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한 여성의 집을 찾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애정이 묻어 있는 소품과 인테리어지만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 하얀 집은 집주인이 직접 꾸민 첫 번째 집이기도 하다.
↑ 지엘드와 조 콜롬보 조명을 올려둔 서재의 책상, 벽 수납 도구인 유텐실로와 엔조 마리가 디자인한 티모어 탁상 달력 등 흰색 사무 용품으로 꾸민 서재다.
집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한다면요? 2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는 28평형의 집이에요. 유학생 때부터 독립해서 생활했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에 불편함은 없어요. 엄마와 언니가 가까이 살아서 그렇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부터 색깔, 디자인으로 가득 채운 집이죠. 모카와 하양이라는 두 마리 고양이와 동거 중이고요.
이 집의 첫인상은 ‘온통 하얗다’였어요. 집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하얗다, 흰색이 많다라는 얘기를 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제 눈엔 흰색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그냥 색깔이 없는 다양한 질감과 모양의 물건으로 보이거든요. 옷도 그렇고 저는 색깔이 있는 것은 고르지 않아요.
무채색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색깔이 없으면 형태나 질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구도 가장 큰 가구인 소파만 검은색이고 나머지는 카르텔의 수납장처럼 희거나 투명한 가구로 골랐어요. 식탁 위에 단 PH 조명이나 의자도 모두 흰색 계열이지만 조금씩 다른 색감이라 지루하지 않죠.
인테리어나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나요? 지금은 쉬고 싶어서 잠시 문을 닫았지만 가로수길에서 의류 편집숍을 운영했어요. 그때 숍에서 판매하는 옷도 대부분 무채색이었죠. 리빙 관련 제품도 함께 판매했는데 숍 인테리어도 제가 대부분 했을 만큼 리빙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1,2 유일하게 어두운 색깔의 가구인 소파와 카르텔의 투명한 선반장, 흰색 판텔라 조명을 둔 거실의 한 코너. 오디오나 작은 오브제 소품도 흰색 계열로 선택했다. 3 몽환적인 느낌의 이은희 작가의 작품. 4 런던에서 구입한 3단 유리 케이크 스탠드.
거실에서 스튜디오 분위기가 나요. 뉴욕에 살 때 작업실을 겸하는 스튜디오 형태의 집을 많이 봤어요. 그런 영향도 컸던 것 같아요. 거실이 소파, 테이블, TV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엌과 거실이 너무 가깝다는 거예요. 두 공간을 분리하고 싶었는데 전셋집이라 어려움이 있었죠.가구나 소품은 이 집으로 오면서 구입한 것들인가요? 아주 오래전에 구입한 의자부터 최근에 구입한 소품까지 다양해요. 식탁은 대리석 상판과 다리 부분을 따로 구입해서 붙였고 바퀴가 달린 시리즈 세븐 체어는 빈티지예요. 서재에 놓은 긴 크림색 테이블 역시 제가 숍에서 사용하던 것을 가져온 거예요. 작품이 참 많네요. 그림을 모으는 것이 취미인가요? 엄마의 영향이 커요. 갤러리나 옥션을 함께 다니면서 작가와 작품을 조금씩 알게 됐고 작품도 구입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구입한 그림을 팔거나 교환하기도 했고요. 오랫동안 소장한 작품 중에서 싫증이 난 작품을 판매하거나 교환하는 거예요. 부엌에 건 윤형근 작가의 작품은 옥션에서 좋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죠. 침실 맞은편에 건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작품도 참 좋아하고 어항 옆에 건 두 개의 작품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이은희 작가의 작품인데 왠지 몽환적이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에요.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북유럽 브랜드 제품이 눈에 많이 띄네요. 간결한 디자인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북유럽 브랜드 제품을 많이 구입했어요. 그런데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의 집을 원했던 건 아니었기에 군데군데 작품도 걸고 소재도 달리했죠. 북유럽 제품은 연한 파스텔 계열이 많은데 저희 집은 색깔이 거의 없어서 늘 보던 북유럽 스타일의 집 같지는 않아요. 브랜드는 비트라와 헤이, 루이스 폴센을 좋아해요.
1 상판과 다리를 따로 구입해 제작한 원형 식탁이 놓인 부엌. 2 흰색 스트링 선반 시스템을 설치한 침실. 평화로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작은 식물도 함께 연출했다. 3 서재 책상 맞은편의 책장, 4 조지 넬슨의 트리아 포드 시계와 식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전자렌지 위. 5,6 런던에서 구입한 스노 볼과 티포트. 7 구스타프베리의 크림색 찻잔과 소서.
작품 못지않게 조명도 참 많은데요? 서재와 거실에 조명이 각각 서너 개씩이나 있네요. 공사를 할 수 있었다면 형광등을 떼어내고 펜던트 조명을 달았을 거예요. 하지만 전셋집이라 그럴 수 없었기에 대신 테이블 조명을 많이 두었죠. 거실에는 판텔라의 플로어 조명을 두었고 식탁 위에는 AJ 램프를, 서재에는 조 콜롬보와 지엘드 조명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은은한 노란빛이 도는 조명을 여러 개 켰을 때의 분위기가 좋아요. 계속 구입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저에겐, 조명이에요. 반려묘 두 마리가 참 귀엽네요. 고양이와 함께하는 생활은 어떤가요? 모카와 하양이는 저와 5년을 함께 산 반려묘예요.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는데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함께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대신 침실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방묘문을 설치했어요. 제가 자러 들어가면 그 앞에 고양이들이 앉아서 들여다보는데 마음이 짠할 때가 있지요. 언젠가 살게 될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색깔을 조금씩 넣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색깔 자체라기보다는 원목 가구처럼 짙은 색감의 제품이요. 가구숍 덴스크에 자주 가는데 짙고 중후한 느낌의 나무 가구가 멋져 보이더라고요. 나이가 더 들어서는 한국 고가구도 사용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제가 공간 꾸미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의 집을 시작으로 조금씩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해보고 싶어요.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몰라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노하우도 알려주고 함께 가구나 소품, 작품을 골라서 예쁜 집을 만들어주고 싶어요.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박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