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에포크 감성, 라뒤레

벨 에포크 감성, 라뒤레

벨 에포크 감성, 라뒤레

마카롱의 상징, 라뒤레의 파리 로열 지점이 새롭게 태어났다. 디올 메종의 크리에이터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이 내부를 장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메종 라뒤레의 유산을 반영해 화려하게 장식한 라뒤레 파리 로열 매장 내부. 파스텔 톤의 일러스트와 정교한 장식이 어우러져 클래식한 미감을 완성했다. © Matthieu Salvaing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저트 문화는 파리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디저트, 마카롱은 파리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머랭으로 만든 동그란 크러스트 사이에 다양한 맛을 채운 쿠키의 한 종류이다. 맛에 따라 형형색색 예쁜 빛깔을 가진 마카롱은 바삭함과 촉촉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흥미롭게도 마카롱의 기원은 이탈리아로 추정된다. 마카롱의 어원이 ‘반죽을 치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마카레 Macare’에서 파생되었으며, 1533년 이탈리아 메디치 가에서 앙리 2세와 결혼하기 위해 온 카트린드 메디치가 프랑스로 가져왔다는 설이 유명하다. 그 후 낭시 Nancy 지방의 수녀원에서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마카롱을 만들어 먹었는데, 프랑스혁명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수녀들이 마카롱을 사람들에게 팔면서 대중화되었다고 전해진다.

아이코닉한 브랜드 컬러가 돋보이는 외관. © Matthieu Salvaing

라뒤레를 재탄생시킨 디올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 © Matthieu Salvaing

요즘 우리가 먹는 현대적인 마카롱은 ‘라뒤레 Ladurée’와 함께 시작되었다. 1862년 루이 에르네스트 라뒤레가 마들렌 지역에 문을 연 제과점인데, 1930년 창업자의 조카이자 파티시에인 피에르 데퐁텐느 Pierre Desfontaines가 지금과 같은 형태의 현대적 마카롱을 선보이게 된다. 이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티룸을 오픈하며 명실상부한 프랑스 대표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현재 라뒤레는 전 세계 여러 도시에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라뒤레 파리 로열 지점은 마들렌에 위치한 상징적인 매장으로서, 지난해 몇 개월 간의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라뒤레의 역사와 같은 매장의 재탄생을 위해 디올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 Cordelia de Castellane 이 내부 장식을 책임졌다. 코르델리아는 마들렌 지점을 라뒤레의 정체성과 같은 파스텔 빛깔을 유지한 채, 마리 앙투아네트가 19세기 말 벨 에포크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앉아 있을 것 같은 프랑스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 Matthieu Salvaing

스트레스를 거꾸로 쓰면 디저트라는 말이 전해진다. 파리에서 오후 티타임을 한번 갖게 된다면 라뒤레 로열 지점 방문을 추천하고 싶다. 인기가 많은 곳인 만큼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방문해보자.

ADD 16, rue Royale 75008 Paris WEB www.ladure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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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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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실험적인 예술 공간

브루클린의 실험적인 예술 공간

브루클린의 실험적인 예술 공간

과거 산업지구의 투박한 흔적을 간직한 브루클린의 거리 한가운데에 미니멀한 건축이 돋보이는 건물이 들어섰다. 단순히 전시 공간을 넘어 예술과 지역 사회가 교류하는 실험적 플랫폼, 아만트를 소개한다.

오는 2월 중순까지 열리는 로제타 파렌홀츠의 개인전 전경. © New Document

알록달록한 색상의 뮬러 반 세베렌 체어와 테이블이 놓여 있는 아만트의 서점 겸 카페. © New Document

브루클린 이스트 윌리엄스버그 East Williamsburg에 자리한 아만트 Amant는 신진 및 중견 미술가의 전시,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 등을 주기적으로 선보이는 비영리 예술기관이다. 투박한 로프트 건물과 공장이 늘어선 과거 산업지구 한가운데 위치한 아만트는, 매끈하고 정교한 외벽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메탈릭한 강철 소재와 섬세하게 배열된 벽돌, 옅은 회색 콘크리트가 절제된 균형을 이루는 이 건물은 브루클린 기반의 세계적인 건축 스튜디오 소일 SO-IL이 설계했다. 입구로 들어서면 녹음이 우거진 안뜰이 자리하고, 층고가 높은 중앙 갤러리에서는 작은 창문 틈새로 선명한 자연광이 공간을 채운다. 2019년 뉴욕의 메가 컬렉터 론티 에버스 Lonti Ebers가 설립한 아만트는 기존  다른 개인 사립 미술관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행보를 걸어왔다. 단순 설립자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들이 경제적 부담이나 공간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창작할 수 있는 독립적 플랫폼을 우선적인 목표로 한다. 전시장 옆에 자리한 서점 겸 카페는 현대미술, 시, 문학, 철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소개하며, 매 시즌 입주 작가들이 선정한 도서들로 새롭게 채워진다. 각 작가의 성향과 관심사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큐레이션이 이루어지는 셈. 언제나 무료로 운영되는 아만트는 지나치게 상업적이지도, 너무 난해하지도 않은 균형 잡힌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도록 설계된 건축물, 그리고 지역 주민과 관람객이 함께 빚어내는 참여적인 분위기 속 아만트는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섬세하게 배열된 벽돌과 옅은 회색 콘크리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만트의 외관. © New Docu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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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315 Maujer St, Brooklyn, NY 11206 WEB https://www.aman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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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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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예술의 시대

AI 예술의 시대

AI 예술의 시대

바야흐로 AI 시대, 예술은 더 이상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창작의 열망을 품은 모든 이들에게 열린 무대가 펼쳐지는 지금, 예술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예술계 새로운 반향을 일으킨 제이슨 M 앨런의 <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 © Jason M Allen

실재 공간이라 착각할 정도로 정교한 생동감이 느껴지는 김헤라 작가의 작품. © 김헤라

지난해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AI가 우리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파고든 점이다. 챗 GPT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었고, 일상 생활을 위한 여러 기기에 인공지능이 탑재되고 있다. 예술 창작도 예외는 아니다. 호기심 있는 사람이라면 챗 GPT에 무엇을 그려 달라는 주문도 한 번쯤 해보고, 그 결과에 놀라기도 했을 터.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가지고 아티스트로 데뷔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등을 한 이는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제작자인 제이슨 M 앨런이다. 일부에서는 ‘예술의 죽음’이라며 반발했고, 심사위원은 놀랍게도 ‘미드저니’가 AI 프로그램 이름인 것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창작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편집을 허용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결과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수상자는 프롬프트를 624회 수정하면서 많은 시간을 들였고, 미드저니로 나온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편집한 후 기가 픽셀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창작자로서 저작권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 저작권 협회가 비인간이 제작한 작품의 저작권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에 저항하며 소송을 계속하고 있고,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조앤의 AI 작품. © 조앤

AI 미드저니, 달리 등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열려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창작으로 보면 안 되는 걸까? 혹은 그림에 대한 상세 지시를 전하는 영역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까? 법정에서 논란을 검토하는 데 걸리는 수년의 시간에 비하면, 기술의 발전과 창작에 대한 열정은 놀랄 만한 속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몇몇 뛰어난 AI 스타 아티스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고, 그들 사이에서도 작가별 스타일이 확립되고 있다.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이들에게 제막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표적인 작가로는 한국의 김헤라(@tinkertailorart)를 손꼽을 만하다. 팔로워가 55.5만 명인 작가의 인스타그램은 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가득하다. 실제로 작가는 꽃과 인테리어를 전공한 플로리스트, 공간 디자이너, 웨딩 플래너, 브랜딩 디자이너이며, 꽃은 패션에서부터 공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관통하는 밑바탕과 같다. 꽃으로 장식된 파리 유람선이나 고풍스러운 기차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적 배경 외에도, 서강대에서 화공생명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로서의 면모는 예술, 신화, 그리고 기술을 결합한 AI 창작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듯하다. 또한 상업적인 영역의 프로젝트뿐 아니라 순수미술 전시회도 병행하며 그야말로 영역과 장르를 초월한 멀티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조앤

아르메니아 작가 조앤(@joooo.ann)은 디지털 아트 및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해, 2022년부터 미드저니, 달리 등을 활용한 AI 창작을 시작했다. 팔로워가 33.4만 명 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를 공개하고 있다. 작가는 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광고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놀라운 상상력이 특징이다. 집채만큼 커진 거대한 가방, 구름 위를 거니는 듯한 건축물, 대형 공기 조형물처럼 만들어진 파리 에펠 탑 등의 이미지는 사실적인 구현으로 인해 실재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조앤 역시 순수미술 작가로서 NFT 아트 작품을 제작하고 있고, 게임 기획자이면서 AI 아티스트가 된 제이슨  M 앨런, 그리고 플로리스트이면서 AI 아티스트인 김헤라의 경우처럼 새로운 시대의 아티스트는 멀티 태스킹과 멀티 프로필에 능하다. 새로운 기술이 아티스트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창작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던 이들이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좀 더 열린 세계가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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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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