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익은 ‘요즘’ 스타일은 아니지만 오래 머물고 싶은 편안함과 클래식한 멋이 살아 있는 세 식구의 집을 찾았다.
↑ 음악을 좋아하는 부부와 딸 진규에게 꼭 필요한 피아노. 위에 올려둔 메트로놈은 20년도 더 된 것.
공사 기간이 3주 정도 걸렸다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욕실 공사도 진행하려다가 예산을 초과할 것 같아서 간단하게 다듬는 정도로 공사를 마쳤죠. 전에 살던 집주인이 구조 변경이며 욕실 공사를 어느 정도 해둔 상태였거든요. 덕분에 공사 기간을 일주일 정도 단축할 수 있었어요.
이 집의 백미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공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자 가장 공을 들인 바닥이요. 이사하면 무조건 헤링본 스타일의 바닥재를 깔고 싶었거든요. 공간도 넓어 보이고 클래식한 느낌도 낼 수 있으니까요. 헤링본 스타일의 바닥재가 깔린 공간을 찾아보다가 메종드줄리의 권성주 실장님을 알게 됐고, 공사 전체를 의뢰하게 됐죠.
열 분 중 한두 분 정도라는, 취향이 확고한 고객이었다고 들었어요.
원하는 바닥 스타일, 컬러 등이 확실했어요. 바닥은 헤링본 스타일, 컬러는 그레이를 기본으로 한 뉴트럴한 톤. 권성주 실장님의 개인적인 취향과도 잘 맞아서 제안해주신 컨셉트 보드를 보고 바로 진행했어요. 클래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앤티크보다는 세미클래식의 느낌을 내고 싶었거든요.
최근 북유럽 스타일이 유행이라 그런지 클래식한 집이 신선하게 다가오네요.
맞아요. 북유럽 스타일이거나 아예 취향이 없는 집도 많죠. 의뢰한 업체가 정해준 자재며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도 많고요. 처음에 제가 의뢰했던 업체도 헤링본 바닥재는 산만하다, 어지러울 것이라며 공사를 망설이길래 마음을 접었죠. 집은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날 서지 않은 편안한 공간을 바랐고, 좋아하는 것들을 매치하다 보니 클래식한 스타일이 됐네요.
위 거실의 폭이 유난히 넓은 집. 바닥의 패턴 때문에 허전한 느낌이 덜하다.
아래 새로 구입한 6인용 식탁과 콘솔, 3단 트레이 스탠드 등 세미클래식한 주방 공간이다.
집의 구조와 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 집은 111㎡이에요. 방이 세 개인데 서재, 딸 진규의 방, 부부 침실로 나눠서 사용하고 있어요. 주방 쪽 다용도실 개념의 공간을 이전 집주인이 확장해서 주방이 넓어졌네요. 식탁 옆이 냉장고 자리인데 분위기를 해칠 것 같아서 외부 공간 쪽으로 넣어 가렸는데, 그 때문에 냉장고를 작은 것으로 구입하게 됐죠.
1층이라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이전 집은 10층이었는데 얌전한 딸아이를 키우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1층을 주저 없이 선택했죠. 층간 소음 걱정이 없어서 집에서 줄넘기를 할 때도 있답니다. 또 나무에 새가 앉은 모습도 거실에서 볼 수 있고요. 주택에 사는 기분이 들어 좋고 땅과 가까워지니 심리적인 안정감도 생긴 것 같아요.
가구는 이사하시면서 구입한 것들인가요?
새로 구입한 것은 거실의 사이드 보드와 식탁, 다이닝 체어 정도예요. 어떤 것을 새로 샀는지 모를 정도로 기존 가구들과 잘 어울리더라고요. 침실의 서랍장, 거실의 이국적인 사이드 테이블은 물려받은 가구고요. 오래돼서 서랍도 삐걱거리지만 계속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또 손님이 왔을 때 거실보다는 주방으로 많이 이게 돼서 넉넉하게 6인용 식탁을 구입했어요. 나무 소재의 식탁을 구입할까 다가 너무 답답해 보일 거 같아서 다리는 철 소재인 것으로 골랐죠.
위 삐걱거리는 서랍이 있지만 오래도록 사용하고 있는 서랍장과 침대만 둔 심플한 침실.
아래 딸 진규의 방에는 화이트 컬러의 가구들을 배치했다. 책상과 옷장도 몰딩이 들어간 앤티크한 디자인을 골랐다.
거실 폭이 넓어서 큰 가구들이 있어도 좁아 보이지 않네요.
20년 이상 된 아파트라 그런지 크기가 꽤 큰 가구들이 놓였는데도 거실 공간이 남아요. 거실은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주로 머물기 때문에 가구를 많이 두지는 않았어요. 사이드 보드를 구입한 뒤 TV 위치를 고민했는데 꼭 중앙에 걸지 않아도 TV를 보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아서 살짝 엇갈려서 걸었죠. 덕분에 공간에 긴장감도 줄 수 있고요. 다행히 바닥의 패턴 덕분에 덜 허전해 보이는 것 같아요.
주방 싱크대 쪽 타일도 이색적인데요?
보자마자 정말 마음에 들었던 타일이에요. 멀리서 볼수록 빈티지한 느낌이 강하게 나요. 나뭇결이 살아 있는 주방 가구와도 잘 어울리고요. 삼단 트레이 가구와 향초가 놓인 콘솔 등 클래식한 제 취향이 가장 많이 묻어난 곳도 주방인 것 같아요.
‘바흐를 닮은 집’이란 부제를 붙였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저도 클래식을 좋아하는데 권성주 실장님은 바흐를 정말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바흐가 현대에 살고 있다면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란 생각을 함께 했던 것 같아요. 진규가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고 저와 남편도 음악 듣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여러모로 클래식과 음악, 바흐가 연결된 집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제인 것 같아요.
앞으로 구입하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요?
등받이가 낮은 그레이 톤의 천 소파를 구입하고 싶어요. 주방에서 소파 뒷면이 보이도록 거실과 주방의 경계 쪽에 두려고요. 또 거실에 소파가 하나 더 있으면 보다 풍성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될 것 같네요.
1 딥티크, 메종드파팡 등의 자연스러운 향의 캔들을 좋아하는 집주인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콘솔 위에 캔들을 하나 둘씩 모으고 있다.
2 부모님께 물려 받은 모로코풍의 이국적인 사이드 테이블 위에 작가 에린 클락(Erin Clark)의 <미스티 파인즈(Misty Pines)>를 올려두었다.
3 주방에 거울이 있기는 쉽지 않지만 철제 조명과 잘 어울리는 주방 벽에 거울을 달았다. 식사 후 입가를 확인하기에 좋다는 후문이다.
4 주방 벽과 똑같은 타일로 현관 바닥을 시공했다. 자투리 공간도 살뜰하게 신경 쓴 모습이다. 타일은 상아타일에서 구입.
5 문을 열 때의 묵직한 느낌이 좋아서 구입한 손잡이. 손잡이닷컴에서 구입.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박성훈(달링 하버 스튜디오)
디자인 및 시공 하우스라이크 호텔, 메종드줄리 02-2645-0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