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짓다

소리를 짓다

소리를 짓다

사운드 전문가이자 디자이너 데본 턴불이 모듈 가구 브랜드 USM과 함께 뉴욕 소호에 소리로 지은 리스닝 룸을 오픈했다.
이곳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 음악 그 자체다.

1946년 설립된 미국의 세계적인 오디오 브랜드 클립쉬와 협업해 탄생한 박스형 스피커 클립쉬 X 오자스 K0-R1. 퓨터 그레이 컬러로 마감해 더욱 미니멀하고 시크한 매력을 지녔다.

소리는 형태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파장이 공기를 가르고 벽을 타고 흐르며, 마치 눈에 보이는 것처럼 공간을 채운다. 뉴욕 소호의 USM 쇼룸 한편에는 정적을 깨는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이곳의 이름은 ‘오자스 리스닝 룸 Ojas Listening Room at USM NY’. 아날로그 방식의 스피커와 오디오 장비로 유명한 뉴욕 브랜드 오자스의 수장이자 디자이너 데본 턴불 Devon Turnbull이 설계한 곳으로 사운드가 건축적 요소처럼 공간을 조형하는 실험적 공간이다. 사운드 마니아가 아니라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데본 턴불은 사운드를 하나의 예술적 형태로 다루며 듣는 경험 자체를 새롭게 정의한 인물이다. 대학에서 오디오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며 사운드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고, 동시에 그래피티, 음악 그래픽 디자인,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2003년, 그는 이사 살라비 Isa Saalabi, 윌 위트니 Wil Whitney, 홀리 한송크람 Holly Harnsongkram과 함께 놈 드 게르 Nom de Guerre라는 패션 브랜드를 공동 설립하며 스트리트 패션과 서브컬처 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패션 산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브랜드 활동을 지속하면서도 ‘사운드 조각 Sound Sculptures’을 제작하며 점점 오디오 세계로 깊숙이 빠져들었고, 점차 그 작업이 전 세계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오자스’다. 고효율 스피커와 저출력 진공관 앰프를 기반으로 한 오자스의 오디오 시스템은 20년 이상의 실험과 엔지니어링, 그리고 사운드 언더그라운드 신에서의 연구를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소위 뉴욕의 ‘힙쟁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게 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의 오자스가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람객이 자유로이 앉아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좌석을 마련했다. 크바드랏 어쿠스틱의 포스 소재를 입힌 것.

USM의 모듈 가구를 쌓아 올려 계단식 좌석을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USM은 국내 스페이스로직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런 그가 USM과 협업한 이 프로젝트는 그의 사운드 철학이 집약된 공간이라 볼 수 있다. 뉴욕 소호 플래그십 스토어 내에 자리한 이 리스닝 룸은 외부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음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음악을 하나의 신성한 경험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사운드 성소’를 테마로 이 공간을 마치 신전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 턴불이 큐레이팅한 오디오 시스템과 USM의 모듈러 퍼니처, 그리고 크바드랏 어쿠스틱 Kvadrat Acoustics 패널이 결합되어 최적의 음향적 균형을 완성했다. 오자스 특유의 브루탈리즘 스타일이 반영된 스피커 시스템은 절제된 형태와 단단한 질감이 돋보이며, 특히 기술적 장치보다는 ‘음악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는 앰프, 스피커, 바이닐 레코드, 오디오 매거진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맞춤형 고성능 음향 솔류션을 제공하는 크바드랏 어쿠스틱과의 협업이다. 소프트 셀 브로드라인 Soft Cells Broadline 패널과 트랙 시스템이 벽면과 천장에 적용 되었으며, 진저 2 Ginger 2 패브릭으로 덮인 패널과 커튼, 비다 4 Vidar 4 패브릭으로 마감된 블랙 잭 체어, 포스 Foss 소재의 좌석 플랫폼이 배치되어 공간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을 만든다. 오자스 리스닝 룸은 청음 공간을 뛰어넘어 소리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소리를 조각하는 순간을 경험케 한다. 결국, 이곳에서 듣는 것은 공간으로 구현된 음악이다.

고효율과 저출력 진공관 앰프를 기반으로 제작된 오디오 시스템. 특별 제작한 바이닐 레코드, 오디오 매거진 등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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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로렌 콜만 Lauren Coleman

2025 인테리어 트렌드 제안 : LX하우시스 트렌드십 SY(E)NERGY

2025 인테리어 트렌드 제안 : LX하우시스 트렌드십 SY(E)NERGY

2025 인테리어 트렌드 제안 : LX하우시스 트렌드십 SY(E)NERGY

이제는 공동체와 연대의식의 가치를 되새길 시간.  2025년 LX하우시스가 선정한 트렌드십 메인스트림 ‘시너지’와 함께 서로 다른 에너지의 교차점에서 생성되는 생경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내밀하게 들여다보자.

‘코스모스 COSMOS’ 테마의 글램 라운지. 벽지는 LX Z:IN 벽지 뮤럴벽지 몽환 숲 다크 그린. 기하학적인 형태의 구조물은 LX Z:IN 인테리어 필름(베니프) 스타코로 시공.

 

“함께할 때 피어나는 새로운 에너지 SY(E)NERGY”

LX하우시스의 트렌드십 TRENDSHIP은 인테리어 업계의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요한 지표다. 2001년부터 20여 년 간 매년 트렌드 세미나 형식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왔다면, 2023년부터는 오프라인 전시까지 함께 결합한 형태를 통해 더욱 감각적인 디자인 영감을 제시한다. 올해 LX하우시스가 선정한 2025 트렌드십의 메인스트림은 SY(E)NERGY다. 시너지 Synergy와 에너지 Energy를 합성한 단어로 ‘함께할 때 피어나는 새로운 에너지’를 뜻한다. 초개인화 현상이 심화될수록 오히려 ‘함께하는 것’을 갈망하는 본능이 강해지면서 공동체와 연대의식의 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산업계 역시 이종산업과의 과감한 시너지를 모색한다. 이번 LX하우시스 트렌드십은 이처럼 창의적 교감이 새로운 진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3가지 디자인 테마를 제시한다.

 

THEME 1. BOOST”

중남미 & 아프리카의 생동감 넘치는 문화

‘부스트 BOOST’ 테마의 개더링 스튜디오. 벽지는 LX Z:IN 벽지 실크벽지(베스띠) 와플 패브릭 피칸 베이지.

 인구의 대이주 현상에 맞물려 소수의 로컬 문화도 전례 없는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시대, 서로 다른 가치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첫 번째 테마인 ‘부스트 BOOST’에서는 문화 역류 현상의 중심에 있는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강렬한 공동체 정신에 주목했다. 이런 문화 특유의 화려하고 에너지 넘치는 무드는 소재와 패턴을 자유롭게 매치해 형상화된 것이 특징. 레디시한 우드와 채도 높은 컬러를 조합한 메인 공간은 강렬한 햇빛을 받아 원형 그대로의 색이 생동하는 느낌을 주며, 파이어드 브릭을 베이스로 한 키 컬러 ‘살사’ 또한 생명력 가득한 붉은 토양이 자아내는 열정적인 에너지를 담아냈다. 두 문화의 빠질 수 없는 상징인 에스닉 패턴은 믹스매치를 통해 특유의 화려하고 에너지 넘치는 무드를 발산한다. 낯선 문화가 초래할 수 있는 이질감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 활용된 친숙한 우드 소재를 통해 잠식되는데, 친근한 분위기와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려 누구든 자유롭고 에너제틱한 무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THEME 2. COSMOS”

근원적인 상상력과 원초적 아름다움의 조화

‘코스모스’ 테마의 다이닝 소사이어티.
상단의 벽지는 LX Z:IN 벽지 실크벽지(베스띠) 라임 플라스터 러스틱 그레이와 LX Z:IN 벽지 디아망 포티스 샌드 웨이브.

 우주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은 태초부터 존재해왔다. ‘코스모스 COSMOS’는 우주에 대한 근원적인 상상력과 원초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연의 생명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테마인데, 꽃의 한 종류인 동시에 ‘우주’를 뜻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적합한 단어다. 공간 전체를 과감하게 가로지르는 유기적인 곡선 형태와 기하학적인 구조의 배치는 SF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신비로운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네이비, 블랙 오닉스 등의 다크한 색감과 우주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차가운 색조의 조화는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무드를 자아낸다. 보는 것만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바이올렛 컬러의 벨벳과 배치된 가죽 소재 가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모스’만의 묘미. 이에 더해진 자연 모티브의 몽환적 패턴은 생경하고도 글램한 인간적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대자연이 주는 경외감을 느끼게끔 한다.

 

THEME 3. OOPARTS”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대의 지혜

‘오파츠 OOPARTS’ 테마의 아우라 맥싱 커뮤니티. 벽지는 가운데부터 LX Z:IN 벽지 디아망 포티스 트라버틴 라이트 크림, LX Z:IN 벽장재 에디톤 월맥스 트라버틴 샌드, LX Z:IN 벽지 실크벽지(베스띠) 파우더리 페인트 파우더리 샌드.

 유구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빛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고대부터 이어진 지혜일 것이다. 역사의 지혜를 재해석하고자 하는 LX하우시스의 디자인 철학을 다양한 콘셉트로 표현한 ‘오파츠 OOPARTS’는 고대 로마의 건축물이 환생한 듯한 공간에 오묘한 패턴 플레이를 활용해 과거와 현재의 아름다운 조합을 부각한다. 단단한 물성, 높은 천장과 안정적인 대칭 구조는 미니멀하면서도 성스러운 고전 건축미의 정수를 보여주며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져온 고대의 헤리티지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듯하다. 쉘 색상을 메인으로 한 파우더리한 컬러 그러데이션과 메탈 소재를 접목함으로써 신성한 느낌을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낸 것 또한 오파츠만의 특징. 이에 더해 다양한 곳에 적용된 매끄러운 텍스처와 은은한 색감의 스톤 소재는 우아한 분위기를 더하며, 공간에 편안함과 차분함을 불어넣는다.

 

메종 드 시너지 Maison de Synergy

LX하우시스의 2025년 트렌드십 메인스트림 ‘SY(E)NERGY’를 바탕으로 한 전시 <메종 드 시너지>가 3월 8일(토)부터 30일(일)까지 북촌 위크앨리에서 개최된다. 자재와 패션의 창의적 융합을 통해 인테리어 자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본 전시는 시간을 관통하는 LX하우시스의 헤리티지를 담아 과거와 현재의 조화라는 색을 더한 것이 특징. 클래식한 스타일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는 경험을 통해 LX하우시스만의 창의적 시너지를 경험해보길.

LX하우시스가 제안하는 디자인 트렌드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3월 8일부터 3월 14일까지 7일간 오픈되는 SY(E)NERGY 온라인 트렌드 세미나에서 확인할 수 있다.

 

[LX하우시스 TRENDSHIP : SY(E)NERGY 온라인 트렌드 세미나 보러가기]

*3/8(토)~3/14(금), 24시간 운영

WEB https://www.lxtrendsh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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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s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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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s in Paris

파리 10구, 옛 도자기 공장 자리에 들어선 갤러리 파라디.
다양한 오브제와 가구, 현대 디자이너들의 실험적인 작품이 공존하는 예술 공간을 소개한다.

옛 도자기 공장을 개조해 높은 층고와 인더스트리얼한 무드가 돋보이는 갤러리 파라디.

왼쪽 의자는 휴고 페리스 Hugo Periesse, 테이블은 더크 메이러츠 Dirk Meylaerts, 오른쪽 의자는 엘로이 슐츠 Eloi Schultz.

1인 가구의 증가와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집은 단순히 휴식공간을 넘어 다양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다기능적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홈퍼니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파리에서도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집 꾸미기에 필요한 다양한 소품을 파는 매장이 마레 지구나 2구 지역에 많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갤러리 파라디 Galerie Paradis’는 독특하게도 파리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10구 지역에 자리 잡았다. 갤러리 파라디의 창업자인 나탈리 부카리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뒤 디자인 사업에 뛰어든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던 그녀는 남프랑스에서 작은 소품 가게를 시작으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자신이 발견한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역사,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며 실력을 쌓은 그녀는 더 큰 도전을 위해 2023년 파리로 향했다. 기존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파리 10구의 옛 도자기 공장 한 곳에 갤러리 파라디를 열었다. 그녀는 ‘천국(파라디)’이라는 의미를 지닌 거리 이름에서 영감을 받아 매장명을 정하고, 그곳을 예술과 디자인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샤샤 × 샤샤 Sasha × Sasha의 메탈 선반 ‘에타제르 Etagère’.

섬세한 장식의 은 세공 테이블웨어와 빈티지 커트러리도 볼 수 있다.

갤러리 파라디는 시간이 흐르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올해는 도자기 공장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확장했다. 현재 1000㎡ 규모의 공간에는 70여 명의 현대 디자이너 작품과 20세기 가구, 민속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1층에서는 각종 장식품, 식기, 보석류를 만나볼 수 있으며, 지하 1층에는 사진 스튜디오와 가구 복원 공방이 자리한다. 또한 지하 2층에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관련된 세미나와 모임, 단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실험적 작업을 적극 지원하며, 파리에서 최신 홈퍼니싱 트렌드를 가장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유명 디자이너와 건축가인 로돌프 파렌테 Rodolphe Parente와 휴고 토로 Hugo Toro도 이곳을 자주 찾으며, 갤러리의 명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는 3월, 겨울 컬렉션이 마감되고 새로운 봄 컬렉션으로 전시가 변경될 예정이니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 변화를 놓치지 말자. ADD 7 Rue de Paradis, 75010 Paris INSTAGRAM @galerieparadis.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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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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