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마법 사이

사랑과 마법 사이

사랑과 마법 사이

사랑과 마법, 이미지와 언어 사이에서 상상의 구조를 세우는 프랑스 크리에이터 듀오 M/M(파리).
두 사람이 직조한 시각적 기호의 세계는 감각과 해석이 만나는 지점에서 다시금 의미를 만들어낸다.

<사랑 / 마법 ♥ / MABEOB M / MAGIE> 전시 전경.

M /M(파리)의 미카엘 암잘라그와 마티아스 오귀스티니악. 자료제공: F1963

현실이 더 이상 상상보다 선명하지 않을 때, 예술은 그 사이를 건너는 다리를 놓는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세계적인 크리에이터 듀오 M/M(파리 Paris)의 전시 <사랑 / 마법 ♥ / MABEOB M / MAGIE>은 그 현실과 상상을 수놓는 다리이자, 이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시각적 기호와 상상력의 아카이브다. M/M(파리)의 이름은 단순한 이니셜을 넘어, 서로의 기호를 탐구하며 함께 성장해온 두 디자이너 마티아스 오귀스티니악 Mathias Augustyniak과 미카엘 암잘라그 Michaël Amzalag의 서사를 상징한다. 그들이 구축한 세계는 극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오페라의 무대처럼 과장되거나, 한 장의 얇은 포스터처럼 평면적이지 않다. 이미지와 언어, 상징과 공간이 겹쳐지는 다차원적 구성 속에서, 전시는 ‘사랑’과 ‘마법’이라는 두 개의 기호를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재조합하며 그 경계를 유희한다. 이들 세계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보다는 관계의 복합성이며, 마법은 이미지를 통한 의미 생산의 메커니즘이다. ‘마지 Magie’는 프랑스어로 ‘마법’을 뜻하지만, M/M(파리)의 언어 안에서는 ‘Image’, ‘Magi’, ‘Nation’으로 해체되어 ‘IMAGINATION 상상’에 이르는 또 다른 문장으로 확장된다. 사랑과마법은 곧 상상이며, 그것은 이들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자 도구다.

전시는 총 6개 구역으로 구성된다. 도시 이름을 딴 알파벳 스툴 <B,U,S,A,N>이 설치된 로비를 시작으로 ‘해운대’와 ‘코펜하겐’을 지나 ‘마법’, ‘마지’, ‘테베 Thebes’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감각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전시의 중추는 M/M(파리)가 직접 디자인한 78장의 타로 카드에 있다. 카드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각적 체계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자이너적 시선의 상징 구조다. 그들의 시각 언어는 아이콘, 지표, 상징의 삼각 구조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퍼스의 기호학 이론에 기반한 이 철학적 탐색은 곧 의미의 조건을 묻는 행위다. 전시 마지막 공간 ‘테베’에서 상영되는 오페라 영화 <안티고네(Antigone Under Hypnosis)>는 이들이 이미지로 구현해낸 언어의 집약적 구현이다. 공간, 시간, 신화, 기억이 하나의 시퀀스로 작동하며, 관객은 어느 순간 이야기의 구성자이자 해석자가 될 것이다. M/M (파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이 정지된 기호가 아닌 연주 가능한 언어임을 드러낸다. 그 악보 위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사랑과 마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전시는 오는 9월 14일까지 부산 F1963 석천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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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아이콘, 로테르담

변화의 아이콘, 로테르담

변화의 아이콘, 로테르담

전쟁으로 인한 폐허 위에 세운 실험의 도시, 로테르담. 예술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 속에서 새로운 도시 미학이 피어났다.

거대한 아치형 구조물 위로 디지털 아트워크가 펼쳐지는 마켓홀은 로테르담의 상징적 공간. © Wikimedia

천장 전체를 수놓은 꽃과 과일의 이미지는 마치 현대판 시스티나 천장을 연상케 한다. © Wikimedia

지그재그로 펼쳐진 계단이 인상적인 데포 미술관. © Ianartconsulting

1940년, 폭격으로 많은 것을 잃은 로테르담은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기꺼이 ‘건축의 실험실’이 되기로 했다. 건축가그룹 MVRDV의 마켓홀과 데포 미술관은 로테르담을 대표하는 명소로 손꼽힌다. 마켓홀이 있는 비넨로테 지역은 운하를 통한 상업 활동의 거점지였으나, 폭격을 맞은 후로 약 60년 동안 비어 있었다. 도심 중심지의 낙후된 노천 시장을 개발하기 위해서 민관이 협력해 현대적인 시장과 주거가 결합된 공간을 기획하게 되었다. 총 예산이 1억7500만 유로(약 2740억원) 들고, 10여 년의 과정을 거쳐 2014년에 현재의 마켓홀이 문을 열었다. 지하층은 주차장과 슈퍼마켓, 1층은 푸드 코트, 그 위로는 228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선 주상복합 구조이며, 거대한 아치 형태가 특징이다. 축구장 두 개 크기만 한 내부는 거대한 빈 공간을 예술품으로 채웠다. 벽부터 천장을 따라 천공 알루미늄 패널에 인쇄된 디지털 미술 작품이 그것이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밀화를 연상시키는 꽃과 곤충의 이미지가 도심 이미지와 합성된 것으로서, 로테르담의 ‘시스티나 벽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물 옆에서 보면 평범한 아파트인데, 중앙 아치를 통해 보면 완전히 색다른 건축물인 것이다. 천장 곳곳에 뚫린 창문은 실제 위에 거주하는 아파트와 연결되어 있다. 집 안에서 마켓홀을 내려다볼 수 있다니! 이곳이 왜 인기 주거지로 손꼽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켓홀이 들어서며 밀려난 재래시장은 정기장 형태로 여전히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 광장 주변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기울어진 정육면체 형태를 이어 붙인 큐브 하우스, 흔히 ‘연필 타워’ 라고 불리는 주상복합형 아파트는 모두 피트 블롬 Piet Blom의 작품인데, 도시 속 숲 개념을 실현한 통합 프로젝트다. 그 옆으로는 중앙도서관이 자리한다. 이는 윔 퀴스트 Wim Quist의 건축으로서 설비와 구조를 외부로 드러내어 마치 퐁피두 센터를 연상시키는데, 하이테크 건축의 영향을 보여준다. 모두 1970~ 80년대에 지어진 로테르담 재건 프로젝트의 일부다. 마켓홀에서 트램으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뮤지엄 파크는 1990년대 도시 문화 중심지를 위해 조성되었다. 조경가 이브 브루니에 Yves Brunier가 구성한 거대한 가든 사이로 현대미술관과 보이만스 판 뵈닝언 미술관, 자연사 박물관 등이 있다. 보이만스 판 뵈닝언 미술관은 수집가 보이만스와 판 뵈닝언의 기증을 시작으로 이어진 수많은 기증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본관은 1935년 개관한 네덜란드 모더니즘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서 현재는 보수 휴관 중이다.

그 대신 2021년 문을 연 데포 미술관이 전 세계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6층 규모의 둥근 항아리 형태의 작은 미술관이지만, 미술품 15만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관람도 가능하다. 이 덕분에 관람객은 시대별 혹은 주제별로 구성된 통상적인 미술관의 전시 형태를 넘어 ‘재료’를 중심으로 구분된 각 작품을 수집, 정리된 모습 그대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작품을 복원하는 과정을 창문 너머로 들여다볼 수 있다. 어린이 관람객이 작품을 손톱으로 긁어 손상시킨 마크 로스코의 작품도 현재 이곳에서 수리 중이다. 건물 옥상에는 그린 셰프의 레스토랑이 있는데, 옥상 가든 덕분에 밤이 될수록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때 미술관이 ‘작품의 무덤’이라는 혹평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미술관은 작품 수집 터에 가까운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지그재그로 펼쳐진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적극적으로 작품을 탐색하는 관람객들 덕분에 그 어떤 미술관보다 역동적이며 에너지가 넘친다. 로테르담은 젊은 건축가들의 실험 덕분에 지금은 건축만으로도 충분히 여행할 가치가 있는 문화도시로 우뚝 섰다. 멋진 건축물일수록 사람이 없을 때 찍은 사진이 멋있고 또 막상 현장에 가면 사진만 못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있을 때 더욱 생생해지는 건축과 도시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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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집, 하나의 도구

한 사람의 집, 하나의 도구

한 사람의 집, 하나의 도구

싱글 라이프를 위한 새로운 방식의 청소기, 다이슨 펜슬백 FluffyCones™.
가볍지만 슬림하게, 혼자의 삶을 더욱 정교하게 만든다.

 

시스템 책장 ‘위그모어’와 소파 ‘에레이’, ‘에브리데이 라이프’ 사이드 테이블과 블랭킷은 데파도바. 유리 화병 ‘해피 필즈’는 베니니.

무심한 듯 놓인 한 자루의 기술
집 안에서 청소기의 자리는 대개 숨겨져 있다. 기능은 충실할지언정 공간을 해치는 커다란 덩치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다이슨 펜슬백은 다르다. 이름처럼 연필을 닮은 실루엣, 38mm의 얇은 손잡이와 1.8kg의 가벼운 무게는 소파 옆이나 벽 앞에 무심히 세워두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청소기 본연의 목적뿐 아니라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오브제로 기능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 슬림한 바디 안에는 다이슨이 만든 가장 작은 하이퍼디미엄 Hyperdymium™ 모터가 내장되어 있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 만하지만, 가구 틈새나 마룻 바닥의 미세한 먼지까지 99% 이상 제거한다. 디자인과 기술, 그 어느 하나도 타협하지 않은 ‘하이엔드 싱글라이프’에 걸맞은 도구다.

 

버티컬 레이어 책장과 스크리타렐로 데스크, 세르벨로니 암체어, 로쿠마루 행거는 모두 데파도바.

좁은 틈, 날카로운 집중력
책상 아래나 서재 한쪽의 벽면 모서리, 혹은 책장 뒤편의 틈. 작은 공간일수록 먼지가 가장 먼저 쌓이고, 가장 나중에 치워진다. 다이슨 펜슬백은 그 작은 틈에 집중했다. 다이슨 최초로 4개의 원뿔형 브러시가 장착된 플러피콘 FluffyCones™ 헤드는 긴 머리카락도 엉킴 없이 밀어내고, 벽과 가구의 경계선까지 부드럽게 닿는다. 헤드 전체가 360도 회전해 손목을 거의 움직이지 않아도 방향 전환이 가능하고, 양 방향으로 회전하는 브러시 바가 바닥 위를 떠다니듯 미끄러진다. 조용하고 섬세한 움직임은 집중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공간을 정돈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개입만 남긴다.

WEB  dyson.co.kr TEL 1588-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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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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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가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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