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초상, 알렉스 카츠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알렉스 카츠 대규모 회고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알렉스 카츠 대규모 회고전

 

유행하는 장르와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만의 붓질을 계속해온 알렉스 카츠의 대규모 회고전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는 구겐하임 미술관 곳곳에 세워둔 ‘Gathering’ 조각들. 작품에서 나온 듯한 인상을 준다. /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New York

 

어느 때부터였던가 알렉스 카츠라는 낯선 이름이 등장하더니 어느덧 화단의 주요 작가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지금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최근 들어 미술 시장에서 카츠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던 것도 바로 이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가 열릴 것임을 미리 알고 컬렉터들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다.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작품만 봐왔던 사람이라면 구겐하임에서 회고전을 열기에는 너무 젊지 않은가 하고 생각할 만큼 현대적인 화풍이 돋보이지만 실은 1927년생으로 세계 최고령 작가 중 한 명이다. 어쩌면 이런 반전 매력이 작가의 팬층을 확장하는 또 다른 요소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1972년, 45세 때 구겐하임 펠로십을 수상한 후 40년 만에 95세가 되어 다시 구겐하임으로 돌아온 작가의 소감은 어떠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녹색 바탕에 아내 에이다를 그린 ‘Departure(Ada), 2016’. ©L2022 Alex Katz / Licensed by VAGA at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 Courtesy Alex Katz Studio

 

러시아 이민자의 자녀로 뉴욕에서 성장했고 쿠퍼유니온 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70여 년의 시간 속에서 선별된 150여 점의 작품이 구겐하임 미술관의 빙글빙글 도는 나선형 전시장을 꽉 채웠고, 작가와 인연을 맺은 수많은 사람과 팬들이 몰려 전시장은 그야말로 전시 제목처럼 ‘모임 Gathering’의 자리가 되었다. 특히 전시장 곳곳에 세워놓은 조각은 마치 그림 속의 인물이 나와 전시를 보고 있는 것처럼 흥미로워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다. 카츠가 활동을 시작한 1950~60년대 미술 트렌드는 단연 추상이었고, 1960~70년대 이르러 구상이 주목받게 되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함의를 담거나, 판화의 방식을 차용하는 앤디 워홀과 같은 작가들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앤디 워홀(1928~87)은 오직 젊은 모습만 남아 있어 둘은 꽤 나이 차이가 나는 듯 보이지만 실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재미있다.

 

아름다운 색감의 ‘Blue Umbrella 2, 1972’. ©2022 Alex Katz / Licensed by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 Courtesy private collection.

 

추상의 시대에는 구상을 그렸고, 팝아트의 시대에는 전통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시대착오적인 시간을 70년 동안 견디면서 카츠는 ‘나만 순수회화를 하는데 괜찮을까’ 하는 불안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대신 붓을 잡으며 이왕이면 가장 크고 근사한 그림을 그리겠다는 일념으로 스스로를 단련해왔다. 자신이 추구하려는 세계와 다른 그림을 배척하기보다 그들을 모두 자신의 화풍에 녹이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폴록의 추상화에서는 인상주의로부터 영향 받은 아름다운 빛을 보았고, 세상에 없는 회화를 그리기 위해서 코카콜라나 캘빈클라인과 같은 TV 광고를 열심히 보면서 세계의 이미지를 담고자 했던 시도가 그것이다.

덕분에 그의 작품은 어디에도 없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너무 매력적이라는 평가와 너무 못 그렸다는 극단적인 반응이 오가는 것도 바로 이 개성 때문이리라. 얇은 화면, 얇은 조각은 왠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깊이에의 강요>를 떠올리게 한다.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비난에 결국 자살하는 젊은 예술가의 이야기다. 그러나 카츠의 삶은 이와 반대였다. 아침 7시 30분에 300번의 푸시업과 400번의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주 6일, 매일 6시간 이상, 70년간 그림을 그리며 100살을 앞에 두고 있다. ‘깊이 없어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바로 깊은 깊이라는 증명 혹은 못 그렸다는 세상의 평가에 대해 ‘오히려 좋아!’라고 답하는 쿨함! ‘꾸안꾸’ 시대가 바로 이런 그림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구겐하임 미술관에서의 전시는 23년 2월까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알렉츠 카츠의 전시 <Gath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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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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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의 식사

다니엘 블뤼가 뉴욕에서 전개하는 프랑스 요리

다니엘 블뤼가 뉴욕에서 전개하는 프랑스 요리

 

뉴욕의 모던한 건축양식과 대조되는 자연친화적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마치 숲속에서 식사하듯 잊지 못할 시간을 선사하는 레스토랑 르 파빌론을 소개한다.

 

 

맨해튼의 전망을 변화하게 한 뉴욕의 새로운 고층 빌딩 원 밴더빌트 One Vanderbilt에 바깥 도심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한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전면이 유리로 된 초현대식 건물에 아이러니하게도 센트럴 파크에서 영감을 받아 내부를 숲처럼 장식한 아름다운 레스토랑 르 파빌론 Le Pavillon이 오픈한 것. 르 파빌론은 뉴욕의 전설적인 셰프 다니엘 블뤼 Daniel Boulud가 번화가에 오픈한 첫 번째 레스토랑이라는 점에서 뉴요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창밖으로 보이는 뉴욕의 현대적 건축물과 실내 샹들리에가 멋스럽다.

 

사실 그는 앞서 어퍼이스트에 위치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다니엘부터 바 블뤼 그리고 캐주얼한 분위기의 카페 에피세리 블뤼까지 선보인 바 있다. 그의 새로운 레스토랑 오픈 소식을 접한 이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있을까 궁금했을 테다. 르 파빌론이 공개되자마자 그 우려는 단숨에 불식되었다. 크라이슬러 빌딩이 보이는 뉴욕의 아이코닉한 전망과 6m 높이의 올리브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는 물론 그의 새로운 도전인 해산물과 야채 요리는 뉴요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나 더 특별한 점은 르 파빌론의 모든 메뉴는 다니엘의 경험과 추억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음식에 고스란히 녹여냈다는 것이다. 그가 뉴욕에 처음 왔던 해 프렌치 레스토랑 루테세에서 맛본 홍합 크림수프의 일종인 빌리비 Billi Bi를 잊지 못해 개발한 음식과 24년 전 처음으로 선보였을 때 실험적이라는 평을 들은 베지테리언 메뉴 포테이저를 다시금 르 피빌론의 메뉴에 올렸다. 프랑스 리옹 외곽의 농장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가 품어온 야채에 대한 숨은 애정을 한껏 풀어냈다고. 사실 다니엘이 레스토랑의 이름으로 르 파빌론을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르 파빌론은 1939년, 파리세계박람회의 프랑스관에 있는 레스토랑 이름이었다고 한다. 이후 1941년, 이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오픈해 큰 인기를 얻으며 미국에서 프랑스 요리를 정의하는 대표적인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고. 다니엘은 이러한 역사를 계승하기 위해 르 파빌론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미 정상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국에서 프랑스 요리를 끊임없이 정의해 나가는 다니엘 블뤼의 행보에 찬사를 보낸다.

ADD One Vandervilt Ave, New York, NY 10017
WEB lepavillonny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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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그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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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품은 집

가족의 온화한 감성이 묻어나는 한강뷰 복층 빌라

가족의 온화한 감성이 묻어나는 한강뷰 복층 빌라

 

벽면 전체를 통창으로 만들어 한강 전망을 즐길 수 있는 247㎡의 복층 빌라를 찾았다.
획일화된 아파트 구조에서 벗어나 가족의 라이스타일과 취향을 적극 반영한 네 식구의 보금자리를 소개한다.

 

칼한센앤선의 원목 식탁과 가을 색감의 의자로 완성한 다이닝 공간. 김환기 작품의 오렌지색이 따스함을 불어넣는다.

 

“아침에 일어나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요가와 명상을 하고 책도 읽으며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을 가져요. 밤에는 도심의 불빛이 캄캄한 밤하늘의 무수한 별빛처럼 채워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죠.” 집주인 고영하 씨가 입을 열었다. 사실 그녀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마케팅 회사 AMC 아시아의 대표이자 태국 세라믹 브랜드 야마칸, 이스라엘 화장품 브랜드 아하바 그리고 최근에는 올가닉 비건 비누 브랜드 페라슈발을 수입해 유통, 판매하며 일과 가정을 모두 돌보는 파워 워킹우먼이다. 올해로 5년째 남편과 두 딸 그리고 반려견 카이와 살고 있는 이 집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요리를 즐기는 남편을 위해 재구성한 오픈형 주방. 공간을 가로막는 벽이 없어 어디에 있든 가족끼리 소통하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한눈에 내다보이는 한강 뷰에 한눈에 반했어요. 매물이 나올 때까지 한 4 년은 기다린 것 같아요. 원래 지금의 모습처럼 통창이 아니라 이중창에 프렌치식 흰색 문양의 발코니가 있는 집이었어요. 한강 전망을 극대화해서 즐기고 싶어 과감하게 통창을 냈어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던 그녀는 인테리어 시공 업체 스페이스 플랜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전형적인 아파트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었다.

크게 주방과 다이닝 그리고 거실로 나뉜 구획은 시원한 개방감을 살려 재구성했다. 특히 서로의 공간을 가로막는 벽이 없는 구조가 눈에 띄었는데, 이는 가족 간 화합과 소통을 위한 선택이었다. “보통의 아파트 주방처럼 벽이 있고 문이 달려 있는 주방이었어요. 요리를 즐기는 남편을 위해 요리할 때에도 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오픈 주방을 만들었어요”라며 벽을 트게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데 한몫한 커다란 기둥은 허문 벽을 받쳐주기 위한 해결책이었다. 그 결과, 외국 펜트하우스에서나 볼 법한 독특한 인테리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또 이 집의 백미는 숨어 있는 복층 구조다. 얼핏 보았을 때는 갤러리처럼 시원한 개방감을 강조한 단조로운 구조 같지만, 지인을 초대하는 일이 잦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가족만의 사적인 시간을 위한 패밀리 존과 손님을 위한 게스트 존을 명확히 구분 짓고자 했다.

 

 

통창을 통해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거실에는 핀 율을 펠리칸 체어와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랜턴, 호박 컬러의 루이스 폴센 스탠드 조명 그리고 놀 Knoll에서 구입한 소파를 놓았다.

 

현관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는 딸아이의 방과 부부 침실 그리고 중문을 달아 언제든지 공간 분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작은 거실과 테라스가 있는 왼쪽 층 다락방을 게스트 존으로 꾸몄다. 집 안 곳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자리하는 가구와 소품에서는 가족 구성원의 취향과 취미를 엿볼 수 있었다. 갤러리처럼 깔끔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집주인은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무드를 고려해 포근한 분위기의 나무 바닥재를 깔고 빈티지 가구와 현대적인 가구를 적절히 섞었다. “가구는 평생 쓸 수 있을 것 같은 제품으로 골랐어요. 하나하나 작품을 고르듯 말이죠. 다이닝에 둔 저 장만 해도 결혼할 때 싱가포르에서 구입한 거라 20년은 되었을 거예요. 그리고 가을 색감을 좋아해 오렌지 색상의 소품으로 포인트를 줬어요.”

 

2층 테라스는 겨울철에는 잠시 잠자고 있지만, 날씨가 좋을 때는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열며 시간을 보낸다.

 

집주인 고영하 씨가 좋아하는 빈티지 가구와 조명으로 거실 구석에 연출한 휴게 공간. 현관 앞에 건 장 프랑수아 리리외의 그림 작품이 집을 화사하게 밝힌다.

 

구석 구석 따스한 감성이 묻어나는 그림 작품도 이 집을 더욱 환하게 밝힌다. 현관에는 10주년 결혼 기념으로 구입한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리리외의 ‘해피 트리’ 작품이 방문객을 반기고 오렌지 색감의 김환기 선생 작품은 다이닝 공간을 한층 따스하게 물들인다. 게스트 존에는 화사한 색채로 마감한 이동기 화가의 작품을, 부부 침실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달아 새하얀 벽면에 정겹고 온화한 감성을 불어넣었다. “집 안 곳곳에서 딸들이 그린 그림과 악기, 오디오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요리를 즐기는 남편의 취미가 담긴 소품을 자연스럽게 두다 보니 그게 또 하나의 인테리어 오브제가 되더군요. 제가 사 모은 조명은 어두운 밤 시간을 은은하게 비추죠.” 이들 가족은 주말마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밤하늘을 배경 삼아 거실에서 영화를 감상하며 집이 주는 힘을 느끼며 살아간다.

 

두 딸이 그린 그림으로 2층 계단을 장식했다.

 

반신욕을 즐기는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히노키 욕조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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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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