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의 지원을 받아 제작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우수공예품 지정제도(K-ribbon Selection)에 선정된 올해의 작가 5인을 만났다.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어우러진 그들의 작품은 한국 공예의 미래를 세계로 이끈다.

불에 뜨겁게 달궈 원하는 일정한 형태가 나올 때까지 섬세하게 두들기는 과정을 반복한다.
두드림 속에서 전통의 숨결을 느끼는 이지호 작가는 평안북도 정주에서 시작되어 3대째 이어진 방짜유기의 맥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전통이 가져온 묵직한 무게를 그대로 유지하되, 시대의 변화를 조화롭게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일정 비율로 합금하여 수작업으로 두드려 만드는 기술인데, 3대를 이어 그 기술과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방짜유기의 두드린 텍스처가 빛을 독특하게 산란시켜요. 이 때문에 조명처럼 활용할 때 아주 매력적인 효과를 낼 수 있고, 보온과 보냉 효과가 뛰어나 와인 쿨러로도 안성맞춤이죠.” 이처럼 이지호 작가는 방짜유기의 실용적 매력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품은 공예품을 구상해나가고 있다. 그중 대표작인 <풍경 놋상 세트>가 2024년 우수공예품으로 선정되었다. 풍경 놋상 세트는 문경의 산세를 닮은 높낮이로 구성된 테이블웨어로 일상의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문다. “한국 전통 노상(놋그릇 상)의 아름다움과 기능을 현대적 오브제로 재해석한 공예품이에요. 전통적으로 노상은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기물로서 목재 소반 대신 금속으로 제작되곤 했는데, 그 기원을 모티브 삼아 디자인했어요. 우리 공방이 위치한 문경의 산세를 닮은 높낮이를 통해 자연의 풍경처럼 구성해봤어요. 테이블웨어뿐 아니라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는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활용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습니다.”

강력한 화염 속에서 형태를 늘리며 만들어가는 과정.

곤지암에 위치한 작업실 곳곳에 놓인 도구들.

산소와 접촉해 생긴 피막 껍데기를 벗겨내는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유기 색깔이 나오게 된다.
공진원의 우수공예품 지정제는 이지호 작가에게 공예품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할 기회를 제공했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단계마다 지원이 확정되면서 정말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또한 공진원의 지원으로 인해 전시 홍보와 해외 박람회 참가 등을 실현할 수 있어, 작가로서 자생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3대째 이어오는 가업인 만큼 제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만든다는 데에 아직 익숙지 않은데, 이제는 제 이름을 걸고 작품을 선보일 자신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이지호 작가가 앞으로 있을 창작 활동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몇달 전 일본에서 우수공예품 지원금을 통해 판매기획전 를 개최했다. “일본은 특히 공예에 대한 존중이 깊은 나라잖아요. 그곳에서 한국 공예를 선보일 기회를 얻어 매우 뜻 깊은 전시였어요. 그들이 공예에 부여하는 가치와 시각이 인상적이었고, 가까운 일본 시장에서 시작해 유럽 등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생각이에요.” 공예에 대한 존중이 깊은 일본에서 그의 풍경 놋상 세트는 현지 컬렉터와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한국 공예의 가치와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지호 작가는 지속적으로 방짜유기 기법을 이용한 다양한 현대적 제품군을 구상 중이다. 전통을 지키되 쓰임새를 현대적으로 확장하고, 일본에서 가진 좋은 경험을 발판 삼아 한국의 전통 공예가 세계 무대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도를 해나갈 생각이다.

금에 가까울 정도로 반짝거리는 빛을 내는 작품.

거칠게 두드린 겉 표면이 인상적인 싱잉볼.

우수공예품으로 선정된 풍경 놋상 세트. 문경의 산세를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