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같은 식탁에 농부와 셰프, 소비자가 마주 앉았다. 그리고 정직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나눠 먹었다. 지난 12월 15일 ‘마르쉐@’의 주최로 서교동 ‘에그당’에서 열린 따스하면서 맛있었던 시간을 소개한다.
1 다이닝 당일 강원도 횡성에서 공수된 ‘정 있는 달걀’. 2 ‘마르쉐@다이닝’이 열린 서교동의 ‘에그당’.
농부, 요리사, 수공예 작가가 함께 만드는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 혜화, 명동, 양재 등지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로컬 푸드를 소비하고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어가는 장터다. 최근에는 마르쉐@의 농부가 생산한 식재료를 셰프가 요리하고 여럿이 나눠 먹는 ‘마르쉐@다이닝’도 열고 있다. 농부에게는 식재료가 소비되는 현장과 다양한 요리법을 알게 하고, 셰프와 소비자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다. <메종> 역시 보다 많은 독자와의 가까운 만남을 위해 다이닝을 열고 있기에 이번 강원도 횡성의 ‘정 있는 달걀’로 진행된 ‘마르쉐@다이닝’에 기꺼이 함께했다. 장소는 달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서교동의 ‘에그당’. 마르쉐@과 <메종>을 통해 신청한 참석자들이 모였다. ‘정 있는 달걀’의 농부이자 대표인 윤종상의 생생한 이야기로 이날의 다이닝이 시작되었다. “시판 달걀과 달리 자급한 사료만을 닭에게 먹입니다. 닭이 움직일 공간이 없을 정도로 좁은 케이지에서 대량생산되는 달걀과 달리 1000마리의 소규모 평사에서 사육합니다. 또 인공수정이 아닌 암탉과 수탉이 자유롭게 노닐며 낳은 방사유정란이 바로 ‘정 있는 달걀’입니다.” 무항생제 유정란이라 해도 수입산 유전자조작 사료를 다량 사용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는 시판 달걀과 달리 ‘정 있는 달걀’은 유전자조작이 없는 자급 사료만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횡성 지역에서 난 비지와 쌀겨, 깻묵 등 친환경 가공 부산물을 황토와 함께 발효시켜 먹입니다. 이러한 사료에서 부족한 단백질은 동애등에라는 곤충으로 보충시키고요.” 그리고 닭장에서 나오는 계분을 횡성 지역의 농가에 순환시켜 자연과 사람 그리고 동물이 함께하는 농법을 고수한다. 이렇게 정직하게 키운 달걀로 만드는 요리는 달걀을 전문으로 요리하는 서교동의 ‘에그당’에서 맡았다. <마셰코3>에서 준결승에 올라 그 실력을 인정받고 지금은 경리단길의 즉석 떡볶이 전문점인 ‘복희야 사랑해’, 그릴드 샌드위치 전문점인 ‘멜팅몽키’, 우유 디저트 전문점 ‘밀크 공방’ 등 많은 레스토랑의 메뉴를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는 이창수 셰프가 그 주인공이다. “에그당에서는 다양한 달걀 요리를 선보입니다. 수많은 달걀을 사용해본 경험으로 ‘정 있는 달걀’의 특징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죠. 우선 노른자색이 달라요. 샛노랗기만 한 시판 달걀노른자와 달리 마치 천연 염료로 염색한 듯 은은한 노란빛을 띱니다.” 이것은 노른자의 먹음직스러운 노란색을 내기 위해 닭에게 옥수수를 다량으로 먹이는 일반 달걀과 달리 영양 균형을 맞춘 천연 자가 사료를 먹이기 때문이라는 윤종상 농부의 설명이다. “달걀의 신선도 또한 달랐습니다. 신선한 달걀은 구워만 봐도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어요.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질감이 부들부들하고 촉촉합니다. 팬에 눌어붙거나 빨리 응고되는 여느 달걀과 달랐어요.” 이창수 셰프는 정 있는 달걀을 이용해 탱글탱글한 노른자의 서니 사이드업이 올라간 함박스테이크를 비롯해 수란 파스타와 오므라이스를 선보였다. 모두 달걀이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요리에 빠질 수 없는 명품 조연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신선한 달걀의 정수를 느끼게 만들었다. 농부와 셰프 그리고 소비자, 각자의 고민과 유기적인 관계를 함께 고민해본 ‘마르쉐@다이닝’. 가까운 시일 내 착한 농부와 셰프와 함께해 더욱 의미 있는 또 한번의 식사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그 따스하면서 생생한 식사가 궁금하다면? ‘마르쉐@’ 홈페이지와 <메종>의 인스타그램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매달 신청할 수 있다.
1 농부, 셰프, 참가자가 식탁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하는 ‘마르쉐@다이닝’. 2 ‘정 있는 달걀’의 대표인 농부 윤종상. 3 ‘마르쉐@’의 기획자이자 카페 수카라의 대표 김수향. 4 ‘정 있는 달걀’로 근사한 달걀 요리를 선보인 ‘에그당’의 셰프 이창수. 5 강낭콩, 렌틸콩, 병아리콩으로 만든 칠리 빈 소스를 듬뿍 올린 함박스테이크. 여기에 탱글탱글한 서니 사이드업을 올려 더욱 먹음직스러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