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자를 설명할 때의 서두, “해외 인테리어지에 많이 나오는 야외용 스틸 의자 있잖아요. 거의 모든 집에 있는.” 그랬다. 해외 인테리어지에 이보다 여러 번 등장하는 의자가 또 있을까?
그만큼 유럽 시장에서 대중화된 프랑스 인더스트리얼의 대표 주자 톨릭스 ‘A 체어’ 이야기다.
- 다양한 컬러의 톨릭스 A 체어.
- 다양한 컬러의 톨릭스 A 체어.
- 다양한 컬러의 톨릭스 A 체어.
당대를 풍미했던 유행은 우리 삶 곳곳에 존재한다. 가구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의 테라스 카페, 공공기관 등을 채우며 1930년대를 주름잡던 야외용 의자 톨릭스 ‘A 체어(Chaise A)’는 당시 등장과 동시에 프랑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대표 아이콘이 됐다. 빈티지 의자라는 수식보다는 클래식 디자인 의자라고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톨릭스의 A 체어.
1934년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Bourgogne) 지역의 금속 공예가였던 사비에르 포샤르(Xavier Pauchard 1880~1948년)는 그가 1907년에 소개한 브랜드 톨릭스를 위해 1934년 본격적인 메탈 가구 라인을 디자인한다. 아연 도금을 스틸 가구 디자인에 응용한 사비에르 포샤르는 스틸의 접히는 성질을 한껏 살려 재료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의자를 만들어내는데, 그 최초의 의자가 바로 A 체어.
진보적인 기술제작 방식으로 얻은 이 의자는 견고함, 겹쳐 보관할 수 있는 실용성, 가벼운 무게라는 장점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스틸이라는 재료의 물성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착석감은 물론 유연하고 아름다운 형태까지 겸비한 제대로 된 디자인! 야외용 가구로 더없이 적당한 이 메탈 가구는 노르망디 해 정기선 갑판의 선원들을 위한 공간에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프랑스 카페의 테라스, 마을의 홀이나 회관, 병원, 학교, 크고 엉성한 바라크식 건물에 놓여지며 50년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켜갔다. 등장과 동시에 일어난 엄청난 반응은 유행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세월을 뛰어넘는 제품의 지속력을 보면 스테디셀러의 등장이라 할 수 있겠고, 1980년대 이후부터는 바다를 건너 뉴욕과 일본에까지 전파돼, 현재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디자인 가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 담백한 디자인 의자가 유난히 낯익은 이유는 오래된 역사도 역사겠지만,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외용 플라스틱 의자의 디자인 기원이 A 체어가 아닐까도 짐작해본다. 특히 A 체어를 비롯한 톨릭스의 가구 제품은 세월이 흐르면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시간의 흔적, ‘아름다운 녹’ 까지도 디자이너와 데커레이터들을 매료시킨다. 심지어 앤틱 딜러와 20세기 모던 가구 컬렉터들은 프랑스의 시골을 돌면서 톨릭스의 초기 오리지널 A 체어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니, 시간의 흔적마저 값어치가 되는 진짜 물건이다.
TOLIX (1907년~)
톨릭스의 설립자인 사비에르 포샤르는 1907년 프랑스 최초로 아연 합금 시도에 성공했고 이것을 산업화하는 사회적 절차를 찾아내 톨릭스의 시작이 된 ‘포샤르 X’를 설립했다. 1930년대부터는 톨릭스라는 브랜드를 본격화하며 트레이드마크가 될 메탈 의자와 스툴 등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노르망디해 정기선을 통해 A체어를 소개한 이후 톨릭스의 30가지 모델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1950년경 톨릭스의 상징인 야외용 가구들이 본격적으로 소개됐고 1986년, 보리스 포샤르(Boris Pauchard) 경영 이후 톨릭스는 뉴욕과 일본에까지 알려지게 됐다. 2000년 이후 부도의 위기가 있었지만 모던과 전통을 결합하는 새로운 전락을 제안한 샹탈 앙드리오(Chantal Andriot)의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이후로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