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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탐닉과 밀도 높은 하버 뷰, 그리고 이동의 순간마저 여정으로 만드는 홍콩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루트를 제안한다. 포시즌스 호텔과 캐세이퍼시픽이 완성하는 극상의 환대.

인피니티 풀을 갖춘 포시즌스 호텔 홍콩.

홍콩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동서양이 가장 극적으로 만나는 곳, SF적인 도시의 인프라와 오래된 사원이 나란히 있는 곳, 견고한 사회주의 제국 안에서 열렬히 자본을 다루는 곳. 작가 누리 비타치는 ‘당신이 홍콩을 떠나더라도 홍콩은 당신을 결코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떠나도 잊히지 않는 도시라는 감상은 접어두더라도, 중국 본토 무비자 입국이 2026년 말까지 연장된 지금, 첨단 도시인 선전이나 미식 성지인 광저우까지 지척으로 연결되어 스톱오버 목적지로도 손색이 없다.

중식당으로는 세계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룽킹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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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을 중시하는 한국인 여행자가 홍콩을 방문한다면, 포시즌스 호텔 홍콩에 머무는 것은 최적의 선택이다. 우선 홍콩 국제공항에서 포시즌스 호텔 바로 아래에 위치한 홍콩역까지 공항철도로 단 20분. IFC몰과 딱 붙어 있어 언제든 쾌적한 쇼핑을 할 수 있다. 바 호핑을 원하는가? 호텔에서 도보로 10분이면, 월드 베스트 바의 상패를 단 바가 골목마다 존재하는 센트럴 지역에 닿는다. 로컬들이 찾는 코즈웨이베이도 트램으로 금방이며, 헤르조그 & 드 뫼롱이 설계한 M+ 뮤지엄이 있는 서구룡 지역까지 가고 싶다면? 호텔 코앞에서 페리를 타고 가면 된다.(하버 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나처럼 홍콩의 밤을 사랑한다면, 한번쯤 포시즌스 호텔의 하버 뷰 룸에서 바라보는 야경을 경험하기 바란다. 물비늘이 넘실대는 밤바다를 가로지르는 붉은빛의 페리가 지나가는 풍경이 질리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 홍콩에서 머무는 내내 커튼 조절 버튼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이 도시의 시네마틱한 분위기에 끌리는 사람이라면 반대편 피크 뷰를 더 아낄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초밀도와 산비탈까지 밀고 올라간 빌딩의 층위는 마치 영화 ‘블레이드 러너’ 속 한복판에서 감상하는 듯한 비현실감을 준다.

체어맨 스위트의 리빙룸.
임페리얼 스위트 베드룸.

객실 야경이 프레임 속 그림이라면, 6층 인피니티 풀로 향하는 것은 마치  그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에 가깝다. 수중 스피커가 설치된 이곳에서는 빅토리아 하버의 야경을 ‘감상’하는 일에서 ‘듣는’ 일로, 감각의 채널이 하나 더 확장된다. 눈앞으로는 아득한 바다를, 뒤로는 우뚝 솟은 센트럴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즐기는 야외 다이닝과 바 역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혹시, 호텔 객실에 고급 어메니티를 최초로 비치한 인물이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포시즌스의 창립자 이사도르 샤프 Isadore Sharp다. 이처럼 단순히 케어를 넘어 섬세한 환대를 선사하려는 포시즌스 홍콩의 호스피탈리티는 호텔 브랜드 중에서도 손꼽힐 수준이다. 이것을 극대화한 경험인 스파를 추천한다. 스팀 룸과 사우나, 아이스 파운틴, 바이탈리티 풀로 이어지는 코스는 단지 마사지가 아닌 회복의 여정이다. 

카프리스의 치즈 셀렉션.
루비 색상의 소스를 곁들인 브르타뉴 블루 랍스터.

미식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홍콩 사람들의 자부심은 이곳에 조금만 머물러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포시즌스는 이 미식 도시에서 가장 많은, 총 일곱 개의 미쉐린 스타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미쉐 린 2스타의 룽킹힌은 ‘9마리 용의 경치’라는 뜻으로, 중식당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거머쥔 곳이다. 셰프 찬얀탁은 3스타를 받은 최초의 중국인으로서 그 타이틀을 14년간 지켰다. 별의 개수야 해마다 흔들릴 수 있겠지만 ‘최초’는 변하지 않는 명성이다. 점심 코스는 먼저 홍콩 차찬탱의 대표 간식인 ‘파인애플 번(보로바오)’으로 시작한다. 파인애플 번에는 파인애플이 전혀 들어가지 않지만 껍질 모양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었다. 점심에만 제공하는 딤섬 또한 로컬 음식을 파인다이닝 수준으로 끌어올린 메뉴다. 중식당에 왔으니 북경오리 메뉴 또한 빼놓을 수 없겠다. 룽킹힌의 ‘북경오리’는 얇은 전병에 해선장, 오이, 파와 함께 적당한 두께의 오리를 함께 말아 먹는데, 입맛을 당기는 풍미와 입안 가득 넣고 씹는 식감이 만족감으로 차오른다. 화려한 메뉴들이야 많지만 룽킹힌에서 반드시 맛보아야 할 것은 다름 아닌 ‘XO소스’다. 주방에서 직접 만드는 이 소스는 테이블에 기본적으로 배치되는 소스 3종 중 하나인데, 코스 중 제공되는 딤섬이나 볶음밥 등 어느 요리와 먹어도 감칠맛을 더해주어, 식사 코스를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룽킹힌의 점심 메뉴.
바 아르고.

요리의 섬세함과 예술성을 자랑하며 8년 연속 미쉐린 3스타를 이어오고 있다. 무엇보다 2026년 미슐랭 소믈리에 어워드를 수상한 소믈리에 플로리안 휴로가 있는 곳으로, 무려 1천2백여 종의 와인 라인업을 갖췄다. 요즘 파인다이닝은 기나긴 코스 시간을 90분 정도로 줄여 시간으로는 합리성을 확보하고, 서비스 품질은 변함없이 유지하는 트렌드이다. 카프리스도 이와 같은 흐름에 맞춰 약 두 시간 이내에 걸친 코스가 이뤄진다. 프렌치 다이너답게 빵과 치즈를 식사 내내 넉넉히 제공해주는데, 직접 만드는 사워도우와 바게트 등 빵이 그리워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을 정도다. 제공되는 치즈 중 몇 가지는 셰프의 고향에서 기르는 염소를 통해 만든 것이라 하니, 눈여겨보기 바란다. 또한 브르타뉴산 라캉 비둘기 요리는 시그니처 메뉴인데, 흔히 접할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닌 만큼 경험해볼 가치가 있다. 호텔 조식 뷔페와 점심 뷔페가 제공되는 ‘갤러리’는 바 ‘아르고’와 같은 공간을 사용한다. 아르고는 2026 아시아 베스트 바 50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호텔 바로서 위상을 증명했다. 홍콩의 바는 요리에 사용되는 식재료를 음료에 적용하는 실험을 즐기는 듯한데, 아르고 또한 핫팟의 맛을 내는 블러디 메리 종류의 칵테일 메뉴가 있어 도전해볼 만 하다. 호텔 안에만 머물더라도 입지, 회복, 미식, 그리고 밤의 감각까지 완성되니, 포시즌스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 자체로 이미 완벽한 홍콩 여행이 된다.

캐세이퍼시픽의 라운지

Usage: All media worldwide (excluding TV) Expiry date: Perpetual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미학자이자 비평가 존 러스킨은 이런 말을 했다. “여행의 과정 중 이동은 단지 소포가 되는 것과 같다.” 말만 들어도 여행의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의 말대로 이동 과정이 그저 택배 박스 옮겨지듯 건조한 행위라면 여행 전체의 즐거움이 절감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행의 즐거움은 목적지보다 오히려 이동 그 자체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돌아오는 길은 중요하다. 여행의 흥분이 가시고 피로가 몰려오는 이 길을 어떻게 잘 설계해볼 수 있을까?

더 브릿지의 라운지.
더 피어의 누들 바에서 제공되는 메뉴.
더 브릿지의 누들 바와 더 눅에서 제공되는 메뉴.

홍콩 국제공항에는 캐세이퍼시픽항공 라운지가 다섯 군데로, 공항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라운지를 여러 개 운영하는 항공사는 허브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이 유일한데, 만약 모든 등급의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이른바 ‘라운지 호핑’도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라운지가 다음으로 이동하기 전 잠시 머무는 간이 공간이 아닌, 여행 중 또 하나의 목적지가 된다. ‘더 윙’ 일등석 라운지는 마치 또 하나의 하이엔드 호텔에 온 듯하다. 캐세이퍼시픽의 플래그십 라운지지이자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곳으로, 비행 탑승 전 개인 카바나의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글 수 있는, 상업 항공에서 몇 안 되는 공간이다. 다이닝 공간인 ‘더 다이닝 룸’에서 제공되는 식사도 훌륭하다. 특히 모던 중식당 ‘mott32’와 협업한 딤섬과 정갈한 광둥식 메인 메뉴들은 라운지 다이닝의 수준을 한 차원 높여준다.

캐세이퍼시픽 기내 비즈니스석.
더 윙 일등석 라운지의 뷰.

더 브릿지, 비즈니스석 라운지는 무려 아홉 개의 샤워 스위트가 누들 바와 휴식 구역을 지나 왼편에 있다. 캐세이퍼시픽의 시그니처 메뉴인 누들 바에서는 탄탄면과 완탕면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낸다. 자연광이 적은 자리에는 캐세이퍼시픽의 시그니처 솔로 체어가 놓여 있어 혼자 일하거나 쉬기에 좋다. ‘더 피어’ 라운지는 캐세이 네트워크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라운지다. 3300㎡가 넘는 면적에 5백50석. 일세 크로퍼드가 디렉팅한 공간 디자인 청사진을 처음 세운 곳이고, 이후 전 세계 캐세이퍼시픽 라운지가 이 문법을 따라갔다. 누들 바와 티 하우스, 전용 바, 평판이 좋은 샤워 시설이 이어진다. 공간은 나누되 끊지 않고 길게 이어놓아 공항 특유의 차갑고 일률적인 느낌이 적다. 돌아오는 길의 비즈니스석 이용은 여행 만족도는 두 배로 올려주고, 여독은 그 절반으로 감해주는 효과가 있다. 캐세이퍼시픽이 직접 만든 맥주인 ‘벳시 비어’를 맛보거나 무알코올 시그니처 칵테일인 ‘캐세이 딜라이트’를 마시며 집으로 향한다.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홍콩을 떠나왔지만 홍콩은 여전히 나를 떠나지 않는다.

사진제공: 포시즌스 호텔, 캐세이퍼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