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스트에게 집은 또 하나의 예술 무대가 된다. 집이라는 공간을 뮤즈로 삼아 예술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스튜디오트웬티세븐의 뉴욕 아파트.


이 집은 화이트 큐브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부드러운 곡선이 흐른다. 원형 기둥, 유연하게 굴곡을 그리는 벽난로, 주방 후드의 곡선 구조는 공간에 입체적인 깊이를 더한다. 폴로는 건축가가 의도한 구조를 새롭게 바꾸기보다 그대로 살려 작품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확장되는 모던 아트와 컬렉터블 작품들이 한 공간에서 대화하는 장면을 상상했어요. 공간 자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작품’으로 보고자 했습니다.” 거실 중앙에는 이탈리아 건축가 피에로 리소니가 커스텀 디자인한 6m 길이의 곡선형 러그 ‘더 아일랜드 The Island’가 새하얀 섬처럼 중심을 잡는다. 그 위로 피에르 오귀스탱 로즈의 소파와 핀율의 펠리칸 체어가 조화를 이루고, 파올라 피비의 강렬한 블루 컬러 작품이 단조로운 색조에 유쾌한 변주를 시도한다. 예상치 못한 조합이 선사하는 시적인 장면도 발견된다. 메인 침실에는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청동 레인부츠 작품이 세드릭 게프너의 프렌치 오크 암체어와 나란히 놓여 위트를 더하고, 침대 머리맡에 걸린 안드레 부처의 대형 캔버스는 목재 중심의 차분한 공간에 몽환적인 분홍빛 온기를 드리운다. 반면 서재는 벽면을 황마로 마감해 분위기에 변화를 줬다. 따뜻한 브라운 톤 위로 론 고르초프의 작품과 세르주 무이의 빈티지 램프가 어우러진 이곳은 고요한 사색을 유도하는 장소가 된다.










여전히 마이애미와 뉴욕을 오가며 경계 없는 삶을 사는 두 사람에게 이 집은 단순한 거주지 그 이상이다. 20세기 디자인 거장들의 유산과 동시대 작가들의 파격이 한데 뒤섞인 이곳에서, 가구는 본래의 기능을 넘어 조각적 실체가 되고 예술은 일상의 가장 친밀한 배경이 된다. 갤러리가 정교하게 큐레이션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무대라면, 이 아파트는 그들의 심미안이 태동하고 숙성되는 거대한 실험실에 가깝다. 수집과 창작이 일상의 호흡과 맞닿아 있는 이 집은, 결국 좋은 공간이란 취향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과정임을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