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이 흐트러지기 좋은 3월, 작가와 출판업계 종사자들에게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때
읽기 좋은 책을 물었다. 우리의 신년 계획에 안부를 전하며.
≪등산 시렁≫ 윤성중
새해에는 좀 움직이고자 했다. 러닝이나 PT도 좋지만 등산이 맞을 것 같았다. 건강도 챙기고, 높은 데서 좋은 공기도 마시고, 멋진 경광도 즐기고. 그러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요즘 같은시기에 등산이나 가자 그러면 지나치게 실없거나 무척이나 한가한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시국 때문일 수도 있고, 미세먼지 탓일 수도 있다. 심지어 오랫동안 등산을 싫어했고, 누군가 산에 가자고 하면 산 아래 백숙집에 가 있을 테니 다녀오라 손짓하던 나였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의 제목 ‘등산 시렁’은 의미심장하다. 일단 싫어해도 된다고 말하니까. 책은 고결하고 진지한 산행 이야기는 아니다. 친숙하고 엉뚱한 등산 일기라고 할 수 있다. ≪등산 시렁≫을 다 읽고 나니, 다시 산에 갈 결심을 하게 된다. 세상의 근심 걱정 잠시 내려놓고 싶다. 산에서라면 가능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서효인 시인, 출판사 ‘안온북스’ 대표 INSTAGRAM @anonbooks_publishing
≪간소한 삶에 관한 작은 책≫ 진민영먹다 반쯤 남은 물병, 자전거 여행에 썼던 모자, 택배를 보내고 남은 영수증, 지인에게 선물받은 그림 액자, 출판사에서 보낸 지난 책들. 계절과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혼재된 물건들이 책상과 책장에 이끼처럼 켜켜이 눌러앉은 모습을 보자면 그저 한숨만 난다. 올해는 꼭 책장을 비우고 정리된 서가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일의 순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어지럽게 잔뜩 쌓인 물건들이 눈에 밟힌다. 내 공간의 상태는 내 마음과 같다고 했다. 간결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면 결국 하나씩 비워야만 한다. 그렇게 꾸준히 자신을 덜어낼 때 내가 바라는 삶이 된다. 박성민, 서점 ‘프루스트의 서재’ 대표 INSTAGRAM @library_of_proust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나를 건사하며 살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수시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 번 태어나 어떻게든 스스로를 건사하다 죽어야 하는 삶이다 보니, 새해가 되면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기분에 습관 책을 다시 꺼내 든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도 자주 꺼내 보는 책인데, ‘일상의 시스템을 만들고, 일은 잘게 쪼갠다’는 대원칙은 습관 형성에 관한 거의 모든 책이 하는 말이지만 읽을 때마다 새삼스럽다. 잘 못 지켜서 또 읽는 거니까. 그래도 반복해 읽는 이유는, 주기적으로 나사를 조이기 위해서다. 언젠간 할 수 있겠지, 언젠간 되겠지,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는 제대로 살아볼 수 있을지도. 어쨌든 하나부터, 하루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습관부터.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좋은 습관을 기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당신은 부디 나 같은 재독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이다혜 작가, ≪출근길의 주문≫ 저자 INSTAGRAM @alicante
≪저속노화 식사법≫ 정희원
좋은 것을 더하는 것보다 나쁜 것을 빼는 게 실행하기에는 더 쉽다. 단순당, 정제 곡물, 붉은 고기를 식탁에서 빼는 것이 관건인 ‘저속노화 식사법’으로 손쉽게 식단 관리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저속노화 식사법≫은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저속노화 선생님(@DrEcsta)’, 정희원 노년내과 의사의 저속노화 식사법 A to Z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건강한 식단’에 대한 맹목적인 지침과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쉬운 저속노화 식사법을 제안한다. 또한 한 주일 간의 저속노화 식단과 레시피를 실어, 노화를 늦춰주는 간편한 상차림을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다. 한 끼 건강이 백 년 건강을 결정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 ≪저속노화 식사법≫과 함께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3월을 시작해보자. 전민지, 출판사 ‘문학동네’ 편집자 INSTAGRAM@munhakdongne
≪와비사비: 그저 여기에≫
레너드 코렌 저, 박정훈 역 “와비사비는 불완전하고 비영속적이며 미완성된 것들의 아름다움, 소박하고 수수하며 관습에 매이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일컫는다. 더불어 마음의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려 애쓰며, 우리 자신을 포함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멸해가는 것들을 돌아보려 마음 쓰는 삶의 태도를 뜻하기도 한다.” 와비사비 철학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깊이 새기면서 마냥 흘러가는 지금 시대를, 그리고 쫓기듯 어딘가로 향하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면 무엇이 눈에 맺힐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이러한 시선을, 어쩌면 우리가 잠시 잊어버린 따스한 눈길을 다시금 지필 수 있기를 바란다. 박선형 번역가, 서점 ‘번역가의 서재’ 대표 INSTAGRAM @tlbseoul
≪나를 살린 문장, 내가 살린 문장≫ 편성준
새해에는 으레 결심한다. 운동을 하자, 소원해진 친구에게 연락하자, 술과 담배를 끊자, 취미생활을 제대로 해보자 등 다양한 결심이 앞다투어 튀어나온다. 편성준의 ≪나를 살린 문장, 내가 살린 문장≫을 읽고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나만의 문장을 찾자.” 생의 곳곳에서 그를 보듬고 어루만져 준 문장들 속을 유영하다 그중 내게 꼭 맞는 문장을 필사하면 그날이 꼭 새날 같다. 새날에는 새 날개를 펼치듯 기지개를 켜야지,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야지, 나를 살리고 내가 살린 것을 사랑해야지 굳게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오은 시인, ≪초록을 입고≫ 저자 INSTAGRAM @flaneur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