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부터 열린 메종&오브제 파리를 다녀왔다. 테러와 불황이 겹쳐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파리였지만 박람회장만큼은 20주년을 맞이한 자부심과 흥겨움으로 가득했다.
↑ 매년 메종 마리끌레르에서 주최하는 팝업 카페.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으로 인해 차분하게 가라앉은 파리의 1월. 올해는 메종&오브제가 2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였지만 연초 무거운 뉴스로 마음껏 자축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박람회장에는 그동안 준비한 각양각색의 즐거운 볼거리를 풀어놓았는데 매년 팝업 카페를 여는 메종 마리끌레르를 비롯해 엘르 데코, 모노클, 인트라무로스 등의 잡지사도 그들의 취향을 십분 발휘한 카페를 마련했고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작은 투표 이벤트와 홀과 홀 사이에 전시가 펼쳐져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7관에서 진행된 일본 규슈 성의 아리타 지역의 도자기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1616아리타 재팬과 프랑스 브랜드 베르나르도의 그릇, 일본의 영상전시 그룹인 팀랩이 함께한 전시는 영상과 그릇이 어우러진 디지털 전시로 융합의 시대에 걸맞는 즐거운 착각을 선사한 멋진 작품이었다.
1 올해의 트렌드 테마는 ‘Make’다. 2,3 그릇과 영상물이 어우러진 팀랩의 전시를 7관에서 볼 수 있었다.
가장 핵심 전시인 ‘나우! 디자인 아 비브르’를 필두로 이번에도 총 8개 관에 3000개가 넘는 브랜드들이 설렘을 안고 전시에 참여했다. 2015년의 트렌드 테마는 ‘Make’. 자연과 인간, 기술이 빚은 작품과 제품이 어우러진 3개의 트렌드관을 보면서 최근 디자인 트렌드는 자연처럼 꾸미지 않은 디자인, 첨단 기술과 수작업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실용적인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6관과 5관에는 유독 많은 인파가 몰렸다. 불황의 터널이 길어지면서 작고 소소한 제품에 관심이 몰리는 현상을 실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헤이나 구비 등 굵직한 브랜드들이 스톡홀름 페어와 퀼른 국제가구박람회의 일정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 메종&오브제는 파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마이애미, 싱가포르에서도 열릴 예정이지만 오히려 전시가 분산되면서 메종&오브제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무 해의 관록을 바탕으로 가장 정통성 있는 홈&데코 박람회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3D 프린트와 자연 소재가 어우러진 에릭 클라렌벡의 작품.
NATURE MADE 프랑수아 베르나르
프랑수아 베르나르는 모든 디자인의 시작점은 자연임을 이야기하며 기괴하고 야성적이고 꾸미지 않은 자연의 모습에 집중했다. 자연 소재가 오브제나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것. 그는 최근 들어 작가들이 제품이나 가구를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않고 소재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소재의 본질을 드러낸다는 것에 집중했다. 특히 많은 이들의 흥미를 유발했던 에릭 클라렌벡은 3D 프린트 기법을 활용해 가구를 만들고 프레임에 버섯을 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버섯이 자라고 시간이 지나 마르면 그 자체로 구조의 일부가 되는 작품을 선보인 것. 또 일본의 사진가와 갤러리, 비주얼 디렉팅 그룹이 협업한 QR코드 방식의 작품 ‘레트로 스코프’도 신선했다. 자연을 기만하며 살아왔던 것을 반성하며 신비로운 자연의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부스.
↑ 폭포 같은 에칼의 카펫과 파바하마의 핸드메이드 작품
↑ 왼) ‘테일러 메이드 베이스’ . 오) 톨투스 스튜디오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던 현장
HANDMADE 엘리자베스 르리슈
엘리자베스 르리슈는 ‘손’에서 탄생하는 핸드메이드, 수공예에 주목했다. 그녀는 미래를 이끌 럭셔리 아이템은 수작업으로 만든 것임을 강조하며 자신만의 기술로 작품을 만드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그녀의 트레드관은 공방을 방불케 했다. 도예가, 목수, 패브릭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옮겨온 듯한 따스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도예 공방인 톨투스 스튜디오의 도예가들이 직접 물레를 돌려 작품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관람객은 도예가에게 질문도 하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면서 장인정신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나무, 돌, 울 소재를 활용해 자신만의 디자인을 완성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공방 형식의 부스는 현장감을 고조시켰고 르리슈는 수작업의 진정한 의미를 부스를 통해 보여줬다. 기능성은 기본이고 거기에 손맛을 더한 작가들의 작품이야말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것, 르리슈가 주목한 미래의 트렌드였다.
↑ 왼) 팹 랩으로 제작한 화분. 오) 첨단 디지털 기술의 미래를 예견한 뱅상 그레구아르의 전시관.
TECHNO MADE 뱅상 그레구아르
넬리 로디의 뱅상 그레구아르는 앞으로 차세대 IT 업계를 이끌 사물인터넷을 비롯해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삶을 자유롭고 풍요하게 해줄 것임을 역설했다. 금색의 기하학적인 파티션으로 구성한 그레구아르의 부스는 마치 미래 도시 같았고 최신 디지털 기술을 반영한 다양한 제품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용자에게 맞춤 제작되는 3D 프린터로 만든 의자, 스마트폰의 앱과 연동하면 자신의 생활 패턴이나 집 안 상황을 알려주는 기기 등 나날이 진보하고 있는 기술의 힘과 그런 기술로 인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예견했다. 그레구아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물을 제작할 수 있는 ‘팹 랩’을 통해 이제 누구나 작가,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디지털 기술의 장밋빛 미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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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신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