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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이끄는 셰프 다니엘 흄은 집이 주방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숨을 고르는 장소다. 건축가 토미 중은 예술과 재료, 빛의 균형을 통해 레스토랑과는 다른 리듬을 지닌 공간을 완성했다.

이사무 노구치의 대형 아카리 조명이 시선을 사로잡는 다이닝 룸. 샬롯 페리앙의 다이닝 테이블과 장 프루베의 스탠다드 체어를 함께 매치했다. 매거진 랙은 피에르 잔느레.
사라 크라우너의 속 블루 컬러가 포인트가 된 거실. 소파와 플로어 램프는 장 로이에, 암체어는 피에르 잔느레, 커피 테이블과 스툴은 샬롯 페리앙.
책을 쌓아둔 테이블과 스툴은 샬롯 페리앙, 뒤편의 높은 사이드 테이블은 르 코르뷔지에 디자인. 테이블 조명은
마티유 마테고가 1940년대 선보인 빈티지 제품.
뉴욕 기반의 건축 회사 스튜디오 중을 이끄는 토미 중.

뉴욕 매디슨 스퀘어 파크를 마주한 랜드마크 건물 안, 세계적인 셰프 다 니엘 흄 Daniel Humm의 아파트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공간 을 설계한 이는 뉴욕 기반 건축가 토미 중이 이끄는 스튜디오 중 Studio Zung. ‘메종 매디슨 Maison Madison’이라 이름 붙은 이 집은 화려한 제 스처 대신 차분한 균형과 절제로 서서히 분위기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다니엘 흄은 뉴욕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 Eleven Madison Park를 이끄는 셰프로 잘 알려져 있다. 정교한 구성과 강도 높은 리듬으로 운영되는 이 레스토랑의 주방은 세계 최고 수준의 파인다이 닝 현장 중 하나다. 그래서 그의 집은 무엇보다 그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 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벽 안쪽으로 파고 들어간 기존 골조를 유지하며 프레임처럼 활용한 주방. 스테인리스 스틸 주방 가구는 스튜디오 중에서 맞춤 제작. 벽면에는 다니엘이 수집한 소형 작품들을 걸어 갤러리처럼 연출했다. 바 체어는 샬롯 페리앙 디자인.

이번 프로젝트 역시 레스토랑 에서의 긴장감과는 다른, 고요하고 안정된 리듬을 지닌 집을 만드는 데서 출발했다. 두 사람의 협업은 오랜 인연에서 비롯됐다. 건축과 예술에 대한 프로젝트를 함께 논의한 적이 있다. 이후 다니엘 흄이 뉴욕에 아파트를 구입하 면서 협업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그는 토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함께 방향을 찾아봅시다.” 처음 공간을 마주했을 때 떠올린 것은 집에 들어서는 순간의 분위기 였다. 비어 있던 현관을 목재 패널로 감싼 따뜻한 공간으로 구성해 집 전 체 분위기를 암시하는 장면을 만들고자 했다. 차분한 재료감과 부드러운 빛이 맞물리며 이 집의 디자인 언어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다만 건물이 역 사적 랜드마크로 지정되어 있어 구조적인 변경에는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스튜디오는 기존 건축 요소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을 택했다. 오래된 원목 바닥을 그대로 유지하고 배관 역시 원래 위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그 대신 공간의 흐름은 새롭게 정리했다. 여러 니치와 벽으로 나 뉘어 있던 구조를 정돈해 주방과 거실과 다이닝 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형의 오픈 플랜으로 재구성했다. 현관에서 거실, 다시 사적인 공간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공간이 미묘하게 좁아졌다가 다시 열리며 장면이 천천히 전개되는 리듬을 만든다.

거실 벽면에는 로니 혼의 시리즈를 걸고, 그 아래에 샬롯 페리앙의 사이드보드를 두었다. 조명은 세르주 무이.
거실 코너에 둔 사이드 테이블은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빈티지 제품.
스피커 위에 둔 원목 체스 보드.
거실 테이블 위에 아트북을 무심히 쌓고, 세라믹 오브제를 더해 공간에 리듬을 줬다.

이 집의 또 다른 중심은 다니엘 흄의 미술 컬렉션이다. 토미에게는 작품이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닌 공간을 조직하는 출발점이었다. “다니엘 은 셰프라는 역할을 넘어서는 강한 창작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 감각은 자연스럽게 공간과 디자인에서도 드러납니다. 그의 인상적인 미술 컬렉 션이 이번 협업의 출발점이었죠. 작품을 선택하고 수집하는 방식에서 그 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방과 거실 사이의 전환 공 간에는 로니 혼의 작품이 놓여 있다. 작품의 존재감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샬롯 페리앙의 사이드보드를 함께 배치했고, 이에 맞춰 벽면의 라임워시 색감도 세심하게 조정했다. 거실 역시 예술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좌석 배치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을 향하도록 했고, 맞은편에는 사라 크라우너의 그림을 놓아 빈티지 가구와 조용한 대화를 나눈다. 침실 창 너 머로는 뉴욕의 상징적인 플랫아이언 빌딩이 보인다. 이 풍경에 응답하듯 장 로이에의 가구와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이 함께 배치되어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을 만든다. 특히 돋보이는 공간은 가족이 함께 머무는 작은 라 운지다. 도널드 저드의 작품과 라시드의 작업이 놓인 이 방은 깊은 보르도 색으로 마감되어 있다. 이 색은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와인 컬렉션에서 영 감을 받은 것으로서, 맞춤 제작한 버건디 톤이 공간 전체를 감싸며 강렬한 분위기를 만든다.

침실에 놓인 폴라 베어 체어와 오토만, 스키 플로어 램프는 장 로이에 디자인. 테이블은 피에르 샤포. 벽에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2008) 작품을 걸었고, 그 아래에는 프란체스코 클레멘테의 작품을 세워두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셰프의 작업 방식과 건축 사이의 공통점을 탐색하 는 과정이기도 했다. “두 분야 모두 균형과 시퀀스, 그리고 절제라는 원 리에 기반합니다. 요리가 맛과 질감의 층으로 전개되듯 건축 역시 재료 와 비례, 빛을 통해 서서히 펼쳐지죠. 두 경우 모두 조화와 정확성이 중요 하지만, 동시에 감정과 기억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재 료 선택에도 반영됐다. 석고 벽과 월넛 목재, 스테인리스 스틸, 석재 등 절제된 자연 소재가 중심을 이루며 촉각적인 경험을 강조한다. 맞춤 제 작 가구와 목공 디테일은 장식 요소라기보다 건축의 일부처럼 공간에 통 합된다. 빛 또한 하나의 재료처럼 다뤄졌다. 하루 동안 자연광이 어떻게 들어오고 공간을 따라 이동하는지를 세심하게 고려했다. 이 집의 핵심은 결국 ‘분위기’다. 시선을 끌기 위해 과장된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천천히 드러나는 집.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 살아가기 위 해 만든 공간이다. 메종 매디슨은 그렇게 일상의 리듬을 조용히 담아내고 있다.

반복되는 정사각형 매립 선반 디자인이 돋보이는 침실. 그 안에는 앤티크 세라믹 작업을 배치했다. 침대 헤드보드는 우드 패널로 스튜디오 중에서 맞춤 제작. 사이드 테이블은 르 코르뷔지에 디자인, 벽등은 빈티지 스틸노보.
짙은 버건디 컬러로 마감한 패밀리 룸. 레스토랑의 와인 컬러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르수르스의 ‘쇼 페레 라임워시 Chaux Ferree Limewash’를 사용했다. 테이블은 도널드 저드, 벽에는 라시드 존슨의 작품. 조명은 장 프루베, 소파는 스튜디오 중에서 맞춤 제작.
어두운 래커 마감의 현관. 아모아코 보아포의 옐로 톤 작품으로 강렬한 대비를 더했다. 벤치는 장 프로베가 1955년 디자인한 빈티지 제품.
대리석으로 마감한 욕실.
EDITOR | 원하영
PHOTOGRAPHER | 애드리언 고트 Adrian Ga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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