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디자인의 아이콘, 톰 딕슨이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의 빛과 공간에 대한 탐구가 이번엔 서울에서 이어진다.

신규 조명 컬렉션 ‘포즈’와 함께 유쾌한 포즈를 취한 톰 딕슨.

유리가 녹아 내린 듯한 비정형적인 형태가 매력적인 멜트 펜던트 조명.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창립자인 톰 딕슨은 조명, 가구, 오브제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산업적 소재와 실험적인 형태를 탐구하며, 기능성과 예술성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그의 조명은 단순한 빛을 넘어 공간을 정의하고 감각을 확장하는 존재다. 이번 방문을 통해 그는 한국의 디자인 환경을 탐색하고, 새로운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빛과 공간,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어보았다.
한국은 얼마 만에 방문한 것인가? 약 9년 만의 방문이다. 2016년, 10꼬르소꼬모에서 <Yesterday, Today, Tomorrow> 전시를 진행했다.
이번에 아템포 코리아와 함께 톰 딕슨 조명 컬렉션을 한국에 공식 론칭했다. 이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영국의 조명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구나 액세서리도 있지만, 우리의 핵심은 조명이다. 그런데 국가마다 플러그도 다르고, 전기 제품 관련 기술 규제가 까다로워 판매가 어려웠다.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유통하려면 조명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했다. 아템포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파트너라 생각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브랜드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카피 제품을 통해 톰 딕슨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는 정식 수입된 제품을 통해 진짜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메탈릭한 알루미늄 소재의 비트 펜던트 컬렉션.

다양한 각도 조절과 다채로운 컬러 마감이 돋보이는 포즈 컬렉션.

톰 딕슨의 조명과 가구 컬렉션으로 연출한 거실. 천장 샹들리에는 미러 볼 펜던트, 벽면과 사이드 테이블 위 테이블 램프는 포즈.

불투명한 오팔 글라스 소재로 더욱 은은한 빛을 품은 멜트 오팔 컬렉션.
한국의 디자인 신(Scene)이나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한국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예술, 디자인, 전자 제품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다. 유럽인으로서 보기에 한국은 아파트 구조가 비슷한데도 각기 다르게 꾸미는 방식이 신기하다. 하지만 한국의 집은 천장 높이가 낮아 조명 디자인에는 제약이 있다. 우리 조명은 높은 층고에 달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 또는 레스토랑 같은 상업 공간에 더 집중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신규 컬렉션은? ‘포즈 POSE’라는 테이블 조명이다. 원뿔형 형태의 실루엣과 다양한 각도 조절이 매력적인 제품이다. 원래는 펜던트로 시작해서 벽, 플로어, 테이블 순서로 디자인 하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테이블 조명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톰 딕슨의 디자인 철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표현적인 미니멀리즘 (Expressive Minimalism). 기능성은 유지하면서도 본질만 남기며, 불필요한 장식은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지속 가능성과 내구성. 여러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나는 증조할머니가 사용하던 루이 16세 시대의 필기 책상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제품도 오래 사용될 수 있으면 참 기쁠 것 같다.
최근 아웃도어 가구, 건축 등 디자인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브랜드 초창기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 있었다. 제품 디자이너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일이지만, 제품을 만드는 데 굉장히 유익한 경험이었다. 아웃도어 가구는 지난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야외 공간을 더 많이 선호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레스토랑도 야외로 이동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실내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가구가 필요해졌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디자인 주제는? AI. 디자인보다는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흥미롭게 보고 있다. 예를 들어 AI 아바타를 만들어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다면 더 이상 통역이 필요 없을 것이다. AI를 활용해 인터뷰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제품 교육이나 론칭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아직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홀로그램을 통해 밀라노, 코펜하겐, 상하이 등에서 신규 컬렉션을 발표하려 했다. 그 과정을 통해 내 탄소 발자국을 굳이 늘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앞으로 계획 중인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몰디브에서 산호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다이빙 투어리즘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한국은 기술적으로 정말 혁신적인 나라다. 특히 TV나 폴딩폰 같은 전자제품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특히 세탁기에 관심이 많다. 세탁기는 꼭 네모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젠가 삼성과 협업할 기회가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웃음) 전자제품만이 아니다. 한국의 식문화에도 큰 관심이 있다. 특히 사찰 음식을 좋아해서, 한국 셰프와 함께 색다른 컬래버레이션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