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예술가의 의자

행위예술가의 의자

행위예술가의 의자

형태는 단순하지만 의미는 깊다.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디자인한 의자는
실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아 공간과 기능을 새롭게 정의한다.

‘엘리펀트 인 더 룸’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라 메트로폴리타나의 쇼룸에서 진행됐던 전시.

어떤 사물은 단순한 쓰임을 넘어선다. 나무는 손길이 닿을수록 결이 깊어지고, 구리는 시간 속에서 온기를 머금는다. 그렇게 물질은 기억을 축적하고, 하나의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Marina Abramovic´의 첫 디자인 컬렉션 ‘엘리펀트 인 더 룸 Elephant in the Room’은 바로 이 기억과 감각의 흐름을 따라간다. 퍼포먼스 아트의 선구자인 그는 이번 컬렉션을 진행하며 앉는 행위 자체에 집중했다. 멕시코 기반 디자인 스튜디오 라 메트로폴리타나 La Metropolitana와 협업해 탄생한 두 의자의 재료는 단순하다. 손으로 다듬은 나무와 재활용된 구리, 이 두 재료는 아브라모비치를 거쳐 우리 몸을 지탱하는 동시에, 감각을 일깨우는 존재가 되었다. 처음부터 의자는 그에게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었다.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에서 의자는 몸과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였고, 그 개념은 이번 컬렉션으로 확장되어 기능을 초월한 오브제가 되었다. 단순히 앉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감각과 기억을 담은 조각적 공간. 높은 등받이를 가진 의자는 공간을 지배하는 동시에 몸과 물질이 맺는 관계를 다시금 사유하게 만들어준다. 그 위에 앉는 순간, 물질이 품고 있던 기억 속으로 스며들며 의자는 또 하나의 기억의 파편이 될 것이다.

의자는 당신의 퍼포먼스에서 항상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번엔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실용적인 가구를 처음으로 디자인했는데, ‘엘리펀트 인 더 룸’ 시리즈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느 순간 예술은 오직 세계의 특권층만 소비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좀 더 많은 대중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예술가 동료 휴고 우에르타 마린 Hugo Huerta Marin이 디자인 스튜디오 라 메트로폴리타나와의 협업을 제안했다. 이 스튜디오는 과거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경험이 있고, 내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 ‘엘리펀트 인 더 룸’ 컬렉션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첫 디자인 컬렉션이다.

자신이 디자인한 의자에 앉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라 메트로폴리타나 쇼룸에 전시된 의자.

의자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기능성과 재료 선택이었다. 나는 커피 테이블 북 같은 단순한 장식용 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의미 없는 장식, 단순히 카펫이나 벽 색깔에 맞추기 위한 그림을 구매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신 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 사물은 기능적이고 유용해야 한다. 이 점에서 퀘이커 교도식 디자인이 이상적인 기능성 가구의 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필요할 때만 작업용 테이블을 사용하고, 일이 끝나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므로 벽에 걸어둔다. 의자도 마찬가지다. 공간을 기능적으로 사용한 뒤 비워냄으로써, 그 공간을 다시 기능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여 의자 재료로 나무를 선택했다고 들었다. 의자 다리 밑을 장식한 ‘신발’에는 동전과 산업 폐기물에서 회수한 구리를 활용하기도 했다고.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에서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귀중한 자원을 마구 채굴하며, 공장 폐기물로 물을 오염시키고, 숲을 벌목하는 등의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예술가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작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것을 내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엘리펀트 인 더 룸’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를 여러 개 만든 후, 그 의자들의 등받이에 ‘고독’, ‘분노’, ‘위험’, ‘모험’, ‘사랑’ 등 다양한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중 단 한 개의 의자만이 ‘엘리펀트 Elephant’라는 이름을 가졌다. 많은 문화에서 ‘엘리펀트 인 더 룸’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으려는 불편한 주제를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게임을 제안한다. 만약 ‘엘리펀트’ 의자를 선택하게 된다면, 그 순간 침묵을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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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pic Comeback on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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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재개장하는 마카오의 가장 상징적인 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또다시 펼칠 꿈의 무대를 미리 엿보다.

과거 진행됐던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공연의 한 장면.

수많은 무용수의 발걸음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각을 맞춰 무대에 등장한 이들은 음악에 몸을 맡기고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섬뜩할 정도로 매섭게 무대 위를 누빈다. 지난 2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의 재개를 알리는 10분가량의 짧은 프리뷰 공연에서 미리 본 전설의 귀환은 그 예고편부터 화려했다. 25m 높이에서 주저 없이 낙하하는 출연진들, 매혹적인 동시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 그리고 1400만L의 물이 담긴 수중 무대가 1분 만에 평지 무대로 바뀌는 최첨단 기술까지. 마카오의 가장 상징적인 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새로운 스토리 라인과 연출을 더해 돌아온다. 2020년 6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공연을 중단한 지 5년만이다. 복합 리조트 기업 ‘멜코 리조트 앤 엔터테인먼트 Melco Resort & Entertainment’의 대표 리조트인 ‘시티 오브 드림스’에서 펼쳐지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중단 전까지 4000회가량의 무대를 선보이며 600만명의 누적 관람객이라는 기록을 세운 마카오 최대 규모의 워터쇼다. 특히 이번 재개장을 준비하며 더욱 풍부한 볼거리과 최첨단 무대 효과가 더해졌다. 현혹적인 스토리와 화려한 퍼포먼스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줄리아노 페파리니 Giuliano Peparini의 작품. 공연의 설립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그가 재탄생시킨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2.0’는 오는 5월 전 세계 관람객들을 다시 한 번 매료시킬 것이다.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2.0’이 펼쳐질 스테이지.

공연 설립자 & 아트 디렉터 줄리아노 페파리니.

INTERVIEW
공연 설립자 & 아트 디렉터 줄리아노 페파리니

기존 공연과 달라진 점은? 약 1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공연 공간과 무대 위 물을 제외한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뀌었다. 캐릭터들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대본도 다시 썼으며, 캐릭터 간의 관계까지 새롭게 구상했다. 더욱 명확한 이야기 전달에 집중하면서도 보편적인 클리셰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클리셰로 가득하지만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인 것처럼, 이 공연 또한 클리셰만이 가진 보편적이고도 특수한 매력을 살려 특별한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말 그대로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2.0’인 셈이다.
출연진들을 캐스팅할 때 특별히 고려한 점이 있나? 신체 능력을 가장 우선시했다.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수중에서 진행되는 공연이 상당수를 차지하다 보니 난이도가 높은 공연이다. 높은 곳에서 물속으로 다이빙한 뒤 젖은 상태의 의상을 입고 춤을 춰야 할 때도 있는 만큼, 출연진들에게는 일반적인 무용수들보다 더 높은 체력이 요구된다.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비디오 아트를 활용해 관객에게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조명과 레이저에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나는 전통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공연을 본 관객들이 단순히 기술에 감탄하는 것을 넘어 이야기와 캐릭터, 그들 간의 관계에서 전해지는 감동을 통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WEB cityofdreamsmacau.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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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for Tea

Time for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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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손길이 깃든 실버웨어 브랜드로 완성하는 우아한 티 타임.

쟈뎅 에덴 트레이

폼폰 커틀러리 시리즈

무드 커피 에스프레소 스푼 세트

쟈뎅 에덴 페이스트리 스탠드

 

CHRISTOFLE
1830년 설립 이래 탁월한 장인정신과 우아한 디자인으로 프랑스 실버웨어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온 크리스토플 Christofle의 장인들은 전통적인 수제 제작 기법을 통해 미세한 디테일까지 신경 써가며 모든 제품을 하나의 조각처럼 완성해낸다. 실버 티포트, 슈거볼, 크림 피처 등으로 구성된 알비 Albi 컬렉션은 프랑스 남부 알비 대성당의 고딕 건축에서 영향을 받아 올곧은 직선과 균형 잡힌 비율을 가진다. 대표적인 컬렉션 중 하나인 쟈뎅 에덴 Jardin d’Eden은 2010년 마르셀 반더스 Marcel Wanders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라인인데, 바로크식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풍성한 식물 패턴과 유려한 곡선이 바탕을 이룬다. 이는 크리스토플의 컬렉션 중 유일하게 손잡이부터 커틀러리의 바깥 면까지 정교한 패턴이 새겨져 있는 라인이다.

라티튜드 쁘띠 스탠드

랑꽁뜨레 밀크 포트

클래식 잼 포트

 

랑꽁뜨레 커피 포트

 

LOUIS XV 케틀

 

에스깔레 앙샹티 센터피스

랑꽁뜨레 슈거 볼

 

ERCUIS
프랑스 장식예술의 정수를 담은 에뀌 Ercuis는 1867년부터 고전적인 프랑스 실버웨어의 미학을 계승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우아함을 구현해왔다. 에뀌의 대표적인 컬렉션 중 하나인 ‘Louis XV’ 라인은 18세기 프랑스 로카이유 양식의 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 화려하고 유기적인 장식으로 구성됐다. 섬세한 식물 문양, 조개, 꽃, 잎사귀 등에서 모티브를 얻은 비대칭적인 디테일이 특징이며, 복잡하게 얽힌 아라베스크 라인은 우아한 흐름을 연출해낸다. 그중에서도 케틀은 이러한 장식적 유희와 정교한 세공 기술이 어우러진 예술적인 오브제로서, 단순한 식기 이상의 가치를 구현한다. 티폿, 슈거 볼, 크리머, 트레이 등으로 구성된 랑꽁뜨레 Rencontre 컬렉션은 좀 더 클래식하고 담백한 디자인을 지향하며, 에뀌 특유의 장인정신과 실버웨어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베르나도테 티 포트

베르나도테 디시 볼

베르나도테 크리머

 

베르나도테 슈거 볼

헬릭스 캔디 볼

베르나도테 밀크 저그

 

GEORG JENSEN
전통 공예 기법에 아르 누보의 감각을 결합해, 독창적인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정립하는 데 기여한 브랜드 게오르그 옌센 Georg Jensen. 1904년 덴마크의 은 세공 장인인 게오르그의 은 공방에서 시작한 브랜드는 당시 조각가, 금 세공사,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모여 창조적인 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었다. 다양한 티웨어를 포함한 베르나도테 Bernadotte 컬렉션은 게오르그 옌센과 끈끈한 파트너십을 자랑한 시그바르드 베르나도테 Sigvard Bernadotte의 1938년 작품 중 하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인이다. 스웨덴의 왕자이자 디자이너였던 그는 실용성을 강조하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보온 저그는 깔끔하면서 유려한 패턴을 가지며, 6시간 동안 제품 온도를 유지해주는 기능성도 갖췄다. 기능주의적 조형미와 실용성이 결합된 북유럽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알타 티 포트

스핑크스 모카 포트

마르텔레 페이스트리 스탠드

알트 아우크스부르크 크리머

알타 크리머 슈거 세트

ROBBE & BERKING
1874년 설립된 로베앤베르킹 Robbe & Berking은 5대째 대를 이어 계승되며 전통적인 유산을 이어온 독일의 실버웨어 브랜드다. 은 세공 장인, 마스터 실버스미스 Master Silversmiths의 손길에 의해 태어나는 제품들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정제된 디자인을 가지며,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세대를 거쳐 지속될 클래식한 품질을 추구한다. 브랜드의 이러한 가치는 티웨어에서도 변함 없이 이어진다. 알타 Alta 컬렉션은 브랜드의 디자인 정수를 보여주는 시리즈로서, 독일의 전설적인 실버스미스 빌프리트 몰 Wilfried Moll이 디자인했다. 군더더기 없는 선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장식 없이 제품 자체의 형태가 가진 우아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완벽한 비율과 간결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알트 아우크스부르크 Alt-Augsburg 라인 또한 로베앤베르킹이 추구하는 ‘타임리스 클래식’의 가치를 잘 반영한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면과 선은 오직 수작업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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