ‘Y!’ 테이블. 2 올슨 부부의 ‘그랜드피아노’ 소파.
구비는 ‘그랜드피아노 소파 Grand Piano Sofa’, ‘보나파르트 의자 Bonaparte Chair’ 등 설립자인 올슨 부부가 디자인한 가구는 물론 디자이너와 건축가, 조각가들의 가구를 소개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그들 가구의 대부분이 이미 운명을 달리한 디자이너의 가구이거나 혹은 약 50년 전에 만들어진 가구라는 것이다. 현대 공간에 전혀 어색함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가구들이 이미 50년 전에 디자인된 것이라는 사실이 경이롭다. 구비는 이처럼 1930년대부터 70년대의 디자인 가구와 조명을 찾아 다시 소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구비에서 소개하는 가구들은 뉴욕의 모마 Moma와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 런던 디자인 뮤지엄, 스톡홀름의 국립박물관, 핀란드의 자연사 박물관인 악티쿰 등에 전시되기도 할 만큼 한 시대를 풍미하는 아이콘적인 것들이다. 이처럼 구비의 제품은 과거의 한순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 예로 조명 컬렉션 중 하나인 ‘베스트라이트 Bestlite’는 디자이너 로버트 두들리 베스트에 의해 1930년대에 처음으로 제작된 조명 시리즈다(윈스턴 처칠 역시 베스트라이트의 애호가이기도 했다). 구비는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베스트라이트의 조명을 13개의 컬렉션으로 재조명함으로써 고전적인 아이콘을 계승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콤플로트 디자인 Komplot Design이나 감 프라테 GamFratesi처럼 신진 디자인 그룹과의 컬래버레이션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와의 작업이 다소 위험성을 안고 있긴 하지만 구비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입지를 계속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신진 디자이너와의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그들의 작품이 곧 클래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3D 베니어 의자이자 모마의 영구 소장품이기도 한 ‘구비 체어 The Gubi Chair’와 클래식하지만 현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마스쿨로 Masculo’ 시리즈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테타 M 그로샴과 매튜 마테고트, 자크 아드넷 등 구비는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의 가구를 21세기에 소개해오고 있다. 마치 오랜 시간 감춰져 왔던 다이아몬드를 발굴하듯 구비 역시 앞으로도 클래식한 디자인,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찾아내고 계승하기 위한 길을 걸어갈 것이다.
↑ 1 흰색 구비 체어와 아오야마 테이블. 2 ‘세미’ 조명과 ‘마스쿨로 체어’가 놓인 구비 본사.
↑ 1 3개의 다리로 지탱하는 ‘그래사퍼’ 조명.
↑ 1 곡선 다리가 특징인 ‘구비 5 체어’. 2 회오리 모양의 조명 ‘터보’. 3 컬러 포인트를 준 ‘코트랙’. 4 가죽 끈으로 고정하는 거울 ‘아드넷 서큘러’.
에디터 신진수 | 자료협조 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