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아시아 미술의 힘

변화하는 아시아 미술의 힘

변화하는 아시아 미술의 힘

아시아 미술시장의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 국제 아트페어들이 도시 중심, 자국 중심으로 재구성되며,
서울과 도쿄가 나란히 글로벌 무대의 격전지로 떠오른다.

베이징 당다이 아트 페어는 오는 2026년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서울에서 곧 키아프, 프리즈 아트 페어가 공동 개최된다. 프리즈 아트 페어의 경우, 지난해 110개 갤러리에 이어 올해는 120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그 수가 늘어났고, 해외 갤러리 참여 비율은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주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갤러리들의 참여는 다소 낮아지고, 아시아 갤러리의 비중은 약 48%에서 64%로 높아졌다.

아트 바젤 홍콩에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의 첫 수장자로 선정된 신민 작가.

한국 갤러리는 지난해 약 10곳이 참여한 데 이어, 올해는 20여 곳으로 대폭 확대되었다. 아시아 갤러리 77개 중 24곳은 일본 갤러리로 서울을 통해 국제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일본 미술시장은 국제적인 국가로 발돋움한 국가의 위상에 비해 보수적이고 내수 중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현대미술 작가는 많지만, 현대미술보다는 도자기 등의 공예품과 동양화 등 전통 미술이 미술시장에서 여전히 강자로 남아 있어 현대미술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한국의 미술시장과는 대조적인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쿄에도 새로운 현대미술 중심의 글로벌 아트 페어가 시작되었으니 바로 겐다이 아트 페어다. 2024년 약 73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올해는 3회를 맞아 7월에서 9월로, 서울 아트 위크 바로 다음 주로 날짜를 옮겼다. 사디 콜 같은 갤러리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였으나 올해는 서울 대신 겐다이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도쿄가 일주일 사이로 국제 아트 페어를 개최하며 경쟁하게 된 셈이다. 마치 일주일 차이로 런던에서는 프리즈, 파리에서는 아트 바젤이 열리는 것처럼 말이다.

프리즈 서울 2025’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아시아 미술시장은 아트 바젤 홍콩이 힘을 잃은 후 계속 여러 도시를 떠돌며 미래의 정착지를 모색하는 중이다. 2019년 시작된 타이페이 당다이 아트 페어는 지난 5월 참여 갤러리가 51개로 지난해보다 35% 감소하며 2026년 한시적 휴회를 예고했다. 2013년 상하이에서 시작한 ART021은 2024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행사를 개최했지만 올해는 진행하지 않고, 베이징으로 장소를 옮겼다. 베이징 당다이 아트 페어는 2018년부터 개최된 행사로 Art021이 시기를 맞춰 위성 아트 페어로 동시에 개최하며 판을 키우는 것이다. ‘당다이(당대, 현재라는 뜻)’라는 같은 표현을 쓰지만 타이페이의 당다이 아트 페어와는 관련이 없는 다른 기관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후에는 아시아를 세계 2위의 미술시장으로 만든 중국 컬렉터들, 다시 말해 중국 경제의 혼란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기 행정부 때 통상적인 미술품 무관세 정책 중 중국에서 수입되는 미술 작품에 관해서만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2025년 제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국가를 막론하고, 디자인 오브제와 골동품, 목재나 금속 등의 혼합 소재가 사용된 작품 등은 관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글로벌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것은 갤러리 입장에서나 작품을 사오려는 컬렉터 입장에서 혼란스럽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최근 아트 마켓의 흐름은 마치 국제 정치 경제가 그러한 것처럼,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각각의 도시에서 그 도시의 갤러리 중심으로 5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도리어 새로운 아트 페어들이 스타트업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아트 위크(4월), 도하의 아트 바젤 도하(2026년 2월 최초 개최 예정) 등을 들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경제적 위기가 정리될 때까지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새롭게 잉태되고 있는 예술 창작의 꽃씨는 곧 만발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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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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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트위크, 놓치면 후회할 예술 현장 48선 II

메종이 추천하는 2025 프리즈 키아프 전시 총정리 II

메종이 추천하는 2025 프리즈 키아프 전시 총정리 II

프리즈와 키아프, 그리고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나잇 프로그램 등 대형 전시부터 실험적 퍼포먼스까지,
서울 전역이 예술로 물드는 9월. 메종 기자와 아트 메신저들이 추천하는 전시와 공간을 소개한다.

 

‘Maman’(2019) 설치 전경.©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호암미술관 8.30.~2026.1.4.
서울 곳곳이 예술적 사건들로 활기를 띠는 가운데, 한없이 내밀하고 영성적인 작가들의 작품 세계로 숨어들 수 있는 전시도 열리고 있다. 8월 30일부터 호암미술관에서 개치되는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은 한국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부르주아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부르주아는 80여 년간 회화, 조각, 직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원초적 트라우마를 상징적으로 재현하며 강렬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아버지의 죽음 후 정신분석 치료를 시작한 작가는 40여 년간 방대한 양의 기록을 남겼으며, 이런 기록은 그의 작품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도 했다. 전시 제목처럼, 평생 양면성의 긴장감에 몰두한 부르주아의 정신분석학적 텍스트를 배경으로 110점의 작품이 해석의 밀도를 더할 예정이다. 안동선 아트 칼럼니스트

홍진훤 ‘언다큐먼티드 모나리자’, 2025.

장영혜중공업 ‘침묵의 쿠데타’, 2025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8.14.~11.2.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 연례전 타이틀 매치는, 사회 구성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분열된 순간 공동체 내부의 갈등과 균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불화의 순간에 주목한다. 예술은 어떻게 사회 현상에 개입하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장영혜중공업이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라는 주제의 영상 설치 작업으로 이를 풀어낸다면, 홍진훤은 ‘사진은 내란만큼 세계를 각성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건과 재난 너머의 이야기를 전할 사진의 힘을 탐구한다. 정치 철학자 장-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발췌한 전시명 <중간 지대는 없다>는 직접 민주주의 이념을 반영하는 문장으로서, 다양한 주체와 삶의 의식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정치적 복수체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Choir(Study of Opulence)’, 2025.

<A Chorus>
실린더2 8.30.~10.5.
제니퍼 카발호 Jennifer Carvalho는 작업을 통해 이미지가 시간을 관통하며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15~16세기 유럽 회화, 중세 자료, 고대 유물 등에서 모티프를 끌어와서 휴식을 취하거나 기도하는 손, 눈물 자국이 흐른 얼굴, 보석 장식이 달린 옷깃, 수놓인 소매 같은 제스처와 세부 요소를 분리한다. 이는 곧 숭배, 권력, 장식이 어떻게 이미지로 구현돼왔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어떻게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지 고찰한다. 전시 속 최신작은 성화의 프레델라 패널을 연상시키는 구획된 형식을 취하고, 르네상스 회화의 액자 장치를 참조하거나 영화적 크롭 기법을 활용한다. 전시 전반에 걸쳐 선택적으로 묘사된 이미지와 부드러운 초점은 작품들을 인용과 창작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시켜, 익숙한 형상이 새롭게 인식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노두용 실린더 갤러리 대표

‘프리즈 하우스 서울’ 렌더링 이미지.

프리즈 하우스 서울
컬렉터의 시선으로 본 프리즈 하우스 서울. 컬렉터로서 올해 아트 위크 때 가장 궁금하고 기대되는 공간은 ‘프리즈 하우스 서울’이다. 약수동의 1988년 주택을 리노베이션한 4층 공간에서는 서울 특유의 미감을 느낄 수 있을 것같다. 프리즈는 이미 런던 No.9 Cork Street에서 전시 공간을 운영했기에, 그곳에서 느낀 발견의 순간을 서울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에 거점이 없던 해외 갤러리들이 선보일 작품과 서울 아티스트들의 만남은 컬렉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9월 오픈 예정. 이소영 미술교육인 겸 작가, 컬렉터

‘상상의 종말 VI’, 2024.© Adrián Villar Rojas, Photo by Jörg Baumann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아트선재센터 9.3.~2026.2.1.
아트선재센터가 하나의 거대한 실험장으로 변한다. 옛 미술관 터에서 처음 개최된 전시 <싹>의 30주년을 기념한 전시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는 전시장과 복도, 계단, 화장실까지 그리고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전관에 걸쳐 펼쳐진다.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조각이자 시공간을 유영하는 실험의 무대가 된 셈이다. 전시 기간에는 화이트큐브를 상징하던 흰 가벽이 철거되고, 기존 출입구는 흙더미로 봉쇄됨은 물론, 전시장의 온도 및 습도 제어 장치 또한 의도적으로 중지된다. 이는 외부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고 흙, 불, 식물 등 가공되지 않은 자연 요소를 끌어들여 미술관 내부와 외부, 제도적 공간과 지구 생태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Sen Takahashi, ‘Triangulation-The earth, Myself, Someone #1’, 2022.

Kiaf SEOUL 2025 특별전 코엑스
<Reverse Cabinet>
A, B 홀, 그랜드볼룸 9.3.~9.7.
키아프 서울의 특별전 은 한국 현대미술의 성장을 응원하고, 그 우수성을 세계의 미술 시장에 알리고 소통하는 플랫폼의 역할에 중점을 둔 기획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수집과 진열’이라는 미술의 고전적 문법에 주목한다. 올해로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으며 양국의 현대미술 담론이 교차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숙 키아프 사무국 홍보이사, 두루아트스페이스 대표

권병준 ‘오묘한 진리의 숲 2’, 2018.

박민하 ‘Forecasting Dark Corners’, 2024.

<PANORAMA>
송은 8.22~10.16
올여름, 청담의 송은에서 열린 그룹전 는 다양한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작가 지원과 해외 홍보를 위한 쇼케이스 형식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주제나 형식에 제한 없이 8개 팀의 작가가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한다. 권병준, 박민하, 이끼바위쿠르르, 최고은 등 각기 다른 감각을 지닌 작가들이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으로 ‘외부 세계와 나 사이의 간극’을 풀어낸다. 9월 3일에는 ‘청담 나잇’ 특별 야간 개장이 열려 밤 10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니, 늦은 여름밤 산책 삼아 들러보면 좋겠다.

두 마리 제비’, 1981.

<우관중: 흑과 백 사이>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7.25.~10.19.
전통 수묵화의 감성과 서양 모더니즘의 표현 기법을 융합한 독창적인 화풍을 지닌 우관중은 중국은 물론 세계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전시는 예술을 통해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든 그의 대표작 17점으로 구성되었다. 현대 기술을 접목한 ‘우관중 예술 후원 교차 학문 시리즈: 우관중×장한겸 정’의 작품 또한 전시장을 장식한다. 홍콩 아티스트 장한겸 정이 제작한 몰입형 설치작품 <감성의 연못 – 서울판>은 인공지능을 통해 관람객 각자의 고유한 회화 작품을 실시간 생성하는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우관중의 작품 세계를 기반으로 개발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접점을 제시할 것이다.

‘Flame Thrower(화염방사기)’, 2025.

<POOMSAE>
지갤러리 8.27.~9.27.
프리즈 서울 기간, 서울 곳곳이 예술로 빛나는 ‘Neighbourhood Nights’가 돌아온다.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등 각 지역의 갤러리와 기관이 매일 밤 저마다의 색으로 도심 전역을 예술의 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지갤러리도 소속 작가 우한나 작가의 첫 개인전 로 ‘청담 나잇’에 합류한다. 우한나 작가가 지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인 만큼, 작가가 그동안 구축해온 신체적 변이와 감정적 균형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9월 3일 청담 나잇에는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을 하고, 1층 갤러리 야외 공간에서는 한국적인 야식 메뉴와 드링크가 준비된다. 정승진 지갤러리 대표

하이너 괴벨스 ‘겐코-안 03062’, MMCA 서울.

MMCA × LG OLED 시리즈 2025-추수 <아가몬 대백과: 외부유출본> 전시 전경

<MMCA x LG OLED 시리즈 2025-추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8.1.~2026.2.1.
세계 미술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9월 미술축제 기간에 어디를 갈지 망설여진다면 일단 국립현대미술관을 들러보자. 서울관에서는 한국 대표 현대미술가 김창열의 대규모 회고전과 LG OLED가 협업한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 4인의 작가가 선보이는 <올해의 작가상 2025> 등 다채로운 전시가 기다린다. 이와 함께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근현대 풍경화 전시 <향수, 고향을 그리다>(덕수궁관), 이건희컬렉션을 포함한 <한국근현대미술 I, II>(과천관)가 한국미술 100년사를 펼쳐 보인다. 하이라이트 기간인 9월 3일과 4일은 서울관에서 교토실험예술축제와 협업하는 <MMCA다원예술 쇼케이스=””>와 <MMCA마켓>, <MMCA나잇>이 열리니 미술문화를 만끽하는 모두의 미술축제 9월이 되길! 윤승연 국립현대미술관 홍보관

(Pigment Compund>전시 전경.© 양이언

<Pigment Compund>
P21 8.9.~9.20.
<Pigment Compund>는 뷰티 산업과 소비 문화가 신체, 자아, 감정에 어떻게 침투해왔는지 탐구하는 전시다. 총 10인의 작가(최하늘, 실비 플뢰리, 사이먼 후지와라, 산야 이베코비치, 김주영, 안나 멍크, 박성소영, 파멜라 로젠크란츠, 다이앤 세버린 응우옌, 유해나)가 참여했고, 40년에 걸쳐온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은 익숙한 물질들을 통해 화장품이 단지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도구가 아니라 시대와 이데올로기, 욕망의 집약체임을 드러낸다. 메이크업의 표면 아래 도사린 ‘정서적 강도’와 ‘화학적 자기계발’의 은유는 우리가 믿어온 미의 기준을 교란하며, 피부를 새로운 감정의 전장으로 호출한다. 전시는 아름다움이 아닌 아름다움의 조건들을, 제품이 아닌 그 제품들이 자극하는 감각의 정치를 이야기한다. 오늘날의 뷰티는 더 이상 룩이 아니라, 일상화된 의식, 반복되는 수행, 그리고 은밀한 폭력이다. 예술과 뷰티가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는 우리가 아름다움에 기대고 있는 욕망과 그 이면의 구조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예페 우겔비그 큐레이터

사라 제 ‘Sleepers

모나 하툼 ‘Remains to be Seen’.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
포도뮤지엄 8.9.~2026.8.8.
1990년 보이저 1호가 찍은 광활한 우주 속 창백한 푸른 점. ‘사진 속 지구처럼 우리 존재는 작고 연약하다’. 포도뮤지엄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싹트는 이해와 연민을 탐색한다. 모나 하툼, 제니 홀저 등 동시대 거장과 국내외 작가 13인이 참여해 연약한 인간 존재를 위한 위로와 공감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시장 안팎으로 이어진 스토리텔링을 따라 걷다보면, 작품 하나하나가 내 마음과 맞닿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야외 공간도 놓치지 말자. 앞뜰과 뒷뜰의 잔디 마당, 호젓하게 이어지는 산책로, 야외 공연장과 소나무 숲 속 그네, 그리고 로버트 몽고메리, 우고 론디노네, 김홍석의 조각 작품까지 전시를 즐기며 자연 속 산책도 만끽할 수 있다.

헨릭 울달렌 ‘Fall’, 2025.

카롤린 드네르보 ‘There is only the dance’, 2025.

<LOST/FOUND>, <Still Moving>
화이트스톤 갤러리 8.30.~10.19.
화이트스톤 갤러리에서 열리는 헨릭 울달렌의 한국 첫 개인전 는 한국에서 태어나 노르웨이로 입양된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따라가는 깊은 내적 여정을 보여준다. 흐릿한 시선의 인물들은 외로움과 단절, 존재의 불안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부드러운 공감과 몰입을 선사한다. 이와 함께 아시아 첫 개인전을 선보이는 스위스 출신 카롤린 드네르보의 개인전 도 선보인다. 회화, 퍼포먼스, 영상이 한데 어우러진 독창적인 작업으로서 리듬과 시, 몸의 감각적 움직임에서 시작한 신작을 만날 수 있다. 두 작가가 화이트스톤 갤러리 공간 속에서 펼치는 내면과 몸의 이야기는 천천히 걸으며 음미할수록 마음속 깊이 스며들 것이다.

힐마 아프 클린트 ‘No.1’, 1915.© 힐마아프클린트재단

<강령: 영혼의 기술>
서울시립미술관 8.26.~11.23.
힐마 아프 클린트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세기의 전환기에 스웨덴에서 활동한 화가다. 그는 신지학적 신념에 따라 심령회에서 만난 고차원적 존재의 계시에 따라 그림을 그렸다. 자연의 형상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과 믿음을 추상 표현으로 풀어낸 작가의 선구적인 작품은 21세기 현대미술사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이와 같은 그의 작품은 8월 26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에서 조명된다. 이번 비엔날레는 자본주의 근대성의 가속주의적, 합리주의적 논리에 대항하며, 이를 재구성할 수 있는 대안적 ‘기술’로서 영적 세계와의 교류를 탐구한다. 특히 심령회를 주요 주제로 내세우며, 예술 창작에서 영적 세계와의 만남이 어떻게 언어와 방법을 변화시켜왔는지 조지아나 하우튼, 엠마 쿤츠 등 매개자 역할을 자처해온 예술가들의 실천을 통해 보여줄 것이다. 안동선 아트 칼럼니스트

‘지층의 바다 1’ .

<지층의 바다>
리만머핀 서울 8.27.~10.25.
10여 년 만에 서울을 찾은 뉴욕 기반 작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스가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 <지층의 바다>를 연다. 유약을 입힌 세라믹 벽면 설치와 조형적 회화 패널 신작을 통해, 작가는 땅속 깊은 지층과 바닷속 심해를 오가며 풍경을 확장시킨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풍경을 심리적, 정치적, 문화적 공간으로 바라본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하늘과 땅, 거침과 매혹, 물질성과 비물질성 같은 상반된 요소들이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장소와 땅, 풍경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번 전시는 마치 한 겹 한 겹 지층을 들여다보듯 깊고 느린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Untitled,’ 2025.© the artist and Perrotin

‘Untitled,’ 2025.© the artist and Perrotin

<IZUMI KATO>
페로탕 서울 8.26.~10.25.
페로탕 서울이 일본 현대미술 작가 이즈미 카토의 개인전을 연다. 2018년 첫 개인전 이후 6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자리다. 이즈미 카토는 회화와 조각을 넘나들며 인간과 흡사한 독특한 생명체를 그려왔다. 과장된 머리와 눈, 모호한 팔과 다리 끝을 지닌 인물들, 이러한 형상은 외계 생명체나 자연에 깃든 정령을 떠올리게 하며, 관람객에게 신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는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 존재의 본질과 인류애적 감수성을 탐구하는 카토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던 예술의 근원적 힘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Here’, 2024© the artist, Photograph by Stephen White & Co.

‘Retreat: Slump’, 2022© the artist, Photograph by Stephen White & Co.

<불가분적 관계>
타데우스 로팍 9.2.~11.8. / 화이트 큐브, 9.2.~10.18.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화이트 큐브 서울과 함께 안토니 곰리의 첫 서울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를 두 갤러리 공간에서 공동 개최한다. 미술관급 규모와 심화된 기획으로 곰리의 대표작들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서 그의 예술이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는지 경험할 수 있다. 9월 2일 ‘한남 나잇’에서는 곰리의 작업을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이 밖에도 9월 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에서 열리는 톰 삭스의 대규모 개인전 ,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데이비드 살레의 회고전 , 그리고 8월 22일부터 일민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형상 회로: 동아미술제와 그 시대> 전시 속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대형 회화 등, 서울 곳곳에서 다채로운 전시들이 관람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황규진 타데우스 로팍 서울 총괄 디렉터

‘NV8944’, 2018.

DVR8084’, 2015.

<메종> ×예화랑이 함께하는 삼청 나잇
청담 나잇, 한남 나잇과 달리, 삼청 나잇은 삼청동의 고즈넉한 골목길 속에서 예술을 한모금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밤이다. 예화랑은 조선의 비밀 정원이었던 창덕궁 후원의 풍경을 품은 갤러리로, 고요한 아름다움이 깃든 공간이다. 이곳에 김우영 작가의 개인전이 더해지면, 비원의 정적과 사막의 황량함이 교차하는 말 그대로 ‘두 세계가 만나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9월 4일 열리는 삼청 나잇에는 <메종>과 예화랑이 아트 컬렉터를 위한 오픈 라운지와 미공개 작품 전시를 함께 진행한다. 미술평론가 안현정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가 큐레이션한 최여완 보컬, 더블베이스 이원술, 기타 정수옥의 연주가 곁들여지는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즐길 수 있다. 프랑스 프리미엄 시럽 ‘모닌’과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소주’의 전시 지원으로 하이볼도 제공되니 함께 특별한 시간을 만끽해 보시길. 박명주 메종 마리끌레르 편집장

(Be Like Water) 전시 전경.

<Be Like Water>
파운드리 서울 8.23.~10.4.
파운드리 서울에서 미란다 포레스터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친밀함과 경계가 공존하는 ‘물(Bodies of Water)’을 주제로 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흑인 퀴어 여성이라는 작가의 특별한 시선은 가족과 집, 일상의 내밀한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미술사에서 소외되었던 존재들을 환기시킨다.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캔버스를 통해 피부 너머를 들여다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며, 회화의 표면은 안과 밖, 물질과 신체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여성성, 젠더, 섹슈얼리티의 복잡한 내러티브를 느끼며, 섬세한 시선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전시다.

박선호 ‘조율된 입자’, 2025.

<패치워크!>
더 윌로 8.28.~9.28.
조각난 이미지와 단어들이 만나면,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될까? 더 윌로에서 열리는 전시 <패치워크!>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무빙 이미지와 문학적 텍스트를 엮어, 파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가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일본의 신진 작가 사토 토모코와 아오야기 나츠미를 비롯해 박선호, 임지지 등 여성 미디어 아티스트 네 명이 참여한다. 미디어와 퍼포먼스로 구성된 신작 5점과 구작 1점이 선보이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와 언어의 파편을 꿰매어 복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단순하고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의 시대에 <패치워크!>는 오히려 느리고 다층적인 읽기를 제안한다. 전시장을 거닐다보면, 당신만의 방식으로 전시를 ‘읽어내는’ 경험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하동철 ‘Light 91-11’, 1991.

<vvgg: Art for Soul,
Art for Living>
그라운드서울 vvgg 4.24.~9.7
인사동에 자리한 그라운드서울이 새롭게 개관한 vvgg 갤러리는 감각적인 아트 스페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vvgg: Art for Soul, Art for Living> 전시는 한국 공예와 현대미술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층별로 공예, 아트퍼니처,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동시대 미감을 담아내고 있다. 요즘 미술계가 주목하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며, 전시는 오는 9월 7일까지 이어진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감각적인 메시지와 깊이 있는 조형 언어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웅철 웅갤러리 관장

페즈 외관.

페즈
전시를 보러 한남동을 방문한다면, 지난해 말 한남동에 문을 연 페즈 Fezh를 추천한다. 태국 방콕의 커뮤니티 몰 ‘더 커먼스’에서 영감을 받은, 이 동네에서는 보기 드문 복합 공간이다. 재즈바, 갤러리,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이 어우러져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특히 ‘BLUE CAT’은 파란 고양이 그림 문 안에 위치한 재즈바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운영한 재즈카페 Peter Cat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름은 재즈의 상징 컬러이자 재즈와 블루스에서 자주 쓰이는 ‘블루 노트’ 코드에서 따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며, 매주 금, 토요일에는 재즈 라이브 공연도 열린다. 건물 야외 공간에서도 공연이 열린다고 하니 얼마 남지 않은 여름 밤, 재즈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리만머핀 서울에서 선보이는 테레시타 페르난데스 개인전도 꼭 방문해보기 바란다. 손엠마 리만머핀 파트너

전시 전경.

<NOWON>
디스위켄드룸 7.30.~9.6.
프리즈 서울 기간, 디스위켄드룸은 김한샘 개인전 을 선보인다. 서울의 실제 지역인 노원과 영어 구절 ‘No One Wins’의 이중적 의미를 지닌 타이틀은 어린 시절 추억과 끝없이 반복되는 게임 속 승리 없는 상황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자체 제작한 레트로 게임 트레일러, 디지털 드로잉, 3D 프린트 조각이 어우러진 입체 작업을 통해 디지털 시대 회화의 물질성과 작가만의 독창적 조형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갤러리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함께 성장해온 국내외 아티스트의 리미티드 에디션 판화와 드로잉 작품을 깜짝 공개하는 원데이 팝업 전시를 운영할 예정이다. 9월 2일 한남 나잇에 맞추어 열리는 프라이빗 행사에서는 감각적인 케이터링과 함께 갤러리 전속 작가들의 미공개 작품들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 이유진 디스위켄드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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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트위크, 놓치면 후회할 예술 현장 48선 I

메종이 추천하는 2025 프리즈 키아프 전시 총정리 I

메종이 추천하는 2025 프리즈 키아프 전시 총정리 I

프리즈와 키아프, 그리고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나잇 프로그램 등 대형 전시부터 실험적 퍼포먼스까지,
서울 전역이 예술로 물드는 9월. 메종 기자와 아트 메신저들이 추천하는 전시와 공간을 소개한다.

‘폭풍이 몰려온다’, 2025.

‘떠오르다’, 2019.

9월, 서울은 다시 예술로 물든다. 프리즈 서울(9월 3~6일)과 키아프(9월 3~7일)를 기점으로 도시 전역에서 전시, 프로젝트, 공연, 건축 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이 촘촘히 펼쳐진다. 전시장 바깥에서 펼쳐지는 ‘프리즈 위크 서울’은 주요 갤러리의 오프닝, 작가 주도형 프로젝트, 미술관 기획 전시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힌다. 특히 을지로 나잇(9월 1일), 한남 나잇(9월 2일), 청담 나잇(9월 3일), 삼청 나잇(9월 4일)에서 열리는 야간 프로그램은 지역별 예술 생태계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형 갤러리의 개인전부터 신진 작가의 실험적 설치와 퍼포먼스,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대안 공간 등 서울의 예술은 형식과 장소를 가로지르며 확장 중이다. 갤러리 디렉터, 큐레이터, 저널리스트 등 아트 인사이더들의 시선과 함께, 가장 예술적인 9월의 서울을 경험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 바라며 동시대 예술 현장 48선을 모았다.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 2019.© Mark Bradford / Hauser&Wirth

<마크 브래드포드: Keep Walking>
아모레퍼시픽미술관 8.1.~2026.1.25.
드디어 마크 브래드포드다. 거리의 전단지와 도시의 흔적을 긁어내고 찢으며 시대의 균열을 기록해온 이 거장의 국내 첫 개인전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다.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 작가, <타임 Time>지 선정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아트리뷰 ‘Power 100’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브래드포드는 ‘사회적 추상화’라는 독자적 언어로 도시와 인종, 계층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미술관 공간에 맞춰 제작된 신작 ‘폭풍이 몰려온다 Here Comes the Hurricane’(2025)부터, 관람객이 실제로 거닐 수 있도록 설계된 ‘떠오르다 Float’(2019) 등 회화, 영상, 설치를 아우르는 작품 40여 점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베를린 함부르크반호프 미술관의 순회전 일환으로, 9월 2일 아티스트 토크도 예정돼 있다.

지호장 박갑순, 금속공예가 이윤정 합작품.

<자연, 즉 스스로 그러함>
재단법인 예올 8.21.~10.11.
전통과 공예의 미래를 잇는 프로젝트가 돌아왔다. 재단법인 예올과 샤넬이 4년째 함께하는 ‘올해의 장인, 올해의 젊은 공예인’ 전시가 ‘자연, 즉 스스로 그러함’을 주제로 열린다. 전시 기획은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 선정 세계 100대 디자이너 양태오가 맡았고, 작품 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 올해의 장인으로 선정된 지호장 박갑순은 버려진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는 지호공예로 동식물 형태의 기물을 선보인다. 젊은 공예인 금속공예가 이윤정은 녹은 금속의 유연성을 탐구한 주석 가구 시리즈를 출품한다. 서로 다른 두 물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은 치유와 순환과 생명에 대한 공예적 사유를 담아낸다.

 

 

 

에메랄드 & 에나멜 솔리테르 링. 르네상스 에나멜 사티로스 펜던트 목걸이.

레정뤼미뉘르 Les Enluminures
프리즈 서울은 현대미술 외에 중세부터 근대 초까지의 뿌리를 조망하는 ‘프리즈 마스터스’를 통해 그 깊이를 더한다. 특히 서울은 런던 외 유일한 프리즈 마스터스 개최 도시다. 프리즈 서울의 격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매년 큰 인기를 누려온 레정뤼미뉘르(프리즈 마스터스 부스 M18)는 중세 필사본과 역사적 주얼리를 소개하는 세계적 갤러리로, 설립자 산드라 하인드만 박사는 루브르, 메트로폴리탄 등과 협업해온 권위자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 출품하는 대표작은 중세 유럽 필사본 문학 중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 <로망 드
라 로즈 Roman de la Rose>(약 8억2000만원)로, 현재 전 세계에 필사본이 총 348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개인 소장품은 극히 드물어 이번 출품 소식은 컬렉터와 학자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주얼리 쪽에서는 ‘르네상스 에나멜 사티로스 펜던트 목걸이’(약 3억8000만원)가 출품되는데, 모두 개인 맞춤 제작의 유일한 유물로 금박, 천연 안료, 고온 유리 에나멜 등 섬세한 공예 기술이 특징이다. 크기가 작아 직접 부스에서 가까이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피오나 배 커뮤니케이션 컨설던트 피오나 배 Ltd 파운더 & CEO

장종완 ‘Fantasy Farm’, 2025.

장종완 ‘Empire’, 2025.

추미림 ‘Sweet Section’, 2020.

<자아들의 앙상블: 네 명의 작가와 그 너머>
라니서울 8.29.~9.28.
지난해부터 한남동 유엔빌리지의 고즈넉한 한쪽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기 시작한 라니서울은 지속적으로 국내외 작가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프리즈 서울 시즌을 맞이하여 여름 내내 ‘라니서울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여한 프랑스 작가 앙투앙 카르본 Antoine Carbonne과 소피 바린 Sophie Varin의 완성작과 함께 장종완, 추미림 작가의 주요 작업을 <자아들의 앙상블: 네 명의 작가와 그 너머>라는 이름의 전시로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두 쌍의 커플 작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특히 흥미로운데, 프랑스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과 공상과학적인 장종완, 유쾌한 기하학을 보여주는 추미림 작가의 각각 기묘하고 독특한 매력이 공간과 어떻게 어우러질지 기대된다. 이승민 아트 PR 에이전시 wh-bn 디렉터

한지형 ‘Marvelous is Your Name’, 2025.

김정욱 ‘Untitled’, 2023.

<Nude, Flesh, and Love>
제이슨함 갤러리 8.30.~10.25.
누드를 둘러싼 시선과 감정의 결이 다층적으로 교차하는 전시. 제이슨함 신관에서 열리는 <Nude, Flesh, and Love>는 국내외 작가 16인이 각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신체 형상과 감각을 탐색한다. 김정욱, 김지혜, 아만다 볼드윈 Amanda Baldwin, 우르스 피셔 Urs Fischer 등 세대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작가들은 욕망, 정체성, 소멸, 기술적 재현 등 신체를 둘러싼 다양한 층위를 회화, 조각 등 각기 다른 언어로 풀어낸다. 단순한 누드 이미지의 소비를 넘어 신체가 감정과 시간, 사회적 맥락을 어떻게 품고 있는지 섬세하게 되묻는 자리다.

‘Free Improvisation I’, 2025. © 홍영인 / PKM Gallery

<서투른 작곡가>
PKM 갤러리 8.20.~9.27.
소리를 수집해 색, 이미지, 물성으로 편곡한 전시가 열린다. PKM 갤러리는 홍영인의 개인전 <서투른 작곡가>를 통해 조각, 자수, 드로잉, 소품 등 신작 20여 점을 공개한다. 새의 울음, 이방의 바람, 사적인 여정을 따라 채집한 소리는 실과 로프, 세라믹으로 시각화되어 3D 악보 또는 악기 조각이 된다. 규정된 서사를 수평으로 해체하고 낯선 공감을 엮어온 홍영인의 철학은 완성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퍼포먼스와 조각, 음악이 한데 얽힌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개막일에는 조각 스코어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1인 바이올린 퍼포먼스도 예정돼 있다.

스페이스K 건축 외관.

스페이스K
2~3개월 간격으로 전시가 바뀌며, 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를 발빠르게 소개하는 곳. 한국 최고 수준의 컬렉터 감각으로 선별된 작가를 집중도 있게 보여주는 전시 구성이 매력적이다. 현재는 작가 배윤환의 개인전 <딥다이버 Deep Diver>가 열리고 있는데 빛과 어둠, 감각과 사유의 층위를 깊이 있게 탐색하는 회화, 설치, 영상 작품이 인상적이다. 전시장은 중형 규모지만 동선이 좋고, 2층에서 내려다보는 뷰나 옥상 정원도 즐길 만하다. 마곡까지 가기에 거리가 부담스럽다면, LG아트센터 공연도 함께 방문하는 것을 추천. 전시회가 없더라도 스페이스K는 조민석, LG아트센터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이어서 건축을 보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볼거리가 풍성하고, 특히 ‘서울 아트 위크’ 같은 행사가 있을 때에는 젊은 작가들과 함께하는 전시회도 열리니 일정을 체크해보면 좋겠다. 지난봄 전시를 크게 연 겸재정선 미술관도 주변에 있다.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태양 그림자’, 2025.© Gallery Baton

‘색 그림자’, 2025.© Gallery Baton

‘눈’, 2025.© Gallery Baton

<백 개의 태양 A HUNDRED SUNS>
갤러리바톤 8.19.~9.20.
망막에 맺히고 사라지는 빛의 잔향을 물감으로 옮긴다.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최지목의 개인전은 보색 잔상을 회화로 아카이빙한 작가의 ‘지각적 회화’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년간 몰입해온 ‘잔상’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신작 18점을 공개하며, 괴테의 색채론에서 출발한 감각 기반의 회화 실험을 한층 밀도 있게 풀어낸다. 에어브러시와 붓의 병행 사용으로 흐르는 색과 고착된 이미지의 경계를 조율하며, “나는 눈 속의 세계를 그린다”는 고백을 물성 위에 펼쳐낸다. 전시 기간 중 관객이 참여하는 퍼포먼스 <당신의 망막은 나의 캔버스>도 함께 진행한다.

전시장 입구에 연출한 건축실험미로.© 김재경

<미로를 걷다>전 전경.© 김재경

‘일월오봉도’, 2025.© 김재경

<미로를 걷다 Walking Labyrinth>
두손갤러리 7.22.~9.6.
장윤규의 개인전 <미로를 걷다>는 건축, 예술, 인간의 내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인간을 ‘풍경 속에서 길을 묻는 존재’로 바라본다. 갤러리 입구에 들어서면 조형물로 구성된 ‘건축실험미로’를 걷게 되는데, 관람자는 길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출구’를 마주하게 된다. 건축가이자 예술가 장윤규는 ‘인간산수’ 개념을 바탕으로 자연 속에 인간 정체성을 비추어오며, 이번 전시에서 미로를 통해 감정과 기억, 상실과 희망이 얽힌 내면의 지형을 탐색한다. 6m에 이르는 대작 〈일월오봉도〉는 전통 산수화 형식을 빌리면서도 인간을 물, 산, 달 등 자연과 우주의 구성 요소로 표현하며, 그 안에는 현대 도시에서 인간 관계의 복잡한 구조가 은유적으로 스며 있다. 건축과 예술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관계성을 사유하는 깊이 있는 전시다. 김지인 두손갤러리 이사

‘Crash’, 2025.

‘Crash James’, 2025.

<Kernel Panic>
갤러리 띠오 8.7.~9.7.
서울과 자카르타를 기반으로 감각적인 시각 실험을 전개해온 갤러리 띠오 THEO가 함성주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이미지 오류, 감각의 혼란, 기술과 욕망의 충돌을 ‘그리기’라는 행위를 통해 회화적으로 되짚는다. 알고리듬 Algorithm, 모아레, 렉 같은 디지털 현상은 회화의 표면 위에 어긋난 잔상으로 재현되고, 작가는 의식의 빈틈에서 튀어나온 이미지를 우직하게 반복하며 쫓는다. 불완전하고 어긋난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변형하는 함성주의 작업은 회화의 재현적 기능을 과감히 비틀며, 오류 자체를 감각의 새로운 진입점으로 제안한다. 은 안정된 형상이나 서사에서 이탈한 회화가 어떻게 감각을 되살리고, 시각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전시다.

원남교당 내부.

원남교당
원남교당은 키아프나 프리즈 시즌이면 창덕궁 인근에서 열리는 특별 전시들과 함께 들러볼 만한, 건축적으로도 특별한 공간이다. 최근 트렌드 중 하나인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BNR, Spiritual But Not Religious)’ 감성을 담은 원불교 교당으로서, 종교 시설이지만 빛과 선의 추상적 아름다움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조민석의 건축과 김봉렬의 한옥이 어우러져 건축 비엔날레 시즌에는 해외 건축가들의 방문도 잦다. 폐쇄적이지 않고 동네에 열린 구조로, 천장에 올라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면 서울의 다양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복궁, 종묘, 율곡로 산책까지 연결되는 동선도 매력적이며, 대법당과 함께 아래층 영모실 관람도 추천한다.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2027년 완공 예정인 라인문화재단.

렌더링 이미지.

라인문화재단
라인문화재단이 준비 중인 새로운 미술관도 주목해야 한다. 얼마 전 삼성동에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개관한 바 있고, 2027년 봄이면 성북동에 새로운 미술관이 문을 연다. 고원석 디렉터가 이끄는 라인문화재단의 새 미술관은 성북동이라는 지역성을 기반으로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수용함으로써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이 완공되면 성북동 예술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함윤철 제이슨함 갤러리 대표

‘sechsundzwanzigsterjulizweitausendfünfundzwanzig’, 2025.© Ugo Rondinone / Gladstone Gallery

‘einundzwanzigsterjulizweitausendfünfundzwanzig’, 2025.© Ugo Rondinone / Gladstone Gallery

<in beauty bright>
글래드스톤 서울 8.29.~10.18.
지난해 뮤지엄 산에서 열린 대형 개인전 이 연장 전시될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우고 론디노네가 드디어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이번 전시 를 통해 론디노네의 ‘Lake Paintings’ 신작 연작을 소개한다.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이 깃든 스위스 루체른 호수에서 출발한 이 회화 시리즈는 장소에 대한 감각적 기억과 회화적 사유가 만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Home’, 2025 © Hyun Nahm, Whistle

<필드 안의 둥지>
갤러리 휘슬 8.30.~10.18.
2017년 이태원에 문을 연 전시 공간 휘슬은 작가와의 긴밀한 협업을 기반으로, 동시대 미술의 감각적 실험을 담아내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새롭게 확장된 공간에서 열리는 현남의 개인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와 테크놀로지의 불가시적 작용에 주목한다. 강한 자기장에 의해 굳어진 철가루 조각, 전기분해를 통해 형성된 금속 크리스털 드로잉, 폐광 속 전파 음영 지대를 탐색하는 영상 등, 이번 전시는 ‘전자파과민증’이라는 현대적 증후를 매개 삼아 실체 없는 불안이 물질화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초연결 사회 속 비가시적
신호와 신체의 감응 사이, 작가는 테크놀로지의 흔적이 감각과 물질을 통해 드러나는 새로운 조형적 언어를 구축한다.

‘Womba Loom’, 2017.© Steven Shearer

‘Figurine Peddler’, 2025.© Steven Shearer

<양모와 현상들>
에바 프레젠후버 9.2.~9.27.
스티븐 시어러의 작품은 익숙하면서도 이색적이다. 세련된 골동품들이 괴기스러운 고물과 함께 배치되어 있거나, 외모의 대비가 극명한 인물들이 한 프레임 안에 담겨 있다. 갤러리스트 에바 프레젠후버와 P21 최수연 대표의 협업으로 열리는 <양모와 현상들>은 그런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반영한 제목이다. 전시를 구성한 행상과 조각상 사이의 모호한 관계, 페티시화된 형상들로 구성된 아카이브의 모자이크, 조각상 같은 머리를 그린 드로잉은 서로 교차하며 정체성, 표현,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경계가 흐릿한 상태에 대한 사유를 펼친다. 과거 음악 하위문화와 미술사적 양식을 융합해 다양한 미술 사조를 재해석한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박민하 ‘Ghost Anatomy 유령 해부학’ 설치 전경.

<두번째 삶 The Second Life>
아뜰리에 에르메스 7.25~10.5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10월 5일까지 삶과 예술의 접점에 대해 사유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그룹전 <두 번째 삶>을 개최한다. 매순간 삶의 추적자이자 적응자이기도 한 작가들이 새로운 만남과 충돌을 맞이하며 삶의 국면을 어떻게 변화, 전환, 확장하는지 그들의 고유한 예술언어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백현진(회화), 이요나(설치), 한&모나(설치), 김보경(조각/설치), 박민하(영상)는 그들이 추구하는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이며 다양한 매체가 어우러져 동시대 한국 미술의 한편을 드러낸다.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Still image of Éclipser, 2025. The works appearing in the film are: Theresa Hak Kyung Cha: Art Practice – Untitled ~ Sketchbook – Drawings, Correspondence, Notes, Poems, Journal – 1974., 1974; A Strathmore Shelburne sketchbook with 11 loose sheets of paper with typewritten and handwritten text. The sketchbook is spiral bound, 78 pages.; 12 x 10 in.;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 Gift of the Theresa Hak Kyung Cha Memorial Foundation

<지미 로버트: 에클립세 ÉCLIPSER>
바라캇 컨템포러리 8.28.~10.26.
퀴어 신체, 인종화된 몸, 그리고 ‘보는 것’의 권력을 해체하는 퍼포먼스가 열린다.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여는 지미 로버트는 움직임과 제스처, 종이와 영상, 목소리 등 다층적 매체를 통해 가시성과 재현의 구조를 전복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작과 더불어 신작 영상, 퍼포먼스 (9월 4일 오후 6시, 8시)를 함께 선보인다. 작가는 미국 버클리의 BAMPFA 미술관에 보관된 시인 차학경의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그녀의 언어와 감각 세계를 오늘날의 신체와 예술로 다시 풀어낸다. 특히 사회 속에서 잘 보이지 않거나 언어화되지 못한 존재의 감정과 기억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고, 이를 움직임과 목소리로 표현하며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현대미술 책읽기 행사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 서울리딩룸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 2025>
더북소사이어티 버드콜 9.4
프리즈 서울 1회째부터 삼청 나잇 일정에 맞춰 꾸준히 열어온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은 경복궁 근처 예술 공간과 서점의 협업으로 진행되어온 ‘현대미술 책읽기 행사’다. 주최자들이 “초대장이나 입장료가 필요 없고, 화려한 파티와는 거리가 멀고, 한국 미술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이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행사”라고 일컫는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 2025’는 도파민이 폭발하는 아트 페어 시즌에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날 제공되는 책은 국내 미술계 전문가의 추천으로 구성되는데, 나 역시 올해 양효실 비평가의 책 <대화 비평>을 추천 및 기증하며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9월 초, 소셜라이징에 지친 내향인들을 위한 최적의 쉼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승민 아트 PR 에이전시 wh-bn 디렉터

이인진 작가의 도예 작품.

<Collecting&Piling(집적)>
까사 로에베 서울 9.4~9.14
로에베가 세계적인 현대 도예가 이인진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2023년 로에베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장작 가마 소성 등 전통 기법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깊이 있는 조형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인진 작가가 로에베를 위해 직접 큐레이션한 작품들로 구성되며, 바구니 형태의 철 프레임 안에 그릇을 층층이 쌓는 식으로 형태의 상호작용을 실험한 작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9월 3일에는 로에베재단 공예상 전문가 패널이자 한국조형디자인협회 이사장인 세계적인 큐레이터 겸 컨설턴트 조혜영 이사장이 사회를 맡아 프라이빗 아트 토크와 아티스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예정돼 있으며, 프리즈 위크 서울의 프로그램인 ‘청담 나잇’에도 함께 참여한다. 현대 도예의 물성과 볼륨이 섬세하게 축조된 전시로, 누구나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박서보재단 전시실 전경

박서보재단 도슨트 투어
키아프 VIP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국내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예술 세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비공개이던 작업실과 작품 전시 공간, 수장고를 한정 개방해 작가의 창작 과정과 철학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다. 고요한 환경 속에서 한국 단색화의 본질과 농밀한 미감을 한층 선명하게 체험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진면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워크인 방문은 어려우니 미리 예약해두는 것이 좋다. 안수연 키아프 사무국 홍보이사, 갤러리박영 대표

오상민 ‘빛: 자연과 선(線)의 틈에서’, 2025.

<DMZ OPEN: 언두 디엠지>
DMZ 일대(갤러리그리브스, 통일촌 마을 일대, 임진각 평화누리) 8.11.~11.5.
세계 각지의 미술 관계자가 서울로 모여 축제를 벌이는 키아프리즈 기간에는 어느 전시를 가도 인파에 휩쓸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아트 위크의 본질인 ‘미술’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전시가 몰린 서울 도심을 잠시 벗어나 보길 추천한다. 파주 DMZ 일대에서 열리는 <언두 디엠지>는 ‘되돌리다, 열다, 풀다’라는 뜻의 ‘언두(Undo)’를 키워드 삼아, 전쟁과 분단의 상징인 DMZ를 새롭게 상상한다. 작가들은 고립 속에 되살아난 자연을 마냥 낭만화하려는 시선에서 물러나, 장기간의 자료 조사와 현장에 직접 머물며 관찰한 경험을 토대로 이 생태계가 지닌 잠재력과 미래를 짚어본다. 철조망과 군사적 흔적 사이 씩씩하게 버텨온 생태가 전하는 애틋함, 그래서 마냥 예쁘지만은 않은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박지민 미술계정 크락티(@crakti) 운영자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전시 전경.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국립현대미술관 5.1.~2026.5.3.
국립현대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상설전이라는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다. 1960~2010년대의 한국 현대미술 대표작 90여 점이 전시된다. 한국 현대미술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관객들은 한국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미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전개해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숙 키아프 사무국 홍보이사, 두루아트스페이스 대표

캔디스 린 ‘순수의 형태들’, 2025.© 캔디스 린 / Francois Ghebaly, 갤러리현대 제공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
갤러리현대 8.27.~10.5.
이강승, 캔디스 린의 작가 2인전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이란 전시 제목은 영국의 시인 겸 소설가 D.H. 로렌스의 시 ‘헤쳐 나온 자의 노래’의 한 구절에서 착안했다. 바람을 통해 억압되어온 역사와 기억이 다시 숨쉬고 순환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사회적 제도에 의해 배제되고, 역사 속에서 지워진 이들을 지속적으로 조명해온 두 작가의 작업관과 맞닿아 있다. 퀴어 예술가 및 인권운동가 기리는 작업을 진행해온 이강승은 본 전시에서 변화와 기억의 층위를 기록하는 아카이브로서 ‘피부’에 주목했다. 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의 역사, 젠더, 인종에 얽힌 복합적인 권력 구조를 탐구해온 캔디스 린은 인간과 동물 간의 경계에 초점을 맞춘다.

‘32 Green Yellow Blocks(805/3)’, 2025 © Ann Veronica Janssens / Esther Schipper. Photo by Andrea Rossetti

<September in Seoul>
에스더쉬퍼 9.3.~10.25
빛, 자연적인 광학 현상, 유리 등을 매개로 신체적인 감각과 몸에 대한 인지에 중점을 둔 안 베로니카 얀센스의 국내 개인전이 에스더쉬퍼 서울에서 열린다. 2020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선보인 <CONNECT, BTS-Green, Yellow and Pick> 이후 5년 만이다. 유리 블록 조각 연작, 다양한 빛을 조합한 다이크로익 Dichroic 조각 및 옵티컬 글라스 조각 등이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됐다. 얼핏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작품들은 세심하게 제작되어 생동감 넘치는 시각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각을 더욱 자각하게 한다.

‘Baron, Why be you when you can be me’, 2019. © Petra Collins

<페트라 콜린스: fangirl>
대림미술관 8.29.~12.31.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비주얼 아티스트 페트라 콜린스의 국내 첫 전시가 열린다. 여성의 주체적 자기 표현을 기반으로 작업해온 작가는 35mm 아날로그 필름의 파스텔 톤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특유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그의 개인전은 사진, 영상, 설치, 매거진, 아카이브 등 50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관객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제니부터 빌리 아일리시, 애플, 젠틀몬스터 등 전 세계 아티스트 및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그 자체로 셀러브리티가 된 페트라 콜린스의 작업 세계는 오늘날 멀티 크리에이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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