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HOUSE

Green HOUSE

Green HOUSE

사빈과 피에르는 골목 깊숙이 숨어 있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살고 있다. 파리 한가운데에서 조용한 시골의 일상을 누리고 있다.

 

절제되고 시크한 욕실은 푸른 정원을 향해 있다. 보피 Boffi의 세면대 위에 있는 박스 ‘트룰로 Trullo’는 파비오 노벰브레 Fabio Novembre 디자인으로 카르텔. 수건 건조기는 아코바 Acova. 스포트라이트 조명은 볼텍스 Voltex. 욕식 타월은 리소이 Lissoy. 벽에 삽입한 거울 뒤에는 선반이 숨어 있다. 낮은 황동 테이블은 WR 인스파이어드 WR Inspired.

 

정원에 있는 암체어는 라몬 에스테베 Ramon Esteve의 ‘카질다 Casilda’. 푸프 ‘재키 Jackie’와 테이블 ‘클레오 Cleo’는 모두 마르코 아케르비스 Marco Acerbis 디자인으로 탈랑티 Talenti. 물방울무늬 쿠션은 린델&코 Lindell&Co. 테이블 위에 있는 피처와 유리잔은 아이외르 Ailleurs.

 

“ 파리에서 시골 생활이라니, 절대 불가능한 것을 찾았어요.” 사실 사빈과 피에르는 헛된 꿈을 꾸지는 않았다. 파리 도심에서 그들이 꿈꾸는 집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작가인 사빈이 소설의 집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하고 정원이 딸린 집을 찾고 싶었다. 심지어 살고 싶은 동네도 정해놓았다. 그런 그들의 인내는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2년간 많은 집을 보러 다니다 드디어 작은 보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무가 우거진 골목 안에 숨어 있는 이 집은 19세기 말에 사냥꾼들을 위한 호텔로 사용되었다. 집의 상태는 무난했지만 모든 벽이 화이트라 지나치게 지루했다. “지하를 포함해 4층인 이 집에 활기를 더해달라며 사빈과 피에르가 제게 전권을 주었어요”라며 인테리어 데커레이터 카트린 베델이 말한다. 그는 공간을 재정비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1층에는 거실, 2층에는 침실 그리고 꼭대기 층에는 서재와 게스트룸을 배치했다. 정원의 풍성한 녹음과 어울리는 녹색을 메인 컬러로 정했다. 카나페, 암체어, 쿠션, 태피스트리, 게다가 식기까지 ‘실내와 실외의 대화’를 위해 색을 맞추었다. “피에르는 자신의 예술 작품과 어울리는 공간을 정말 찾고 싶어했어요. 이보다 더 좋은 집을 발견하지 못했을 거예요!” 사빈 역시 마찬가지다. 사생활을 보호하는 푸른 정원을 비밀의 장소처럼 음미하며 그곳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부드러운 녹색 팔레트로 채운 거실. 크리스티앙 리에그르 Christian Liaigre의 카나페는 벨벳으로 커버링했다. 벨벳과 패턴이 있는 쿠션은 인디아 마다비 India Mahdavi 디자인으로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 타탄 체크 쿠션은 린델&코. 크리스티앙 리에그르의 암체어 두 개는 짐 톰슨 Jim Thompson의 업스 앤 다운스 Ups and Downs 패브릭으로 커버링했다. 쿠션은 린델&코. 플로어 조명 ‘미러 볼 Mirror Ball’은 톰 딕슨 Tom Dixon. 페레이라 데 사 Ferreira de Sa의 태피스트리는 주문 제작한 것. 그 위의 낮은 테이블 시리즈 ‘멀티 문 Multi Moon’은 사라 키아루지 Sara Chiarugi와 미켈레 모란디 Michele Morandi 디자인으로 모스 디자인 Mos Design. 흰색 꽃병은 세락스 Serax 제품으로 아이외르에서 판매. 회색 공 모양의 꽃병은 선물 받은 것. 벽에 걸린 사진은 플로리안 드 라세 Floriane de Lassee 작품. 안쪽에 보이는 의자 ‘힐 하우스 Hill House’는 찰스 레니 매킨토시 Charles Rennie Mackintosh 디자인으로 까시나 Cassina.

 

오픈 스페이스로 디자인한 다이닝룸은 부엌 옆에 있다. 인디아 마다비의 ‘알버 Alber’ 테이블 위에 있는 실크 매트 세트는 짐 톰슨. 그릇은 르 봉 마르셰 Le Bon Marche, 유리잔은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흰색 세라믹 접시는 아이외르,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Particia Urquiola가 디자인한 암체어 ‘클랩 Clap’은 카르텔 Kartell. 페리에라 데 사의 태피스트리는 주문 제작한 것. 아일랜드 위에 설치한 황동 펜던트 조명 ‘클램 Clam’은 101 코펜하겐 101 Copenhagen.

 

부엌 가구는 카트린 베델이 디자인하고 MBC 가구 공방에서 제작했다. 세바스티안 헤르크너 Sebastien Heckner가 아메스 Ames를 위해 디자인한 테라코타 접시는 아이외르에서 구입. 바 타부레는 르 몽드 뒤 타부레 Le Monde du Tabouret. 황동 펜던트 조명 ‘클램’은 101 코펜하겐. 선반에 있는 두 개의 흰색 파이앙스 조각은 르 봉 마르셰에서 구입. 받침이 있는 작은 조각 시리즈는 여행지에서 가져온 것. 나무 도마와 접시는 아이외르.

 

그래픽적인 모티프로 꾸민 부부의 침실. 맞춤 제작한 카나페는 루벨리 Rubelli의 패브릭 리아 Lia로 커버링했다. 패턴이 있는 쿠션 ‘델리스 Delice’는 마 포에지 Ma Poesie. 단색 쿠션은 모노프리 Monoprix. 태피스트리 ‘마이애미 Miami’는 마 포에지. 벽에 걸린 사진은 주세페 마스트로마테오 Guiseppe Mastromatteo 작품.

 

나무가 우거진 정원. 푹신한 암체어는 라몬 에스테베의 ‘카질다’. 푸프 ‘재키’와 테이블 ‘클레오’는 모두 마르코 아세르비 디자인으로 탈랑티. 물방울무늬 쿠션은 린델&코. 테이블 위에 있는 피처와 유리잔은 아이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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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쉬에 Bruno S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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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주택에 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EDND 이민우 실장은 영민한 수납 아이디어와 색다른 구조로 디터 람스의 모던함을 반영한 신혼집을 완성했다.

 

현관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양쪽 어디로든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왼쪽으로는 간단한 세면대와 욕실로 바로 갈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거실로 들어갈 수 있다.

 

소품 하나를 고를 때에도 유행을 타지 않는 것으로 고른다.

 

‘유럽의 어느 집 같다’는 추상적인 표현이 인테리어 디자이너 EDND 이민우 실장의 집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적극적인 SNS 마케팅 시대에 조용히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는 그녀의 집이 그렇게 느껴진 데에는 전형적인 한국식 집과는 확연히 다른 구조 덕분이었다. 1층에 카페가 있는 건물 맨 위층에 사는 이민우 실장은 방 두 개가 있던 상가주택의 구조를 완전히 변경해 신혼집으로 꾸몄다. 내력 기둥을 제외한 모든 구조가 바뀌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문을 열면 벽이 나오고 양 옆을 통해 자유롭게 집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부터 신선했다. “처음에는 혼자 살던 집이었고 사무실로도 사용하려고 했어요. 생활적인 부분을 가리는 것과 부족한 수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죠. 그래서 저희 집은 구석구석 설명을 들어야만 알 수 있는 장치가 많아요(웃음)”라며 이민우 실장이 침실로 안내했다. 침실에는 아래쪽에 수납공간을 깊게 만들어 옷부터 다양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고,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독특한 침대를 제작했다. 침대 외에도 옷을 보관할 붙박이장부터 주방의 팬트리 공간, 알려 주기 전까지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세탁기까지 문을 닫아두면 살림살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세심하게 계산해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집에서 고객 미팅도 진행하는 EDND 이민우 실장.

 

“일도 해야 하고 고객도 드나드는 집이어서 오히려 약간은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다 전형적이지 않은 구조나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거실과 다이닝 공간의 경계 또한 자유로워서 오랜 시간 기다려서 받은 비초에 소파, 미팅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익스텐션 테이블까지 일직선의 동선으로 연결된다. “비초에 소파와 테이블은 저의 위시리스트였어요.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디터 람스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거든요.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장식성이 별로 없는 중성적인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값비싼 명품 가구나 유행하는 가구도 분명 있지만 디자이너나 빈티지 제품에 좀 더 애정을 갖고 있어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디터 람스 디자인의 담백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그녀의 집과 꼭 닮아 있었다. 침실 못지않게 인상적인 공간은 주방이다. 싱크대와 팬트리 공간이 마주 보는 형태인 주방은 노란빛이 감도는 페인트를 바른 벽과 흰색 타일이 어우러져 빈티지한 유럽의 아파트를 떠올리게 한다. 나무로 짠 회색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냉장고부터 각종 주방 가전과 요리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들이 나온다. 필요하지만 꺼내두면 산만해 보이는 요소를 문으로 가릴 수 있는 유용한 아이디어다.

 

 

더세리프 TV와 비초에 소파가 놓인 공간이 집 안 중심에 위치한다. 뒤로 보이는 장은 붙박이 옷장.

 

현관 옆에도 선반장을 만들어 수납에 신경 썼다.

 

“비슷한 스타일의 집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요즘은 자기복제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돼요. 정말 멋진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요. 결국 제가 디자인하는 집에는 제 취향과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저만의 색깔과 고객의 요구 사항을 잘 조율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이민우 실장에게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물었다. “지금으로선 테라스가 있는 집이요. 정말 살고 싶은 집이 있었어요. 지인이 살던 빌라인데요, 파라솔까지 펼쳐둘 수 있는 넓은 테라스가 있고 침실, 거실, 주방에서 남산이 보이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그런 집에서 살고 싶어요. 잠옷을 입고 테라스로 바로 나갈 수 있는 집이요!” 자기복제에 대한 이민우 실장의 고민은 기우였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으며, 집이 곧 이를 반증한다.

 

채도가 낮고 빈티지하게 꾸민 주방.

 

아랫부분에 수납공간을 만들기 위해 단을 많이 높인 침대 구조가 재미있다.

 

소형 가전부터 각종 주방 살림살이를 보관하기 위한 팬트리 공간. 평소 문을 닫아두면 모든 짐이 깔끔하게 가려진다.

 

EDND 이민우 실장이 아끼는 디터 람스의 테이블과 디자이너 J.J.M 호헤르보르스트의 조명이 달린 코너. 그녀는 이곳에서 식사도 하고 미팅을 하거나 업무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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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환

계획이 있는 집

계획이 있는 집

계획이 있는 집

오래된 건물을 매입해 미래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상가 주택에 다녀왔다.

 

TV 대신 빔 프로젝터를 설치한 거실. 나무 테이블은 고재를 사용해 모노펙트에서 제작한 것이다.

 

식탁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조성윤, 정혜은 가족의 모습.

 

안양에 사는 조성윤, 정혜은씨 부부는 몇 달 전 30년 된 상가 건물을 매입하고 112㎡ 꼭대기 층을 집으로 리모델링했다. 거주만을 고려한다면 단독주택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미래를 염두해 상가 건물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저는 취미로 전통주를 배우고, 아내는 꽃을 공부했어요. 두 가지를 접목해 3년 뒤쯤, 1층에 꽃을 파는 술집을 열 계획이에요. 지하는 양조장으로 만들어 직접 술을 담글 거고요.” 남편이 설레는 표정으로 말했다. 화이트 톤에 나무 소재로 멋을 낸 집은 열정 가득한 부부의 젊은 취향을 닮았다. 밖에서 보면 오래된 벽돌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처음에는(오래된 건물을 보고) 작은아들이 이사 오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이게 무슨 단독 주택이냐면서요. 그래서 집을 공사하는 데 있어서는 아들의 요구를 많이 들어줬죠. 페인트를 칠해야 한다고 하길래 그렇게 했고요(웃음).”

 

집으로 들어오는 현관 입구의 풍경.

 

오브제처럼 걸려 있는 복숭아나무는 술 지게미를 저을 때 쓰는 동도지다. 

 

집 안을 모두 흰색으로 도장해 깔끔한 느낌을 살렸다.

 

상부장을 없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주방.

 

30년의 시간을 입은 건물 내부는 과거의 시간을 모두 잊은 듯 새롭게 재탄생됐다. 일단, 같은 층에 있던 세 개의 집을 하나로 합쳐 공간을 확장했고, 주방이었던 곳은 서재 겸 드레스룸으로, 창문이 있던 자리는 주방으로 변경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거쳤다. 몇 달간의 공사는 모노펙트 이윤진, 박민서 대표의 손길을 거쳐 진행됐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은 가족의 취향을 반영해 꾸며졌다. 주방 옆에는 식탁이 있는 다이닝룸을 만들어 식사뿐 아니라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는 등 여가 공간으로 활용한다. 거실에는 TV 대신 좋은 화질의 빔 프로젝터를 설치해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진열장 한 켠을 가득 채운 술과 술지게미를 젓는 동도지, 직접 심은 만세 선인장 등 부부의 취미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아이템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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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으로 꾸민 두 아들의 방.

 

라운드 형태의 아치를 지나면 서재 겸 드레스룸이 나온다.

 

내추럴한 소재의 나무로 제작한 안방 문.

 

욕실은 건식과 욕실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아내가 직접 식재했다는 식물은 공간에 싱그러운 생기를 더했다. “옛날에는 여기가 안양의 중심이었어요. 지금은 구시가지가 되어버렸지만요. 아이들도 있으니 너무 번잡한 상업지구는 좀 그래서 살짝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잡았죠.” 조성윤 씨가 오미자를 넣어 직접 담갔다는 막걸리를 건네며 말했다. 오래된 거리여도 변화를 이끄는 힘 하나만 있으면 충분할 것이다. 곧 문을 열 부부의 작은 공간이 그러한 힘이 되지 않을까. 참고로 가게의 이름은 팁시 플라워. 술에 취한 꽃을 뜻한다.

 

곡선 오브제가 집 안에 편안한 느낌을 더한다.

 

작은 옥상정원을 만들어 여가를 보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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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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