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한 몰딩을 재해석한 공간. 몰딩의 활약이 멋스럽게 느껴지는 297㎡의 패셔너블한 집으로 초대한다.
1한강의 풍경을 가득 담은 창문 앞에는 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가구들이 놓여 있다. 보에에서 구입한 글라스 이탈리아의 포스트 모던 티 테이블과 999개 한정판으로 생산된 에그 체어가 빛나고 있다.
2 거실 옆으로는 다이닝 공간이 이어진다. 금색 테두리로 단장한 유리문 안쪽에 조리대가 있다. 획일화된 아파트의 주거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현실에서 새로운 시각을 공간에 투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때문에 공간에 새로운 스타일과 시각을 접목시킨 집을 만나면 보물찾기에 성공한 것처럼 눈이 번쩍 뜨인다. 거기에 취향까지 갖추었다면 완벽한 비율의 정삼각형이라 봐도 좋다. 천천히 흐르는 한강의 풍경을 창문 가득 담고 있는 297㎡의 아파트에 들어섰을 때 그런 기분이었다. 고전적인 몰딩의 활약으로 유럽의 어느 멋진 집을 보는 듯, 섬세하면서도 미려한 마무리가 우아한 이 집은 바삐 흘러가는 도시의 삶 속에서 넓은 창을 통해 차경의 여유로움을 공간 전체에 드리운다. 그러나 집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가족의 향기. 집주인 고은주 씨는 디자인 역사가 깃든 가구에 관심이 많은 사업가로 집 안 곳곳에는 그런 집주인의 취향이 배어 있다.
↑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는 y자형으로 길게 뻗어 있는 복도. 후에 그림 작품을 걸 수 있도록 여백의 미를 살려 깨끗한 벽을 만들었다. 복도 중간에는 글라스 이탈리아의 플룻 테이블을 배치했다. 과거 가로수길 초입에 있던 이탤리언 레스토랑 ‘퍼세’를 6년간 운영했던 그녀는 새로 이사할 집의 핵심 요소를 ‘클래식한 몰딩’으로 잡았다. 몰딩은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중시하는 현대로 오면서 구시대적인 재료로 폄하되고 있지만 사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마감 요소이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어려운 요인으로 여겨지는 몰딩을 모던클래식 스타일로 풀어줄 적임자로 그녀는 미스터 존스 어소시에이션의 송태검 대표를 낙점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밀라노의 TPW 파워 아키텍처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루이비통 VIP룸과 발리 매장의 가구를 제작했던 이력을 지닌 인물. “집주인이 클래식하지만 감각적이면서 젊은 분위기 공간을 원했어요. 숙제로 다가온 몰딩은 주거 공간에 접목시켰을 때 자칫 촌스러운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에 공간에 개성과 현대적인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흔히 집에 쓰는 마감재 대신 상공간에서 쓰는 요소, 즉 부분 조명이나 대리석과 골드 마감재를 접목시켰습니다.”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끝에 새로운 미감을 입은 이 집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집주인의 결단 덕분에 개성 있는 집으로 완성되었다.
1 주방 테이블에 앉아 있는 집주인 고은주 씨의 모습. 2 부부의 침대 앞에는 리네로제의 빨간색 플룸 소파 옆으로 뿔포의 스틸 드롭 조명이 놓여 있다. 3 딸 방에 마련한 작은 휴식 공간. 바퀴가 달려 있는 모오이의 VIP 다이닝 체어는 친구들이 올 때마다 편리하게 이동하며 사용하고 있다. 집은 크게 식사 공간이 포함되어 있는 거실, 커다란 드레스룸을 품고 있는 침실, 딸 방과 함께 떨어져 있는 서재로 나뉜다. 공간은 y자형의 기다란 복도를 따라 연결되는데 부부와 딸 그리고 반려견 두 마리는 각자 생활하기도 하고 또 함께 산다. 집은 전체적으로 옅은 회색과 크림색을 적용했다. 때문에 우아해 보이지만 차가운 대리석과 골드 마감재를 더해 이를 희석시켰다는 것이 송태검 대표의 설명이다. 몰딩 장식은 복도와 거실을 중심으로 집 안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문에도 접목시켜 볼륨감을 더한 것이 특징으로 침실에 만든 폴딩 도어가 좋은 예다.
1 가벽을 세워 침실과 드레스룸을 나눈 딸 방. 2 벽 앞으로는 침대와 휴식 공간, 책상이 놓여 있다.이 집의 또 하나의 특징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레이아웃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고은주 씨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드레스룸을 침실 입구에 작은 패션 매장처럼 만들었고 아기자기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딸 방은 오픈 스튜디오 개념을 접목시켰다. 가벽을 세워 침실과 오픈된 옷장으로 분리하면서도 작은 공간을 공유하는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다.
↑ 고전적인 차분함과 깔끔한 분위기를 접목시킨 공간. 식탁 위에는 린지 아델만의 방울가지 시리즈 조명을 설치했다. 공간은 클래식한 반면, 가구는 현대적이면서 개성 있는 스타일에 충실했다. 이사를 하면서 새롭게 커버링한 미노티의 소파 주변으로는 얼마 전 보에에서 구입한 글라스 이탈리아의 포스트 모던 티 테이블과 한정판으로 출시된 에그 체어를 배치했다. “요즘 거장의 가구나 조명에 새로운 무늬나 옷을 입히는 것이 유행이죠. 클래식한 공간에 모던한 미적 감각을 입힌다는 컨셉트를 적용해 가구를 선택하고 꾸몄어요.”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은 집주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셈. 인테리어를 하면서 그녀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조명으로 린지 아델만의 방울가지 시리즈 조명을 비롯해 침실 바닥에 배치한 뿔포의 스틸 드롭 조명이 단조롭게 흐를 뻔한 공간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독특한 조명 덕분에 공간은 낮과 밤에 시시각각으로 다른 표정을 짓는다. 고전적인 차분함과 깔끔한 분위기를 접목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 이 집에서 시대가 원하는 모던클래식 스타일의 영감을 찾을 수 있었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임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