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Age of Hotel

피렌체의 품격있는 호텔, 카스텔로 델 네로

피렌체의 품격있는 호텔, 카스텔로 델 네로

과거의 질감과 현재의 감각이 만났다. 사유지였던 카스텔로 저택이 파올라 나보네의 손길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호텔 카스텔로 델 네로는 피렌체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높이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키안티는 화려한 자연 풍경을 자랑한다. 오래된 카스텔로 저택이 호텔로 새롭게 변신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와인이자 손꼽히는 와인 생산지인 키안티 Chianti는 피렌체 도심에서 차로 30분 가량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을 만큼 물리적으로는 꽤나 떨어져 있지만, 아름답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 자연 풍경을 자랑한다. 그리고 최근, 이곳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더할 공간이 탄생했다. 740에이커 정도의 큰 부지를 자랑하는 호텔 코모 카스텔로 델 네로, 투스카니 COMO Castello del Nero, Tuscany가 그 주인공이다. 코모 호텔은 약 14개국에 호텔 체인이 있을 만큼 규모 있는 호텔 그룹이지만, 유럽에서는 유독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그들이 이탈리아에 매료된 데에는 코모 호텔의 설립자 크리스티나 옹 Christina Ong의 영향이 지대했다. 아르마니, 프라다, 불가리 등 이탈리아의 디자인, 패션 하우스를 아시아에 소개하며 이탈리아의 패션 파워를 전파하는가 하면, 이탈리아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심지어 요리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이탈리아가 지닌 지역적, 국가적 미학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에도 무수히 많은 지역이 있지만 구태여 이곳을 유럽 코모 호텔의 거점으로 삼은 데에도 일화가 있다.

 

 

호텔 로비. 리셉션으로 활용되는 카운터는 프레스코 벽화에서 영감을 받은 문양을 새기고 진회색의 세레나 스톤 상판으로 완성했는데, 호텔을 방문했을 때의 첫인상을 보다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키안티는 화려한 자연 풍경을 자랑한다. 오래된 카스텔로 저택이 호텔로 새롭게 변신했다.

지금의 카스텔로 델 네로의 전신인 카스텔로 저택은 12세기경에 지어진 후 수백 년 동안 사유지였지만 2006년 호텔로 개조되어 대중에게 공개되었는데, 당시 크리스티나 옹이 이곳으로 가족 휴가를 오면서 카스텔로 저택과 해당 지역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고택에서 호텔로 한 차례 기능을 달리한 바 있었지만 12세기에 지어진 역사적인 면모는 유지하되, 디자인적으로 완벽한 호텔이 되기를 바랐던 코모 측은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파올라 나보네에게 호텔의 리노베이션을 의뢰했다. 마찬가지로 카스텔로 저택의 매력에 공감한 그는 50개의 객실과 실내와 외부의 공용 공간을 하나둘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카스텔로 저택이 지금껏 지녀왔던 건축, 인테리어적인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 석회빛이 일부 감도는 내벽과 곳곳에 프레스코 기법으로 완성된 벽화, 투스카니 테라코타로 된 바닥, 아치형 천장과 함께 오랜시간을 함께 한 가구나 소품 등의 요소는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되, 부분적인 보수만 거치게 됐다. 테라코타 바닥은 왁스로 표면을 다시 처리해 기존의 색상이 더 밝게 톤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마찬가지로 고택에 한층 더 밝은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벽면의 일부를 라임 밀크 컬러로 페인팅해 기존과 조화를 이루면서 임팩트는 더했다.

 

 

프레스코 벽화가 가장 잘 보존된 스위트룸. 피렌체 곳곳의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이 한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호텔의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를 담당한 파올라 나보네는 가장 먼저 저택이 지닌 특징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예스럽고 멋진 요소는 살리면서 자신의 디자인 정체성을 부여했는데, 호텔 곳곳에 놓인 제르바소니의 제품도 그중 하나다.

이와 같은 면모는 프레스코 벽화가 가장 잘 보존된 스위트룸에서 보다 두드러지게 발견할 수 있다. 피렌체 곳곳의 풍경을 소재로한 프레스코 벽면이 공간을 가득 메운데다 기존 벽면의 색과 포인트 컬러가 조화롭게 융화된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각각의 객실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상황은 흡사했다. 대개의 방에 놓인 책상과 수납장은 모두 이제껏 카스텔로 저택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클래식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침대, 야간 테이블, 벤치 및 러그 등은 파올라 나보네가 직접 디자인한 제르바소니의 제품을 두었다. 또한 추가적인 테이블과 콘솔은 란도 Lando에서 맞춤 제작한 것으로 역시나 카스텔로 저택의 무드에 맞게끔 구성되었다. 일례로, 리셉션으로 활용되는 하얀 나무 카운터는 프레스코 벽화에서 영감을 받은 문양을 새긴 후 진회색 세레나 스톤 상판으로 완성했는데, 기존 가구들과의 위화감은 줄이되, 입구에서 시선을 끄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닌 진회색 벽면은 그대로 살리되 뉴트럴한 톤을 포인트로 준 욕실. 가구를 배치한 점이 멋스럽다.

 

호텔의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를 담당한 파올라 나보네는 가장 먼저 저택이 지닌 특징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예스럽고 멋진 요소는 살리면서 자신의 디자인 정체성을 부여했는데, 호텔 곳곳에 놓인 제르바소니의 제품도 그중 하나다.

건축과 파올라 나보네의 디자인을 감상하는 심미적인 경험 말고도 이곳이 자랑하는 또 다른 요소는 레스토랑과 여러 부대 시설을 통한 다방면의 문화적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넓은 부지를 적극 활용해 테니스 코트나 야외 수영장, 스파 등의 힐링 액티비티가 가능할뿐 아니라 일명 미쉐린 셰프로 명성이 자자한 지오반니 루카 디 피로가 헤드 셰프로 있는 라 토레를 비롯해 라 테브르나, 파빌리온 두 곳의 레스토랑 또한 방문객들을 만족시킨다. 라 토레의 경우 겨울에는 마구간과 와인 저장고를 개조한 곳에서 운영되나, 여름에는 정원에 마련된 테라스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잘 꾸며진 정원의 조경을 보면서 양질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파빌리온에서는 지중해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와 코모 호텔에서 자체 개발한 시그니처 요리를, 그리고 라 테브르나에서는 토스카나에서 유래한 전통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라 토레에 마련된 와인 저장고는 레스토랑의 백미와 같은 구역이다.

 

파올라나 보네의 키 컬러라고 할 수있는 푸른색 벨벳체어가 돋보이는 라토레. 마구간과 와인 저장고를 개조한 곳이다.

 

낮은 채도의 청록색과 흰색의 제르바소니 가구와 빈티지한 고가구 그리고 저택의 클래식한 구조와 진회색 벽면이 방문하고 싶은 욕구를 높인다.

건물이 지어질 당시의 용도를 그대로 수행하는 곳인지라 그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리셉션 구역처럼 길이가 긴 바 테이블 겸 카운터를 설치해 현대적인 감각이 일부 녹아있다. 또한 아연으로 마감한 상판을 사용해 돌 소재의 상판을 이용한 리셉션과는 명확한 차이를 줘 파올라 나보네의 디테일한 센스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다. 와인 산지에 위치한 만큼 지역 특산 와인과 함께 한다면 두 배로 이 공간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도심과 떨어져 들판과 호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풍경 속에 자리해 편리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설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함축한듯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지만 현대적인 감각 마저 느낄 수 있는 카스텔로 델 네로. 서로 상충되는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지역을 대표할 새로운 랜드 마크로의 자격을 더할 나위 없이 발휘하고 있다.

 

낮은 채도의 청록색과 흰색의 제르바소니 가구와 빈티지한 고가구 그리고 저택의 클래식한 구조와 진회색 벽면이 방문하고 싶은 욕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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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like a Gallery, 디에디트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상업 공간, 디에디트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상업 공간, 디에디트

가구 쇼룸부터 레스토랑, 헬스클럽 등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방문하는 상업 공간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나곤 한다. 공간과 그곳의 인테리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조력자 같은 작품은 방문객들에게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브제 예술의 묘미, 디에디트

계단 모양의 작품은 발렌틴 로엘만의 ‘step 1×13’. 은색 도넛처럼 생긴 오브제는 오스카 지에타 Oskar Zieta의 ‘Rondo’.

 

태피스트리는 알렉산드라 모카누 Alexandra Mocanu의 작품. 곡선미가 돋보이는 패브릭 소파는 피에르 어거스틴 로즈 Pierre Augustin Rose, 조명은 아파라 투스 Apparatus의 ‘애로우 Arrow’, 오크와 브라스 소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소파는 발렌틴 로엘.

다양한 가구와 조명, 오브제를 소개하는 디자이너 컬렉션 브랜드 디에디트는 ‘오브제’ 예술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최근 소비자들의 가구와 조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장식적인 요소인 오브제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어요. 크기와 소재에 구애받지 않는 오브제야말로 취향의 결정체인 것 같아요.” 디에디트는 대단한 예술품이 아니어도 개인의 취향이 담긴 오브제를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하나밖에 없는 발렌틴 로엘만 Valentin Loellmann의 ‘step 1×13’ 작품은 큰 계단을 집 안에 들여놓은 듯한 초현실적인 장면을 선사하며 공간 자체를 캔버스에 그린 그림처럼 만든다. 자신만의 취향으로 고른 오브제는 손쉽게 신선한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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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이현실, 박상국,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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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on&Objet 2022

화려한 컬러와 역동적인 감각의 향연, 메종&오브제 2022

화려한 컬러와 역동적인 감각의 향연, 메종&오브제 2022

팬데믹 상황이 조금 누그러지기를 기다렸다 3월 말에 열린 2022년 메종&오브제. 지난해 9월은 비유럽권 국가에서의 방문이 쉽지 않았던 터라 일부 공간을 닫은 채 최소한의 규모로 치러졌지만 마스크도 벗고 대륙 간 이동이 가능해진 2022년 봄은 그동안 움츠려 있었던 업계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팬데믹 전 규모로 돌아가 최대한 밝고 활기차게 방문객을 맞이했다. 화려한 컬러와 역동적인 감각이 가득했던 노르 빌팽트 전시장과 파리에서 열린 ‘메종&오브제 인 더 시티’의 하이라이트를 살펴보자.

What’s New

매종&오브제 6관에서 만난 이탈리아 브랜드 아비카 Abhika

 

<소 홈 호텔> 전시에서 제안하는 거실 분위기.

올해의 주제인 ‘새로운 럭셔리 Nouveaux Luxes’에 맞춰 오늘날의 럭셔리란 무엇인가에 걸맞은 4개의 키워드를 다룬 전시를 4곳의 각기 다른 공간에 마련했다. 빛을 활용해 우아한 리테일 환경을 제안한 ‘박물관 투어 Museum Tour’, 향, 촉감, 미각, 시각 등을 부드럽게 자극해 우리의 실생활에서 행복을 발견하도록 돕는 작은 오브제와 가구를 조명한 ‘레어 타임스 Rare Times…’, 최고의 럭셔리는 자연이라는 말처럼 자연의 형태를 담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 오브제를 모아놓은 ‘자연적 요소 Elements of Nature’ 그리고 가장 럭셔리한 공간이라고 불리는 호텔을 집으로 옮겨온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으로 꾸며진 ‘소 홈 호텔 So Home Hotel’이다. 특히 관람객이 많이 몰리는 7관에 위치한 <소 홈 호텔> 전시는 디지털 플랫폼 미디어로 성공한 굿무드 Goodmoods(goodmoods.com)가 관객과 직접 소통한 첫 번째 행사로 온라인의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를 감도 있게 재현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볼드한 텍스처가 느껴지는 벽지와 모던한 식기류의 조화.

 

흙과 나무 등 자연의 재료를 사용한 소품을 적극 활용한 공간.

 

가구에 사용된 텍스타일과 벽에 사용된 페인트 그리고 바닥의 러그와 그림까지 컬러의 통일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호텔에 들어온 듯 연출한 전시장 입구가 흥미롭다.

 

 

위크로니아 카페

아마도 메종&오브제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공간은 젠지(Generation Z) 세대 컨셉트로 만든 위크로니아 카페 Uchronia Café가 아니었을까. 28살의 젊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줄리앙 세반 Julien Sebban이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위크로니아가 만든 컬러풀한 카페는 모두의 미팅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했다. 친구들끼리 모여 하루 종일 일하고 먹고 떠드는 파리의 노천카페를 오렌지와 보라색이 중심이 된 다채롭고 기발한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유기적인 테이블과 음식을 주문 받는 바, 계단식 공간까지 어디에서도 직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엄격한 규율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일하는 Z세대의 관점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화려한 카페 디자인 외에도 적극적인 재활용 재료의 사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텍스타일 브랜드 데다르 Dedar에서 사용하고 남은 패브릭으로 쿠션을 제작했고, 카펫 역시 이미 재활용한 것이며, 앞으로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MDF와 수지로 만든 테이블을 지탱하는 비스트로 스타일의 철제 다리는 모두 플리마켓에서 업사이클링한 제품이다. 박람회 이후에는 모든 제품을 카타위키 Catawiki 웹사이트의 경매를 통해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하니 미래 세대가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감까지 배울 수 있었다.

WEB uchronia.fr

 

 

올해의 디자이너 프랭클린 아지

프랭클린 아지 전시장 내부. 움직이는 상이 담긴 스크린 테이블을 보고 작업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2024년에 완공 예정인 미래 에너지를 사용하는 몽파르나스 타워 리뉴얼 공사, 보파사주 쇼핑몰, 이자벨 마랑과 제롬 드레퓌스의 전 세계 매장 그리고 파리 홀리데이 카페까지 프랭클린 아지 Franklin Azzi는 대규모 도시 계획과 트렌디한 인테리어 디자인의 영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작업하는 몇 안되는 디자이너다. 2006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에이전시를 설립해 현재 60명의 직원이 일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한 스튜디오는 에너지 관리에 미래지향적인 관점을 취하는 건물을 짓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래서 ‘시대를 초월한 작업 공간’이라는 주제로 ‘레트로 퓨처’라는 제목의 설치물을 제작했다. 과거의 도구를 사용해 미래의 창의적인 프로세스를 탐구하는 것을 보여줬다. 펜과 직각자, 라이트 테이블 위의 트레이싱 페이퍼 같은 기본 도구와 개발에 필요한 항목이 스크린 역할을 하는 테이블을 통해 연출되었다. 관객이 차분히 영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펠트천으로 슬레이트 커튼벽을 만들어 출입이 자유로우면서도 사운드가 내부에 갇히도록 했다.

WEB www.franklinazzi.fr

 

두께감 있는 펠트천으로 제작된 커튼 벽은 자유로운 출입과 사운드를 차단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팀랩 그리고 일본의 라이징 탤런트

팀랩의 <공명하는 생명의 소우주> 전시.

 

신진 공예가로 선정된 일본 도예가 토루 쿠로카와.

매년 특정 국가의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라이징 탤런트 어워즈가 2011년 9월에 이어 10여 년 만에 다시 한번 일본을 주목했다. 올해 특별히 달라진 점이라면 라이징 탤런트 어워즈에 공예 부문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신진 공예가로 선정된 토루 쿠로카와 Toru Kurokawa에 대한 관심이 유달랐다. 도예가인 쿠로가와는 흙이라는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춤을 추는 듯 움직임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드는데, 물질이 채워진 공간과 빈 공간과의 균형이 아름다웠으며 라이징 탤런트 국가로 일본을 선택했기 때문인지 팀랩의 인터랙티브 전시도 다시 한번 메종&오브제를 찾았다. 이번에는 공명하는 생명의 소우주(Resonating Microcosmos of Life)라는 다소 추상적인 제목으로 우주를 떠다니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공간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AETHION

 

5관에서 전시 중인 토루 쿠로카와의 다양한 도자와 조각 작품. ©AETHION

어두운 공간을 채운 61개의 물체들은 관람객이 만지거나 자극을 주면 색이 바뀌면서 주변 물체의 색도 점차 바뀌는 효과를 생성한다. “태양 아래서 타원형 물체는 주변 세계를 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람객이 거나 바람을 일으키면 물체는 뒤로 물러났다 위로 올라와 공명음을 냅니다.” 팀랩의 설명처럼 그렇게 하나의 물체가 향을 받으면 주변의 타원형도 차례로 반응하며 같은 음색으로 계속 공명하고 마치 우주 세계처럼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며 존재한다. 예술을 통한 자아와 새로운 인식에 관한 탐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팀랩의 비전이 돋보였다.

 

 

파리 시내에서도 즐기자! 메종&오브제 인 더 시티

1800여 개의 업체가 들어서 있는 박람회장을 벗어나 파리 시내로 들어오면 87개의 브랜드 쇼룸과 전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답답한 부스를 벗어나 시내에서 만나는 브랜드 전시와 평소에는 일반인한테 오픈하지 않는 쇼룸도 이 기간에는 문을 활짝 열어놓으니 평소 관심 있었던 장소를 방문해보자. 관계자의 가이드를 받으며 정보와 지식을 넓히는 경험 또한 메종&오브제 인 더 시티를 찾는 묘미일 것이다.

 

패턴의 여왕 로라 곤잘레스 쇼룸

세라믹 타일로 패턴을 만들어 제작한 테이블, 유리공예가가 제작한 핑크빛 조명, 장식용 술까지 인테리어 팁이 가득하다. ©Stephan Julliard

 

아들이 그린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바 캐비닛은 나뭇조각을 이어 맞춰 패턴을 완성했다.

메종&오브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로라 곤잘레스 Laura Gonzalez. 팬데믹 기간에도 생 장 호텔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한 그녀가 이번엔 생제르맹데프레에 영구적인 쇼룸을 열었다. 2008년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데코, 아르누보, 신고전주의까지 믹스하는 대담한 스타일링으로 5년 만에 가장 화려한 맥시멀리스트로 떠오른 그녀는 2024년까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30여 개나 된다고 한다. 그러한 성공에 힘입어 파리 7구 3, Rue de Lille에 문을 연 쇼룸은 미국 패브릭 브랜드 슈마허 Schumacher와 협업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프린트와 컬러 패브릭의 향연을 이끌어냄으로써 그 명성을 대변했다.

 

쇼룸에 사용된 모든 패브릭은 슈마허.

 

옻칠한 패턴이 들어간 나무 테이블과 의자에 플라워 패턴을 사용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다이닝 테이블.

직접 디자인한 가구, 빈티지 오브제, 프린트 패브릭, 고급 양탄자의 조합을 이루어낸 그녀의 디자인은 19세기 귀족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즐겁고 호화롭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이번 쇼룸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동그랗고 귀여운 형태의 바 캐비닛. 유치원생인 아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기에 아들의 첫 번째 디자인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의 모습이 엿보였다.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경험한 로라 곤잘레스의 디자인 제품을 집 안에 들이고 싶다면 쇼룸을 방문해 디자인 컨설팅을 받아보자.

WEB lauragonzalez.fr

 

 

나무 몰딩 아틀리에를 가구 전시장으로 활용인비지블 컬렉션

페오 브와즈리 공방에 놓인 피에르 오귀스탕 로즈Pierre Augustin Rose의 사무실 책상과 아르보Arbor 의자. ©Jacques Pepion

입소문과 함께 SNS를 가장 뜨겁게 달군 현장은 페오 브와즈리 Féau Boiseries 아틀리에에서 전시를 연 인비지블 컬렉션 Invisible Collection이다. 2016년에 시작된 온라인 플랫폼 인비지블 컬렉션은 하이엔드 가구 유통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개인이 구매하기 까다로웠던 디자이너 컬렉션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손쉽게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 높은 가격대의 제품을 취급하는 만큼 고객층이 제법 한정되어 있지만, 그래서 페오 브와즈리 공방과의 협업이 가능했다. 1875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보물 창고 같은 이곳은 단 한번도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다. 하지만 비의 요새같이 닫혀 있던 문을 열게 만든 것은 피에르 요바노비치, 티에리 르메르, 론 아라드 같은 디자이너 가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객층이야말로 자사 몰딩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데다르의 아름다운 새로운 컬렉션으로 만든 8점의 소파와 암체어를 비롯한 23여 점의 가구는 3대째 내려오는 시간이 멈춘 듯한 미로 같은 독특한 공간에 무심히 놓고, 그러한 컨템포러리 가구는 유명 디자이너 네임밸류에 페오 브와즈리의 마법과도 같은 연출의 아우라가 더해져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환상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WEB theinvisiblecollection.com

 

 

신진들의 발견 테오렘 에디션, 모노 에디션

테오렘 에디션에서 선보인 신선한 디자인 작품. ©Valentin Fougeray

 

프랑스 디자이너 아드리앙 메시에 Adrien Messié의 세라믹 테이블에 세르비스 제네로 Services Généraux가 3D 세라믹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한 화병이 놓여 있다.

유명 디자이너의 새로운 컬렉션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보석 같은 신진 디자이너를 발견하는 것도 이 기간에만 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다. 올해는 ‘테오렘 에디션 Theoreme Editions’과 ‘모노 에디션 Mono Editions’처럼 여러 신진들로 구성된 컬렉션이 눈길을 끌었다. 홍보대행사 대표 다비드 지루아르 David Giroire와 럭셔리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은 제롬 바조치 Jérome Bazzocchi가 함께 설립한 테오렘 에디션은 현대 프랑스 디자인이 대변하는 강력하고 상쾌한 미학을 전달하고 지난 2019년 라노에서의 첫 번째 컬렉션 이후 이번 파리 전시가 두 번째다. 테오렘 에디션의 디자인은 색상과 재료에 대한 실험적인 접근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과 예술 그리고 모더니티 사이를 넘나드는 것이 특징이다.

 

재활용 펄프지와 코르크로 제작한 가구. ©Mono Editions

풀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아칠 Achille 의자가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초현실주의적 모더니즘이 돋보이는 디자인과 옻칠한 금속 큐브에 얹은 부드러운 트위드 소재의 대비가 신선하다. 2021년 갤러리 오너던 래티티아 벤투라 Laetitia Ventura에 의해 설립된 모노 에디션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컬렉션마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단일 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완성하는 것이 컨셉트인데 이번에 선택된 재료는 종이와 코르크다. 프랑스 디자인 스튜디오 그람 Gramme은 재활용 펄프지로 마치 돌을 조각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테이블과 의자, 램프를 제작했고, 건축가 윌리엄 벤투라 William Ventura는 코르크를 재활용해 모듈식 가구를 디자인했다. 종이를 압축하는 기술을 가진 이탈리아 공방에서 제작된 작품은 장인 정신과 아름다움 그리고 내구성까지 모두 갖췄다. 성공적인 첫 번째 컬렉션 발표를 치른 모노 에디션과 점차 업계에서 단단해지는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테오렘 에디션. 반짝이는 이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WEB theoremeeditions.com, mono-edit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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