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그리고 아트

문화예술 강국의 신호탄, 카타르 월드컵

문화예술 강국의 신호탄, 카타르 월드컵

 

2022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는 오일리치의 광에 안주하지 않고 문화예술 강국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슈아 알리, Shua’a Ali(b. 1974, Qatar) Tawazun, 2022, Granite, Sandstone, Limestones, Pebbles; 1.2×1.2×3.5m, Msheireb, Downtown Doha on Sikkat Al Wadi, Photo Copyright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월드컵 경기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 반도의 여러 국가에 비하면 매우 작은 국토 면적을 지니고 있지만,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으로 가장 부유한 국가로 손꼽힌다. 그러나 친환경 에너지와 디지털 인터넷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산업의 흐름이 바뀌어가고 있는 시대, 중동은 여전히 오일리치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축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30년 아시안 게임까지 이어지는 문화 국가로의 변모를 시작하고 홍보하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19년에는 장 누벨이 설계하고,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이 입구를 장식한 카타르 국립박물관을 개관했고, 친환경 에너지로 작동되어 낮에도 인공조명이 필요하지 않은 패션 및 디자인 종사자의 센터 M7도 개관했다. 이자 젠켄의 거대한 꽃 조각이 장식되어 있는 M7에서는 카타르 월드컵을 맞아 발렌티노의 전시와 패션쇼를 개최했는데, 카타르 왕족(카타르 홀딩)이 2012년 발렌티노를 인수하여 사실상의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카타리나 프리츠, Katharina Fritsch(b. 1956, Germany) Hahn, 2013, Glass-fibre Reinforced Polyester Resin Fixed on a Stainless-steel Supporting Structure; 440×440×150cm, Sheraton Hotel, Katara Hospitality, Photo Copyright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카타르는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클럽으로 손꼽히는 파리 생제르맹 (PSG)를 인수하였을 뿐 아니라, 같은 해 영국의 유서 깊은 백화점 헤롯을 인수하는 등 국제적인 행보를 펼치며 문화와 예술에 투자하고 있고, 2022년에는 헤롯 호텔 체인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스포츠 분야에 카타르 국왕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 미술과 럭셔리 산업 분야를 주도하는 이는 국왕의 여동생이자 카타르 박물관국을 맡고 있는 알 마야사 공주다. 10여 년 전부터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약 250만 달러(약 3천3백억원), ‘언제 결혼할래?’를 3백만 달러(약 4천억원) 등에 구입한 슈퍼 컬렉터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슬람 미술관을 비롯한 수많은 미술관 및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하마드 국제공항의 우르스 피셔의 거대한 램프 베어, 컨벤션 센터의 루이스 부르주아의 높이 9m에 달하는 거대한 거미 조각, 올림픽 뮤지엄의 다니엘 아샴의 거대한 행잉 조각, 쉐라톤 홀 벽을 장식한 마틴 크리드의 ‘모든 게 다 잘될 거야’라는 문자 조각 등이 모두 카타르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월드컵을 맞이해 올라퍼 엘리아슨, 제프 쿤스, 카타리나 프리치 등 세계적인 명성의 예술가를 초청해 공공미술 프로젝트 40여 개를 추가함으로써 이제 카타르 도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도시 미술관으로 변모하여, 비단 월드컵이 아니라도 파리나 로마에 가듯 한번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예술의 성지로 등극했다.

 

리차드 세라, Richard Serra(b. 1938, United States) 7, 2011, Steel, 24.6 Metres, MIA Park, Photo Copyright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오일머니를 문화에 투자해서 21세기에도 지속되는 문화 강대국으로 변모하려는 시도는 카타르뿐 아니라 중동의 다른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는 추세다. 아랍에미레이트에서는 2020년 두바이 엑스포를 선점하며 기회를 노렸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아쉬운 상황을 맞이했지만, 수도 아부다비에서 2017년 루브르 미술관 분점을 개관한 데 이어 2025년 개관을 목표로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방한하여 화제를 모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가 준비하고 있는 네옴 시티도 친환경 에너지로 작동되는 슈퍼 스마트 시티다. 한때 문화와 예술은 가난한 예술가의 구제와 복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윤리와 의무 혹은 부자들의 플렉스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실은 21세기의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중요한 성장의 동력이라는 것을 가장 부유한 국가의 행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셈이다.

 

Subodh Gupta(b. 1964, India) Gandhi’s Three Monkeys, 2012, Bronze and Steel; Balaclava Head 200×131×155cm; Gas Mask Head: 184×140×256cm; 수보드 굽타, Helmet Head: 175×125×150cm Katara Cultural Village, Photo Copyright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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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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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패션으로 말하는 작가의 삶과 예술

프리다 칼로의 삶이 투영된 패션 전시

프리다 칼로의 삶이 투영된 패션 전시

 

내년 5월까지 파리 팔레 갈리에라에서 진행되는 프리다 칼로의 개인전은 옷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프리다 칼로의 삶과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 Toni Frissell, Vogue, © Condé Nast

 

패션위크로 뜨거웠던 파리의 가을, 패션과 어울리는 전시까지 다양하게 열려 분위기를 돋우었는데 그중 가장 화제를 모은 건 파리 패션박물관인 팔레 갈리에라 Palais Galliera에서 개최된 프리다 칼로 개인전이다. 이 전시가 미술관이 아닌 패션박물관에서 개최된 이유는 패션을 통해 그녀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는 기획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에게 패션은 작가로서, 여성으로서, 멕시코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매체였다.

 

이는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드러난다. 그녀의 아버지는 멕시코로 이민 온 독일인으로 정부의 사진작가로 일하며 멕시코의 전통 건축과 현대화의 과정을 기록으로 담았다. 또한 어린 딸 프리다의 면면을 자주 사진에 담았는데 덕분에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포즈를 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법을 깨달았을 것이다. 가족사진에 유독 남성의 옷을 입고 등장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녀에게 옷은 남들이 잘 주목하지 않았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자, 다른 한편 너무 쉽게 남들한테 주목의 대상이 되는 신체적 불편함을 가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화려한 멕시코 전통 의상과 화려한 액세서리다. 그녀는 18세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의료기기에 가까운 거대한 코르셋을 평생 착용해야 했던 현실을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20세부터 1954년 47세로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테후아나 드레스만을 입었다. 이는 또한 그녀가 멕시코에서 온 화가임을, 개성이 강한 여성임을 그리고 당대 그녀보다 유명했던 남편인 멕시코의 대표적인 벽화 작가 디에고 리베라의 세 번째 부인이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여자가 아니라 상상과 즐거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 화가임을 표현할 수 있는 방편이었다. ‘폭탄에 두른 리본’이라고 말한 당대 미술평론가 앙드레 브르통의 표현처럼, 화려한 패션은 상처받은 심신의 고통을 포장하는 변장이자 내면의 열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였던 셈이다.

 

 

 

전시에는 200여 벌과 다양한 액세서리, 코르셋과 의료품, 보조 기구 등 다양한 오브제가 전시되어 아름답고 화려했던 그녀의 삶 너머의 또 다른 인생을 짐작하게 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대미를 장식한 현대 패션 디자이너의 의상이다. 프리다 칼로의 삶과 예술로부터 영감을 받아 직접 의상에 적용하거나, 멕시코 전통 의상과 같은 에스닉한 주제나 제작 기법 혹은 코르셋과 같은 전통적인 패션 아이템 등을 적용해 칼로의 패션과 공통점을 보여준다. 장 폴 고티에, 요지 야마모토,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알렉산더 매퀸, 레이 카와쿠보, 리차르도 티시, 칼 라거펠트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풍성한 내용과 작가의 유명세로 몇 주치 입장 티켓이 모두 사전에 예매될 만큼 인기리에 진행 중이며, 작가의 바이오그래피와 기록을 적은 전시 도입부는 좁은 통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지적인 관객들로 인해 앞으로 발을 내딛기도 힘들 정도다. 놓치기 아까운 본 전시는 2023년 5월까지 계속되며, 뮤제 갈레이라 앱을 다운받으면 온라인으로나마 전시의 상세 내용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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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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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에코-심바이오시스 트렌드

미리 보는 미래 사회

미리 보는 미래 사회

 

1년 6개월 앞서 전망되는 Lisophe의 메가트렌드 인사이트는 일차원적인 트렌드 제시가 아닌 트렌드 발단의 배경과 사회문화 그리고 과학기술 기반의 이슈를 함께 살피는 매크로 키-다이렉션을 ‘에코-심바이오시스’로 제시한다.

 

1 Future Food Today: 커피 찌꺼기를 쿠키로! 2 뉴욕 테리타운 블루 힐 레스토랑은 소뼈로 만든 세라믹 식기. 3 건축가와 소재업체가 협력해 제작한 의자와 스툴. 농업 생산 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 복합 재료의 새로운 CMF. 4 ‘Willow Project’는 버드나무를 끓이고 증류하는 여러 공정을 통해 반투명한 생분해성 소재를 만들어낸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문화 소비 트렌드인 ‘에코-심바이오시스 Eco-Symbiosys’에서는 로컬, 글로벌 모두 협력하는 미래형 지속가능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기존 콜라보레이션 개념에서 좀 더 나아간 상생(Mutualism)과 공생(Coexistence)을 토대로 공유경제와 디지털 전환의 융복합을 보이는 2024년 산업, 사회, 문화 전반의 이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가능의 도래

코로나19 이후 제품의 생산에 있어서도 상생과 공생을 고려하는데, 예를 들어 파자마와 홈웨어처럼 편안한 옷을 판매하는 브랜드는 환경과 사회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모든 아이템을 개발하고, 디자인의 첫 단계에서부터 최종 제품의 수명 주기에 이르기까지 고려한다.
특히 인구통계학적으로 MZ세대와 그 뒤를 쫓는 Z 혹은 알파 Alpha 세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직물을 사용하는 등 영유아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제품을 추구한다. 그 밖에도 위생과 안전, 건강이 중요해지면서 성능과 기능을 확보한 고품질이 요구되지만 오히려 단순한 것에서 만족을 얻게 된다. 따라서 일상의 필수적인 것과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로부터 출발하는 생분해성 복합 소재가 산업 전반에서 주목받고 있다. 퓨처 푸드와 같이 제로-웨이스트, 생분해 포장이 급부상하면서 쇼핑백, 식기 등 모든 것이 생분해 복합 소재로 변환되고 있다. 커피 찌꺼기를 버리지 않고 커피 스낵으로 만드는 레시피와 소뼈를 갈아 세라믹으로 만든 식기까지 포장재에 대한 환경친화적 이슈가 급증한다.

 

사람과 환경을 위해 더 나은 리테일을 지향하는 이케아 프로젝트 ‘스페이스 10’

 

다양성과 포용성

2024년에는 단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라이프스타일 그 이상의 가치가 주목된다. 건강은 질병이 없는 상태만 뜻하지 않으며, 웰빙 그 자체가 삶이 된다. 사람들은 건강하지 못해서 건강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닌 삶 자체를 건강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건강을 신경 쓴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몸과 정신건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건강’에 대한 이해가 변화되고 있는 소비사회를 의미한다. 마음챙김과 매 순간 의식적인 자각과 만족감을 선사하는 경험은 일상에 좋은 에너지와 활력을 주는 핵심 동력이며, 건강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로 해석하는 것이다. 특히 운동과 식습관의 변화와 함께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 과학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소비사회 전반에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이케아의 스페이스 10과 같이 지구를 생각하는 얼스 라이프가 중심이 되는 일상이 중요해진다. 포괄적(Inclusive)이고 순환적(Circular)인 디지털 솔루션이 지속가능한 환경과 융합되고, 생물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청정에너지의 사용과 지속가능한 미래 요리 레시피를 주목할 것이다.

 

Future Food Today: A Cookbook by SPACE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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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이순영(Lisophe 기업미래예측 전문가, 프랑스 혁신 소재 라이브러리 materiO 서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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