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숨은 미학, 김영은

한복의 숨은 미학, 김영은

한복의 숨은 미학, 김영은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의 지원을 받아 제작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우수공예품 지정제도(K-ribbon Selection)에 선정된 올해의 작가 5인을 만났다.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어우러진 그들의 작품은 한국 공예의 미래를 세계로 이끈다.

고운 빛깔이 인상적인 두루주머니. 양면이 서로 다른 색감으로 구성되어 더욱 아름다우며, 우리나라 옛 풍습의 의미도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전통의 흔적을 찾아 현대적 감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는 김영은 작가.

김영은 작가는 오래된 옷감 사이, 소리 없이 자리한 전통의 흔적을 찾아낸다. 어깨와 겨드랑이, 고름 뒤에 자리한 작은 천 조각, ‘바대’가 그 주인공이다. 한복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덧대는 이 작은 조각은 실용성을 넘어 장식적인 아름다움까지 품고 있다. 김 작가는 이 바대를 한복에서 떼어내어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인다. 보이지 않던 전통의 심미성을 작품으로 드러낸 것. 작업 과정에서 바대를 붙이는 전통 침선 기법을 고수하면서도 형태와 색상, 배열에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간다. “바대라는 작은 요소를 통해 한복을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은 한복의 구성 요소인 바대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고자 합니다.” 김영은 작가가 말했다. 그녀의 대표작인 <두루주머니>와 <바대가방>은 2024년 우수공예품으로 선정되며 그의 독창성, 심미성을 인정받았다. <두루주머니>는 ‘복을 선물한다’는 전통적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예품으로서, 주머니에 콩을 넣어 선물하는 옛 풍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복을 선물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이 주머니를 통해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가 기쁨을 느끼기 바랐어요. 바대 가방은 전통 한복의 바대 기법을 활용해 장식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살린 공예품이고요. 특히 바대의 기능과 장식성을 모두 살리고, 현대 생활에서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방을 만들고 싶었어요.” 김 작가가 말했다. 그녀의 의도와 바람을 읽은 듯 <바대가방>은 전통적 소재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결합한 공예품으로 많은 이들에게서 큰 호평을 받아왔다.

직접 한 땀 한 땀 손바느질해 만드는 만큼 그 정교함이 우수하다.

샘플 작업으로 가득찬 김영은 작가의 작업 공간.

아름다운 색감은 물론 활용성까지 챙긴 바대 가방.

사실 한국 전통에 대한 그녀의 관심은 유학 시절에서 비롯되었다. 네덜란드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며 한국 전통 공예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이를 계기로 2015년부터 중요무형문화재 침선장에게 침선 기법을 배우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복의 다양한 요소 중 하나인 바대에 집중하는 그녀의 작품은 전통 바느질 기법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전통 공예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번 공진원의 2024년 우수공예품 선정은 김 작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꼬집는다. 선정된 작가에게 제공되는 지원금으로 인해 전시 홍보와 해외 박람회 참가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공예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선보일 기회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지원을 통해 공예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한 마음이에요. 우수공예품 지정을 통해 얻은 브랜드 효과는 물론, 지원금 덕분에 자생력을 쌓을 수 있었어요. 공진원의 이러한 지원이 전통 공예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감 작가는 들뜬 마음을 가감 없이 내비쳤다. 실제로 그녀의 공예품은 리움미술관 숍에 입점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전통의 소재와 현대적 디자인이 결합된 독창성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연말에는 공예트렌드페어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공예품을 선보일 계획이며, 25년 1월에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메종&오브제에 참가해 한국 전통 공예를 세계에 알리려 한다. 앞으로도 김영은 작가는 전통 바대 기법을 다양한 형태로 확장해 전통 공예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이들이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전 세계를 무대로 도전할 계획이다.

작업에 사용되는 색색의 실.

로파 서울과 협업해 만든 레이어드 퍼니처.

CREDIT

에디터

원지은, 문혜준, 원하영

포토그래퍼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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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유기의 현대적 감각, 이지호

전통 유기의 현대적 감각, 이지호

전통 유기의 현대적 감각, 이지호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의 지원을 받아 제작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우수공예품 지정제도(K-ribbon Selection)에 선정된 올해의 작가 5인을 만났다.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어우러진 그들의 작품은 한국 공예의 미래를 세계로 이끈다.

불에 뜨겁게 달궈 원하는 일정한 형태가 나올 때까지 섬세하게 두들기는 과정을 반복한다.

두드림 속에서 전통의 숨결을 느끼는 이지호 작가는 평안북도 정주에서 시작되어 3대째 이어진 방짜유기의 맥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전통이 가져온 묵직한 무게를 그대로 유지하되, 시대의 변화를 조화롭게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일정 비율로 합금하여 수작업으로 두드려 만드는 기술인데, 3대를 이어 그 기술과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방짜유기의 두드린 텍스처가 빛을 독특하게 산란시켜요. 이 때문에 조명처럼 활용할 때 아주 매력적인 효과를 낼 수 있고, 보온과 보냉 효과가 뛰어나 와인 쿨러로도 안성맞춤이죠.” 이처럼 이지호 작가는 방짜유기의 실용적 매력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품은 공예품을 구상해나가고 있다. 그중 대표작인 <풍경 놋상 세트>가 2024년 우수공예품으로 선정되었다. 풍경 놋상 세트는 문경의 산세를 닮은 높낮이로 구성된 테이블웨어로 일상의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문다. “한국 전통 노상(놋그릇 상)의 아름다움과 기능을 현대적 오브제로 재해석한 공예품이에요. 전통적으로 노상은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기물로서 목재 소반 대신 금속으로 제작되곤 했는데, 그 기원을 모티브 삼아 디자인했어요. 우리 공방이 위치한 문경의 산세를 닮은 높낮이를 통해 자연의 풍경처럼 구성해봤어요. 테이블웨어뿐 아니라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는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활용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습니다.”

강력한 화염 속에서 형태를 늘리며 만들어가는 과정.

곤지암에 위치한 작업실 곳곳에 놓인 도구들.

산소와 접촉해 생긴 피막 껍데기를 벗겨내는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유기 색깔이 나오게 된다.

공진원의 우수공예품 지정제는 이지호 작가에게 공예품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할 기회를 제공했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단계마다 지원이 확정되면서 정말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또한 공진원의 지원으로 인해 전시 홍보와 해외 박람회 참가 등을 실현할 수 있어, 작가로서 자생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3대째 이어오는 가업인 만큼 제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만든다는 데에 아직 익숙지 않은데, 이제는 제 이름을 걸고 작품을 선보일 자신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이지호 작가가 앞으로 있을 창작 활동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몇달 전 일본에서 우수공예품 지원금을 통해 판매기획전 를 개최했다. “일본은 특히 공예에 대한 존중이 깊은 나라잖아요. 그곳에서 한국 공예를 선보일 기회를 얻어 매우 뜻 깊은 전시였어요. 그들이 공예에 부여하는 가치와 시각이 인상적이었고, 가까운 일본 시장에서 시작해 유럽 등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생각이에요.” 공예에 대한 존중이 깊은 일본에서 그의 풍경 놋상 세트는 현지 컬렉터와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한국 공예의 가치와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지호 작가는 지속적으로 방짜유기 기법을 이용한 다양한 현대적 제품군을 구상 중이다. 전통을 지키되 쓰임새를 현대적으로 확장하고, 일본에서 가진 좋은 경험을 발판 삼아 한국의 전통 공예가 세계 무대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도를 해나갈 생각이다.

금에 가까울 정도로 반짝거리는 빛을 내는 작품.

거칠게 두드린 겉 표면이 인상적인 싱잉볼.

우수공예품으로 선정된 풍경 놋상 세트. 문경의 산세를 담아냈다.

CREDIT

에디터

원지은, 문혜준, 원하영

포토그래퍼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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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에 억만 겁의 혼을 담아, 정숙희

누비에 억만 겁의 혼을 담아, 정숙희

누비에 억만 겁의 혼을 담아, 정숙희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의 지원을 받아 제작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우수공예품 지정제도(K-ribbon Selection)에 선정된 올해의 작가 5인을 만났다.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어우러진 그들의 작품은 한국 공예의 미래를 세계로 이끈다.

작가의 작업실 한쪽에 자리한 누비 공예품들. 도자 모양 액자는 쪽염색 기법을 통해 하나의 원단을 여러 색으로 물들여 만들었다.

누비 공예품의 디자인은 심심할 거란 편견도 정숙희 작가를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싱조차 할 줄 모르던 그가 누비 공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고향 통영에서 운영하던 특산품 가게 해수점을 운영하면서부터다. 우수한 품질에 비해 한정되고 투박한 디자인 때문에 통영누비 제품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수백 개 제품을 뜯어 원단 단위까지 분석하기 시작한 정숙희 작가는 스스로 재봉틀 사용법을 익히며 기존 제품에 새로운 원단을 덧붙였고, 어느새 디자인까지 직접 관여하며 자연스레 누비 공예가로서 첫발을 뗐다. 공예가로서 그의 행보는 실험의 연속이었다. 의류 디자이너 이상봉과 협업한 통영누비 작품을 서울패션위크에 선보이고, 부드러웠던 누비 천에 옻칠을 더해 딱딱한 소재로 재탄생시키거나 원단에 직접 그림을 그려 제품을 만드는 등 기존엔 없던 파격적인 시도를 이어왔다. 진지하게 통영누비의 현대화, 세계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건 청와대 사랑채에 작업물을 납품하고, 해수점을 찾은 보테가 베네타 한국 지사장에게서 명품 못지않은 통영 누비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서부터다. 한 번에 여러 줄을 박아 만드는 중국산 기계 누비가 아닌, 통영 고유의 노루발로 한 줄 한 줄 정성을 깃들여 만든 통영누비를 세계에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공예품의 가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통영누비로 만든 쿠션들.

2024 공진원 우수공예품으로 선정된 <누비혼 백>.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을 만들기 위해 모든 디자인을 다르게 했다.

수없이 많은 원단을 자르고 이어온 작가의 손.

“공예품의 가치는 쓰임에서 오거든요. 기껏 만든 공예품이 쓰이지 않으면 그건 예술품이지, 공예품은 아니라 생각해요.” 이런 소신으로 2000원짜리 도장 지갑부터 600만원에 달하는 이불 세트는 물론, 클러치나 수면안대, 실내화 등 ‘쓰임의 가치’가 있는 모든 공예품을 누비로부터 탄생시킨 작가다.

2024년 우수공예품 지정제에 선정된 <누비혼 백> 또한 그 덕에 탄생할 수 있었다. 방석 등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모아 손가방으로 만들며 쓰임의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힘든 세상, 색으로나마 위안을 주고자 화려한 색상의 누비를 활용하면서도 내부 안감엔 무채색 누비를 더해 언제든 뒤집어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섬세한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통영 고유의 노루발.

작업실의 풍경.

지금까지 수많은 특허를 내고, 여러 상을 받은 정숙희 작가에게도 이번 2024년 우수공예품 선정은 더욱 의미 깊다. 목 디스크로 인한 건강 문제와 번아웃으로 휴식을 고민하던 찰나,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우수공예품 선정 직후 리움스토어나 르베이지 등 제 작업물을 납품하고 싶은 곳으로부터 연락이 오더라고요. 11월 도큐서울에서 진행한 전시 <퓨쳐픽션: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물>에 작가로 참여했고, 12월엔 공예트렌드페어도 예정되어 있어요. 2025년 1월엔 메종 오브제 박람회를 위해 또 한 번 파리에 가고요.” 메종 오브제엔 이미 여러 번 참가한 경험이 있지만, 우수공예품 선정 작가에게 지급하는 지원금 3500만원 덕분에 이번 출장은 더욱 풍성해질 것 같다. 과거 예산 문제로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영어 브로셔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제가 원하는 대로 브로셔를 만들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예전에 참석했을 때 제일 아쉬운 부분이 책자였거든요. 해외에 나를 알리기 위해서는 영어로 된 책자가 필요한데, 그땐 준비하지 못했어요.” 한창 막바지 작업 중인 책자엔 그가 지금까지 일궈온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꾹꾹 담겨 있다. 선정된 우수공예품엔 ‘코리아 프리미엄’을 상징하는 K-리본이 주어진다. 우수한 작가와 공예품이 수없이 많은 한국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공진원의 우수공예품 제도를 통해 더 많은 한국의 공예품들이 주목받기 원한다. “저는 우리나라 공예품이 다 명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전 세계가 알아주는 우리나라 고유의 명품 브랜드가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첫 번째 시작을 정숙희 작가의 통영누비가 끊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업실의 정숙희 작가.

서울부터 밀라노까지, 원단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방문해 직접 공수해온 원단들.

CREDIT

에디터

원지은, 문혜준 원하영

포토그래퍼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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