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보금자리

아담한 보금자리

아담한 보금자리

안뜰의 정원 공간을 중심으로 재미난 집짓기를 계획한 실내 건축가인 마누엘 보네마주와 아그네스 캄부스. 작고 아담한 공간은 이들의 남다른 재능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 초록색으로 가득한 안뜰이 보이는 부엌. 다이닝 테이블은 엘레먼트 에스 건축에서 디자인, 노란색 의자로 포인트를 줬다. 테이블 위의 그릇은 금속 소재에 에나멜을 입힌 제품으로 메르시(Merci)에서 구입.

파리 6구 중심에 있는 아담한 집의 주인 에밀리(Emilie)는 엘레먼트 에스(Elements) 건축 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건축가 마누엘 보네마주(Manuel Bonnemazou)와 아네스 캄부스(Agnés Cambus)에게 레노베이션을 맡기면서 53㎡라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디자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초록을 시야에 담을 수 있도록 식물이 있는 안뜰로 향하는 통로는 그대로 유지할 것을 특별히 부탁했다. 한 면적의 길이보다 천장 높이가 약 1.5m 더 긴 독특한 구조를 갖춘 이 집은 두 건축가의 멋진 감각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대서양 해변가에 있는 별장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집으로 탄생했다.

시각적인 공간감을 넓히는 동시에 통행의 편의성을 위해 내부를 나누던 칸막이 벽 몇 개를 허물었고 높은 유리문은 시공하기 전 모습 그대로 살렸다. 안뜰이 내다보이는 1층은 집의 핵심부로, 파란색이 감도는 주방을 만들고 외부로 통하는 기능을 더했다. 그에 반해 아담한 욕실과 세탁실은 안쪽에 숨겨놓았다. 또 다락방은 수납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기능적인 면을 살렸고 집주인이 좋아하는 푸른 안뜰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창을 냈다. 2층 공간은 거실과 서재로 개조했다. 기능적으로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생활 공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면서 디자인적으로는 공간이 주는 즐거움과 유쾌함을 느낄 수 있도록 색조에 강렬한 대비를 주었다. 에밀리는 순수함이 느껴지는 파란 색조로 가득한 화사한 공간을 갈망했다. “공간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화이트와 블루 컬러를 사용했어요. 또 뜻밖의 변수가 느껴질 수 있도록 바닥에서 벽, 천장까지 파란색이 이어지도록 했지요.”

↑ 2층에 있는 깨끗하고 선명한 푸른색 거실은 아담한 은신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줏빛 시트로 감싼 소파에 자주색 쿠션과 프린트한 원단, 양가죽, 퍼 등 다양한 소재의 쿠션을 매치했다. 테이블 상판과 다리 끝 부분에 핑크 컬러로 포인트를 준 테이블 위에는 심플한 블랙 컬러의 티포트와 머그컵을 올려놓았다. 1인용 소파와 러그 역시 블랙으로 선택했으나 무늬와 패턴이 각각 달라 재미를 준다. 소파 옆에 있는 테이블 램프 ‘바푀르(Vapeur)’는 잉가 상페(Inga Sempé)가 디자인한 것으로 무스타슈 제품. 그 뒤로 보이는 파란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 서재가 나온다.

↑ 간결하면서도 시크하게 연출한 주방은 이 집의 핵심부다. 건축가는 편리한 동선을 위해 인조대리석으로 만든 조리대와 무광 래커를 칠한 합판으로 만든 주방 가구로 한쪽 벽면을 길게 채웠다. 높은 천장에는 무토(Muuto)의 펜던트 조명 3개를 연달아 설치했고 중간 2층 방은 산뜻한 파란색으로 칠했다. 콘크리트 타일 바닥은 에머리(Emery) 제품. 샐러드 그릇은 모노프릭스(Monoprix) 제품.

에디터 로랑스 두지에(Laurence Dougier) | 포토그래퍼 니콜라 마테우스(Nicolas Mathéus)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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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의 조건

명당의 조건

명당의 조건

통의동에 사는 동안 종로를 오가면서 조계사에서 사람들이 예불을 드리는 모습을 보곤 했다.

통의동에 사는 동안 종로를 오가면서 조계사에서 사람들이 예불을 드리는 모습을 보곤 했다. 깊은 산속에만 있을 것 같은, 우리 일상과는 멀게만 느껴졌던 절이 북적한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참 신선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온 부인부터 동네를 떠도는 노숙자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는데 다양한 계층의 사회 구성원들이 이곳에서는 같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 회사의 대표, 부모, 부부와 같은 역할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조계사에 가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기에 불교 신자가 아님에도 꾸준히 새벽 예불을 다녔다. 언젠가 대웅전을 개보수할 때였다. 지붕을 뜯어내고 천막을 씌워놨는데 한동안 그 안으로 참새, 비둘기가 쌀과 과일을 먹겠다고 날아 들어왔다. 자연과 사람, 삼라만상이 만나는 풍경에 감흥을 느끼면서 마음이 건강해짐을 느꼈다. 배산임수보다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곳이 바로 진정한 명당이었다. 땅 그리고 사람이 함께 꿈꾸는 자리, 마땅히 있어야 할 장소에 오래도록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계사야말로 훌륭한 건축이자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조용기 · 김대형(인물) | 가온건축 임형남, 노은주 소장 | 일러스트 노은주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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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로 채운 집

햇살로 채운 집

햇살로 채운 집

절제미를 선호하는 독자 김새봄 씨는 자신의 취향과 클래식, 빈티지를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을 절충해 집을 꾸몄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여백을 메워 따스하게 연출한 두 번째 오픈 하우스.

일본 유학 시절, 남편을 만나 결혼 후 한국으로 돌아온 김새봄 씨는 두 돌이 갓 지난 딸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2년째 머물고 있는 경기도 양평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182㎡의 넓은 면적이지만 공간 분할이 잘 되어 있어서 집 안에 가구가 많지 않아도 허전하지 않은 구조다. 젠 스타일을 좋아하던 그녀는 남편과 살면서 취향이 조금씩 변했다. 클래식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가구를 선택하는 대신 컬러는 절제했다. 가구는 오래 써도 질리지 않는 무난한 디자인으로 선택하고 패브릭과 꽃으로 포인트를 줬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그녀는 전공을 살려 동대문 원단 시장에서 직접 패브릭을 골라 쿠션, 커튼, 침구 등을 제작했다. 원단 시장 지하 1층에서는 간단한 박음질을 해주는데 적은 비용으로도 쿠션, 커튼 정도는 금방 만들 수 있다. 또 미술을 사랑하는 부부는 현대 작가의 작품으로 집 안 벽면 곳곳을 장식했는데, 현대갤러리에서 운영하는 K옥션 온라인 경매를 이용한다고. 유화 작품보다 비교적 가격대가 저렴한 판화나 사진 작품이 실내 곳곳에서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존재감을 발하고 있다.

사색하는 소파
거실 오른쪽에 둔 2.5인용 소파는 남한강과 양평 시내를 전망할 수 있도록 창문과 마주 보게 배치했다. 거실 중앙에 있는 큰 소파는 편안하게 앉아 TV를 감상할 수 있는데 책을 읽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남편과 담소를 나눌 때는 이 작은 소파를 애용한다. 소파 위에 걸어놓은 판화 작품은 옥션에서 구입한 것. 키티버니포니에서 구입한 블랙 스트라이프 쿠션과 함께 매치해 모던한 느낌을 더했다.

모던클래식 스타일의 다이닝 공간
나무 소재의 테이블이 지겨울 때는 식탁보를 씌워 분위기를 바꾸곤 한다. 원형 대리석 위에 양초와 유리 화병을 올려놓은 아이디어는 인테리어 잡지를 참고한 것. 벽면에 걸어놓은 판화 작품은 평소 눈여겨보던 황규백 작가의 작품으로 K옥션을 통해 낙찰 받았고, 샹들리에는 최대한 심플하고 모던한 형태의 제품을 와츠에서 주문 제작했다.

화사한 분위기의 침실
우아한 곡선이 특징인 침대는 장미나 리본 등 과한 장식이 없어서 선택했다. 침대와 사이드 테이블, 커튼은 모두 아이보리색으로 통일하고 베딩은 화이트 컬러로 단정하게 연출했다. 밝은 그레이의 벽지 때문에 침구가 더 깨끗해 보인다. 스탠드 램프와 의자 등 꼭 필요한 가구는 투명한 소재의 카르텔 제품으로 골라 자칫 과할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했다.

수납에 집중한 아이 방
아이의 장난감이 대부분 알록달록하기 때문에 최대한 숨겨놓을 수 있도록 수납에 신경 썼다. 짐은 ‘최대한 늘리지 말자’는 생각이기 때문에 아이의 연령에 따라 필요한 장난감은 대여해 썼고 꼭 사야 한다면 되도록 오래 써도 좋은 원목 장난감을 구입했다. 작은 장난감들은 선반에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주머니 안에 넣어 보관하며, 장난감 주머니와 침구는 직접 만들었다.

다정한 서재
남편과 함께 사용하기 위해 책상 두 개를 나란히 놓았다. 한쪽 벽면에는 책장을 놓고 각종 서적과 CD를 수납했고, 오른쪽 벽에는 수납장 하나만 놓고 자잘한 소품들을 정리했다. 책장에 꽂아놓은 책들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책상, 의자, 수납장, 스탠드 램프는 물론 양초 등 소품까지 모두 흰색으로 통일했다.

에디터 최고은│포토그래퍼 김대형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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