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적 산책

건축적 산책

건축적 산책

구불구불 언덕길을 올라가면 아주 적당한 거리에서 남산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집이 나온다. 장순각 교수가 지은 집은 주거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소재의 조화와 풍부한 공간으로 심리적 지루함을 덜어냈다.

 

노출 콘크리트

계단 벽면에는 노출 콘크리트를 그대로 살려 러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장순각 교수

자신이 설계한 집만큼이나 멋스러운 장순각 교수. 놀의 ‘바르셀로나 체어’와 플로스의 ‘글로 Glo 볼’ 플로어 조명은 모두 두오모에서 구입.

 

장순각 교수는 ‘기능이 형태를 이룬다’라는 대명제를 충실히 따르는 건축가다. 기능하지 않는 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여 다른 부분에 할당할 수 있도록 작업한다. 또 기능 자체가 디자인이 되도록 하는데, 예를 들어 벽은 장식을 하지 않고 벽장 그 자체로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해 기능이 디자인으로 보이게끔 한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이 주택의 크기를 먼저 정했어요. 소파가 들어갈 자리와 그 앞으로 테이블이 들어갈 크기가 하나의 모 듈이 됐고, 그 옆으로 보조 주방이 붙어 있죠. 큰 박스들로 레고 놀이를 하듯 메인 주방과 아일랜드 사이의 크기와 2층 방의 크기를 먼저 정했어요. 그다음 1층과 2층 가운데에 남은 위, 아래 부분을 시원하게 뚫었죠. 기존의 2m 40cm라는 획일적인 층고가 아닌 다양한 층고도 특징이에요. 4m가 넘는 공간도 있고 보다 낮은 곳도 있어 다채로운 공간감을 느낄 수 있어요. 또 거실에서 테라스로 나가면 하늘까지 볼 수 있는 반 외부 공간도 존재하죠”라며 이 집의 구조를 설명했다.

남산 북쪽 방향의 수직 고도에 자리한 이 집은 대지가 넓지 않은 도심에 위치하다 보니 위로 쌓는 방법을 택했다. 수평과 비례감 그리고 적절한 균형감이 건물의 외관을 담당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기능을 담당하 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방향성이에 요. 블록처럼 위로 쌓고 보니 자연스레 테라스가 생겼죠. 밑의 층에서 보았을 때는 옥상으로, 위층에서는 테라스로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죠.” 그는 이렇게 기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플로스 조명

2층에서 내려다본 1층 거실. 높은 층고로 시원하게 뚫린 거실 중간에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의 ‘어레인지먼츠 arrangements’ 조명이 시선을 끈다. 플로스 제품. 다이닝 체어 ‘CH20’은 칼한센 제품으로 두오모에서 판매.

 

주방 원목 식탁

창밖으로 펼쳐지는 전망을 감상하기에 완벽한 테라스를 갖췄다. 주방에서도 뷰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어 요리할 때마저 눈을 즐겁게 한다.

 

가벽 인테리어

밋밋한 거실에 붉은색 간이 벽을 설치해 색감을 부여했다. 선반 또한 동일한 톤으로 선택해 통일성을 줬다.

 

이 집의 컨셉트는 거실에서부터 계단을 거쳐 옥상으로 가기까지의 건축적 산책이라 할 수 있다. 그 중간 중간 목재, 돌, 회벽 등 다양한 물성을 지니고 있는 재료로 전이 공간을 만들고, 옥상에 나갔을 때는 한눈에 들어오는 남산의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이 집의 건축적 시나리오다. 이 집을 둘러싸고 있는 목재는 우리나라 집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진한 목재가 아닌 밝은 편백나무다. 흔히 백색 벽과 대비되기 위해 진한 월넛 컬러를 사용하지만,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를 위해 편백나무를 선택한 것. 밝은 톤의 목재로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은 붉은색 선반과 거실 TV 벽으로 컬러감을 부여했다. 넓고 높게 뚫린 천장을 채우는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의 조명은 공간 속 커다란 액세서리처럼 자리하고 있다. 집 안 곳곳을 둘러보니 독특한 소재가 눈에 들어왔다. “거실 전체의 분위기를 밝은 톤의 편백나무로 밝혔다면, 계단에는 또 다른 전이 공간을 주고 싶었어요. 집 안이 면과 선으로 칼같이 딱 떨어지는 것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자연적이고 러프한 느낌이 들었으면 했죠. 철로 만든 틀 안에 바닷물로 씻겨 동글동글해진 몽돌을 가득 넣어 디테일과 멋을 살렸고 계단 옆 벽에도 자연스러운 텍스처를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테이블 조명

조도 조절이 가능한 ‘비코카 Bicoca’ 테이블 조명은 마르셋 Marset 제품으로 두오모. 반자동 엘리베이터로 지하 공간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다.

 

플로스 플로어 조명

플로스 카피캣

플로스의 ‘카피캣 Copycat’ 플로어 조명이 놓인 2층 안쪽 방.

 

이 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백미는 따로 있다. 바로 옥상정원. 남산타워 뷰는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지만 적정한 거리에서 봤을 때 가장 예쁘다. 그게 바로 이곳이었다. 교통은 불편할지라도 리버 뷰보다는 사계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마운틴 뷰를 선호하는 장순각 교수는 결국에는 뷰가 이 집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옥상 다음으로 또 하나 독특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엘리베이터다. 대개 우리 나라 거실에는 안마의자나 러닝머신처럼 분위기를 흐리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는 숨기고 싶은 물건을 처리해줄 지하 방을 만들었다. “원래는 원형 계단이 있었어요. 비용도 큰 차이가 없었고 나름의 위트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죠.” 마지막으로 그는 개성과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혼자 사는 세대가 많아질수록 대로변에 있는 집보다는 조금 안 으로 들어오는 환경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합 주택이긴 하지만 단독주택 느낌이 나는 집을 선호할 듯해요”라며 지금까지 아파트만 주목받았던 한국의 주거 문화가 점차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산타워 전망

남산 타워가 훤히 바라보이는 전망 좋은 옥상 뷰.

 

원목 바닥

거실과 달리 자연적인 소재로 차별화한 전이 공간.

 

파우더룸 인테리어

2층 복도 중간에 파우더룸을 마련해 공간을 알차게 사용했다.

 

욕실 인테리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의 욕실.

 

 

 

건축 개요

대지면적 568㎡
건축면적 144.52㎡
규모 지하 1층, 지상 4층
구조 철근 콘크리트 구조
외부 마감 큐블럭, 금속, 스터코 도장
내부 마감 바닥 – 라피텍, 이건마루 벽체 노출 콘크리트, M보드 / 천장 – 노출 콘크리트, 석고보드 위 천연 페인트(벤자민 무어)
건축 설계 장순각/이창만 · 승현기 제이이즈워킹 건축사무소 www.jiw.co.kr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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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rench Style

My French Style

My French Style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서지의 작업실은 그녀가 좋아하는 파리의 분위기를 닮았지만 날카로운 듯 부드럽고, 빈티지하지만 모던하다. 나무와 금속, 텍스타일이 어우러져 파리의 작은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누군가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물건 하나에도 스토리가 담겨 있다.

 

박서지 디자이너

모던 프렌치 스타일을 좋아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서지. 책상을 둔 공간에는 아치형으로 파티션 벽을 만들었다.

 

작업실이 상가 건물에 있어서 놀랐다. 27평 정도 되는 공간의 반을 다른 업체와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그전 작업실이 7평 정도로 좁아서 지금은 엄청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안쪽 공간은 남편이 사용하고 있다.

아치형 벽은 만든 것인가? 천장은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대로 두었고, 옆의 공간과 구분되는 공간에 파티션 겸 가벽을 만들었다. 책상이 놓인 쪽에는 아치형으로 벽을 만들었고, 자재를 보관할 수 있도록 벽에 만든 수납장과 자재 보관실 겸 작은 탕비실도 만들었다. 7평 정도 되는 공간이 3개의 구조로 나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유일하게 색채가 느껴지는 곳이 녹색 벽이다. 인터뷰가 정해지고 부랴부랴 페인트칠을 했다. 원래는 좋아하는 아이보리나 베이지, 블랙 컬러로 칠할까 하다 공간에 색채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녹색으로 칠했다.

빈티지를 좋아하게 된 건 파리에서 오래 살았던 영향 때문인가? 파리에서 16년 정도 살았는데 여전히 그리운 곳이긴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내 취향이 빈티지 스타일인 것 같다. 너무 앤티크하거나 화려한 클래식보다는 모던한 디자인과 믹스&매치하는 것을 좋아한다.

 

벽 페인트

유일하게 색채가 도드라지는 벽. 건너편은 다른 업체가 사용하고 있다. 리넨 소파는 직접 만든 것이고, 일본에서 사온 벽에 건 동그란 오브제는 무척 아끼는 것이다.

 

빈티지 소품

인테리어 소품

소품 하나에도 박서지 대표의 취향이 듬뿍 묻어난다. 디자인 브랜드 제품보다는 빈티지나 작가의 작품이 많다.

 

작업실 인테리어

박서지 대표가 좋아하는 베이지 컬러로 칠한 작업실. 액자로 만든 기하학적인 무늬의 포장지는 오래전 파리에서 구입한 것인데 지금까지도 좋아한다.

 

주거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요즘 어떤 트렌드를 읽나? 조금씩 클래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듯싶다. 특히 선에서 그런 경향이 보이는데, 곡선 형태의 가구나 몰딩, 아치 형태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결국 집에는 본인의 취향이 제일 많이 반영되는 것 같다.

작업실에 놓인 가구들도 빈티지인가? 빈티지 가구도 있지만 지금 이 테이블처럼 사용하던 테이블 위에 합판을 얹어서 폭을 넓힌 것도 있고, 소파처럼 을지로에서 제작한 것도 많다. 지금 앉아 있는 의자도 커버만 새로 씌운 것이다.

당신에게 집과 작업실은 어떤 의미인가? 예전에는 사무실은 정말 일을 하기 위한 공간이었고 집은 온전히 쉬고 머무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거의 다 집에 가져다 두었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 있는 물건을 자꾸 가져오게 된다. 작업실이야말로 내가 일하면서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다.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나?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취향이란 것이 생기는 것 같다. 오래전 파리에서 산 포장지를 액자로 만들었는데 10년도 더 되었지만 지금 봐도 좋다. 일단 굳어진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작업실 가운데 공간이 좌식이다. 좌식 공간처럼 만들었는데 미팅할 때는 테이블에 앉지만 친구들이 놀러 오면 가운데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스타일리시한 작업 공간에서 책상 위에 놓인 미니 선풍기와 코바늘이 의외의 요소였다.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가 좋지 않아서 창문을 열 수가 없다. 책상 옆에 둔 올리브나무를 위해 통풍이 될까 싶어서 미니 선풍기를 틀어주었다(웃음). 또 종종 책상에 앉아 코바늘뜨기 같은 걸 한다.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이 즐겁다.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은? 텍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면 어떨지 구상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리넨 소재로 만든 침구부터 키즈 제품, 쿠션 등을 만들어 소개하고 싶다.

 

원목 가구

책상 뒤편의 공간. 가구는 주문 제작한 것이고 오렌지색 전화기는 실제로도 사용하는 제품이다. 박서지 대표는 삐죽 나온 스투키 새싹이 귀엽다는 이야기를 보탰다.

 

원목 테이블

자재를 늘어놓고 미팅을 하기에 좋은 테이블. 원래 사용하던 테이블에 합판을 올려서 폭을 넓게 만들었다. 긁히거나 오염이 생겨도 부담이 덜한 테이블이다. 흰색 의자는 커버를 만들어서 씌운 것.

 

거실 인테리어

작업실 중심에는 좌식 공간이 있다. 낮은 의자와 스툴, 둥그런 함석판을 올린 간이 테이블이 놓인 편안한 공간이다. 친구들이나 지인이 오면 이곳에 많이 머문다.

 

책상 꾸미기

책상에서 발견한 형광 분홍색 실과 코바늘. 손으로 만드는 걸 즐기는 박서지 대표의 소소한 취미다.

 

명함 홀더

벽에서 발견한 귀여운 디테일. 명함을 올려두는 훅 형태의 빈티지 받침대다. 박서지 대표의 공간에는 누구나 아는 디자인 브랜드 제품 대신 이름 모를 보물 같은 아이템이 가득하다.

CREDIT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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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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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My Place

For My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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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으로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또렷이 담아 프렌치 모던 스타일로 탈바꿈한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다녀왔다.

 

드레스룸 인테리어

넓은 침실을 두 개로 나누어 드레스룸을 만들었다.

 

집은 패션과 다르다. 남에게 보여지는 것보다 그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이 가장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취향과 별개로 유행과 주변 반응에 신경 쓰다 보면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이 나온다.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그렇지 않아 좋았다. 딱 부러지는 취향과 가치관으로 완성된 탄탄한 집이었기 때문이다. “여기로 이사하기 전, 같은 평형대의 옆 동에서 전세로 살았어요. 지금 집과 완전히 똑같은 구조였거든요. 그래서 집을 어떻게 고칠지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었죠.” 촬영팀에게 다과를 내며 집주인이 설명했다. 그녀는 시종일관 유쾌한 성격으로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자신과 남편, 아들과 딸이 평생 함께 살 집을 고치는 일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례로 그 시작점인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찾는 과정부터 무척이나 깐깐했다. “요즘 가장 유명하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만나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장 트렌디하게 꾸밀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제 스타일을 구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더라고요.” 그러다 한성아이디 홈페이지에 들어가 포트폴리오를 보게 되었는데,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모두 임선영 디자이너의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미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기에 연락이 쉽지 않았지만, 한성아이디 남천희 대표의 배려로 함께 일할 수 있었다.

 

포인트 가구

화려한 가구 컬러가 공간에 포인트가 된다.

 

파넬 침대

침대는 15년 전 파넬에서 산 것을 리폼했다. 특이한 침대 컬러는 임선영 디자이너와 의논해 선택한 것이다.

 

모던하면서도 약간의 장식적인 요소를 더하자는 것이 공사의 방향이었다. 여기에 부엌 창문을 내고, 와인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홈 바를 만드는 등의 세세한 요구 사항이 추가되었다. 특히 부엌은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강의도 했던 집주인이 애착을 갖는 공간이다. 최근의 트렌드는 가족과의 소통을 위해 오픈 키친을 만드는 것이지만 집주인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는 조리하는 곳과 다이닝 공간이 분리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가르는 중문이에요. 오픈 주방이 심플하기는 한데, 일하는 제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불편해서 식사를 잘 못하잖아요. 계속 빨리 앉으라고, 같이 먹자고 하면 저도 음식을 만들기 힘들고요. 그리고 음식 만드는 모습이 정신없어서 굳이 보여주고 싶지는 않거든요(웃음). 미처 치우지 못하고 쌓여 있는 것도 많고. 따듯하게 완성된 음식만 짠 하고 내고 싶은데 말이죠.”

 

주방 인테리어

오른쪽에 위치한 중문을 이용해 다이닝 공간과 부엌을 분리했다.

 

홈 바

아치형 중문을 지나 부엌으로 들어서면 남편을 위한 홈 바가 있다.

 

그림 인테리어

모던한 분위기의 복도는 작품을 걸어 완성했다.

 

투명한 아치형 중문 너머에는 와인 냉장고와 홈 바, 커피 바가 자리를 잡았다. 와인을 무척 좋아하는 남편은 두 대의 냉장고뿐 아니라 욕조까지 이용해 와인을 보관할 만큼 컬렉션이 방대했고, 그런 남편을 위해 홈 바를 만들어주고자 했다. 얼마 전 대학생이 된 딸의 방은 수납 부분에 신경을 썼다. 고등학생 때와 달리 옷과 화장품 등의 물건이 늘어남에 따라 이전보다 방을 넓혀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가장 신경 쓰지 못한 것은 고3인 아들의 방. 환경적인 변화가 크면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최대한 이전 집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가구를 고르는 것도 수많은 논의와 과정이 있었다. 아무리 멋진 집이라도 그 안을 채우는 가구와 조명이 조화롭지 않으면 집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도 그녀의 신중함이 발동했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인 이정선 실장이 집에 어울리는 다양한 가구를 제안했지만 결제를 조금 미루고, 매장을 찾아 꼼꼼히 살펴보며 꼭 사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제품이라 해도 내가 살 집에 오는 물건이기에 신중한 검열을 거쳐야 했다.

 

거실 인테리어

그림 액자

동양적인 장식 요소를 더한 거실.

 

그렇게 완성된 프렌치 모던 스타일의 집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쩌면 집주인 내외의 라이프스타일이 주상 복합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제주도에 세컨드 하우스가 있어요.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은 거기에서 다 푸는 편이죠. 처음에는 단독주택에 대한 환상이 크게 있었는데, 가만 보니까 관리가 참 힘들더라고요. 특히 보안 부분에 있어서는 주상 복합 아파트가 훨씬 좋아요. 누가 왔다 갔는지도 알 수 있고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예산이 늘어났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는 그녀는 자신과 가족이 오래 살 것이니, 모든 사람들이 쓰는 것 말고 색다르면서도 좋은 것으로 하자는 디자이너의 말이 힘이 되었다고 했다. 보여지는 것보다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 어찌 보면 그것이 진정 가치 있는 소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인용 암체어

와인도 마시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서재. 남편의 여가 시간을 위한 아늑한 공간이다.

 

서재 인테리어

의사인 남편의 수많은 책이 꽂혀 있는 서재.

 

집 꾸미기

옷과 화장품이 많은 대학생 딸을 위해 수납공간을 늘린 방.

 

욕실 인테리어

원형 거울이 돋보이는 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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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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