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E OF SUMMER

작가들의 공예품에서 느껴지는 여름

작가들의 공예품에서 느껴지는 여름

작가의 공예품에서 불현듯 여름의 흔적을 찾았다.

은 주전자를 비롯한 은수저와 작은 은 국자, 차 스푼 등 은 소재 컬렉션은 모두 금속공예가 류연희 작가의 작품.

 

은의 기억

금속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완성되기까지는 뜨거운 열에 녹이고 담금질과 두드림의 과정을 견뎌야 하는데, 차분하게 열이 식고 난 후의 금속은 차가움 그 자체다. 류연희 작가의 은 작품을 바라보며 사뭇 여름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무더운 여름 한낮의 열기를 견디고 난 후 밤에 맞이하는 찰나의 바람은 순간 몸이 오싹해질 정도로 차고 달다. 얼음처럼 차갑게 보이지만 손에 쥐면 지난 열기의 묵직함을 간직하고 있는 은의 매력이 여름과 꼭 닮았다. editor 신진수

 

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게 구리와 황동으로 만든 콘과 옻으로 여러 색을 두른 아날로그식 콘 스피커. 본체 위에는 스마트폰을 꽂을 수 있다. 박성철 작가의 작품으로 조은숙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 갤러리에서 판매.

 

소리가 기억한 계절

기이하게도 여느 계절과 달리 여름의 기억은 소리로 남는다. 서늘한그늘이 드리운 너른 풀밭, 흘러나오는 음악과 둘러앉은 이들의 말소리까지. 귀가 이 계절의 인상을 기억하는 것만 같다. 맑고 풍성한 사운드가 아니더라도 한 손에 너끈히 잡히는 차가운 구리와 황동의 촉감, 옻으로 형형색색 칠한 색을 두른 아날로그 스피커와 음악이 담긴 휴대폰 하나만 있어도 이 계절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선연한 모습으로 재생된다. editor 이호준

 

 

최희주 작가의 액막이 모시 명태와 옛 중국 귀족이 풍류를 즐길 때 귀뚜라미를 잡아두었다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귀뚜라미 보관함.

청산에 살어리랏다

예부터 여름철 최고의 전통 소재 모시는 까슬까슬한 촉감이 시원하고 멋스럽다. 그런데 모시는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그 때문인지 모시로 만든 옷은 왠지 뜨거운 햇볕 아래 일을 할 때 입는 것이 아니라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 부채질을 하는 여유로운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조상들의 멋이 한껏 느껴지는 여름날처럼 우리도 지혜롭고 멋스럽게 이 여름을 향유할 수 있기를!  editor 권아름

 

빛에 관한 시각적 탐구를 조명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온 박혜인 작가의 작품으로 글로리홀 글라스웨어에서 파생된 유리 오브제.

 

어느 심해 속 아름다운 신

뜨거운 태양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에메랄드 바다 그 깊은 곳에 잔잔하게 고요함이 머무른다. 눈을 감고 심해를 떠올릴 때면 알 수 없는 평온이 찾아온다. 투명한 해파리, 신비로운 해양생물이 떠돌것만 같은 그곳. 박혜인 작가가 만든 이 유리 작품을 보면 이런 상상을 시각화해준다. 투명한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 속까지 영롱함이 어른거린다. 그리고 묘한 형태가 주는 즐거움까지. editor 권아름

 

고대 토기를 모티프로 제작한 화기 및 오브제 시리즈 어글리 포트 Ugly Pot는 김규태 작가의 작품으로 에리어플러스에서 판매.

고아한 미감

태양은 뜨겁지만 그늘을 찾아 들어가면 서늘함이 느껴지는 날씨, 휴가철이 다가오면 해변에 깔린 새하얀 모래를 밟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짙은 태토 위로 그와 대비되는 분장 토를 흘리듯 얹고 최소한의 연마 작업으로 마무리한 김규태 작가의 어글리 포트는 기억 저편의 한없이 뜨겁고 고운 백사장의 모래를 흩뿌린 듯하다. editor 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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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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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SPACE 건축과 예술이 숨 쉬는 곳,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ART & SPACE 건축과 예술이 숨 쉬는 곳,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ART & SPACE 건축과 예술이 숨 쉬는 곳,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단순히 한 가지 목적만을 지닌 공간의 시대는 지나갔다. 건축과 패션,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까지도 예술 작품과 맞닿기 시작한 것. 공간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문화와 예술적인 배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여섯 개의 공간을 찾았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은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꼭대기 층에 자리해 프랭크 게리 특유의 곡선 유리창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창작을 장려하는 전시 공간으로 도쿄와 뮌헨, 베니치아, 베이징 그리고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은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4층에 자리하고 있어 프랭크 게리 특유의 곡선 유리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완벽하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 대한 설명에 앞서 건축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면, 이 건축물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프랭크 게리의 작품으로 게리가 설계한 파리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형태와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프랭크 게리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과 더불어 한국의 역사가 담긴 건축물인 수원화성과 흰 도포 자락이 너울거리는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전통 동래학춤의 우아한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에 접목했다고 한다. 전시 공간이 펼쳐지는 이곳은 예술계와 루이 비통의 오랜 협업을 재조명하기 위한 개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소장품 중 특별히 선별된 작품만을 전시한다. 2019년,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의 개관을 기념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대표 조각 작품 8점의 전시가 열렸으며 현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정사각형 컬러 패널 196개를 여러 사이즈의 작은 격자 판으로 조합한 작업부터 하나의 대형 패널로 완성한 작업까지 11가지 버전으로 구성되어 다채로운 색상의 스펙트럼을 감상할 수 있다. 사실 전시 공간인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뿐만 아니라 지하 1층부터 4층으로 이루어진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서는 예술 작품과 루이 비통의 역사를 반영하는 아카이브가 곳곳에 설치되어 특별하면서도 개인적인 쇼핑을 경험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루이 비통 트렁크가 현대 예술 작품과 나란히 전시되며, 수많은 작품과 가구 또한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역사가 담긴 건축물인 수원화성과 흰 도포 자락이 너울거리는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우아한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루이 비통 메종 서울.

 

다채로운 색상의 스펙트럼을 감상할 수 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전은 7월 18일까지 진행된다.

 

현재 전시 중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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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SPACE 아트 작품 속 하룻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ART & SPACE 아트 작품 속 하룻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ART & SPACE 아트 작품 속 하룻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단순히 한 가지 목적만을 지닌 공간의 시대는 지나갔다. 건축과 패션,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까지도 예술 작품과 맞닿기 시작한 것. 공간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문화와 예술적인 배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여섯 개의 공간을 찾았다.

조선 팰리스의 연회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김지원의 작품 ‘맨드라미’로 축복과 영광의 순간을 기념하고 있다.

 

수많은 예술 작품과 이국적인 화려한 인테리어, 마치 외국의 뮤지엄을 방불케하는 이곳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세워진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100여 년의 헤리티지를 이어오면서 최상급 독자 브랜드로 개발한 첫 호텔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옛 르네상스 호텔 부지에 지은 이곳은 36층과 27층의 두 개의 신축 빌딩으로 길게 뻗은 테헤란로에 즐비한 빌딩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웰컴 로비에서 맞이하는 다니엘 아샴의 두 개의 조각 작품이 압도적으로 다가와 단번에 새로운 세계에 온 듯하다. 조선 팰리스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곳인 만큼 대리석 바닥과 크리스털로 마무리한 벽, 격자무늬 천장이 웅장하면서도 드라마틱한 풍경을 펼쳐낸다. 호텔은 밀레니얼세대의 대표 디자이너이자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신진 듀오 디자이너 움베르트&포예가 디자인 설계를 맡았다. 프랑스와 모나코 등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도심과 휴식에 대한 높은 이해력으로 특유의 모던함과 이국적인 감성을 조선 팰리스에 녹여냈다. 아르데코 스타일을 기본으로 다양한 소재와 색감, 디테일한 요소가 어우러지며, 특별히 불변의 서비스 정신을 의미하는 메탈과 크리스털, 유리의 섬세한 대비가 공간을 보다 특별하게 만든다. 또한 해외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김지원, 이정진, 차규선 등 국내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컨템포러리 작품 400여 점으로 조선 팰리스 호텔이 지향하는 최고의 환대를 표현했다. 공용 공간과 객실에서도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어 호텔 그 이상의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 차이니스 파인 레스토랑 더 그레이트 홍연부터 코리안 컨템포러리 다이닝 이타닉 가든 등 F&B도 세심하게 완성했다. 요리를 즐기는 동안에도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곳곳에 예술 작품을 비치했는데, 이는 조선 팰리스가 투숙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다. 풍요로움과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비전을담고 있는 예술 작품을 통해 조선 팰리스는 지금 이 순간이 황금기라는 컨셉트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투숙객들이 이를 느낄 수 있게 의도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이국적이고 색다른 경험은 단순히 투숙만이 아닌 낯설지만 충만한 문화적인 감성일 것이다.

 

투숙객을 처음 맞이하는 팰리스 게이트에 있는 다니엘 아샴의 ‘Blue eroded moses’.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으로  빚어낸  걸작이 원본으로 ‘허구의 고고학’이라는 미학적 세계관 속에서 순환하며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리셉션 입구에서 화려하게 맞이하는 쉬전 Xu Zhen의 ‘This Must be Heaven, because You Sure Look like an Angel’은 중국의 세계화와 소비주의로 인한 부조화와 충동을 위트와 아름다움으로 풀어냈다.

 

코리안 컨템포러리 다이닝 이타닉 가든은 명상적이고 회화적인 이정진 작가의 ‘Everglades’ 작품을 비치했다.

 

리셉션 입구에는 요한 크레텐의 ‘Glory’ 작품이 시선을 압도한다. 금을 직접 주물러 만든 작품으로 조가비와 별 등을 모티프로 사용했다. ©조선팰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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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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