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떠나는 대신, 달라진 취향과 둘이 된 일상에 맞춰 다시 한 번 고쳐 살기로 했다. 한층 로맨틱하고 컬러풀하게 변신한 배우 한예슬의 집.

비앤비 이탈리아의 카멜레온다 소파와, 비정형 형태가 특징인 까시나의 다이닝 테이블이 거실에 과감한 색과 형태를 더한다. 베르판의 VP 글로브 펜던트 조명과 몰테니앤씨의 월 시스템. 오른쪽 페이지 오랫동안 살던 집을 둘만의 신혼집으로 새롭게 꾸민 배우 한예슬.

화려하고 거침없는 이미지의 배우 한예슬을 그의 집에서 만났다. 컬러풀하고 대담한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의외로 편안하고 따뜻한 집은 주인을 꽤 많이 닮아 있었다. 가구와 오브제에 얽힌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주고, 좀 더 좋은 장면을 만들겠다며 집 안을 매만지는 모습에서도 얼마만큼 ‘집에 진심’인지 느껴졌다. 최근 작품 활동을 잠시 쉬고 있는 한예슬은 집을 가꾸고, 남편과 아침을 먹고, 다음 여행을 궁리하며 편안하고 로맨틱한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지금의 집만 보면 컬러 애호가의 집이 분명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녀가 10년 가까이 살아온 이 집은 처음에는 블랙과 화이트 중심인 모노 톤의 공간이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톤업 이은주 대표와 집을 다시 꾸미면서부터다. “원래 제 집은 완전 모노 톤이었어요. 이 대표가 컬러를 넣어주면서 제 취향의 문이 넓혀졌다고 해야 할까요?” 첫 작업 이후 두 사람은 한예슬의 작업실과 쇼룸 등 여러 공간을 함께했고, 이번 신혼집 작업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이제는 저도 컬러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겨서 훨씬 과감하게 섞어봤어요.” 비슷한 취향과 빠르고 솔직한 소통은 두 사람의 오랜 협업을 이어온 비결이기도 하다.



혼자 살던 집이 신혼집이 되면서 취향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훨씬 섹시하고 모던하고 미니멀했는데, 결혼 후에는 한예슬 씨가 ‘코지’라는 말을 많이 쓰기 시작했어요.” 이은주 대표는 집 전체를 뜯어고치는 대신 기존의 좋은 마감과 가구는 남기고 러그와 커튼, 새로운 가구와 오브제로 분위기를 바꿨다. 거실은 비앤비 이탈리아의 카멜레온다 소파를 중심으로 주변의 색을 맞춰나갔다. 처음에는 관리가 걱정됐던 까시나의 비정형 테이블도 불편함을 못 느낄 정도로 아끼는 가구가 됐다. “실용적이고 활용도 높은 것만 고르면 집이 조금 심심해질 수 있더라고요. 가구도 아트 피스처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반대로 침실은 기존의 블랙 원형 침대와 어두운 마감을 걷어내고 부드럽고 따뜻한 색으로 채웠다. 목적은 하나, 잘 자는 것. 활동이 이어지는 거실과 주방에는 색과 에너지를 더하고 하루를 마치는 침실에서는 힘을 완전히 뺐다.



지금의 취향에는 여행의 영향도 크다. 패션과 뷰티의 아이콘으로 익숙하지만 한예슬은 어릴 때부터 패션 잡지보다 인테리어 잡지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고 한다. 특히 결혼 후 매년 찾을 만큼 좋아하는 이탈리아는 지금의 집 인테리어에도 적잖은 영감을 주었다. “이탈리아는 컬러도 패턴도 과감하잖아요. 그런데 호텔에 가보면 화려하다기보다 굉장히 코지하고 따뜻해요. 화려함과 컬러 속에 코지함이 있다는 게 저한테는 감동 포인트였어요.” 의외로 한예슬은 스스로를 ‘집순이’라고 말했다. 운동과 골프, 산책을 위해 밖으로 나서는 ‘비글’ 타입의 남편과 달리, 그녀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아침에는 남편과 식사하고 나서 운동을 다녀와, 좋아하는 TV룸에 자리를 잡거나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 요리는 남편 몫이지만 예쁜 식기와 오브제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기준은 사실 없어요. 제가 봤을 때 행복하면 돼요. 사람마다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는 분야가 있잖아요. 저는 확실히 공간인 것 같아요. 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공간에 있으면 행복해지더라고요.” 모노 톤을 고집하던 집에 색이 하나둘 늘어나고, ‘시크’했던 취향에 ‘코지’라는 단어가 자리 잡았다. 언젠가 집이 더 노후해져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게 되면 다시 한 번 이 집의 다음 모습을 함께 고민하기로 한 한예슬과 이은주 대표. 취향도 삶도 계속 변하는 만큼, 이 집의 다음 모습이 벌써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