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디자인 혁신의 물결을 일으킨 아르데코가 다시금 우리 앞에 펼쳐진다. 과거의 혁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아르데코 100주년의 귀환을 주목해보자.

브뤼셀에 위치한 반 뷰렌 뮤지엄 & 가든 Van Buuren Museum & Gardens에서 열리는 전시 전경.
1925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주제였던 아르데코가 100주년을 맞이했다. ‘데코’라는 단어 때문에 이를 단순히 ‘장식미술’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프랑스에서 20세기 초 떠오르던 산업 디자인과 관련된 많은 것을 프랑스어 표현으로 ‘데코레이션’이라고 불리던 것을 고려하면, 이 행사는 세계 최초로 ‘디자인’을 예술과 산업의 영역에서 주목한 국제적 규모의 전시회라는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바로 이 전시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두각을 드러낸 디자이너들이니, 명품 브랜드의 시작이 바로 100년 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르데코 100주년을 기념한 행사도 세계 각지에서 풍성하게 펼쳐진다. 먼저 아르데코의 시작을 연 파리에서는 루브르 박물관 옆에 자리한 ‘아르데코 뮤지엄’을 주목할 만하다. 1925년 만국박람회에서 ‘컬렉터의 집’ 전시관을 운영하며 당대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한 에밀 자크 루흐만 Émile-Jacques Ruhlmann에 주목하는 전시회(3월 5일~6월 8일)와 함께 당대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였지만 비운의 삶을 살다간 폴 푸아레 Paul Poiret(6월 25일~2026년 1월 11일), 아르데코 컬렉션 재개관 전시(10월 21일~2026년 3월 29일) 등 특별전 3개를 잇달아 진행하며 연중 내내 아르데코를 기념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파리에서 아르데코를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오르세 미술관의 장식미술 컬렉션, 블론뉴 빌랑쿠르에 위치한 1930년대 뮤지엄, 아르데코 시절 최고의 공연장이었던 폴리 베르제르, 사마리탠느 백화점 건물 등을 들 수 있다. 아르데코의 풍부한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는 관광청과 함께 ‘아르데코 브뤼셀 2025’를 운영한다. 3월에는 주말마다 도심에서 다양한 테마로 아르데코의 코스를 투어하는 프로그램 바나드 Banad 브뤼셀을 운영하고, 아르데코풍 건축물 빌라 엉뺑 Villa Empain에 자리 잡은 보고시안 재단 미술관에서는 ‘아르데코의 메아리’(~5월 25일), 9월 문화유산의 날에는 아르데코를 테마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에밀 루흐만의 티바탄트 데스크 Tibattant Desk.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
아르데코의 유행은 유럽에만 그치지 않는다. 뉴욕의 하이라인을 장식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부터 마이애미 해변가에 자리 잡은 낮은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좌우대칭의 화려한 아르데코 양식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 유행으로 번져 나갔다. 192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라이프스타일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뉴욕역사박물관에서는 20세기 전반기 유행했던 변화하는 뉴욕 도시 모습을 담은 그림엽서 전시 ‘아르데코 시티’(~2월 17일), 4월 25일 세계 아르데코의 날 전후로 뉴욕의 아르데코 랜드마크를 둘러보는 ‘뉴욕의 봄’ 프로그램 등이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2025년에는 가는 곳마다 ‘아르데코’로 풍성한 한 해를 맞이하게 될텐데 이는 비단 2025년만의 일은 아니다. 2019년 바우하우스 학교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유난히 바우하우스 회고 전시와 이벤트가 많이 열린 것처럼, 100년 전의 이벤트는 오늘날 영감의 원천으로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6년에는 모네 사망 100주년, 2029년에는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 100주년, 2033년에는 바우하우스 폐교 100주년, 2037년에는 파리 만국박람회 100주년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노벨상 수상 작가 한강의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문화, 예술 측면에서도 이처럼 유효하다. 2020년대 들어서 팬데믹과 함께 현재까지도 정치, 경제적 혼란기를 겪고 있는 어려운 시절을 통과하고 있지만, 100년 전 변화를 꿈꾸었던 이들의 꿈이 여전히 우리에게 새로운 설렘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브뤼셀의 빌라 엠팡에서 열리는 에코 오브 아트 데코 전시 전경.

© Visit Brussels – Jean-Paul R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