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 어머님과 부부, 세 아이까지. 삼대가 삼각형 대지 위에 각자의 집을 두고 모여 산다.
따로 또 함께, 그 사이에서 새로운 가족 풍경이 만들어진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한 지붕 아래 산다는 것. 누군가에겐 불가능해 보이는 이 조합을 현실로 만든 이가 있다. 딸이자 며느리, 엄마인 신지연 씨는 15년 넘게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친정 부모님과의 합가까지 꿈꿨다. 남편과 세 자녀, 그리고 양가 어머님까지. 대가족이 함께 꾸린 이 집은 단순히 주거 공간을 넘어 개별적인 공간이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마을’을 닮아 있다. 건축주와의 소통이 마치 동네 통장님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는 오헤제 건축의 이해든, 최재필 소장의 말처럼, 각 세대의 요구조건과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한 마을을 만드는 것과 닮아 있었다. 집 지을 땅을 찾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청계산 자락 아래, 옛 마을의 고즈넉함과 신도시의 편리함이 교차하는 곳에서 발견한 삼각형 모양의 자투리 땅. 오헤제 건축은 이 독특한 땅의 형상에 반응하며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군체(群體)’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 땅은 좁고 긴 독특한 삼각형으로, 마치 도시에서 잘려 나온 조각 같았어요. 땅을 꽉 채우기보다 잘리고 꺾인 모양에 반응하는 건축, 땅의 힘이 건축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거대한 덩어리의 건물이 아니라 박공지붕을 가진 세 개의 집 모양이 서로 겹쳐진 형태는, 한 채를 나누어 산다기보다 각자의 독립된 집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일깨운다.

많은 식구가 부딪히지 않고 조화롭게 살기 위해 층별로 명확한 독립성을 부여했다. 1층은 친정어머니, 2층은 시어머니와 큰아들, 3층은 부부와 두 자녀의 공간으로 구성해 각자의 주방과 생활권을 존중했다. “물론 처음엔 두 분 모두 반대하셨죠. 친한 사이라도 같이 사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요. 층을 분리하고 독립된 주방을 마련해드리겠다고 하며 몇 년간 설득한 끝에 이 집이 탄생했습니다.” 아파트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려던 바람대로, 집 안 곳곳은 매끄럽게 이어진다. 욕실과 다용도실, 주방이 순환 구조로 설계되어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통하며, 아이들 방에도 각각의 다락에서 계단을 오르면 아지트처럼 모일 수 있게 했다.




특히 3층 계단을 올라오자마자 마주하는 탁 트인 주방과 다이닝 공간은 이 집의 중심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과 아들들이 화구 앞에 서서 라자냐와 파스타를 뚝딱 만들어내고, 양가 어머님이 한데 모여 식사하는 시간. “집이 좋아지니 외식할 일이 아예 없어졌다”는 말에서 집이 주는 행복이 묻어난다. 입주한 지 어느덧 1년. 처음엔 단독주택 생활을 반대하던 가2 3족들도 이제는 각자의 다락방에서 추억을 쌓고 친구들을 초대하며 일상을 만끽하고 있다. 혼자 도맡던 청소도 이제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일과가 됐다. 3세대가 다시 모여 산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일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가족 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일이다. “집은 또 한 명의 가족인 것 같아요. 가족들과 함께 나이 들고 추억을 쌓으며 늙어가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죠.” 퇴근길, 멀리 보이는 박공지붕의 실루엣만 봐도 마음이 환해진다는 신지연 씨. 작은 집들이 모여 거대한 품을 이루는 곳, 이곳은 대가족의 꿈이 머무는 소중한 마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