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즐기며 살아갈 것인가. 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질문에서 이 집은 출발했다. 세대가 다른 가족이 함께 살면서도 각자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집. 아키텍츠 601 심근영 소장은 그 복잡한 관계를 설계로 풀어냈다.


부모가 나이들어갈수록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과 동시에 서로의 생활은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함께 살고 싶지만 완전히 섞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어쩌면 모순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판교의 이 집은 그 이중성을 건축적으로 정면 돌파했다. 아키텍츠 601의 심근영 소장이 남편 정동원 이사, 초등학교 6학년 아들 정예헌 군, 그리고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직접 설계한 이 집은 약 330㎡ 규모이다. 오랫동안 도심 아파트에 살며 자연을 향유하는 삶을 막연히 꿈꾸던 시간 끝에 가족과 잘 맞는 땅을 만나면서 시작된 집이다. “남의 집을 설계하는 일을 하면서 정작 제 집은 그냥 먹고 자는 공간이었어요. 자연을 느끼는 삶을 늘 바랐죠.” 그 바람은 결국 집 짓는 일로 이어졌고, 분가해 지내던 어머니와 함께 사는 방법을 구상했다. 이 집은 바깥에서 보면 하나의 주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두 개의 집에 가깝다.


1층은 부부와 아이의 생활 공간, 2층은 시어머니의 공간으로 나뉘며, 출입구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현관부터 동선까지 다 따로 쓰는 게 기본이었어요.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완전히 보호할 수 있는 구조이죠. 그래야 오래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집은 흔히 말하는 세대분리형 주택과는 분명 다르다. 나누기 위해 분리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 나눈 구조였다. 두 세대가 같은 땅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집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같이 살지만 각자 사는 느낌이요. 그러면서도 어떤 상황이 생기면 바로 케어할 수 있는 거리. 그 균형이 중요했어요.” 가까이 있지만 간섭하지 않고, 분리되어 있지만 단절되지 않는 그 미묘한 거리가 이 집의 핵심이다. 외부 공간 역시 같은 논리로 풀어냈다. 1층에는 실제 마당이, 2층에는 옥상 정원이 있다. “주택을 선택한 이유가 결국 자연인데, 한쪽만 쓰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위층도 자기만의 외부 공간을 갖도록 했죠.”






이 집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창으로 향한다. 통창부터 박공 형태의 창, 길게 세로로 난 창과 옆으로 길게 펼쳐진 창까지. 보는 방향마다 창의 형태가 모두 다르다. 이러한 구성은 우리 선조들이 한옥에서 자연을 끌어들이던 차경 방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 집의 창은 크기와 방향이 모두 달라요. 동향 빛, 서향 빛, 남향 빛이 다 다르거든요. 들어오는 각도도, 머무는 시간도 다르고요. 아침과 오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빛이 집 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줘요.



특히 계단실 상부로 떨어지는 천창의 빛은 공간의 공기를 환기시키듯 작동하죠. 빛과 그림자가 자연을 가장 쉽게 느끼게 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창의 다양성만큼이나 이 집의 구조 역시 아주 중요한 요소다. 작은 미로 같은 구조를 따라 걷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방이 툭 나타나고,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흐름이 잡힌다. 현관에서 거실로 곧장 이어지기보다 복도와 계단, 작은 레벨 차를 따라 이동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공간을 읽을 수 있다. “바로 목적지로 들어가는 것보다, 중간에 환기되는 구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넓은 공간에서는 이완을, 좁은 공간에서는 긴장과 호기심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이 집을 채우고 있는 가구는 심근영 소장의 남편이자,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작업 파트너 정동원 이사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가구의 자리와 형태를 함께 잡아간다. 공간의 비례와 쓰임에 맞춰 제작된 가구들은 눈에 띄기보다 자연스럽게 놓여 있고, 대신 문 손잡이나 수납의 깊이처럼 숨은 곳에서 작은 디테일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예술가가 아니라 의뢰인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결국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잘 캐치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건축은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여러 조건을 계속 조율하는 일이에요. 기능도 중요하고, 미감도 중요하고, 예산도 중요하고요. 그 안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거죠.”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집에 머무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거리일 터.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간격. 심근영 소장이 가족을 위해 지은 이 집은 함께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와 배려를 설계로 풀어낸 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