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뉴욕 기간, 맨해튼의 한 펜트하우스가 특별한 전시장이 됐다. 20세기 디자인의 걸작과 동시대 예술이 갤러리스트의 집에 놓이면서, 작품과 가구가 서로의 새로운 표정을 발견한다.


프리즈 뉴욕이 열리던 지난 5월, 뉴욕의 컬렉터와 갤러리, 디자인 신이 한층 분주해졌다. 그중에서도 갤러리 가브리엘 Galerie Gabriel은 조금 특별한 장소를 선택했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서튼 타워에 자리한 갤러리 가브리엘 설립자 낸시 가브리엘의 듀플렉스 펜트하우스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줄리 힐먼 Julie Hillman은 이곳을 ‘컬렉터의 집’으로 다시 구성했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전시장이 아니라, 예술과 디자인이 일상 풍경 안에서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특정 작품보다 전체적인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맨해튼의 빛이 넓은 창으로 들어오고, 그 앞에 놓인 가구와 오브제가 서로 다른 높이와 질감으로 층을 이룬다. 반짝이는 표면과 거친 소재, 묵직한 가구와 가벼운 조명이 어우러지고, 작품은 벽 한 면을 독점하기보다 가구 사이에 놓이거나 테이블 위에 머문다. 마치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물건처럼 자연스럽다. 식사하고, 책 읽고, 대화를 나누는 일상의 장면 속에서 예술과 디자인을 마주하게 되는 것.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시 <The Cultivated Eye>는 ‘길러진 안목’이라는 제목처럼 컬렉팅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에서 출발한다. 낸시 가브리엘에게 컬렉팅은 좋은 물건을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 눈을 기르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과정이다. 줄리 힐먼 역시 컬렉션을 “의미 있고 영감을 주는 예술과 디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이번에 만들고자 한 것은 작품으로 가득 찬 집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대와 취향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진정한 컬렉터의 환경’이었다. 그 안에서는 20세기 디자인의 여러 장면이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1970년대 프랑스 예술가 마리-클로드 드 퓌에르 Marie-Claude de Pouyfer의 레진 테이블부터 지오 폰티 Gio Ponti의 건축적인 가구, 자크 아드네 Jacques Adnet와 장 로이에 Jean Royère의 조형적인 디자인, 막심 올드 Maxime Old의 절제된 미학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언어를 가진 작품들이 한 공간에 놓이면서 특정 스타일을 재현하기보다는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배치는 집이라는 생활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커다란 소파는 공간을 나누는 벽 대신 느슨한 경계를 만들고, 러그는 각각의 가구를 따로 구획하기보다 하나의 장면으로 묶어준다. 서재에 자리한 이탈리아 건축가 오스발도 보르사니 Osvaldo Borsani의 데스크는 본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의 중심을 잡는 조형적 요소가 된다. 여기에 조각적인 세라믹과 작은 오브제가 더해지며 시선은 공간 곳곳으로 유연하게 이동한다. 조명은 이 섬세한 관계를 완성하는 마침표다. 맥스 앵그랑 Max Ingrand과 지노 사파티 Gino Sarfatti의 조명은 일반적인 갤러리에서라면 그 자체로 감상 대상이었겠지만, 이곳에서는 식사와 대화를 위한 온화한 빛이 되어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감싼다.






오래된 디자인 옆에 동시대 작품이 놓이고, 회화와 조각 사이에 가구와 조명이 자리할 때 컬렉션은 특정한 스타일을 넘어 한 사람의 시선이자 삶의 태도가 된다. 어느 하나가 다른 것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각각의 개성은 선명해진다. 낸시 가브리엘의 펜트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이 전시에서 집은 작품을 담는 그릇인 동시에 컬렉션을 완성하는 주체다. 결국 줄리 힐먼이 말하는 ‘길러진 안목’이란 무엇을 많이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오래 바라보고 경험하며 자신에게 좋은 것을 알아가고, 그것이 놓일 자리를 깊이 고민하는 시간에 가깝다. 작품은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과 가구, 빛과 시간 속에 놓였을 때 비로소 진정한 표정을 드러낸다. 좋은 컬렉션이란 결국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과, 그것과 함께 살아갈 자리를 찾는 감각이 만나는 곳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