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루베, 샤를로트 페리앙,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네 명의 디자이너가 구현한 빈티지 가구가 한데 모여 그야말로 환상의 합을 이룬다.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포터블 하우스부터 함께 협업한 예술적인 작품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그 의미와 가치가 더해진 수많은 걸작이 선사하는 아트 신이 5월 11일부터 한 달간 갤러리 L.993에서 펼쳐진다.
A HOME FOR REFUGEES
장 프루베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미적이면서도 기능적인 면모를 갖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프루베의 6×6 디마운터블 하우스 6×6 Demountable House는 그의 디자인적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폭격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에서 전쟁 유랑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반과 조립, 해체까지 손쉬운 조립식 주택을 만든 것. 당시 생산된 약 400개의 디마운터블 하우스 중 현재는 매우 소수만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고 한다.
THE WARMTH OF OLD WOOD
칠이 벗겨진 오래된 목재가 주는 신비로움이 공간에 가득한 장 프루베의 조립식 주택에 샤를로트 페리앙과 피에르 잔느레의 빈티지 가구가 놓여 있다. 페리앙은 알루미늄, 강철 등 금속 재료를 주로 사용한 초기 작품과 달리 1930년대 이후부터는 일본과 베트남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목제 가구를 주로 선보였다. 마호가니 원목으로 제작한 폼리브레 커피테이블과 월넛 스툴 그리고 티크와 케인을 소재로 한 피에르 잔느레의 이지 암체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DESK LIKE LEGACY
앤티크한 촛대가 올려 있는 책상은 장 프루베의 딸 프랑수아 고티에 Francoise Gauthier가 물려받은 작품으로 알려져 더욱 소장 가치가 높은 사이트 Cite 테이블이다. 금속 재질로 된 굵은 다리에서 풍기는 견고함이 인상적인데, 상판 아래 알루미늄으로 된 수납공간이 있어 실용성까지 갖췄다.
EASY& FUNCTIONAL
디자인은 모두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장 프루베는 제작과 이동, 설치하는 작업 또한 간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타의 장식을 배제하고 심플함을 살린 포텐스 램프 Potence Lamp는 벽면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어 공간 활용이 용이할 뿐 아니라 설치 또한 쉽다. 함께 놓인 붉은색 세미메탈 체어도 조립과 분해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COLORFUL SPACE
디마운터블 하우스 내부에서 형형색색의 선반과 붉게 물든 듯한 장 프루베의 테이블과 의자가 보인다. 스쿨 체어라 불릴만큼 학교 의자 디자인의 표준처럼 자리매김한 스탠더드 체어와 A자 형태의 검은 다리와 빈티지한 붉은 상판으로 이루어진 512 커피 테이블이 인상적이다. 벽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누아주 Nuage 선반은 샤를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한 것으로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2단 혹은 3단 그리고 각기 다른 컬러 배합으로 제작할 수 있는 오더메이드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MULTI-FUNCTIONAL HANGER
마치 벽에 부착한 라디에이터 같은 나무판에 다양한 크기의 고리가 걸린 이 가구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르 코르뷔지에와 샤를로트 페리앙의 협업으로 탄생한 포트망토 Porte-manteau다. 포트망토는 간살 방식으로 제작된 견고한 나무판에 걸린 금속 고리에 코트를 걸어둘 수 있는 코트 행어와 작은 물건을 올려둘 수 있는 선반의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UNEXPECTED CLOSET
디마운터블 하우스의 한가운데 묵직한 규모의 수납장 겸 옷장이 그 크기만큼이나 웅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 또한 프랑수아 고티에가 소장하고 있던 가구를 들여왔다. AP11라 불리는 옷장은 얼핏 보면 단순한 원목 수납장으로 보일지 몰라도 슬라이딩식 도어를 슬며시 열면 아이코닉한 레드 컬러로 마감한 내부가 나타나 반전의 매력을 자랑한다.
FADED VINTAGE DESK
디마운터블 하우스 한켠에는 마치 대학 강의실의 원형을 보는 듯한 스쿨 데스크가 있다. 의자와 테이블이 일체형으로 제작된 이 제품은 약간은 빛바랜 듯한 색을 띠는 에나멜 코팅을 한 의자와 책상 다리가 더욱 빈티지한 면모를 더하며, 처음부터 이곳에 자리한 듯 주택이 주는 따스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자연스레 녹아 있다.
JEANNERET’S LIBRARY
선반 제작에 사용된 티크와 거치대의 알루미늄, 서로 다른 두 물성이 매력적인 합을 이루는 페리오디컬 비블리오테크 Periodical Bibliothequ 선반과 함께 놓인 다이닝 체어가 마치 피에르 잔느레의 서재 일부분을 가져오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특히 선반은 필요에 따라 알루미늄 거치대를 위로 밀어넣어 수납할 수 있고 비스듬히 세울 수도 있어 수납공간을 확보하거나 매거진 랙으로 활용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3×5 형태의 선반과 함께 5×4 형태의 선반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when 5월11일(화)~6월11일(금),월요일휴관
time 오전11시~오후6시
add L.993(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53길 22 헨리베글린 로데오 플래그십 스토어 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