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ian Heritage

Parisian Heritage

Parisian Heritage

과거 화려했던 파리를 보여주는 로스차일드 저택 속 레스토랑 바론.

클래식한 미감이 살아 있는 로스차일드 저택에 새롭게 문을 연 레스토랑 바론. 화려하고 클래식한 사교장의 멋을 경험해볼 수 있다.

세계사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유럽 최고 명문가로 불리는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별받던 유대인 가문이었으나, 환전업과 골동품 거래를 시작으로 금융, 철도, 석유 산업을 주도하며 세계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되었다. 근대에는 남작 작위를 받으며 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았고, 오늘날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전성기 시절에는 유럽 각국에 화려한 저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곳이 기증되어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다. 파리 8구의 부촌에 자리한 저택 역시 그러한 공간 중 하나다. 이곳은 은행가 살로몬 제임스 드 로스차일드의 부인 아델이 거주했던 저택이다. 1872년 지어져 그녀가 죽은 후 프랑스 정부에 기증했는데, 현재는 파리의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파리 소사이어티 대표 로랑트 드 구르퀴프 Laurent de Gourcuff.

복고풍의 풍미와 현대적인 맛을 연결한 클래식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이 신고전주의 양식의 저택은 르네상스부터 18세기까지의 도자기, 예술 작품, 무기 등 아델 남작 부인이 수집한 다채로운 오브제들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최근 파리 최고의 레스토랑 그룹 ‘파리 소사이어티’가 이 유서 깊은 공간에 레스토랑과 바를 오픈해 새로운 사교의 장으로 재탄생시켰다. ‘바론’이라 명명된 이 레스토랑은 남작을 뜻하는 이름으로, 전통을 유지하며 현대적 감각을 더하기 위해 파리 인테리어 업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코린느 사쇼트 Corinne Sachot가 디자인을 맡았다. 코린느는 오페라 가르니에가 소유한 레스토랑 코코 CoCo의 디자인으로 높은 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바론에서도 과거와 현대, 세기말의 우아함과 현대적 감각, 귀족적 분위기와 하이테크가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우아한 점심과 저녁 식사를 만날 수 있으며, 저녁 식사 후에는 파티가 펼쳐지는 현대적인 사교장으로 변신한다. 파리에는 수많은 역사적인 장소가 있지만, 가장 화려했던 파리의 모습을 생생히 만나고 싶다면, 이곳 ‘바론’이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과거 화려했던 로스차일드 가문의 영광이 느껴지는 레스토랑 바론 외관.

ADD 11 Rue Berryer 75008 Paris WEB baronne-restaura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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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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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의 꿈

피니의 꿈

피니의 꿈

뉴욕 스트리트 피자의 정수를 담아낸 피자 가게 피니. 세련된 브랜딩과 감각적인 공간, 그리고 미국 동부 피자 문화의 진수를 담은 완벽한 슬라이스 한 조각이 기다린다.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한 피자 가게 피니. 낮이고 밤이고 문전성시를 이룬다.

피니의 커다란 피자 한 조각.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자리한 피니 FINI는 뉴욕 피자 문화에 대한 오마주와 현대적 스트리트 웨어 감성을 결합한 독보적인 피자 가게다. 윌리엄스버그에서 가장 핫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인 미시 MISI와 릴리아 Lilia를 공동 창립한 션 피니 Sean Feeney가 뉴욕 스트리트 피자를 향한 그의 오랜 애정과 비전을 담아 만들었다. 브루클린 기반의 스튜디오인 폴란스키&프렌즈 Polansky&Friends가 인테리어와 브랜딩을 동시에 맡아 진행했는데, 작은 디테일까지도 피니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그니처 그린 컬러를 바탕으로 심플한 산세리프 고로와 왕관 엠블럼은 뉴욕의 다양성을 상징하며 친근함과 세련미의 완벽한 균형을 보여준다. 여기에 뉴욕 최고의 장인들이 제작한 다이컷 피자 박스와 산뜻한 녹색 메뉴 보드는 피니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뉴욕과 뉴저지를 아우르는 미국 동부 피자 문화의 정수를 담아 완벽한 스트리트 피자를 제공한다.

뉴욕의 장인들이 제작한 피자 박스.

평범한 피자 가게 그 이상의 멋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춘 피니.

인테리어 역시 뉴욕 전통 슬라이스 피자 스토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카운터와 빈티지 산업용 펜던트 조명이 어우러진 공간은 따뜻하면서도 독창적이다. 매장 뒤편의 파티룸은 녹색 대리석 바와 주방이 어우러져 홈 다이닝 공간처럼 꾸몄다. 뉴욕의 활기와 동네 피자 가게의 향수를 조화롭게 담아낸 피자 가게 피니. 이런 강력한 브랜딩 덕분에 피니는 윌리엄스버그에 1호점을 연 지 1년 만에 햄튼 지점을 열었으며, 현재 또 다른 브루클린 매장을 준비 중이다. 또한, 피니는 정기적으로 선보이는 리미티드 에디션 상품 드롭과 스트리트 문화의 주요 인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매번 매진을 기록하며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클래식과 트렌드, 커뮤니티와 브랜드가 만나는 접점에서, 피니는 그저 피자가 아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ADD 305 Bedford Ave, Brooklyn, NY 11211, United States WEB finipiz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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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화가

두 얼굴의 화가

두 얼굴의 화가

현대미술의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을 조명하는 전시 두 가지가 유럽에서 열리고 있다. 화가와 디자이너를 넘나드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예술 세계.

Self-Portrait’, 1973. © The Estate of Francis Bacon

‘Portrait of a Man Walking Down Steps’, 1972. The Estate of Francis Bacon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순위에 항상 올라 있고, 수많은 마니아 팬층을 거느린 작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 그에 대한 흥미로운 전시회가 유럽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런던 초상화갤러리의 <인간의 존재>(2025년 1월 19일까지)가 널리 알려진 인물 초상화를 다루고 있다면, 남프랑스 아트 콘크리트 스페이스 Espace de l’Art Concret에서 열리는 <프랜시스 베이컨과 디자인의 황금시대>(2025년 1월 5일까지)는 베이컨의 디자이너로서 면모를 소개한다. 그가 워낙 유명한 화가이기에, 디자인도 했다는 사실은 의외로 숨겨져 있는 부분이지만, 그가 20대 후반 그림을 시작하기 전 생계를 유지했던 분야는 인테리어였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영국 부유한 집안의 자제였으나, 어린 시절 드러난 동성애적 성향 때문에 아버지와 갈등을 일으키다가 10대 중반에 집을 떠나게 된다. 그는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여러 도시를 떠돌며 잡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심지어 도둑질과 매춘도 마다하지 않았다. 파리의 한 갤러리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보게 된 것이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1929년 런던으로 돌아와 스튜디오를 차린 후 가구 제작과 작품 활동을 병행한다. 드디어 1944년 작품 <십자가 처형의 바닥에 있는 인물을 위한 세 가지 연구>가 1945년 전시에서 크게 호평을 받으며 전후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디자이너 활동은 잦아든다. 그러나 당대 그가 디자인한 가구들은 인테리어 매거진에 소개되기도 하며 주문이 꾸준히 이어졌다.

작가는 베를린에서 본 바우하우스와, 특히 파리에서 발견한 프랑스 디자이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회고한다. 그들은 같은 영국(아일랜드)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에일린 그레이, 르 코르뷔지에, 샤를로트 페리앙, 피에르 샤로, 안드레 루르카, 로베르 말레 스티븐슨 등으로, 이번 남프랑스 전시회에서 함께 소개된다. 베이컨은 페르낭 레제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아 카펫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 카펫 또한 레제의 작품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된 디자인 가구와 그림 속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당대 디자이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고, 베이컨의 디자인 가구가 아직은 생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Henrietta Moraes’, 1966. © The Estate of Francis Bacon

남프랑스 아트 콘크리트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전시 <프랜시스 베이컨과 디자인의 황금시대> 전경. © The Estate of Francis Bacon

한편 런던 초상화갤러리에서 열리는 <인간의 존재> 전시회는 1940년대 후반부터 후대에 이르는 50여 점의 작품들로, 작가 자신의 자화상에서부터 그의 연인이던 피터 레이시, 조지 다이어 등의 초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교황의 초상화를 전기고문 의자에 앉아 괴로움에 소리치는 존재처럼 묘사한 <교황 이노센트 10세의 초상>(1953) 작품, 누워 있는 인물을 그린 <헨리에타 모라에스>(1966)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스페인의 대가 벨라스케스가 1650년에 그린 작품과 티치아노의 여성 누드화를 재해석한 것. 미술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며 대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고 배운 그는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등 대가들의 작품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그에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준 피카소를 비롯해 벨라스케스, 티치아노, 렘브란트, 반 고흐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베이컨이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는데, 이번 전시에는 현대 사진작가가 베이컨을 모델로 촬영한 흑백 사진들도 함께 소개된다. 가디언 지는 이번 전시를 지금까지의 베이컨 전시회 중 최고라고 평가하면서, ‘베이컨은 종교적이든 정치적이든 신념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의 현실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던 유일한 예술가였다’고 언급한다.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꿔보자면, 어떠한 판단과 윤리를 배제한 채, 오로지 인물에만 집중한 작품이기에 시간을 초월하여 관람객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닌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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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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