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심장, 퐁피두 미술관이 반세기 만에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에 돌입한다. 혁신적 디자인과 복합문화센터로서의 상징성을 이어가며,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문화 허브로 거듭날 준비를 시작했다.

페로탕 갤러리의 기증 작품. Jean-Marie Appriou, Mitosis (Laminaria Bulbosa), 2024. © Claire Dorn © Jean-Marie Appriou / ADAGP, Paris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현재 퐁피두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초현실주의 전시 전경. © Hervé Véronèse
퐁피두 미술관의 탄생은 충격 그 자체였다. 1977년 2월 2일 문을 연 이곳은 미술관도, 도서관도, 음악당도 아닌 그 모두를 혼합한 세계 최초의 복합문화센터였기 때문이다. 1969년 프랑스 정부는 전통 클래식 문화가 아닌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를 수용하며, 파리를 뉴욕 못지않은 국제적인 현대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기로 한다. 그런 결심을 한 후 관련 기관 설립을 위해 1971년 건축 설계 경기를 통해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의 디자인을 선정했다. 부지의 절반은 과감하게 대중을 위한 쉼터로 제공하고, 나머지 반은 건물을 짓는 계획이었다. 그로 인해 부족해진 공간의 문제는 보통 건물 내부에 숨겨져 있어야 할 기능적인 부분, 심지어 엘리베이터조차 건물 밖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해결했다. 파란색(공기), 노란색(전기), 초록색(물), 빨간색(보행 통로)의 화려한 색은 각 파이프의 기능을 나타내는 동시에 건축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이곳의 혁신성은 여전하지만, 건물의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한 시기가 다가왔다. 이에 프랑스 문화부는 2025년 여름부터 2030년까지 약 5년 동안, 대규모 보수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리노베이션은 렌조 피아노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공모전에서 우승한 프랑스의 스튜디오 모로 쿠스노키 아키첵츠 Moreau Kusnoki Architectes가 주도하고, 멕시코 스튜디오 프리다 에스코베도 스튜디오 Frida Escobedo Studio가 참여하며, 프랑스 회사 AIA 라이프 디자이너스 Life Designers가 엔지니어링을 맡는다. 리노베이션은 기존 건축물의 특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방문객의 상호작용 장려를 지향한다. 가령 테라스 공간을 추가하고, 7층 옥상을 대중에게 개방해 파리의 전망을 감상하게 할 계획이다. 모든 가구는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조립, 분해 형식으로 구성된다. 총 예산은 2억6200만 유로(약 4000억원), 이 중 1억8600만 유로(약 2800억원)는 프랑스 정부가 전액 조달한다. 5년간의 공사 기간에는 광장 지하 공간을 활용해서 영화관과 전시 공간을 구성하여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또한 루브르, 그랑 팔레, 팔레 드 도쿄 등 파리 시내의 주요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시 공간을 공유할 것이다. 프랑스의 메츠, 스페인의 말라가, 중국의 상하이, 그리고 2025년에는 서울, 브뤼셀, 나아가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로벌 도시에 분점을 확장할 것이다.

퐁피두 미술관의 아고라와 포럼 전경. © Moreau Kusunoki en association avec Frida Escobedo
한편 지난가을 파리아트위크 시즌에는 페로탕 갤러리가 전속 작가 17명의 작품 23점을 퐁피두 미술관에 기증했다. 바나나를 벽에 붙인 작품이 최근 경매를 통해 80억원에 재판매되어 화제를 모은 마우리치오 카텔란 외 소피 칼, JR, 타카시 무라카미 등의 유명 작가에서부터, 이번에 처음으로 퐁피두 미술관에 작품이 컬렉션되는 작가에 이르기까지 총 가치는 약 600만 유로(90억원)에 달한다. 기증 작품의 선정에는 퐁피두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참여했다. 이로써 미술관은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앞둔 자금난 속에서도 유수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게 되었고, 작가와 갤러리는 그들의 활동을 널리 알릴 기회를 얻은 셈이다. 지난여름 파리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도 드러난 바이지만, 문화를 통해 도시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려는 정신은 그야말로 다른 어느 도시도 따를 수 없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