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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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까사호텔 서울이 리뉴얼 단장을 마쳤다.

 

라까사 호텔

 

서울은 2011년 패션, 푸드, 라이프스타일이 집결된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한 호텔로, 이번 리뉴얼은 ‘Journey to the City’ 컨셉트로 각자의 취향에 맞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요 리뉴얼 스폿은 펜트하우스 내 로프트 하우스와 가든 하우스다. 로프트 하우스는 민트와 그레이 톤을 사용한 모던한 스타일로 리뉴얼했고, 퍼플과 네이비가 배색된 가든 하우스는 넓은 테라스 가든과 연결된다는 특징을 살려 우아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정원도 새롭게 단장해 호텔에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편안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1층에 위치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까사밀 Casameal’도 오리엔탈 지중해 컨셉트로 리뉴얼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까사밀의 리뉴얼 작업은 <하퍼스 바자> 패션 에디터를 거쳐 스타일리스트, 올리브쇼 MC, 자주 JAJU와 모스 가든 기획을 담당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은영이 맡았고, 로프트 하우스와 가든 하우스, 라운지 등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 식품관 인테리어를 작업한 소선취향 대표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소선이 담당했다. 또한 클래식한 이탈리아풍의 세일러 스타일의 셰프복과 라운지복은 제일모직 마케팅 출신의 곽유진 실장의 손을 거치는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add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길 83

tel 02-6711-9000

open 아침 오전 7시~10시,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저녁 오후 6시~10시(휴일은 없으며 오전 10시~11시 30분, 오후 3시~6시는 음료만 가능한 브레이크 타임)

 

까사밀 레스토랑

 

라까사호텔 룸

CREDIT

에디터

신진수·문은정·원지은

포토그래퍼

우라규·이예린·이현실

assistant editor

윤다해

TAGS
Seoul, NOW ②

Seoul, NOW ②

Seoul, NOW ②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도시는 다름 아닌 서울이다. 그 서울을 16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눠 면밀히 살펴보았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것들, 서울의 트렌드 말이다.

 

09 환경을 대비한 가전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공기로 청정 기능을 하는 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ditor 원지은

삼성 건조기

삼성전자 건조기 ‘그랑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청소기,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급격히 악화되는 공기로 인해 이제는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실내 공기의 질을 책임지는 세컨드 가전 없이는 불안할 정도다. 최근에 있었던 LG 트렌드 세미나에서는 청정 공기에 대한 주제가 대두되기도 했는데, 가정집 현관에 의류관리기,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을 둬 청결을 책임지는 일종의 ‘클린 현관’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바깥에서 묻어온 각종 미세먼지와 세균을 현관에서 미리 제거하고 들어간다는 취지였다. 마치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 소독을 거치는 클린룸이 연상돼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 칼칼해지는 목 상태를 떠올리면 그리 나쁘지 않은 대안 같기도 했다. 또한 단지 내 조성된 공원에 공기 정화 시스템을 설치해 미세먼지 농도를 감소시키고 사물인터넷을 접목해 집 안의 미세먼지를 자동으로 환기시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점점 더 공기는 악화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가전이 늘어나고 있다. 최첨단 기술에 놀라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이슨 공기청정기

다이슨 ‘퓨어 핫 앤 쿨’ 공기청정기.

컬비 청소기

컬비 청소기.

 

 

10 사진 찍으러 가는 카페

요즘은 어디가 가장 핫하지? 가보고 싶은 카페를 고르는 기준으로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디저트의 맛도 중요하지만 인스타그램 속 멋스러운 인테리어를 담은 인증샷을 먼저 확인하고 찾아가는 추세다. 현재 가장 빠르게 트렌드를 따라가는 곳이 카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카페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너도나도 재빠르게 ‘가오픈’ 기간 중인 카페에 들러 인증샷을 남기려는 이들만 봐도 말이다. 이제 카페는 커피만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맛과 인테리어를 모두 사로잡은 서울의 카페 5곳을 들여다보자. editor 원지은

003 archive

033 아카이브

한남동 카페

@003archive 미래형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003 아카이브’. 그간 보지 못했던 독특한 형태의 가구와 네온빛 등 독창적인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3D 프린팅을 활용해 만든 가구나 1990년대 이케아 빈티지 가구 등 소재감이 남다른 것들로 꾸며 그래픽적이고 개성 강한 카페로, 이른바 힙스터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댓커피로스터스

Ⓒ댓커피로스터스

@hi_thatcoffee 신촌에 이제 갓 오픈한 ‘댓 커피 로스터스’는 대표가 손수 짓고 가꾼 오래된 산장을 모티프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산장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은 몸이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은 분위기가 정겹다. 인적이 덜한 신촌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천장을 유리로 마감해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산골 산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서치홀

Ⓒ서치홀

연남동 카페

Ⓒ서치홀

@cafe_search_hall 연남동의 루프톱 카페 ‘서치홀’은 독특한 외관에서부터 눈길을 끈다. 1층은 카페, 2층은 이곳을 디자인한 디자인 투톤의 스튜디오, 3층은 루프톱으로 운영된다. 전체적으로 크림 톤의 베이스에 도형미가 돋보이는 가구와 유니크한 오브제가 조화를 이뤄, 흔히 말하는 ‘인스타 감성’ 사진을 담기에 완벽하다. 베이지 색상의 천연석 트라버틴으로 마감한 바 카운터와 금속이나 세라믹 등 소재와 은은한 색감에 집중한 인테리어를 감상할 수 있다.

 

이이알티

성수동 카페

@eert_eeffoc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 ‘이이알티 Eert’는 Tree를 거꾸로 한 이름으로 푸릇푸릇한 식물과 정원, 넓은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 뷰가 한데 어우러져 도심 속 작은 쉼터가 되어준다. 카페 내부에 일본 전통 모래 정원인 가레산스이를 만들어 일본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인테리어에 못지않은 독특한 메뉴 또한 주목할 만하다. 3단으로 이루어진 벤토 박스를 판매하는데, 가벼운 식사가 될 수 있도록 메인부터 디저트까지 구성되어 있다. 메뉴는 계절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다고 한다.

 

우디집

Ⓒ우디집

성수동 카페

Ⓒ우디집

@woody_zip 나무를 뜻하는 ‘우디 Woody’와 ‘압축 Zip.’을 의미하는 ‘우디집’은 나무와 목재를 사용해 따뜻하면서도 예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대리석의 모던함도 좋지만 공장에서 가공한 듯한 차가운 느낌보다는 오래 머무르고 싶은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음료와 디저트 역시 이곳의 우드 톤에 맞춰 그린과 브라운 계열로 선보여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지도록 신경 썼다.

 

 

11 갤러리 밖으로 나온 작품

갤러리가 아닌 상업 공간에서 찾은 작가의 작품은 더 이상 멀리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대중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editor 원지은

에세테라

에세테라.

소설 한남

소설 한남.

 

작가의 작품으로 인테리어를 완성한 상업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가구나 소품 하나를 들이더라도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문화 때문일까? 작가의 작품은 대중적인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바꿔준다. 카페 겸 와인바 에세테라의 공간 기획부터 가구 디자인까지 맡은 서정화 작가는 돌과 금속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 형태와 구조에 집중한 작업물을 만들어낸다. 서정화 작가에게 대중화란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며, 특히 상업 공간에서의 작가 작품은 더욱 폭넓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공적 기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한식 레스토랑 소설 한남은 한국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으로 천장과 창을 통해 은은한 빛이 들어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낸다. 레스토랑이지만 갤러리 같은 느낌을 주는 이곳은 작가의 작품으로 가득하다. 이상민, 신현호 작가의 크래프트 브로와 도자공예가 노기쁨,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작품으로 레스토랑이 주는 맛에 멋까지 더했다. 이상민 작가의 말처럼 앞으로도 더욱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을 바라본다.

 

 

12 새로운 술을 찾아서

최근 술 시장의 트렌드는 바로 맛의 다양성이다. editor 문은정

혼술

 

술을 취하기 위해 마셨던 시대는 가버린 지 오래다. 요즘 서울의 술꾼들은 희소성 있고도 퀄리티 높은 맛을 찾아 헤맨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내추럴 와인이다. 최근의 와인 시장은 컨벤셔널 와인에서 내추럴 와인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맛있어서 그래요.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우리나라의 발효 음식이랑 비슷한 원리예요. 술은 발효를 통해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결과물을 먹는 거잖아요. 시중에서 멸균, 살균 처리한 것을 먹는 것보다 당연히 맛있죠.” 내추럴 와인 수입사 다경의 진정훈 대표가 설명했다. 특히 맛있는 산미에 대한 지속적인 트렌드도 내추럴 와인이나 사워 맥주 같은 술의 인기에 힘을 보탠다. 희소성에 대한 사람들의 꾸준한 탐구는 점점 몸집을 키워가는 크래프트 맥주,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위스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통주 시장에도 향하고 있다. 특히 ‘전통 주점’이라는 타이틀을 단 곳에서만 맛볼 수 있던 전통주는 주류 리스트에 다양성을 더하고자 하는 바나 각종 레스토랑에서도 손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아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요즘에는 전통주가 온라인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거든요. 네이버 전통주 윈도우에서 1위를 달리는 술은 바로 복순도가예요. 한 병에 1만원이 넘지만 인기가 좋아요. 사람들이 이제는 가격에 대한 저항이 많이 없어졌어요. 막걸리를 싼 것과 비싼 것으로만 구분하던 것에서 이제는 좋은 재료를 써서 제대로 발효시키고 고급화한 술을 선호하는 거죠.” 전통주를 토대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대동여주도의 이지민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 여행이 일반화되고 사람들의 경험이 다채로워짐에 따라 미식 수준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의 주류 시장이 날이 갈수록 풍요로워지는 이유다.

 

 

13 Mystery North Korea

세상에서 유일하게 갈 수 없는 나라. 북한은 지금 서울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다. editor 문은정

북한 디자인

북한 극장표

북한 불량식품

 

인간은 근본적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최근 진행된 LG 트렌드 세미나에서는 2018년도 트렌드 중 하나로 ‘감춰진 문화에 대한 낯선 매력’을 꼽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만큼 미스터리한 곳이 또 있을까. 코 닿을 듯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거리는 지상 최대로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수줍은 미소를 나누던 순간, 우리는 부질없는 희망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 단순히 ‘냉면국’으로 치부되던 북한으로의 여정을 꿈꾸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간 빨간 선전물로 학습해온 북한에 대한 정보는 무척이나 얕고도 편파적이다. 영국인 수집가 니콜라스 보너는 그런 북한을 무척이나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아 흥미를 끌었다. 그의 책을 통해 엿본 북한의 거리는 감각적인 소비에트 Soviet 스타일을 연상시켰으며 차분한 도시 분위기와는 대조되는 알록달록한 그래픽과 패키지 디자인, 위트 있는 문구(아마 그들은 상당히 진지하겠지만)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북한 음식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옥류관 출신의 윤종철 셰프가 운영하는 동무밥상이나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서 만든 능라밥상처럼 탈북민들이 차린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 또한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인 놀부와 전통주로 유명한 월향이 손을 잡고 북한 가정식을 주제로 한 체인점 ‘료리집 북향’을 오픈한 것은, 북한 음식의 대중화가 그리 먼 일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있어 어떤 음식이 그들의 일상식인지 들어도 보고, 맛도 볼 기회가 있었어요. 복잡해진 남쪽의 음식보다 담백한 맛이 좋더라고요. 특히 김치가 그랬어요.” 동병상련의 박경미 대표는 자신이 경험한 북한 음식에 대해 설명하며, 꼭 맛보았으면 하는 북한 음식으로 두부밥을 추천했다. 두부를 튀긴 뒤 속을 갈라 밥을 넣고, 겉면에 양념장을 발라 먹는 것으로 남쪽으로 치면 김밥 같은 것이다. 또한 그녀는 “북쪽의 정보가 오랫동안 차단되긴 했지만 원형을 많이 해치지 않고 유지된 음식이 많아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도감은 있어요. 하지만 식생활이 남쪽과 아주 많이 변화되었기에 서로 식공감을 나누는 것은 시간이 좀 필요하리라 봅니다”라며 말을 덧붙였다.

 

니콜라스 버너

ⒸPaul Grover / 니콜라스 보너가 수집한 북한의 디자인.

평양 냉면

광화문 국밥의 평양 냉면.

이북경단

북한의 향토 음식인 오메기 모양에 통찹쌀 인절미의 맛을 더한 복희당의 이북경단.

 

 

14 차이니스 르네상스

중식은 요즘 세련된 옷으로 갈아 입는 중이다. editor 문은정

덕후선생

Ⓒ덕후선생

 

살짝 과장을 보태자면, 중식은 마치 한식의 한 카테고리처럼 일상과 밀접한 음식이었다. 굳이 비교 대상을 찾는다면 치킨을 들 수 있겠다. 타국에서 왔지만, 마치 한식처럼 한국인의 DNA에 깊게 뿌리 박힌 음식. 그런 중식이 세련된 옷으로 갈아입고 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차이니스 다이닝이 인기다. 소위 트렌드세터라는 이름표 를 단 힙스터들은 요새 중식을 먹는다. 주된 이유는 ‘재미’다. 친숙하게 즐겨왔던 중식이라는 메뉴가 세련된 다이닝과 만났을 때의 충격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중식이라는 카테고리는 어릴 적부터 가장 편하게 즐겨왔던 외국 음식이었죠. 세련된 공간의 다이닝바 또한 몇 년 사이 많이 보이고 있는 레스토랑의 트렌드인데요. 이 중식과 다이닝이 만나면서 만들어내는 세련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같아요.” 덕후선생의 브랜딩을 맡은 신금호 팀장의 설명이다. 근래 서울에 오픈한 차이니스 다이닝은 그 종류만 해도 다양하다. 사천 음식을 컨셉트로 한 차이니스 다이닝바 레드문과 글래드 호텔의 리마장82에서는 바이주를 재해석한 색다른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홍콩 모트82와의 협업으로 오픈한 레스케이프 호텔의 팔레드 신에서는 중식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며, 마치 영화에 나올 법한 분위기의 다이닝 공간인 덕후선생에서는 묘이면, 백산육처럼 살면서 단 한번도 보지 못했을 법한 색다른 중식을 내놓고 있다. 생각해보면 중국은 우리나라와 인접한 나라임에도, 음식과 주류의 다양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큰 대륙에 짜장면, 짬뽕, 탕수육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차이니스 다이닝은 서울뿐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다. 어찌 보면 중식은 점점 커지는 자국의 국력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도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기감 따위는 느낄 필요 없다. 우리는 점점 다채로워지는 미식 신을 그냥 즐기면 되니 말이다.

 

 

15 1인 환경운동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1인 환경운동가들이 많아졌다. 일상에서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습관은 더욱 다양해진 관련 제품 덕분에 가능해졌다. editor 신진수

더피커

성수동 더피커

환경 운동

 

친환경, 공정무역, 동물복지 키워드는 오래전부터 언급되었지만 이제는 마음속으로 다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할 때다. 최근 들어 각종 환경 규제로 대부분의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견인할 수 있었던 데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친환경 제품이 큰 역할을 했다. 성수동에 위치한 더피커는 포장이 없는 가게인 독일의 오리지널 언페어팍트에서 영감을 얻은 곳으로, 포장을 최소화하고 있다. 곡물이나 식재료는 생분해되는 용기에 담는다. 한 켠에는 스테인리스 빨대, 분해되는 고무로 만든 요가 매트,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포크 등 당장 구입해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에코 제품이 가득하다. 더피커뿐만 아니라 살충제 달걀, 구제역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 또한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 동물복지를 생각한 달걀 등을 마트나 코스메틱숍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이를 내세워 마케팅을 하는 브랜드도 많아졌다. 예전에 인터뷰를 했던 <오보이> 매거진 김현성 편집장은 이렇게 말했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자연과 동물을 생각하는 게 말이 되냐고 묻는 분들이 있죠. 하지만 확실한 건 주변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나라가 사람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는 거예요.” 더 많은 이들이 1인 환경운동가로 활약할 날을 기대해본다.

 

친환경 제품

1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에서 방목한 닭이 낳은 유정란 ‘올가 반숙 통통란’.

2 아마존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천연고무, 유기농 목화와 코코넛 섬유 등으로 만드는 ‘베자 Veja’ 운동화.

3 100% 야자나무 잎으로 만든 접시로 전자레인지, 오븐, 냉장고, 냉동실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본플라 제품으로 더피커에서 판매.

4,6 대나무 빨대와 생분해되는 커틀러리는 모두 더피커에서 판매.

5 완제품에 대한 동물실험이 설립 이래 단 한번도 없었고 원재료에 대한 동물실험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러쉬의 컨디셔너 ‘베가니스’.

 

 

16 노포여 영원하라

이제 더이상 노포를 아저씨들 전유물이라 할 순 없겠다. editor 문은정

노포

 

중장년 남성으로 빼곡했던 허름한 식당에 스트리트 패션으로 치장한 젊은이들이 출몰할 줄이야. 소위 아저씨 문화로 여겨지던 노포가 잔잔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에디터는 그 원인을 유행의 반작용에서 찾았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3년을 채 버티지 못하는 서울의 요식업 시장은 단순히 소비되고 있었다. 일본의 장인 같은 마인드로 수십, 수백 년을 꿈꾸는 곳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식당 주인만을 탓할 수도 없다. 아무리 공들여 준비해도, 유행에 민감한 서울 사람들은 금세 새로움을 식상함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니 말이다. 결국 컨셉추얼하면서도 자극적이며 인스타그래머틱한 음식으로 한탕을 노리는 곳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요식업이 로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이렇게 자극적인 맛의 재미를 즐기는 동시에 피로를 느낀다.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저장해놨던 아름다운 음식은 정작 얕은 깊이에 실망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새로 오픈했다고 하여 가보면 뻔뻔하게 카피해놓은 메뉴만 즐비하다. 하지만 노포는 탄탄하다. 맛은 기본이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검증을 거치며 탄생시킨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이 빚어낸 맛을 먹으며 진정한 문화를 느낀다.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단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도 노포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저녁 약속이 있으면 90% 이상은 노포를 찾는다는 정동현 푸드 칼럼니스트는 노포의 인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패션에서 레트로 룩이 유행하는 것처럼 유행은 돌고 돌죠. 식음 산업에 있어서도 그런 사이클이 돌아온 거예요. 1990년대, 마이크로 플레이팅으로 대변되던 럭셔리 프렌치가 유행이었다가, 21세기에 이르러 덴마크 노마와 같은 자연주의로 레스토랑 신이 바뀐 것과 비슷한 흐름이죠. 물론 불경기이다 보니 사람들이 더욱 친숙하고 익숙한 것을 찾게 되는 경향도 큰 몫을 한 것 같고요.” 물론 노포가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웃인 일본과 비교했을 때 노포의 역사가 길지 않은 나라다. 서울 아니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노포가 1904년에 오픈한 이문 설렁탕이니, 고작 100년 남짓한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노포도 미래를 생각해야 하고, 그렇다면 마냥 정체되어 있을 수는 없다. 서비스나 위생,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환경이 개선돼야 할 것이고, 전통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려는 시도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

 

뉴트로

을지로 노포

CREDIT

에디터

메종 편집부

포토그래퍼

박상국·이향아·유라규·이예린·이현실

TAGS
Seoul, NOW ①

Seoul, NOW ①

Seoul, NOW ①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도시는 다름 아닌 서울이다. 그 서울을 16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눠 면밀히 살펴보았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것들, 서울의 트렌드 말이다.

 

 

01 서울이라는 도시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한 김이홍 교수는 연세대 건축공학부와 미국 하버드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뒤 세계적인 건축가 스티븐 홀과 함께 근무했다. 뉴욕의 선진 건축물을 경험하고 온 젊은 건축가는 서울을 어떤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editor 문은정

아모레퍼시픽 사옥

Ⓒ아모레퍼시픽 / 데이비드 치퍼필드 건축의 아모레퍼시픽 세계 본사. 사옥이지만 저층부를 공용 공간으로 두어 회사 홍보뿐 아니라 일반인을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태도가 돋보인다. 국내에 완성도 높은 건축 디테일을 선보이며, 국내 건축계와 시민들의 눈높이를 높여주었다.

 

김이홍 교수

서울시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한 김이홍 교수.

 

뉴욕에서 오래 거주했는데, 뉴욕과 서울의 건축을 비교하자면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나? 뉴욕은 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지만 서울은 60~70년 사이 급히 지어졌다. 거기에서 오는 차이가 분명히 있다. 뉴욕은 100년 넘는 오래된 건물이 많다 보니, 역사가 묻어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새로운 건물을 짓더라도 규정 안에서 짓고, 암암리에 역사적인 맥락을 지키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 한국은 건물 하나하나가 모두 개성을 발휘하려는 것 같다.

서울시 공공 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건축적인 부분에서 볼 때 서울의 트렌드가 어떻게 흐르고 있다고 보나? 하나는 도시 재생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7곳의 낡은 시설물을 매입했고, 그것을 몇몇의 공공 건축가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 재생을 맡은 마스터 플래너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울을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인프라(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계속 모이다 보면 그 취지에 가까워질 것이니 말이다. 나 역시 용산구 서계동의 ‘청파 언덕집’ 프로젝트로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청파 언덕집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청파 언덕집이라는 이름처럼 말 그대로 서울역에서도 보이는 언덕에 위치했다. 30평대의 대지로 오래된 1층짜리 가옥이 있는데, 부분적으로 남겨놓고 3층 구조로 용적률을 높여 시공 중에 있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인 만큼 그 가옥을 사용하면 좋은데, 구조안전진단을 받아보니 문제가 있었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 것인가? KBS 이욱정 PD가 음식을 통한 도시 재생이라는 주제로 기획을 맡았다. 회현동과 서계동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 시설을 연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크게는 카페, 베이킹 스튜디오, 전망대로 구성되며 2~3월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 재생은 단순히 건물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안의 쓰임새다. 내부 콘텐츠가 명확해야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남을 수 있다. 공간의 형태나 아름다움보다 내부 콘텐츠가 메인이 되는 것도 이 시대의 트렌드인 것 같다.

하지만 부정적인 뒷이야기도 있다. 지역민에게 이익이 돌아오기보다는 쓸데없는 유동인구만 들어오고 임대료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디서든 젠트리피케이션 이슈가 가장 우려되는 것이더라. 청파 언덕집 역시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누가 그 솔루션을 내면 큰 상을 받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청파 언덕집의 경우 지역민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이라는 콘텐츠가 들어가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건축가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획자가 동시에 진행을 맡아 좋은 사례로 기록되길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유라는 키워드를 꼽고 싶다. 리빙이나 오피스 등 다양한 형태가 많이 생긴 것 같다. 최근에 본 것은 멤버십제로 운영되는 공유 거실이다. ‘공유’를 주제로 한 곳들이 늘어나고 있더라.

왜 그러한 것들이 생겨난다고 보는가? 우선 부동산값이 비싸다 보니 큰 집을 영유할 수는 없다. 아파트도 사실 3~4인 가족이 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주말만 되면 이른 아침부터 시외로 나가려는 인파로 도로가 정체된다. 집이 답답하니, 자꾸 벗어나려고 하는 욕구가 늘어나며 펜션처럼 근사한 시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집이 좁다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각박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조금 큰 범위에서의 트렌드인데, 서울은 지하 개발에 대한 이슈도 있다. 대학 캠퍼스도 지하로 많이 내려가고 있는데, 위로는 더 이상 지을 수 있는 공간 확장 용적률이 없다고 하더라. 지하는 경제 논리만 허용되면 무한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곧 삼성역 근처의 지하에서도 조 단위의 공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대 ECC의 공사를 맡은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지면 공모에 당선되어 지금 설계 중에 있다.

미세먼지나 폭염 같은 환경적인 문제도 지하 개발에 대한 욕구를 부추기는 것 같다. 캐나다 역시 도시가 모두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추운 겨울이 길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도 시청, 동대문, 을지로가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현재는 지하철역으로만 쓰고 있는데, 서울시도 더 이상 개발할 땅이 없기에 그러한 유휴 공간을 찾고 있다. 땅을 사기에는 너무 비싸기도 하고.

앞으로 서울의 건축 방향이 어떻게 흐를 것 같은가? 녹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꼭 건물이나 공간이 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외부 공간에 대한 고민이 많이 이뤄지지 않을까. 작게는 골목길, 크게는 큰 공원일 수도 있겠다. 서울이 차 중심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본다.

 

온그라운드 갤러리

Ⓒ온그라운드갤러리 / 조병수 건축의 온그라운드갤러리는 기존 건축물을 운치 있게 활용한 사례다. 적산가옥의 지붕을 살려 오후의 햇살이 그대로 비친다.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 근대 건축의 업적물인 어린이대공원 꿈마루는 과거의 건물을 유지하며 새로운 건물을 내부에 삽입하는 형식으로 지어졌다. 본래는 철거 예정이었으나 레노베이션을 통해 유지되었다. 유산을 보존하려는 과정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02 덕후를 공략한 편집숍

서울에 생겨나고 있는 편집숍을 보면 성장하고 있는 리빙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올해로 오픈한 지 10주년 된 편집숍의 터줏대감 격인 루밍 박근하 대표는 이 흐름을 진단해줄 수 있는 적임자였다. editor 신진수

루밍 박근하 대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재미있는 디자인의 ‘리빙 타워’에서 포즈를 취한 박근하 대표. 리빙 타워는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것으로 비트라 제품이다.

 

2008년에 오픈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편집숍 루밍의 박근하 대표와 마주앉았다. “한발씩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루밍은 두 번의 이사를 했고, 규모도 점점 커졌지요. 시작은 숍이 아니었어요. 스타일링을 하면서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는 디자인 제품을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고, 루밍의 시작은 개인 아지트의 개념이었죠.” 부르노 무나리, 엔조 마리, 빌락 등 당시에는 생소했던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프리츠 한센과 비트라, 아르텍까지 폭넓게 만나볼 수 있다. 박근하 대표가 바라본 지금 서울의 편집숍 흐름은 어떠할까. “사실 대부분의 편집숍이 거의 같은 제품을 판매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어떤 숍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소개하는 제품이 똑같았죠. 특정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위기라는 걸 감지했고, 각 숍의 대표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방향을 틀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지금 서울에는 다른 도시 못지않게 꽤 다양한 스타일의 편집숍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박근하 대표는 이어서 ‘덕후를 공략한’ 편집숍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전했다. 국내 작가와 장인의 제품을 그들만의 감각으로 소개하는 챕터원에디트, 오르에르 김재원 대표가 오픈한 문구점 포인트오브뷰, 의류뿐만 아니라 소품과 인테리어까지 충실하게 선보이는 페르마타, 국내 소규모 독립 브랜드를 소개하는 키오스크키오스크 등이 떠올랐다.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는 편집숍이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도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지요. 서울의 편집숍은 크래프트 인기에 힘입어 더욱 다양해질 것 같아요”라고 전한 박근하 대표는 디자이너의 성향이 다분한 사람이다. 때문에 춘추전국시대 같았던 서울의 편집숍 경쟁에서도 루밍은 자체적인 정화작용을 통해 굳건하게 10년을 버텨냈다. 얼마 전 10주년을 맞이해 선보인 프라이탁과 협업한 케이크백 판매가 큰 성공을 거둔 걸 보면, 이미 알려진 브랜드도 누가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을 팔 것인지가 아니라 ‘왜’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숍만이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서울의 리빙 시장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페르마타 편집샵

의류 편집숍 겸 감각적인 소품을 판매하는 러스틱한 분위기의 페르마타.

 

챕터원에디트

Ⓒ챕터원에디트 / 국내 작가와 장인, 해외 빈티지 소품을 소개하는 챕터원에디트.

 

루밍 매장

올해로 오픈 10주년을 맞이한 루밍의 지하 1층 매장. 2층에서는 프리츠한센을 단독으로 소개한다.

 

포인트오브뷰

오르에르 김재원 대표가 오픈한 포인트오브뷰. 작은 지우개부터 연필, 노트 등 데스크 액세서리로 가득하다.

 

 

03 Pet Friendly City

반려견에 유독 관대한 프랑스 파리처럼은 아니어도 이제 서울에서도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제법 많아졌다. 이를 시작으로 좀 더 성숙한 펫 프렌들리 도시가 되기 위해 펫티켓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ditor 신진수

레스케이프 호텔

Ⓒ레스케이프호텔 / 호텔 내 레스토랑 팔레드 신에서 반려견과 식사를 할 수 있고, 반려견과 동반 투숙할 수 있는 웰컴 펫 패키지로 인기를 얻고 있는 레스케이프 호텔.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이 부쩍 늘어났다. 예전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풍경, 이를테면 대형 쇼핑몰에서 반려견과 함께 쇼핑을 즐기거나 호텔에 동반 투숙하는 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IFC몰과 스타필드(일부 매장은 제한)처럼 많은 이들이 모이는 대형 쇼핑몰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는 건 애견인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프렌치 클래식 인테리어로 화제를 모은 레스케이프 호텔은 펫 프렌들리 호텔이다. 9층에 위치한 14개의 펫 전용 객실에 투숙할 수 있고, 반려견과 호텔 내 차이니스 레스토랑인 팔레드 신에서 식사도 할 수 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알찬 반려견 동반 객실 패키지인 ‘웰컴 펫 패키지’도 인기가 좋다. 반려견 동반으로 식사나 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도 많아졌다. 반려견의 크기나 몸무게에 상관없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한남동에 위치한 ‘카페 아운’은 쿠킹 클래스나 소규모 대관도 진행하고 있으며 가정식 같은 주인장의 맛깔스러운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해방촌 골목에 위치한 ‘진저 키친’은 애견 동반 맛집으로 소문난 곳. 애견을 동반한 손님을 배려하는 것은 물론이며 이곳의 가리비 관자 스테이크와 구운 감자는 꼭 맛보아야 할 메뉴다. 하지만 이런 공간이 많아지는 것과 별개로 견주는 펫티켓을 잘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줄을 잘 채우는 것은 물론, 배변은 직접 수거하고, 마킹을 하는 반려견은 매너벨트를 채우는 등 펫티켓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듯 반려동물에게 너그러워진 공간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서울이 진정한 펫 프렌들리 도시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카페 아운

Ⓒ카페아운 / 누렁이 ‘범이’를 만날 수 있는 다이닝 카페 아운. 오늘의 샌드위치와 수프, 아메리카노로 구성된 아운만의 따뜻한 가정식.

 

진저키친

Ⓒ진저키친 /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내추럴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진저 키친. 반려견과 편안하게 커피를 즐기거나 식사도 할 수 있는 소문난 맛집이다.

 

 

04 캐주얼해진 갤러리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이름을 알린 잘생긴 미대 오빠 ‘충재씨’가 아닌 진지하게 작업에 임하는 작가 김충재를 만났다. 그의 첫 번째 개인전 <Vice Versa: the other way around>는 아트와 리빙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갤러리의 새로운 방향을 추구하는 갤러리 ERD와 함께했다. editor 원지은

김충재 전시

김충재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 지그재그 형태의 의자 ‘Zigzag Homage’와 평면 회화 페인팅 작업을 전시한 지하 1층 전시실.

 

INTERVIEW

지금까지 갤러리 ERD에서 봐왔던 전시와는 다른 것 같아요. 요즘 전시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갤러리 ERD 이민주 대표) 이제 갤러리라는 공간은 더 이상 무겁고 딱딱한 곳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작가 자신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기 피알을 하는 등 직접 작품을 알리기 위해 좀 더 다양한 관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의 자리로 변화하고 있어요. 소셜 미디어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새로운 예술 시장이죠. 일련의 것이 가벼워 보인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현시대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소통 방식임이 틀림없어요. 그런 면에서 충재 작가야말로 현재 활동하는 작가들 중에서 가장 준비가 잘되어 있지 않나 싶어서 함께하게 되었죠.

드디어 첫 번째 개인전이네요. 전시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김충재) 어느 해보다 바쁘게 보낸 2018년이 다 지나기 전에 초기 작품과 신작을 엮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랴부랴 준비했어요. 전시 타이틀 ‘Vice Versa: the other way around’는 A에서 B도 맞고 B에서 A도 맞다. 다시 말해 거꾸로 해도 맞는다는 뜻이에요. 꼭 1에서 2, A에서 B만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선이나 면, 평면과 입체, 직선과 곡선 그리고 색상 등 상반되는 것들에 빗대어봤어요. 이렇게 대립되는 것들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도록 재료부터 재료의 방법론까지 방향을 다양화해 완급 조절을 시도해봤어요.

전시 타이틀에도 있는 ‘Angled White’는 그 유명한 각진 화이트인가요? 갤러리 ERD의 김홍경 큐레이터가 소소한 재미를 위해 제안한 건데, 부끄럽네요. 뭐 제가 방송에서 내뱉은 말이니 오케이했어요(웃음).

 

ERD 이민주 대표

갤러리 ERD의 이민주 대표와 작가 김충재.

 

초기 작품부터 신작까지 작업에 변화가 있었나요? 초반에는 입체나 아트 퍼니처로 시작해 주로 물성이나 금속을 다뤘어요. 금속이나 세라믹 작업도 했는데, 세라믹에 이어 다시 평면 작업을 한다든지 아니면 CNC 가공을 이용한 작품을 주로 했어요. 1층 전시를 보면 알겠지만 이번 신작에는 과감한 컬러를 사용했어요.

무채색 작품이 주를 이루는데, 색감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요? 무채색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색감에 대해 연구 중이에요. 가구 같은 경우는 상당히 미니멀하고 꼭 필요한 요소만 남아 있는 반면, 면이라든지 색채로 가기 위해 칸딘스키의 책을 많이 봤어요. 색이나 형태는 그 사람의 영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하면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했죠.

주로 3D 프린팅이나 디지털 기반의 작업을 하는 것 같던데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하필 3D 프린팅으로 작업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오는 바람에 전시를 보러 온 관객들이 세라믹을 보고도 3D 프린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3D 프린팅은 파이널 작업을 하기 전 목업 정도로, 사전에 뽑아보는 용도로 사용해요.

관심 있는 또 다른 기술이 있나요? 지금은 삼축, 즉 X, Y, Z 세 개의 축을 이용해 가공물을 깎아 형상을 만드는 작업만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사축, 오축 가공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기계를 사고 싶거든요(웃음). 3D 프린팅에도 정말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요즘에는 하이브리드식으로 3D 프린팅과 CNC를 병행하는 시스템이 생겨나고 있어요.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것 중 하나예요.

2층 전시 공간은 전혀 다른 모습이네요. 2층은 저와 이민주 대표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어요. 제가 직접 그림을 작업하는 모습을 유튜브와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하는 공간이에요. 아무래도 작가들이 전시를 해도 갤러리에 잘 안 오게 되더라고요. 전시 공간에서 또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단순히 작업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작업을 한다는 것은 느리고 무겁고 비효율적인데, 어떻게 보면 디지털 스트리밍은 가볍고 빠르고 효율적이잖아요. 이런 것도 제가 전시에서 말하고 싶은 ‘낯설게 보기’ 중 하나인 듯싶어요.

라이브로 그려낸 작품을 판매도 한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하지만 이곳에서 판매하는 작품은 완성본이 아니라 빈 캔버스를 먼저 구입하는 방식이에요.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캔버스를 구입한 관객은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감이 생기죠. 하지만 그 과정은 디지털화된 기록으로 남겨지기 때문에 추후 작업 과정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어요. 대신 작품성이 좀 더 있는 드로잉이라든지, 실크 작업을 할 예정이에요.

현대 예술 시장의 소셜 미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충재) 요즘 마르쉘 뒤샹 전시를 하는데, 뒤샹과 앤디 워홀이 살아 있다면 SNS(?)를 엄청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웃음). (이민주 대표) 제 생각에는 피카소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직접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이 매력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시대에서 불가피하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충재 작가는 모든 매체나 SNS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있기 때문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죠.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요. (김충재) 큰 계획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아닌데, 일단 작업실을 이사할 예정이에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2년 정도 있었는데 레지던시라는 것이 사회로 나오기 위한 중간 과정이잖아요. 이제는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좀 더 도전의식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쭉 작업 활동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재미난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김충재 개인전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제품을 전시한 1층.

 

vice versa

갤러리erd

온 · 오프라인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2층.

 

 

05 Artistic Plants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물론 오브제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는 아티스틱한 식물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독특한 식물 하나만 있어도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editor 원지은

식물의 취향

 

종로 운니동의 오래된 벽에 스며들듯 자리한 식물 파는 곳 ‘식물의 취향’은 원예가 박기철이 고요한 가운데 강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관엽, 다육, 선인장 등 다양한 식물이 있지만, 그는 야생 초목을 주로 다루고 소개하는 원예가다. 그는 야생 초목의 경우 분갈이 이후 후반 작업에서 완성도가 판가름 난다고 했다. “여기 있는 식물을 보면 알겠지만, 식물의 선과 형태가 모두 다르죠. 야생 초목은 작업의 집중도를 요하는 식물이에요. 누가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른 형태를 띠죠.” 요즘 카페나 편집숍만 들여다봐도 오브제 효과를 내는 식물로 인테리어한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정집에서 식물을 사용해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방법을 물었다. “예를 들어 선이 아름다운 나뭇가지 하나만 벽에 걸어놔도 사물 형태의 모빌 혹은 행잉 오브제가 될 수 있어요. 나무 화석을 선반에 올려둔다든지, 날이 서 있는 것 주변으로 둥근 오브제를 둬 형태의 조화를 맞추면 좋아요. 하지만 식물 옆에 둘 오브제는 식물보다 톤이 떨어지는 것을 선택해요. 사람도 각기 자신한테 어울리는 옷을 입듯 식물도 적합한 화기와 어울리는 오브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해요. 억지스럽게 도드라지기보다는 가장 돋보이는 ‘때’를 기다려야 해요.” 지금 머무는 공간이 뭔가 아쉽다면 식물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

 

종로 식물의 취향

 

 

06 감성 플랫폼

2018년 화제의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피크닉이다. 기존 복합문화공간이 무언가를 선보이는 ‘기능’에 집중했다면 피크닉은 감성적인 갈증을 채워준다. editor 신진수

피크닉 piknic

 

채도가 낮은 오렌지 컬러의 낡은 건물에 피크닉 Piknic의 로고가 올라섰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Life, Life> 전시를 개관전으로 문을 연 피크닉은 올해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은 공간일 것이다.

1970년대의 오래된 건물을 최대한 살린 건축 레노베이션과 카페(밤에는 바 Bar로 변신한다), 파인 다이닝으로 잘 알려진 제로컴플렉스의 입점 그리고 개관전을 시작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재스퍼 모리슨의 <Thingness> 전시까지, 피크닉의 문화적인 제안이 한 건물에 집약돼 있다. 하지만 피크닉을 단순히 복합문화공간으로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이유는 이 건물에서 제공하는 다채로움이 기능을 넘어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낡은 계단의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기운, 줄지어 달린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서 즐기는 차 한잔,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멋스러운 로고, 기획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 등 피크닉은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공간’이 되기에 충분하다. 피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전시 기획사 글린트는 영민한 파트너십으로 이런 감성 플랫폼을 완성했다. 오너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직접 지휘하기보다는 건축, 사이니지, 로고, 가구, 조명, F&B 등을 세밀하게 나눠 각각의 전문가들과 손을 잡았다. 때문에 피크닉에서는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을 만큼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감도를 보여준다. 언젠가 피크닉에 들렀다면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즐기면 된다. 건축 레노베이션이 궁금하다면 계단을 오르내리며 건물을 둘러보면 되고, 루프톱에 올라 강북의 풍경을 바라보거나 샹들리에 아래에서 와인 한잔을 마셔도 좋겠다. 오래된 건물이 건네는 감성적인 제스처가 새로운 문화 플랫폼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카페 피크닉

피크닉 전시

남산 핫플레이스

 

 

07 한발 가까워진 아트

요즘 들어 아트 클래스뿐만 아니라 아트 투어, 도슨트 프로그램 등 아트에 관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점점 대중화되고 있는 아트에 대한 흐름에 대해 이안아트컨설팅 대표에게 들었다. editor 신진수

오픈갤러리

그림 대여

Ⓒ오픈갤러리 / 작품을 일정 기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 갤러리.

 

서울의 아트 시장은 지금 어떠한가? 크고 작은 갤러리에서 여는 문화 이벤트가 많아졌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서 사진도 찍어 올리고, 입소문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그저 이벤트 참여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일단 사람들이 갤러리나 뮤지엄에 온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현상 저변에는 SNS의 힘이 크지 않나? 그렇다. 갤러리에서 촬영한 사진 한 컷으로 자신의 예술적 소양을 어필할 수도 있고, 유명한 전시에 나도 가봤다는 인증의 개념도 있다. 덕분에 SNS에 많이 올라오는 전시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일상에서 대중화된 예술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나? 인테리어의 마지막 요소로 작품을 구입한다던가, 특정 작가의 작품이 휴대폰 케이스 같은 상품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또 아주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는 캐릭터를 통해 예술 작품을 처음 접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메신저의 이모티콘도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다.

부정적인 면도 있지 않나? 단지 보기 좋은 작품으로 치우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작품과 작가에 대해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무라카미 다카시는 단순히 귀여운 꽃 그림이 아니라 동양화 기법과 일본의 문화, 일본 민족주의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표현했는데, 이처럼 작품마다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트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업체도 많이 생겼다. 소소한 그림 가게가 많아져서 좋고,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작품을 렌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 갤러리나 유명 작가의 작품을 프린트로 판매하는 프린트베이커리 같은 곳도 예술의 대중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예술 초보자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작은 그림이라도 걸어본 사람만이 계속 예술 작품을 사게 된다고 믿는다. 많이 구입해봐야 노하우나 안목도 생기고 나아가 법률적인 문제를 공부할 수도 있다.

서울에 생겼으면 하는 뮤지엄의 롤모델이 있나? 파리에 살았던 적이 있어서인지 퐁피두 센터를 꼽고 싶다. 외국의 좋은 미술관들은 공간이 개방적이다. 퐁피두 센터는 대지의 반 이상이 광장이고, 리스본에 있는 굴벤키안 미술관은 도심에 있지만 자연 친화적이다. 또 서울에도 정말 괜찮은 영구 전시를 하는 뮤지엄이 강남, 강북에 한 곳씩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프린트베이커리

Ⓒ프린트베이커리 /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판화로 소개하는 프린트베이커리.

 

김영애 대표

현재 이안아트컨설팅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윤진초 작가의 작품 앞에 선 김영애 대표. / 헤어&메이크업 이희, 의상은 리휴 협찬.

 

윤진초 작가

Ⓒ이안아트컨설팅 / 윤진초 작가의 작품 ‘여인의 풍경’.

 

 

08 한국판 츠타야

서울에 자리 잡기 시작한 라이프스타일 서점은 다채롭게 진화하고 있다. editor 문은정

아크앤북

Ⓒ아크앤북

 

최근 서울에 문을 열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서점의 원류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전역에 1400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츠타야는 책의 큐레이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방식을 가장 먼저 시도한 곳이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으로의 여행 계획을 세운 사람은 가이드북뿐 아니라 그 나라의 에세이나 소설, 식문화, 최신 정보가 실린 잡지까지 함께 궁금해한다. 츠타야는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고 문고본이나 단행본, 전문 서적을 각 장르에 따라 함께 진열해놓았다. 또한 책과 관련되는 물건과 행동의 제안도 시도했다. 여행과 관련된 서가 옆에 여행 대리점 카운터를 설치하고, 요리책 코너 옆에 요리 교실을 만들었다. “취향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플랫폼이고, 단순히 서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최근, 공간 기획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한 가지의 목적성을 가진 공간보다는, 다양한 활용성 측면을 강조한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거죠.” 아크앤북의 김지인 마케팅 과장이 설명했다. 서점 내 좌석 비치가 늘어나고 문화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추세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움직임이 주위에서 포착된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에서는 단순한 요리책뿐 아니라 셀프 쿠킹 프로그램이 있어 책에 적힌 레시피를 그대로 시연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최인아 책방에서는 각종 유명 인사의 강연과 클래식 공연 등 부대 행사에 더욱 열심이다. 부영을지빌딩 지하에 오픈한 아크앤북은 마지막 아날로그라 할 수 있는 F&B와 서가를 연결시키며 서점을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디지털 세계에 사는 듯 보이는 사람들은 사실 아날로그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리고 서점은 그러한 사람들을 불러들이며 긍정적인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시도하고 있다.

인덱스 서점

건대 인덱스

인덱스 서점.

 

CREDIT

에디터

메종 편집부

포토그래퍼

박상국·이향아·우라규·이예린·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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